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을 사랑하다
순간 스친 그 모습에 넋을 잃고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았습니다.
떨어지던 꽃은 떨어진 꽃이 되었지만,
내 맘이 떠나지는 않았지요.
쉽게 떨어진 꽃은
향기 잃고,
종국에는 그대, 문드러져 석어 버릴 테지만,
나 여기 꽃나무 자리에서 기다릴 것이에요.
한 냥에 기억과
한 줌의 땅 먼지를 품고,
떨어짐이 헤어짐이 아님을 반증하며,
꽃 향을 그릴 것이에요.
언 손
언 손에 입김을 불어주소.
다섯 갈래 단풍 같은 몸이 녹지는 않더라도
나와 그대 이 추위 속에서 나란함을 날숨으로 알려주소.
기온을 내리 끄는 냉기와
햇살을 쳐내는 바람에도
언제까지 온기를 불어주겠다고......
촉촉한 입김으로 계속해서 말해주소.
그렇게 그대 숨 뱉는 입술이 되어준다면.
나 이 손으로 그대 입술의 포근히 덮어주리
낙엽
삶에서 추락한 생명의 근원은
퍽퍽한 피부조각.
혈액은 증발하고서,
껍질은 추락하고서,
제 딴 다붓이 붙어있다만
안된 이들이 그러하듯이
석화된 혈관으로 전해지는 온기 따윌랑 없으리
피부 속 핏기가 가시고 떨어지기 전,
아무개의 책갈피가 되고자 했던 마지막 전언조차
행인의 발꿈치에서 가루가 되어
목 메이는 하늘 화장터의 연기처럼 나릴리라
마른 가지 가여워
제 속 마지막 타액까지도 내어주고 추락했으리라
앞서 간 피부조각 보며 흘릴 눈물조각도
아까워 내주곤 마른 눈물 흘리었으리라
그 세상 누군가, 낙엽에 저를 투영한다면, 그는 안된 이리라
낙엽수
당연하다시피 내년을 기다리며
가지에 머물 수 있기를,
황혼에서 뜨는 첫 별을 보며 기도했다.
불긋하게 단풍의 색을 머금고서도
낙엽이 되지는 말아야지,
한창 높아진 하늘 아래에서 되뇌었다.
마침내, 낙엽수의 마지막 잎새가 되었을 때,
살결 다 떨어진 잎맥으로 미소 지으며
벚꽃의 잎사귀를 바라보겠다.
주름을 보며
여름, 여인네 손가락마디 같이 그늘진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내 손가락이 주름 질 때
내 마음 속을 걸어보고 싶다.
응모자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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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을 애타게 갈구하는 계절입니다.
추우면 아무것도 못하지요.
몸이 따뜻해야 온정도 우러나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