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내 생활에 빨간 불이 켜졌어
누구는 매너리즘이래
아무리 고급지게 포장하려 해도
이건 권태기
내 삶에 지치고 질리고
힘에 겨워 뱉는 말은
살고 싶다
고독함에 스스로를 껴안았어
눈물이 뚝뚝
살기 싫어도 살고 싶은
요즘 나는
권태기
별
나는 그가 너무 부러웠다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그를 미워하고
시기했다
그 애는 태양이야
모두들 그를 사랑해
문득 밤 하늘의 별을 보았다
그가 태양이라면, 나는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태양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제 빛을 낼 뿐이다
나 또한 하늘에서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빛을 내는
별이다
낯선 곳에서
눈을 감고
우리 집을 떠올린다
아빠의 책장 넘어가는 소리
엄마의 매콤한 제육볶음
-숙제 다 했니? 이리 와서 양파 좀 썰어라.
-내가 할게. 우리 딸 공부하네.
-그럼 여기서 이거 썰고 있어봐. 마늘 좀 내오게.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고
피식 웃음이 난다
눈을 뜨면 금발의 파란 눈
외국인이 가득한데
실바람엔 알싸한
마늘 냄새 실려온다
싹을 틔우네
재잘재잘
고백을 하네
볼우물 한 가득
설렘이 차오르네
사랑을 노래하던
침 한 방울로
우물 깊이 끌어온
설렘으로
메마른 감정에
사랑 싹을 틔우네
파릇파릇한
풋사랑이 트네
오해와 진실
사랑은 달콤하다 했다
첫 키스는 짜릿하다 했다
꽃 길을 걷는 듯 사뿐사뿐
살랑거리는 봄바람이라 했다
온통 좋은 얘기만 듣고
사랑은
사탕이로구나
꽃밭이로구나
으레 짐작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비리기도 하고 쓰기도 한 것이
매콤하기도 하고
딱딱하고 제 멋대로 난 길에
주저앉아 울게 만든다
이제 보니 사랑은 사탕이 아니라 밥이다
좋은 반찬 싫은 반찬
가릴 것 없이 다 나오고
싫으나 좋으나 손이 가는 밥이다
나름 가정 식 백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