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정전
타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심장을 닮은 초가
촛농을 흘려
앓고 있는 것들을 쏟아냅니다
흐르는 것은 흐르고
남겨지는 것은
한 자루의 위태로운 불빛
남겨진 이들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납니다
그러나
우주를 점화했던 생명의 불꽃도
처음에는 작고 약한
점과 같은 빛이었나니
오늘도
밤이 저물고 별빛은 조용히 식어갑니다.
달도 숨죽인 이 새벽
당신을 꺼뜨리는 것은
정녕
정녕 무엇입니까?
대학로 카페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 내리던 그 길 나란했던 발자국 위로
에스프레소 향 미련이 퍼지면
쌉싸름한 후회의 아련한 끝 맛만이
기억의 혀끝에서 맴돌 뿐 이었다
따뜻한 머핀 같은 망각의 달콤함은
입 안 가득 퍼진 쓴 사랑을 덮고
커피 연기처럼 피어오른 시간이
창문 밖으로 멀어지는 얼굴을
뿌옇게 흐려갔다
유리창을 안타깝게 문지르던 손바닥과
내리는 눈에 서서히 서서히
덮여가는 발자국
기억은 그 위로 눈처럼 쌓이고
잊혀가듯 눈 녹는 계절을 지나
다시 추억처럼 눈이
내리는 밤.
문득 떠오른 아련함으로 되돌아보았을 때
마음 속 깊이 찍힌
나란했던 발자국으로만 남아 있는 것들을
이젠 받아들이려고 한다
(아아)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