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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20:45

스탠드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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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길을 잃었다.

광막한 바다에서

무서워 울었다.

방 안 가득 어둠이 들이차고

파도가 넘실거려

배가 하염없이 흔들렸다.


빛이 너무나 많아

집어등인지 등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오징어인지 나방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헤엄을 치다 환한 덫에 걸려

수천 마리의 시간들이 포획되어 죽어가고

밤과 잠이 그물에 갇혀 파닥거린다.

따뜻한 위로인가 해서 닿았다가

날개 모양 심장에 화상을 입고도

번번이 빛과 빛을 혼동하여

날 수 있을 만큼 자라지 않는다.


네모난 섬 밝혀주는 등대 아래로

하얀 배 펼쳐 놓는다.


딱딱한 사막 같은 섬 위에

정박한 배는 어디로 가야할는지

빛을 쬐며 어둠을 뚝뚝 흘린다.






아름다운 의존



굳게 입을 다문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고

아늑한 거실 소파에 앉아 안경을 쓰고 tv를 본다.

그저 함께 데리고 다니면

더 잘 보여준다던 선한 제안.

눈에 힘을 잃어가던 나는 끄덕였고

그는 두 다리 활짝 벌려 말 등 위에 올라탔다.

쩍 벌린 자세로 편안하게 앉는다.

안경이 발하고 말이 따른다.

tv가 발하고 사람이 따른다.


콧잔등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안경의 무게에 

눌린 자국이 짙어지고 

안경알이 두꺼워질수록 관계는 깊어진다.

안경 창은 바람을 막아주고

안경 화면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저 등에 약간의 무게만 짊어지면 그뿐,

호호 입김을 불어 닦는다. 






빨래줄


몸이 흠뻑 젖은 날에는
온통 쭈글쭈글해지고 왜소해져선
그에게 가서 기댄다. 

눈물콧물을 탁탁 털어주기도 하고
혹시 떨어질까 꽉 붙들어주기도 한다.

힘껏 안아 올려 비행기도 태워주고
펄럭펄럭 그네도 밀어주고
달리기도 하다보면 
어느새 구겨지고 접혀진 자국들 대신
뽀송뽀송한 미소가 번져 있다.

산뜻하게 말라
날아갈듯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간 자리
밤이슬에 축축해진 그는
기댈 곳을 몰라
허공을 밀며 거기 서 있다.





저자와의 대화


엉덩이를 내밀고 돌아서서 울고 있는 너를
구석에 박혀 누군가가 꺼내주길 기다리고만 있던 너를
두 다리 모아 무릎 사이 고개 묻고 있던 내가
얼굴에서 넓적다리를 타고 호흡을 흘려보내던 나 같아서
장식 혹은 잉여
딱딱하게 굳은 너의 등을 두들겨
놀란 네가 몸을 떨자 묵은 때가 벗겨져
가려운 네 몸에선 책벌레가 나오고
네가 부드럽게 한숨 쉴 때 마다 오랜 종이 냄새가 번져
곰팡이처럼 눅눅한 너를 어루만지고
너는 습기처럼 축축한 나를
오탈자가 많은 나의 몸을 읽어
나를 읽은 글자 위에 나는 부드럽게 얼굴을 묻고
오래 전에 마른 잉크의 냄새 맡아
따뜻한 잉크와 백지 사이의 포근한 공간에 몸을 풀어
너는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는 한숨처럼 엉겨들며……





기침


그는 어느 날 아침 깨어났을 때, 한 방울 침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입 안에서 '오늘 일정이 밀리면 제 때 일을 마치지 못 할 수도 있는데, 큰일이군.'하고 생각했다. 
아무도 소리 내어 명령하지 않는다.

공기는 대열을 이루어 기도를 드나들고
침은 줄지어 식도로 내려간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이 사이로 지나간다.
좁고 어두운 동굴을 통과한다.
장기에 도달하면 쉴 수 있어.
격려 받으며.
저마다 세월의 때를 등 뒤에 하나씩 얹으며 
청춘의 빨간 산소를 태워 아름답게 빛난다.

한 번의 잘못 뱉은 날숨이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고
액체의 길과 기체의 길 앞에서 길을 잃은 침 
사래가 걸린다.

순간
잘못 들어선 길을 통해 바깥으로 튀어 오르는
저 침의 역동적인 탈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잠시 후 
입 속의 세계는 놀랍도록 규칙적이다.





박신화 
somia406@hanmail.net 
010-3056-5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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