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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것은>


                         김민정


문밖 너머 희미하게 들리는 바삐 움직이는 발소리

무거운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보니

어두운 장막에 가린듯 빛 한줌 없는 하늘


어느샌가 들리지 않는 발걸음 소리

기척이 없어 내심 궁금해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저 가로등 및을 걷고 있는 초라한 여인의 행색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바들바들 떨어가며

혹여라도 내 자식들이 옷을 얇게 입고 나갈까

차갑게 굳은 손을 뒤로하고 보낸 문자 한통


집안공기에 깃들여져 있는 엄마의 땀냄새를 맡으며

멍하니 깜빡이는 전등을 보다

붉어지는 눈시울을 슬며시 감는다.









<나>


                 김민정


십대의 끝자락에 서서

점점 뚜렷해지는 어른인 나와의 거리


항상 멀게만 느껴졌던 그 거리

어느샌가 그 자리에 서서

과거의 나를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왜 그때는 몰랐는지

왜 그때는 깨닫지 못했는지


물들지 않은 하얀 도화지에

곱디 고운 색으로만 채우려는

뜬 구름같은 허영심에


점점 탁해져가는 그 모습

어찌할지 몰라


하염없이 발끝만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 따라 물들어 간다.








<문득 바라본 봄날>

                          

                           김민정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 아래서

살랑 살랑 꼬리치듯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길가에 제멋대로 피어난 철쭉


누굴 그리 기다리는지

고자리 고대로 서서 바람이 이끌어주는 쪽으로

기웃거리는 고개짓이 풀밭사이로 빼꼼히 드러나네


서늘한 돌담에 기대니

어느새 따뜻한 기운이 맴도네


볼에 닿던 그 차가운 바람도

언제 지나갔는지

볕 아래 머물고 있는 바람만이 남아있네










<흰색 페인트>


                         김민정


거무튀튀한 살색 위에

여기저기 덧칠해있는 흰색 페인트


덜 자란 수염같이 까슬한 수세미로 문대니

발그스름한 피부가 생채기 처럼 피어오른다


시린바람과 내내 어울러져 있던 굳은 손가락

피할세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사이에 낑겨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붓을 든 화가와 같이

투박한 손길로 뻗어나오는 그 섬세한 줄기는

아빠의 모습과 닮아있다.







<은행 나무>


                      김민정

하나 두울 셋 넷

툭 툭 툭 투욱

노오란 색으로 물들여진 땅위로

사내아이의 땀냄새 같은

시큼한 향이 머물고 있네


뛰놀던 꼬마 계집아이

그 옆을 지나가니

뒤 따라오던 옆집개

코를 씰룩이며 저 멀리 달음 박질하네


드르륵 드르륵

수레끌고 오시는 앞집 할머니

굽은 등이 수레와 마주하며

풍겨나오는 노오란 향기


너도나도 누구의 향긴지 모른채

하나의 작은 열매와 같은 마을로

작은 울렁임속에 점차 퍼지네





gidtnr7831@hanmail.net

김민정 010-8765-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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