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희
제 가슴속에 폭포가 생겼습니다.
이 폭포는 흘러 흘러
제 마음을 가득 물로 채워 놓습니다.
더 찰 곳 없는 마음에
눈가엔 촉촉함이 새어나옵니다.
제가 잠긴건지
세상이 잠긴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잠겨있습니다.
흐리지 못한 채
뇌리
청희
이곳은 꿈
한 마리의 나비가 일렁입니다.
다가오는 듯 보이지만
제자리에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제 마음속에도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바람을 따라 나비가 들어옵니다.
그 나비가 다시 날아가지 못하도록
입술로 제 마음을 전합니다.
이곳은 가로수 불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뇌리에 박혀
이 길을 가득 채워
발 디딜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비가 다시 날아올 때까지
그저 서 있습니다.
바람
청희
그대가 왔어요.
그대를 따라 올라가다
많은 것을 보았어요.
많은 것을 담았어요.
더 보고 싶었어요.
더 담고 싶었어요.
어느새 커진 마음이 무거워져
그대가 멀어져요.
그대가 부네요.
그대를 따라 올라가서
그대만 보았어요.
그대만 담았어요.
강아지
청희
추위에 홀로
주인은 어디에
언제 오나 밖에 앉아
눈 내리면 주인님 오시는 길 미끄러울까
걱정스레 짖어보지만
언제 오나 밖에 엎드려
감겨오는 눈꺼풀
뿌예지는 시야 속
이제야 주인님 보여
달려가 안겨보지만
추위에 홀로
주인은 어디에
강아지는 따뜻한 곳으로
전쟁
청희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립니다.
사람들은 모두 둥근 방패를 쓰고
혹시나 빗방울이 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어느덧 방패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쏟는 공격이 끝나자
사람들은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긴 창을 들고
빠른 발걸음으로 반격을 시작합니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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