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
여기에서 거기까지
무궁화호로 너에게 가는 길은
2시간 남짓이다.
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널 볼 생각에 설레었다가
느린 것 같은 기차가 답답했다가
갑작스레 너에게 가는 날 보며
니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맞이할지 즐거운 상상에 젖는다.
여기에서 거기까지
무궁화호로 너에게 가는 길은
2시간 남짓이지만 20시간 같다.
계절
꽁 꽁 언 땅에
새 생명 불어 넣어 주는
포근한 엄마 봄.
혈기왕성하게 활동적이며
푸른 희망을 가지고 사는
맑은 막내 동생 여름.
조용하고 책을 자주 읽지만
예쁜 옷 갈아 입는 것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큰언니 가을.
냉기가 불어 힘들게 하지만
가끔씩 큰 선물 주는
사춘기 오빠 겨울.
곰인형
나의
낡은 갈색 곰인형
꼬미.
내가 옹알히 하던
갓난쟁이 시절부터
늘 내 곁을 지켜줬었지.
꼬미는 나의
하나뿐인 동생이자 남편이자
내가 돌봐주는 애기였다.
이제는 너무 낡아버려서
내 동생도 남편도
애기도 될 수 없게 되버렸지만
아직까지도 내 곁을 지켜주는
나의 낡은 갈색 곰인형
꼬미.
깜둥이
콩콩콩콩 작은 발걸음.
쿵쿵쿵쿵 조금 큰 발걸음.
내가 오는 소리에 맞춰서 달려오는
귀여운 너희들이 발자국 소리.
왕왕왕왕 귀여운 짖음.
월월월월 의젓한 짖음.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날 지켜주던 너희들의 든든한 목소리.
앙증맞은 얼굴에
애교만점 몸짓에
사랑받기만 해도 부족할 너희들
사랑주기만 해도 아깝지 않은 너희들
이제 그런 너희들이 내 곁에 없다.
아직도 나는 그 발자국 소리, 그 목소리
그 얼굴, 그 몸짓을
잊을 수가 없다.
살
내가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너는 졸졸 따라 오겟지.
내 그림자 마냥
저리 가라고 해도
너는 나한테 딱 붙어 있겠지.
껌딱지 마냥
언제쯤 니가 사라질까?
언제쯤 널 안 볼 수 있을까?
언제쯤 내 곁을 떠날까?
세상이 변한다 해도
아마 너 만큼은
평생 내 곁을 지키겠지.
뗄레야 뗄 수 없는
나의 많은 살들아.
꿈
매번 다른 상황 만드는 너.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만들었지.
가끔은 나타나지 않는 너.
나를 편한하고 깊게
쉴 수 있도록 해주었지.
이어서 만날 수 없는 너.
이어보려고 애써보지만
결국 다르게 나타나지.
나는 오늘 밤에도
그런 너를 꾸러 간다.
응모자 성명 :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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