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민들레 씨앗
바람에 흘러 섬에 도착했다
바람을 따라 멀리도 날아왔다
한참을 흘러 섬에 도착했을 땐
내가 떠나온 곳은 온데간데없다
다시 바람에 몸을 싣는다
혹시나 돌고 돌아 다시 그곳으로 갈까
또 바람을 탄다
바람 속에 들리는 엄마의 부름에
목이 찢어져라 대답해보지만
허공에 흩어진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그가 결심한 듯 내 위에 한 자 한 자 적기 시작해요
지웠다 적기를 반복하더군요
나를 구겼다 폈다
버렸다 주워담기를 여러 번
이미 많은 글들이 적힌 터라 남아있는 자국을 보며
망설이더군요
적지 말아야 할 글들이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이
내 위에 남더군요
나는 그냥 그에게 한 장의 종이겠지만
쓰는 동안 닿아있는 손이 따뜻했으니 남은 글들을
다시 적게 놔두기로 했어요
아직 본론은 시작도 못했으니
할 수 없는 것
바다 속 물고기야 언젠가부터 나는 널 사랑한다
아마 넌 내가 짐작하는 곳보다 더 깊고 더 멀리 살겠지
아무리 널 사랑한다 해도
난 바다에 살 수 없고
아무리 네가 보고 싶다 해도
너와 영원히 함께 그 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
들여다보면 닿을 것 같아서 손을 뻗어 보지만
너는 보이는 것보다 가깝지 않다
옆에 두고 만져주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싶지만
나는 물 속에서 살 수 없으니 이렇게 들여다 보는 게 다이다
너무 그리우면 바다에 뛰어 들겠지만
그 날이 아마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되겠지
물고기야 우리가 만나는 날이 온다면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꼭 안아줄게
이어폰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문을 닫는다
다른 사람 소리엔 관심이 없는지
귀에 문이 닫혀있다
바쁜 사람들은 하루가 짧아
남의 인생엔 관심이 없다
저 학생은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주름살엔 관심이 없고
저 아저씨도 앞에 앉은 노인네의 인생엔 관심이 없다
새로 버스에 올라 탄
사람들도 문을 닫는다
오늘도 사람들은 문을 닫는다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다툼
방 한 칸 침대 위 정리 안된 옷가지들 위에 누웠다
어지러운 방만큼 머리가 복잡한 사람이 있다
속상함을 힘껏 내쉬었다
방 한 가득 속상함이 뿌옇게 쌓인다
다시 속상함을 들이 마신다
창문만 열어도 모두 달아날 텐데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번 더 잠긴 문을 확인한다
사람은 속상함에 눌려 먼지가 되고싶다
이름 : 김효주
메일 : kimhyojuamy@naver.com
전화 : 010 7365 6778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늘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