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2
어제:
45
전체:
305,912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9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38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지막 순간을 앞둔 절망적인 시간

더 이상 발버둥치기를 포기한, 아니

거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 공간.

철장 너머 이 차가운 콘크리트 안이

내 스스로가 판단한 마지막으로 이성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벼랑 끝 한 발 앞.

이제 조금 있으면 감정이 울부짖을

이미 지쳐 잠재워둔 감정이 폭발할 철장 밖.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냐는,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준 변호사의 질문

블랙커피 한잔만 마실 수 있을 까요?”라는

부탁으로 지워버리는 내 마지막 유언.

철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공유하는 시선에

이미 많은 말들이 오고가고 있다.

고마움, 절망, 두려운, 미안함 그리고 약간의

원망을 담은 내 두 눈, 하지만 고마웠다.

모두가 등을 내게 보일 때 유일하게

가슴을, 그리고 두 눈을 내게 보여준 이사람.

눈물을 머금은 채 내 두 눈을 바라보다 끝내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선. 가느다란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처음보이는 약한 모습에

터져버릴 뻔 한 겨우 쌓아 놓은 감정의 둑

때마침 간수의 손에 들려온 블랙커피 한 잔.

커피를 받아들고 시선이 고정된 커피 잔 속.

까만 액체가 나와 그의 심경을 대신해주는 순간.

 

알맞은 때와 장소에 있다가 거머쥐는 행운.

때로는 돈을, 때로는 사랑을 쟁취하는 우연.

우연, 복잡한 원인과 결과를 간단하게 만들어버리는

신의 존재를 부정해 버리는 단어, 우연.

안 좋은 때와 장소에 우연히 있다가 덮어쓴 불행.

호의를 베풀려다 뒤집어 쓴 용서받지 못할 죄.

모든 정황이 우연찮게도 나를 가리켰던 상황

수도 없이 되물은 질문, “도대체 왜? ?”

그러나 아무리 울부짖어도 나를 보든 똑같은 시선,

용서받지 못할 죄인. 그때 유일하게 내 말을

믿어줬던 내 눈앞에 나타난 이사람. 이런

인연도 우연이라면 우연. 내 두 눈의 울부짖음을

다시 온전히 받아주기 위해 떨군

시선을 붙들고 내 눈을 응시한다.

다시 시작되는 말없이 오가는 수많은

얘기들, 그러다 이번엔 내가 시선을 내린다.

 

칠흑같이 검음, 그럼에도 약간의 검붉음이

남아있는 커피.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스테인리스 컵 손잡이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

한 입 불자 사방으로 퍼지는 향기

입술을 살짝 대고 온도가 알맞기에 한 모금

입에 머물고 향을 느낀다. 마지막 커피치고는

입안에 맴도는 맛과 향이 조금

부족하지만, 다시 한 모금 입에 물고 이번에는

목으로 넘어가는, 그리고 식도를 따라

위장을 거쳐 온몸으로 퍼지는 온기,

차갑게 굳어있는 몸에 도는 생기.

 

그러자 역설적이게도 녹아버리는 감정.

그에 따라 요란히도 용동치는 컵 속 커피

살고 싶다.’ 겉으로 울부짖을지언정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내 눈 앞

이 사람 밖에 없다고 체념한 지

이미 오래전, 왼손으로 커피를 든 손을 꽉

감싸 안아 떨림을 진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곱절로 요동치는 커피.

아무리 체념한 척 해도 결국엔 드러났다.

불안함이, 살고 싶은 마음이, 억울함이

위 아래로 하염없이 요동치는 커피를 통해.

양손으로 붙들고 다시금 넘기는 한 모금,

그러곤 코와 입으로 동시에 들이쉬는 숨을 통해

얼굴 전체에 향긋이 퍼지는 커피 향. 또 한 모금,

또 한 모금, 그러다 드러난 바닥.

커피가 살짝 남아있는 차가운 스테인리스가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온기가 있는 커피가 막

사라진 커피 잔은 방안의 냉기를 담는다.

 

바닥난 커피 잔처럼 비워버린 미련

차가워진 스테인리스 잔처럼 식어버림 감정.

내가 내어난 것도, 내가 죽는 것도 모두다 우연.

더 이상 요동칠 감정도 없는 이 순간이 바로 내 인생의 절정.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커피 잔을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정중하게 부탁한다.

지금, 바로 지금이라고.

  • profile
    korean 2018.02.27 23:21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시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3 file korean 2014.07.16 4499
1070 제 15회 창작 콘테스트 시공모 / 1 신드롬필름 2017.02.07 17
1069 제 15회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지우개 외4편 1 처로롱 2017.02.07 28
1068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고장난 사진기 외 1편 1 그랑 2017.02.07 16
1067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이별 외 3편 1 김현빈 2017.02.07 29
1066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종소리 외 4편 1 댄서최 2017.02.07 14
1065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겨울산 외 2편 1 밤하늘 2017.02.07 16
1064 제 15회 창장콘테스트 시 공모 / 품전등화 외 9편 1 솔잎 2017.02.07 25
1063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초상화 외 3편) 1 사서 2017.02.08 28
1062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 나의 자리 외 3편 1 룰루랄라 2017.02.08 25
1061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방황 외 2편) 1 논두렁 2017.02.08 19
1060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알뿌리 외 3편) 1 치타 2017.02.08 11
1059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꽃날알 외 4편) 1 뜸북 2017.02.08 29
1058 제15회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뱃속 거지 외 3편 1 양성국 2017.02.08 19
1057 제 15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낮달 외 4편 1 김아일랜드 2017.02.09 30
1056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1 간절한사람아 2017.02.09 19
1055 제 15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가회동 언덕길(외 4편) 1 시인의봄 2017.02.09 31
1054 제 15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잎 외 4편 1 소중한글 2017.02.09 25
1053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눈 외 4편 1 오초록 2017.02.10 26
1052 제 15회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 동굴 외 4편 1 백목련 2017.02.10 24
1051 제 15회 창작 콘테스트 시공모/날개 외 4편 1 야스민 2017.02.10 35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94 Next
/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