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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


우리의 것이 아니니

질겅질겅 씹으시오

하이힐 뒤꿈치로 긁어버리고

왼팔은 구십도로 접은 후

손등으로 인사하시오

잘가게나!

오른손은 안되오

오른손은 핸들을 잡아야하니

우주적 고독 속에 영원히 인사하시오

우리의 것이 아니온게

미련을 남기지 마시오

스펀지처럼 쥐어짜고

온몸으로 내뱉으시오

내뱉을 때에 주변을 경계하고

부끄러운 왼손은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오른손을 열기없는 산송장으로 사시오

머츰허이 사시오

우리의 것이 아니니!


자연


개미로

휴지를 잡았다


달빛으로

망원경을 모았다


사랑으로

이성을 하였다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았다


가장


어둠이 흩어지는 불빛에

흰 눈처럼

잔잔한 노래가 새어 나올 쯤

반은 이어폰을

반은 게슴츠레 다가온 가을밤을 꽂았다


길거리에 한 가장이 나딩굴 때

‘라이따’만큼은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었다


꼬부라진 허리는

등줄기에 걸린 경멸과 같이


구렛나루만 남은 머리에는

한숨으로 서리가 내려앉았고


안경은

가면의 가면이 되어

호호-입김을 불어

열십자를 그어

창문을 만드니

꼼짝없는 감옥의 죄수가 되었다


저 멀리

마뜩치 않은 여성을 보고

우리 아들 학교 언제가!

다가오곤,

개학했어 인간아 집좀가!

헛헛한 기분에

가을밤은 참 많기도 하구나


습기찬 밤이

그의 눈가에 서리어있었다


경륜장


지훈이는 한 달 일해서 번

87만 6930원 돈으로

자치방 월세

교통비

식비

핸드폰요금

학비

노는거 이외 모든 생활비를

숨쉬기 위한 최소한의 것으로 전부 써버린다

그것도 사실은 어림도 없어

대출도 받아쓰기 시작하는데

실체가 없는 귀신같은 녀석이

나긋이 매일을 쫒아다녀서

영원한 악마의 경주에 시달리는 셈이다


그 경주를 전전긍긍하며 보는 사람들이 있다

스크린 속에서 달리는 자전거에

자신의 하루 일당을

몽땅 걸어버린

노가다꾼과

역 앞에서 앵벌이로 번 짤짤이를

한오라기 지푸라기처럼 쥐고 온

노숙자와

가정에서 위치를 잃은 갱년기

부인들과

새침데기 눈웃음의 발매원에게

남성다운 위압감을 힘주어 보여주나

사실은 다리 한쪽

눈알 하나

손가락 두 개를 잃어버린

장애인이 그들이다


오늘은 2000명 닭들이 왔다

양계장의 닭들이 모가지만 겨우 내밀 수 있는

허공에다가

목이 터져라 터져라 외쳐대는데

사실은 가슴이 터졌으면 하는 바람과

자전거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이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었다

2000개의 자전거가

누구도 이길 수 없고

누구도 질 수 없는

무한의 경주를 벌이는데

이들의 덧없는 놀음의 실상은

어째 2000명 모두가 지고마는 것이었다


이들을 양계장의 닭 정도로 관리하는 공장주가

또 다시 스크린으로 닭들을 관리하는데

오늘은 공정거래팀에서

AI방역검사가 나오는 날이라고

매사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점장은 차장에게

차장은 과장에게

과장은 대리에게

대리는 지훈이에게

지훈이는 동료들에게

매번 같이 한쪽 팔은 겨드랑이에

다른 팔은 이마에 대고

말과 말과 말 사이의

공간을 읽어대듯

이해할 수 없는 궁시렁을 지껄인다


사무실에서 지훈이를 부르더니

닭싸움이 났다고 해결하라 한다

키가 186에 몸무게95인 지훈이는

닭들의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핏물까지 빼버리는데

그리곤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으쓱대며

정의구현을 실현한 위대한 노예의

타이틀과 함께 힘찬 한숨을 푹 쉬고 말았다


사무실을 감시하는 본사팀의

스크린 옆에는 영광의 모토가 새겨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자원봉사!


삶 것


이 밤에 또다시 매미가 울기 시작했어

저벅저벅 가을의 소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도 아늑히 멀어있어

15년을 쓴 배개는 

가시가 돋기 시작했어


이 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사실로,

내 고백컨대,

시는 잘못이 없었어

우수에 찬 여름!

헛비행 하던 하루살이도 잘못이 없었어

그래 얼굴로 가면을 썼어!

그래도 잘못은 아니었어

잘못은 아니었어

잘못은 아니었지


하지만

시도 죽었고

하루살이도 죽었고

우리도 죽었지

죽어서 두려움에 떨어


무엇의 잘못도 아니었지


매미는 가로등을 봤어

태양이 아닌걸 깨닫고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어


시인은 시를 덮었어

시를 읽지 않고

시를 쓰기로 했어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로 했어

하루에도 몇백 개의 하루가 있었기에

덧없는 찬란한 하루를 살기로 했어


우리는

우리의 잘못도 아니었고

우리의 잘못도 아니었지

우리의 잘못도 아니었어!

비구님스님


엄마가 스님이 될 거라고 말했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음 생애라고 미련을 남겼을 때

그 말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엄마는 학교 얘길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토끼풀 먹는 것이

토끼보다도 못한 삶이었다고

아빠 없는 4남매는

물론 중간에 언니 한명이 죽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처럼

끝을 흐렸을 때

엄마에게 유일한 방패막이는

내가 지금 이 집 샀다는 것이다


엄마는 유기농식품 지부장이었다

순하고 붙임성이 좋아

뭘 해도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 때도 엄마 등 뒤에는

돈의 그림자가 있었다


아빠는 광주 출신에

역시나 순박했던

하도 가난했던

소심했던 시골청년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생활면에선 엄마를 많이도 괴롭혔을 것이다


엄마가 스님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갱년기로 알고들 있지만

사실은

무뚝뚝한 아빠와

자기밖에 모르는 누나와

군대 가서 여자친구만 찾는 아들과

아프지만 추억으로 미화된

가난했던 과거와

돈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로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와

주부라는 보상 없는 영원한

노동과

전업주부라는 대한민국의

이중적인 낙인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스님이 된다고 얘기했을 때

사실은 우리를 낳은 것이

실수였다고 생각할 것이 짐작된다

엄마가 108배를 할 때면

상가 옥상의 어설픈 절에 배어 있는

케케묵은 구더기냄새 보다도

더욱 절이 되었고

절의 유일한 스님보다도

더욱 스님이 되었다

엄마 나이 50이 되어서

엄마는 엄마로서가 아니라

아내로서

주부로서

여자로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 세 글자로 살아갈 수 있었다


끝내 출가를 하였다

절이 아니라

호스피스 병동으로 출가를 하였다

말기암 환자들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고

피와 토를 받았다

삶과 죽음을

혼자 살지 않았고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

머리를 자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엄마를

비구님 스님이라 불렀다


연락처:010 7436 8585

이메일:luckycjl_222@hanmail.net


  • profile
    korean 2017.08.31 17:21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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