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가마귀
가볍고 차갑고 옅은 파랑 앞에서
노란 위액과 붉은 피를
떨어뜨리는 갈가마귀
이상은 이상 이하였고
그는 흉내내길 좋아했죠
파랑은 그의 위에 동그랗게 떠 있어요
함께 어깨를 기댔다고 생각했던 그 거리에서
당신은 나에게 기댄 체하며 내 어깨에 그렸던
L.O.V.E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사랑 냄새였지
날개 냄새나는 당신
+
사체가 되어버린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운 사람
사실 파랑이 죽었어요.
안녕 한거죠
갈가마귀 날아가는 저녁하늘 아래서
이상 냄새나는 당신과 안녕해요
유년
화장실은 제 자리에요
컴컴한 거실과 거실바닥
흩뿌려진 초록 핏방울
누구의 것일까
제 손목에 칼을 들이민다
제 손목의 상처는 어떤 폭력이 환산된 금액입니다
제 도피의 기록이죠
저는 그 것으로 빵을 사먹었죠
화장실은 제 자리에요
동생은 왕왕 울고, 화장실은 내 자리고,
아버지는 칼을 들고, 아니 입에 물고,
"너희는 전부 엄마 편이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줄줄
검은 연민이 제 팔과, 다리와,
온 몸을 감싸죠
어린 사자는 자라서
아비사자를 물어 없앤 답니다
그렇게 아비사자가 된 그 새끼는 또 물려 없어지고
아, 어머니 이것이 당신의 아들입니다
좋아요
우선은 떡잎이 노란 나의 세계
죽은 시간의 시체속을 걷고 싶었는지 모른다
윙윙거리는 파리떼와
티끌 한 점 없는 너의 세계
신생아의 몽고반점이 사라지길 바랬다
시체들이 쌓인 플랑크를 들여다 보면
초록색 파란색의 부유물들이 시체를 삼킨다
Why so serious
조커의 웃는 얼굴에 식칼을 박고 싶다
초록색 플랑크톤은 시체를 뜯어먹고
남은 자리는 언제나 더럽다
활주로를 길게 달리는 개와
오래된 도시의 낡은 책 냄새
낙엽이 바스락대는 낯익은 소리가 좋다
플랑크는 언제나 더럽다
그 곳에는 초록색 파란색의 플랑크톤이 있다
쓰리썸
당신이 말해요
우리의 세계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모서리가 너무 많이 닳아 이제는 맞닿을 수 없다고
이해하기에는 멀어져 버렸다고
두 선분의 교차점처럼
잠깐 마주친 외줄처럼
코 끝에 머무르다 사라진 아카시아처럼
중얼거린다
우리는 애초부터 엑스자 선분이 아니었다
우리는 삼각형이었다
그렇다고 쓰리썸은 아니었다
다자이 오사무
그 형님은 여자와 죽었대요
여자가 아내는 아니었죠
여자는 그였고 그가 여자였어요
그리고 나는 여우처럼 운다
인간실격
마네킹이 나에게 지껄인다
수신되지 않는 전화음이 기쁘다
죄 없는 어린 날개는 가볍게 날아오르고
마네킹은 날지 못하고, 초록 핏물을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고, 더러운 흙바닥은 나를 짓이겼다
창 밖에서 솟아오른 낯익은 신의 얼굴
나에게 권한 아스피린,
마리화나, 마일드 세븐
그리고 마약같은 말
"다 지나가리라"
어떤 죄는 깨끗하고 순결한 세뇌의 산물이다
우리는 마약처럼 그것을 삼킨다
이름: 정호령 /남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902-8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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