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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4 23:26

불씨를 던지며 外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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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던지며


다 태우지 못한 불씨를 던졌습니다
낯선 곳에 뉘인 갓난이처럼
울음이 오래오래 흩어지더군요
더 이상 젖이 돌지 않는 어미의 앙상함으로
나 그곳에 웅크려 앉았습니다
기다림이 춥다고 느끼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어버리는 까닭에서일까요
밤은 나의 어깨 위에 외투를 둘러주고
불씨와 나 사이를 서성입니다
불씨는 아직 붉고 환하지만
호흡이 가닿지 않는 자리에서 정체되어 있습니다
한줌 바람이 울음을 쓸어갈 테지만
그 뿐, 지난 날은 잿빛으로 연소되어 있습니다
더 태워야 할 것들만 남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풀벌레 울음이
더 어두운 밤을 데려옵니다
밤의 외투는 점점 두터워집니다
외투의 두께가
나 여기
오래 앉혀두고
기다림은 예감처럼
목젖이 서늘하고

영세민 아파트
 

다산성 가축의 젖꼭지처럼
영세민 아파트 창문마다
새벽 불
밝는다
빨아도 빨아도 젖색이 돌고
닳지 않는다
아침이 가까워올수록 빛보다
항상 빚이 가까웠다
파스 위에 파스 한 장
어제 붙인 자리 옆에 또 한 장 붙이고
대기소 앞 군불에 모인 아비들
소여물 같은 함바집 씨레기 한 사발 들이키고
모래 시멘트 등짐지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등짐이 생활처럼 점점 무거워졌을까
뙤양볕에 어깨가 짓무르는 동안
가난보다 섦은 진물이 등줄기에 흘렀을까
몇 권의 전공서적과
대학노트가 든 가방을 멘
대학친구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게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는 듯
점심값을 계산했다
십팔, 십팔 평에서 가장 좁은 내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 핸드폰 전원 껐다
그 사이 런닝샤쓰 다 젖은 아비가 돌아온다
아비는 전기세와 수도세 보험금
임대료 빚이자 같은 지출금을 가계부에 적었다
십팔, 십팔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점심값을 낸 대학친구를 생각하는 동안
옛다, 한 달 생활비
아비가 건네는 삼십만 원
목 늘어난 런닝샤쓰 위로
늙은 가슴
검게 그을린 젖꼭지
툭 불거져 있다
나는 가만 이불을 다시 뒤집어썼다


밤의 혈관

   

골목마다 밤이 혈액처럼 차오른다
하릴없이 첫눈 내리고
밤의 경로를 따라 가로등 밝는다
 
맹목적인 적의로 땡땡 언 손 주머니에 넣고
나는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 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여긴 어디?
언젠가 와본 적이 있는 동네
사시사철 집집마다 태극기를 걸어두는 동네

문을 걸어 잠근 녹슨 대문들은 저마다 이정표가 된다
길을 묻고 물어가는 동안
아래로 쭉 내려가는 동안 빨간 대문이 셋
그 중 하나 앞에서 골목 어귀를 돌아
다시 쭉 걸으면 된다는데……

백혈구 같은 눈발이 어깨에 쌓인다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길이
걸어온 길로 나를 되밀어놓는다

조금 더 노골적인 적의가 신발코를 얼린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했을
나를 반기지 않을 얼굴 몇이 떠오른다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맞는다

가로등 아래
내 그림자
병균처럼 뾰족하다


 

풀꽃의 연립성

  

젖 한 모금
볕 한줌 있는 곳 어디로든
뿌리는 뻗어간다
뿌리의 가능성은 길이 된다
집 한 채가 된다

뿌리의 네트워크는 기억하고 있다
짓밟힐 곳에서는 애초 싹을 틔우지 않아야 한다

전봇대 아래서
보도블럭 외곽에서
풀꽃은 자라난다
발길과 입김이 가닿지 않는 자리에서야
한숨한숨 떨고 있다
  
오늘은 여기, 그리고 이곳은 길이 될 것이다
내일은 몇 걸음 뒤로 밀려나
풀꽃
서로의 거친 손등이라도 단단히 움켜쥐고
자라날 것이다

  

석류
  

석류 한 알, 덤으로 받았다
나머지로 남겨졌던 너는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수분기가 없다
  
이제는 견딜 수 없어 열어젖힌
너의 충혈을 마주본다
툭툭 불거진 혈관마다
물기 머금었던 이야기들 부풀어 있다

끝에 홀로 서 있다는 생각
스치는 입김 한줌만으로도
전부를 열어보이고 싶기도 하겠지
비루한 한 날의 격정이 차라리 나았으므로
열망은 매번 두려움을 앞섰다

시큼하고 텁텁하다
그리고
침이 고인다
한 번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맛이다

다 비워질 때까지
너는 점점 더 벌어진다



디레인 / gusdn7133@naver.com / 010 6644 7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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