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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좁은 병상 위에 가둬진 너

하늘 위로 밤바다가 밀려들어올 땐

너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된다

물이 없어 팔딱거리는 듯

온몸을 격렬하게 요동치는 너

허공을 향해 휘두르던 두 팔은

마지막까지 부드러운 공기를 마시려는 몸부림 같다

의사의 손끝에서 쏟아지는 아지랑이 같은 글씨들은

산소마스크 속 촉촉한 물살을 들이마시며 잠든 너를

‘어항용 물고기’라고 진단한다

병실에 떠다니는 수많은 알약들은

매일 밤 너를 차가운 심해로 데리고 가나 봐

감는 법을 잊은 불거진 네 눈동자

뻐끔거리는 입술 속에서 흘러나오는 네 목소리

하지만 곧, 산소마스크에 부딪쳐 기포처럼 터져버리고

난 너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항 밖에서 물고기는 살수 없단 걸 알기에

나는 그저 파란 이불에 누운 너를 바라보며

광활한 바다로 잠긴 꿈을 꾸길 바란다




블랙홀


수많은 블랙홀이 각 벽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곳은 우주야

중력에 짓눌려 고개를 드는 법을 잊은 엄마의 얼굴색처럼

누런 이 우주복을 입고

나는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있어

집밖을 나서면 마주치는 익숙한 별들이

한 자리에 가라앉아 있어, 항상 머금고 있던 입가의 빛들이

오늘은 관측되지 않아

우리 집 궤도를 주기적으로 돌던 옆집 순이는

눈물로 바닥에 분화구를 만들고 있어

그러고 보면 장판지 곳곳에 분화구 자국이 많아

공기가 모자라는지 숨을 헐떡이는 할머니

나보다 형의 머리를 쓰다듬던 이모는

월식의 달처럼 날 안아

별들 앞에 서있는 검은 사각 테두리 속을 가리고 있어

커다란 블랙홀이 가두어져 있데

귓가에 살포시 얹힌 먼지처럼 떠다니는 소문의 조각들

내 우주복처럼 하늘이 온통 누레진 어제

형은 도로 위, 굴러오는 운석에 부딪쳤데

그렇게 형은 블랙홀이 됐나봐

엄마의 삶도, 주위의 별들도 모두 빨아들이고 있어

이모는 내 귓구멍에 긴급 대피 속보를 전하고 있어

가볍기만 한 나는 가까이 가면 빨려 들어가

블랙홀 밖으로 나올 수 없나봐

너도 저 검은 액자 속을 들여다보지 마

멈춰있는 형의 미소 속에서 나올 수 없을거야




신발과 동전


1.오늘도 수거함 깊은 아래 속

신발들은 서로를 밟은 채 어둠 속에 갇혀있다

수선 되지 않은 상처들

찢어진 옆구리를 찌르던 수선바늘이 왜 그리 그리운지

터진 실밥자국에서 기억은 자꾸만 새어나간다

아득한 입구에서 이따금 들어오는

날카로운 햇살 한 줄, 다 닳은 밑창에

수거함 속의 현실을 기워 붙힌다

2.폐지하철 구간 속

수거함 신발을 닮은 사람들이 가득 몰려있다

얼룩진 십 원짜리 동전으로 시간을 구걸한다

각자의 발자국들이 찍힌 바닥 위에 엎드려

한때 가슴속에 매듭을 묶었던 꿈속을 걷는다

여기저기 터진 사람들을 비추는 조명은 어디에도 없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다 해진 옷소매 속으로 차가운 자정을 묶는다

멈춰진 수많은 걸음들, 어둠속에 켜켜이 쌓여있다




별이 된 행


익숙한 행성 하나가 명멸하고 있다

도로에 펼쳐진 긴 은하수 속

걷는 형과 달리는 차의 만남은

판과 판의 충돌

쪼개지는 대지 한복판에 서서 나는 바라본다

운석처럼 떨어지는 수많은 정복자들의 발바닥

장판지 위로 눈보라처럼 휘날리는 먼지들

새빨간 목장갑을 낀 손들은

거침없이 행성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펄럭이는 수학문제집, 무참히 무너지는 옷장서랍

거대한 상자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진동의 여파가 가슴 속에 스며들어

나는 행성 밖으로 한 발짝 물러난다

문짝에 허전하게 매달린

형의 이름 세 글자, 별이 되어 상자 저편으로 사라진다




사과


어스름한 노을빛이 곳곳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오래된 골목길 모퉁이 아래로 서있는 트럭 한 대

졸리운 사내의 두 눈이 가위처럼 골목길을 오린다

페인트칠이 여기저기 벗겨진 몸으로

‘산지직송’이라는 문구가 붙은 사과를 가득 담고 있다

흠집을 포장처럼 두른 사과,

검정 비닐봉지에 담길 순간을 기다린다

이따금 손님처럼 몰려든 파리가 사과에 앉을 때도

조그만 접이식 의자에 멀뚱히 앉은 사내

연신 목구멍 다 보이도록 입만 벌려

날숨을 뱉어 낼 뿐 이이다

누런 이빨 사이로 골목길에서 썩은 반나절이 흘러내리고

깜빡거리는 가로등 빛 아래엔

딸의 스케치북을 든 사내의 시선이 뚝뚝 끊어진다

골목길의 좁은 틈을 비집고 바람이 흐른다

자꾸만 눈 밖으로 밀어내는 눈꺼풀은

점점 좁아지는 골목길 속

자신의 트럭까지 오려낸다


이름:유명훈

이메일: ysy6754@naver.com

핸드폰: 010-6281-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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