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피어나는 꽃 백일홍
백일동안 피고지고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백일홍
사대부집 정원이나
절집 대웅전 마당에 붉은 자태 드리우고
아무리 힘들어도 백일동안은
그 붉음으로 참고 견디라는 뜻
이글거리는 태양
불어오는 바람결에
그을린 얼굴로 웃음짓는 저 꽃잎
살포시 내 발등을 간지르네
잠깐 사이 붉은 싸라기 날려
길에다 붉은 융단을 깔고
물 위에 꽃구름 짐짓 피워 올리네
-파도
숲에 나무가 없다면
숲이 아니듯
바다에 파도가 없으면
바다가 아니지
누구든 가슴에
저 바다의 파도 한 보따리 안고 살아간다
큰 파도 작은 파도
가슴에 일렁이는 물결이 없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파도를 즐기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환희에 가득 차기도 하면서
-삶
청춘은 짧고 아름답다
삶이 꿈이든 꿈이 아니든
그것이 행복이든 행복이 아니든
어차피 주어진 삶의 터전 위에
자라고 늙어가는 것이라면
지금처럼 욕심 버리고
나이 들어 비워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삶은 참고 견디는 것
한 세상 연극 같은 것
-산
산꼭대기
가파른 벼랑에도
햇빛은 든다
산꼭대기
가파른 벼랑에도
꽃은 핀다
산꼭대기
바위틈에도
나무가 자란다
평지에 핀 꽃
평지에 자란 나무보다
더더욱 아름답다
척박한 바위틈에도
꽃은 피어난다
-공허로운 길
새들의 노래가 즐거우나
그 노래 영원할 수 없고
산에 핀 꽃이 아름다우나
영원한 향기 품을 수 없네
새들의 노래나 꽃의 향기
모두 다 홀로 가는 길의 축제 같은데
꽃은 걸음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
새들 노래는 멈추지 않는데
하지만 순간인 것을
떠가는 구름은 잡을 수 없고
흘러가는 강물은 바라볼 뿐
곽외조 moo14@daum.net
010-2257-4617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