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관
덜컹덜컹,
흔들리는 전철 안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지긋이
끔뻑끔뻑, 한 번 더 지긋이
바라보면 창밖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하이얀 기계가 속삭이는 소리에
매일 지나는 길목을 배경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만개하는 꽃의 의미도 달라지고
난개하는 아이들의 웃음은 각자의 의미를 되찾는다.
4분 12초
짧다면 짧은 음악 영화 속엔
몇 해가 지나도 지지 않는
어느 여인의 유념이
눈물에 녹아든 당신을 걷어내는
어느 노인의 노력이
우리네의 인생이 담겨있다.
詩慾
시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
노력하면 아니 된다.
딸깍,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대산문학상이네 계명문화상이네 하는 잔치를 기웃대며
대상작을 읽어보면
아따, 시 한번 참 자알 지었다.
그 많은 시문들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면
그것들이 땔감이 되어 내 가슴에 불을 지핀다.
불 위로 꽃피는 아지랑이
내 가슴 찰랑이는 아즈랑이
그것은 詩慾
내 생에 그런 글 한 번 지을 수 있을까
몽글이는 가슴 부여잡고
시 정녕 노력해도 아니 되는 걸까
자문 했을 때
가슴 깊숙이 詩慾이 말했다.
노력하면? 아니, 된다!
기숙사 가는 길 1
양 손엔 한가득 무거운 짐을 이고, 정든 고향 초목과 할머니의 눈물을 등진다. 내 고향 비록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황금빛 소 음메- 울지는 않지마는 매 주위를 돌아보면 천지 산과 나무뿐이다. 시내로 나가는 마을버스 달성7번을 타러가다 흐읍, 괜스레 고향냄새 한 번 맡아보면 초록색 풀냄새와 달큰한 교회 냄새, 구수한 마을 늙은이 냄새 그리고, 비릿한 할머니 눈물냄새가 코끝을 감싼다. 촌구석과 어울리지 않는 유니클로, 대구백화점 종이가방을 양손 가득 진 내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는 70, 늙은 노인. 그녀의 시야를 가리는 건 몇 달 전 발병했다는 백내장인가, 뿌연 눈물인가. 20년 동안 뱃속에 품고 있던 아이를 출산하는 산통을 겪는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가시지 않는다.
이건 도마도고 이건 검은 콩 볶은기다. 기숙사에서 배고플 때 마다 무라
축축이 젖은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문지를 수밖에
70 나이에 걸맞게 쭈글쭈글, 갈색 피부는 탄력을 잃은 듯 빛을 바랠 수밖에
마지막으로 그녀를 꼬옥 앉고 올라탄 버스에서 탱탱한 자태를 뽐내며 볼을 빨갛게 붉힌 토마토를 바라보다, 한 입 베어 물고 쪽쪽 빨아댈 수밖에.
애상
너를 생각하는 것은
하루 내내 계속되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내 눈 앞 아른거리는 네 모습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텅 빈 교실, 하얀 커튼 천이 펄럭일 때에도
네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벚꽃 비가 내릴 때에도
네가 가장 좋아하던 피아니스트의 연주곡을 들을 때에도
난 너와 함께 있는 듯 착각을 하곤 했다.
여름 중
쉴 새 없이 내리는 장마처럼
작달비를 쏟아내는 눈물샘 위
표류하고 있는 너를 걷어내는 것은
피차 너나 나나 지독하게 힘든 일
한 때의 장맛비처럼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구토
울렁-
하루에도 몇 번
내 속은 울렁거린다.
새하얀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을 하기 여러 번
입은 쓴 위액을 뱉어내고
눈물샘은 눈물을 뱉어낸다.
너를 지우는 일은
내 속에 너를 게워내는 일
뱉지 않을 거야 아니 뱉지 못 하겠어
참으면 참을수록 더욱 역해지는
너를 게워내는 일은
너를 지워내는 일은
이리도 힘이 든 일
서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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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rr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