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울처럼 날 닮아가는
너를 통해 나를 보았다.
너란 사람은 거울의 뒷면처럼
조용히 날 비춰주었다.
네가 없는 난 흐릿한 투사체가 되어버렸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듯.
거울을 보며 웃어보았던 내 모습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듯이.
비 온 뒤
같은 비를 맞은 우리
젖은 옷처럼 말라버린 너
비에 맞아 감기에 걸린 나
편지
마음이 가는 데로
손이 움직이는 데로
하고 싶은 말 다 적는다.
빼곡히 적은 말들
전할 수 없는 현실
다신 부칠 수 없는
부질없는 편지
기억
그대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평생 그대가 용서 못 할 사람이라도,
가장 아픈 기억을 준 사람이라도,
그렇게라도 날 잊지 말아주세요.
그렇게라도 그대 곁에 남고 싶어요.
그 날
그 날은 혼자 보내 미안해.
그 날은 많이 아팠지.
그 날은 내가 너무 늦었지.
그 날을 아직도 후회해.
그 날 너를 조금만 더 볼 걸.
그 날 네 말 한번만 들어줄 걸.
그 날을 아직도 후회해.
너를 마지막으로 본 그 날.
재회
나중에, 우리가 아주 나중에
다시 만날까봐
늘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요.
내가 마지막에 펑펑 울어서
그댄 못난 모습의 날 기억하겠죠?
나중에, 아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마지막엔 나 웃을게요.
당신 옆에 내가 누울 그 날이 오면
그 땐 서로 웃으며 서로를 간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