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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9 17:41

[詩] 거리의 부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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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c_20151219_06.jpg






[詩]


거리의 부랑자


- 은유시인 -



 


어둠의 전령들이 서로의 팔짱을 끼고 도심을 포위하듯 밀려올 즈음, 박쥐들은 검은 망토로 무장을 하고 거리로 나선다 박쥐는 눈이 없다 대신, 고성능위성안테나를 눈처럼 달고 있어 길을 헤맬 일은 없다


그는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를 부유하는 박쥐다 손바닥에 길쭉하게 돌출된 예리한 더듬이로 세상을 엿보는, 이미 거리에 익숙해진 만큼 허물이 없다 초겨울, 앙상한 가로수 우듬지에 걸린 만월이 오늘따라 지극히 처량하다 유약한 자의 영혼을 갉아먹고 산다는 까마귀는 밤눈 밝은 도둑괭이를 닮았을 뿐 어둠에는 익숙지 않을 것이다 점멸하는 네온불빛이 제왕절개수술을 대기하고 있는 앳된 산모의 얼굴을 색색으로 물들인다 언제나 짙은 탄식과 조바심으로 술렁이는 거리엔 늘 표정 없는 탈바가지를 덮어쓴 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명이 빗겨간 거리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몸살이다 보도블록에 펼쳐진 커다란 캔버스엔 그리다 만 유채꽃 대신 온갖 배설물로 넘쳐난다 쇼윈도 환하게 밝힌 전자제품매장의 스피커에서 쿵쾅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그는 신명이 났다 리듬에 맞춰 두 팔 마구 흔들며 온몸을 들썩인다 병신육갑질이다 노루꼬리만큼 용기가 솟았을까, 오늘도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새우등 한껏 꾸부려 뼛속 깊은 한기를 버텨내야 할 그가 느닷없이 배를 갈라 창자를 드러내 보인다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고, 개미 눈꼽만큼 오그라든 자존심을 허공에 퍼덕인다


어둠이 그새 꽁꽁 얼어붙었다.





2014102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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