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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봄날 오후 철쭉 공원에 갔지

모자 쓴 늙은 연주자가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었지

개를 보듬어 안은 노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렸지

하모니카 검은 틈새로 말간 눈물이 흘려내렸지

흐리던 하늘이 점점 푸른 빛을 띠었지

원추리, 비비추, 꽃잔디가 화음을 넣었지

산책하던 이들, 박자를 맞추며 모여들었지

'동그라미 그으리려다~무심코 그으린 얼굴~'

늙은 하모니카 연주자의 등뒤로 잠깐 봄햇살이 어렸지

투명한 비눗방울 속에 슬픈 얼굴들, 둥둥 떠올랐지

공원 철쭉이 봄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걸 오래 지켜보았지

 

늦봄, 안개비

 

늦봄, 안개비가 새벽거리에 내려요

길고양이는 음식쓰레기를 헤집고

노인은 젖은 종이상자를 주워 모아요

편의점 앞, 으깨어진 오렌지와

유리알처럼 흩어진 막대사탕과

목이 반쯤 꺾인 생수병이 보여요

물웅덩이에 고인 분홍 벚꽃잎들은

청소부의 검은 빗자루에 들러붙고

흰 목련은 시든 양파껍질마냥 나뒹굴어요

쓰레기봉투는 난간에 기대 봄비를 맞고

전봇대 밑 민들레가 묘비처럼 돋아나면

어미고양이의 곡소리가 아파트 담을 넘어요

샛노란 개나리가 발끝에 툭툭 채이고

까만 비닐봉지가 공중을  떠돌아다녀요

밤의 가로등이 일제히 그 불빛을 거두면

독버섯같은 우산을 든 사람들, 하나 둘 거리를 메워요

 

자목련

 

진종일 태양을 바라보다 지쳐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자지러지는

희고 붉은 눈물자국 찍힌 더러운 손수건을

땅바닥에 패대기치고는

시들어져도, 밟혀도 꽃!

악다구니를 쳐대는

흰 목련에 치어 알아보는 이 없이

땅위를 슬슬, 쓸쓸하게 쓸고 다니는

하염없는 꽃

오목한 물웅덩이라도 있음

그곳에 첨벙, 잎잎이 져내려

누군가의 가슴에 동그란 파문이 될

자줏빛 바가지 행세라도 하련만,

구름 잔뜩 낀 날

태양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다

해질녘, 스스스스 지 몸 거두는 자목련

 

고양이의 유희

 

한낮, 마루 밑 어둠 속에서 

고양이가 공 가지고 노는 것 본다

 

노려보다 덤벼들고

굴리다 멈춰서고

할퀴고 달려드는 저 맹렬한 몸짓

 

노동과 유희가 하나로 결합된

완벽한 퍼포먼스 그 자체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썼다 지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내 허무한 노동과는 사뭇 다른 저 유희

 

한낮에 난 고양이가 되어

슬그머니 마루 밑 어둠을 타 기어들고

고양이가 둔 공을 초조하게 만지작거린다

 

문득 시가 쓰고 싶어진다

미친 듯 펜을 굴리고 싶다 

 

비와, 엄마

 

비 철철 내리는 오밤중에

아부지 장화신고 논에 물꼬트러 간 엄마

차디찬 개울물에 맨손 들이밀어

벼논에 물꼬를 트고 온 엄마

마루 요강에 걸터앉아 하품하는 내게

-논둑을 걷는디 잠디 하도 퍼부어서

눈을 감고 걸어간께 좀 낫드라- 하시던,

-비와, 엄마. 얼릉 들어와 자자

장화벗어 수돗물로 말끔히 닦아놓고

비옷 탈탈 털어 빨랫줄에 내걸고

방에 들어온 울엄마 몸 위로

밥 연기 같은 흰김이 폴폴 솟고

쏴쏴, 빗소리 자장가 삼아 들으며

엄마 가랑이 사이에서 난 잠이 들고

벼논에 황금빛 볏물 출렁이는 꿈을 꾸고.

 

응모자 성명:장명숙

메일 주소 jms0405kr@hanmail.net

손전화 010-2694-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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