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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11:29

마늘장수 최고봉

조회 수 634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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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키크고 늘씬한 아가씨가 묻는다. 구릿빛 피부에 건장한 청년이 대답한다. “ 아자씨 아닌디요. 30원이래유.” 우유빛 피부같은 뽀얀얼굴이 발그레하게 홍당무처럼 돼서 “ 아 죄송해요 ,아직 결혼 안하셨나보죠? 30원이요? 하하하, 아! 농담 하시지 말구요, 조금만 사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파는거에요?” “한접씩팔아요.” “한접이 얼만큼이에요?,” “ 아줌마가 그것도 몰라유? 100통이 한접입니다.” 청년은 마늘 한접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아가씨는 청년이 들어 올린 마늘을 잡아서 들어본다. “와! 디게 무겁다. 이걸 혼자서 어떻게 다 먹는데요. 반은 안파나요?” “안파는디, 특별히 아줌마 이쁘니까 반접팔께요.” “저 아줌마 아닌데요.” 그녀는 조치원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기울어져 30대 중반이 되도록 시집을 못가고 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있는 유명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다 의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약속했으나 아버지가 중소기업체를 운영하시다 부도를 맞아서 시어머니 될 분이 볼것없는 집안이라고 극구 말려 5년을 사귄 남자와 헤어지게 됐다. 여리고 고생모르고 유복하게 자란 그녀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가슴 아픈 상처가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늘 밝고 상냥했기에 그런 아픔이 있는 줄 사람들은 몰랐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 아 , 이렇게 이쁘고 능력있는데 왜 아직 시집을 못갔어? ” 라며, 좋은 사람있는데 소개시켜준다고 말을 건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그녀는 듣다, 듣다 결혼했다고 뻥을 치기도 하고 애는 몇이냐고 물어보면 하나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아, 그래요?” 갑자기 청년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났다.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다. “ 자주 놀러오세요 오가다 들르시면 마늘 쪼가리 한 개씩 드릴께요. 그럼 마늘 안사도 되잖어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수년동안 마음의 상처를 갖고 ,웃어 볼일이 없었다. 돈도 명예도 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진실하면 되지 하고 생각했다. 마늘 반접을 들고 가는 길에 그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천사 아줌마 또와요.” 하고 큰소리로 외치며 그녀가 사라질때 까지 그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는 천사 아줌마, 천사아줌마 란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고봉이는 오늘 따라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늘부터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 장에가면 또 그녀가 올까? 그마늘 다 먹으려면 언제 올지 모르겠다. 후.∼∼∼.내 주제에 언감생심, 그렇게 천사같이 고운 여자를 탐할수 있을까 ? 곱게 자란 부잣집 딸 같아보이던데....’

고봉이는 고아 아닌 고아처럼 자랐다. 어려서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다른데로 시집가고 초등학교부터 신문배달 우유배달, 동네 고추따기 , 감자캐기, 밭갈기, 호미질등 각종 잡일을 하며, 혼자 자랐다. 그래서 학교도 중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그는 혼자 일하며 ,학교를 다녔으나 머리가 좋아 줄 곳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부하고 싶었지만 , 혼자 살아가야 했기에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다.

그는 빨리 돈 많이 벌어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그는 음성 마수리라는 시골에 살았다. 세들어 사는 주인집 아저씨가 마늘장사를 해서 마늘과 친숙했다. “아저씨 이거 팔면 돈 많이 벌어요?” “ 음 , 제법 벌지 이거해서 애들 키우고 땅도 사고 그 땅에 마늘도 심어 판단다.” 그는 왠지 엄마품같은 시골마을 자연풍경이 너무 좋았다. ‘아! 나도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았으면...’ 그때부터 아저씨를 쫓아다니며 마늘 사는법 마늘 파는법을 배웠다.

한 3년 정도 따라다니며 배우다 혼자 독립했다. 그는 장가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겠다는 맘으로 열심히 장사를 했다. “마늘 이거 어떻게 해요?” 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뭐하시게요?” “저장 마늘 할려고하는데요. 10접만 주세요.”

고봉이는 신이나서 “접당 이천원씩 깍아드릴께유 ,자 한접은 덤이유. 완전 도매금으로 들이는 거에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고봉이는 장사수완이 좋았다. 친절하고, 마늘은 다른데 보다 싸고 좋았다. 그래서 아줌마 아저씨 부대들이 그가 탄 트럭만 도착하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김장철이 되면 아줌마들이 앉아서 각자 잘라가기도 바빳다. 각자 잘라가면 천원씩 더 깍아 주기도 했다. 1톤트럭으로 마늘이 흘러내릴 정도로 싣고와서 하루에 다 팔고 가는 날 이 부지기 수였다. 돈은 지전을 찍었다.

돈세는 기계가 있었음 할 정도였다. 그렇게 모아서 마늘 장수 5년만에 음성 인근에 천평의 작은 땅을 샀다. 그리고 시골엔 시집올거 같지않아서 시내에 아파트도 한 채 마련해 두었다. 그렇게 색시데려올 준비는 다해놨는데 ,마흔이 되도록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못배우고 , 고아인 마늘장수에게 시집올사람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한번은 남자손님이 그랬다.

“젊은 청년이 참 열심히 살어. 거, 결혼은 했나.?” “아직 머리 못올렸는디요. ”

“ 허허 사람이 참 좋아서 내가 아는 젊은 처자가 있는데, 한번 엮어 줄려고..” “그래 집은 어딘가.?” “네, 음성살아요.”“부모님은?” “안계십니다.”

“ 음.............학교는 어디 나왔나? ” 고봉이는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머리를 긁적이며, “겨우 중학교 졸업했습니다.” 뭐 중학교 졸업한게 죄인가? 그는

학교 얘기만 나오면 항상 죄인인양 굴었다. 고봉이는 가방끈이 짧음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는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어 내 엄마를 찾아오리라 하는 어릴적 철없는 꿈이 있었다. 아저씨는 말했다. “혼자서 이렇게 열씸히 장사하니 꼭 좋은인연 만날걸세.” 하며 좋은 말만 해주고는 실제로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하늘은 구름한점없고 이마는 벗어지게 덥다. 마늘은 작두에 연거푸 5접을 자른다 .구슬같은 땀방울이 뚝뚝.... 운동장같이 넓은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단비는 손수건을 내밀며 그에게 다가간다. “여기요. 안녕하세요 ? 이걸로 땀좀 닦으세요 . 어유 얼마나 더우세요.”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 얼굴을 본다 아니 이게 웬 천사란 말인가. 오우 할렐루야 하나님 부처님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녀는 다른 손에 든 봇다리 하나를 주섬주섬푼다.“ 저번에 아저씨라고 해서 죄송했어요. 그래서 사과하는 의미로 팥빙수 사왔어요. 좀 드시고 하세요.” 고봉이는 너무 반가워 기절할 맘에도 시침뚝떼고 또 장난을 걸어본다.“사과할라믄 사과를 사와야 하는디...”그녀는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웃는 모습이 정말 타는 듯한 불볕더위에 고봉이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기왕 사왔으니까 사온성의가 괘씸해서 먹어주는거에요.” 하며 그둘은 마늘파는 한켠에서 무릎위에 올려놓고 오랜 연인들처럼 마주보며, 팥빙수를 퍼 먹었다. “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에요.?” “저요? 최고봉입니다. ”

“하하하 최고봉? 고봉씨? 앗, 웃어서 죄송해요. 이름이 재밌어서요. 밥먹을때 고봉으로 드시나요? 문득 그 생각이 나서요. ”

“저도 그런소리 많이 들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산을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최고의 봉우리처럼 높은 사람이 되라고 그리 지어주신이름이에요.”

“아∼∼∼∼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 멋지네요.”

“그럼 아가씨 이름은 뭐에요?” “저는 한단비 에요. 세상에 단비같은 여인이 되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셨어요.”그녀는 정말 고봉이에게 한여름 단비 같은 여인이었다. 그는 시종 벙글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집중하는 모습은 종이위에 돋보기로 빛을 모아 종이가 타들어 가는듯 했다.

이야기하고 팥빙수먹고 웃느라 고봉이의 얼굴을 자세히 못보던 그녀는 문뜩 그가 자기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왜요?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빨간색 천막아래 얼비친 하얀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예뻣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살포시 덮었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미안해요, 입술에 팥이 묻어서요.” 그녀는 사과같이 발그레한 얼굴로 환하게 미소지었다.

“덕분에 잘먹었습니다. 태어나서 세상에서 젤 맛있는 팥빙수였어요 고마워요.”“아니에요 , 제가 더 잘먹었습니다. 다음엔 더 맛있는거 사다드릴께요.”

7월 초복날씨,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천막안 처녀 총각의 사랑은 분주하고 또 분주 하였다.

“오늘 저녁 같이 할래요? 맛있는 팥빙수도 얻어 먹었는데, 보답해야죠?”

그녀는 잠시 생각에 젓는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래요,그럼 ” 그녀는 대답했다. 고봉이가 물었다. “ 뭐 좋아하세요?”

“ 음 , 자꾸 열이 오르는것 같은데요. 시원한 냉면 사주실래요?” 그녀는 두뺨에 자기 손을 갖다댄다. 고봉이도 한껏 오른 사랑의 열기로 몸이 뜨거움을 느꼈다.“ 어우 저도 더운데 잘됬네요 . 그럼 우리 이거 얼른 짐 싸가지고 ,냉면 먹으러 가요.” 그녀는 그러마 하고 대답했다. 그는 주섬주섬 짐을 쌌다. 내려놓은 마늘을 다시 차에 올렸다. 그녀는 도와준다고 몇접 나르는 시늉을 했지만 고봉이는 먼지묻는다고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마늘을 싣고 빗자루, 쓰레받기, 비닐, 물통, 작두, 의자 등을 싣고 포장으로 마늘위를 덮는다.

옆에서 보고있던그녀“힘드시겠어요?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맨날하는건데요뭐 괜찮아요.”그는 운전석 옆으로 가서 차문을 열며 ‘차에 먼지가 많아서 ...’그는 장갑으로 의자를 툭툭 털어낸다. 처음 타는 여자에게 깨끗한 자리를 내어주고 싶었다.“타세요.”

그녀는 발을 들어올려 의자에 앉는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얼굴엔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오우 이런거 첨 타 보는데 , 좋은데요, 내부가 그랜저 같아요,”그녀는 그랜저, 소나타 등 좋은 차는 다 타 봤지만, 인연이 될려고 그랬는지 고급차들보다 차가 넓고 쾌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최고봉과 한단비는 같이 달리게 되었다. 그 길이 어떤지도 모르는 채로.......

“여보 진지잡수세요.” “음∼∼맛있는 냄새, 찌개 냄새가 아주 좋은데.” 그는 한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 식지도 않은 걸 후딱 목으로 넘기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맛있는데, 울여보가 최고다 .” 하며 입이 귀에 걸린듯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인다. “ 집에 오면 나혼자 찬밥에 라면 끓여서 먹거나 고추장에 비벼먹곤 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맛있는 밥을 해놓고 기다리니 너무 좋아 행복해, 뭘 이렇게 많이 했어. 힘들게 .” “집에 있으면서 이것도 못해 ? 내걱정은 하지마, 당신이 맛있게 먹으니까 내가 참 좋다.” 햇감자와 애호박 넣은 구수한 된장찌개에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 시원한 열무김치, 상추쌈 , 도라지 무침, 멸치볶음 제철음식과 5대영양소가 고루갖춘 식단 이었다.

“당신 힘든 육체노동 하니까 골고루 잘 먹어야되. ” 고봉이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말도 안하고 폭풍 흡입 한다. “천천히 먹어 말좀하고.” “너무 맛있어서 말이 안나와서 그래. 돼기고기 볶은거 참 맛있어.” “ 응 당신입맛에 맞게 맛있게 했어. 많이 먹어 .당신 덕분에 나도 잘먹네.”

“ 오늘 속상한일없었어?” “아니” “그럼 재밌는일이나 기억에 남는 손님?” 그는 밥을 맛있게 먹으며 생각하더니, “아 어떤 아줌마가 전에 사가서 잘먹었다고 또왔다고 싸게 해달라고 해서 도매금으로 10접 팔았어.” 아내왈“ 잘했네.”

그렇게 꿀맛 같은 저녁식사는 끝나고 ,그녀는 갑자기 식탁에서 일어난다.

“자∼방금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단비양의 노래가 있것습니다.

내가 필요할땐 나를 불러줘, 언제 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 ∼∼∼앗싸 돌리고 돌리고 다른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고봉씨가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꺼야∼∼∼∼.” 그녀는 손을 좌우 앞뒤로 흔들며 춤도 폴짝폴짝 춘다. 그녀는 남편의 손을 잡고 같이 위아래로 댄스 삼매경에 빠지며 그들의 밤은 깊어 갔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대박 대박 파이팅! 해가 떠도 허니 , 달이 떠도 허니 허니가 최고야 .” 그녀는 새벽같이 출근하는 신랑에게 출근 퍼포먼스를 펼친다.

왼손짝 대박 오른손짝 대박 파이팅에 양손에 엄지를 날린다. 귀엽고 사랑스런그녀 . 고봉이는 코가 벌름벌름해지며 그녀의 입술과 양 목에 키스를 날린다.

그가 출근하고 그녀는 분주하다. 장터에서 쓴 장갑을 빨아 넌다. 10번은 헹궈도 흙탕물이 계속 나온다. 장맛비에 엉망이된 노랑 운동화, 까마귀가 형님하자고 하면 딱 맞을 색깔이었다. 세제 풀어 푹 담궈 놓은 다음 솔로 벅벅 문지른다. 그녀 손목이 시큰시큰 어깨와 다리가 움찔움찔한다.

남방깃은 강력 표백제를 써도 검은 때가 지지않는다 손으로 다시 비벼 빤다.

간호사로 혼자 깨끗하게 지내다 이렇게 흙과 뒹구는 작업복과 신발 , 장비들을 빨아보니 그녀는 장난이 아니게 힘들단 생각이 들었다. 그랬지만 사랑하는 내남자를 위해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장에 갔다오는 고봉이는 아내를 위해 맛있는 떡이나 과일을 사가지고 왔다.

그녀는 과일을 좋아해서 그런지 과일처럼 예뻣다. 어느날 양손에 하나가득 짐을 들고 집앞에서 벨을 누르는데 사과가 우르르 쏟아졌다. 계단을 타고 데굴데굴 우루루 우르르 문을 연 그녀는 깜짝 놀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 여보 웬일이야 , 괜찮어? 어디 다친데 없어?” 그는 애써 미소를 짓는다.

“응 , 괜찮어, 손이 좀 미끄러워서 내가 봉지를 놓쳤다. 에이 칠칠맞기도 하지.” “ 당신만 괜찮으면 되. 어서 씻고 밥먹어 ,오늘도 얼마나 힘들었어.”

그는 대충 씻고 나와 밥숟가락을 든다. “우웩.” 그는 밥 숟가락으로 소고기 국물을 한숟가락 뜨고 헛구역질을 한다. “ 여보 , 왜 그래 ? 속이 안좋아?”

그는 힘겹게 미소지으며 말한다. “입덧하나? 울 자기 임신했나? 남편이 너무 사랑하면 대신 입덧한다잖어.” 그녀는 미안한듯 말한다. “아니야 여보,임신아니야, 요즘 당신 여름이라 그런지 밥도 잘 못먹는거 같어. 살도 많이 빠지고 , 병원에 한번 가보자.” “ 에이 힘들어서 그렇지 괜찮어 점심 먹은게 안좋았나봐 자장면 먹었는데 자장상태가 안좋았어.” “그래? 그래도 모르니까 낼도 안좋으면 병원가자.” “알았어.”“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몸이 재산인데 ...건강이 젤이야 .항상 당신곁에 내가 있다는 걸 잊지마. ” “그래 고마워 ,당신밖에 없다.” “ 별말을 다한다. 그게 부부지 .” 그는 혼자 30년을 살았다. 부모가 해주는 뜨신 밥을 얻어먹어도 시원잖은 어린나이에 조석을 혼자 해먹었다. 그 혼자 끓여먹는 밥이 제대로 된 식사 일리 없었다. 아침엔 자장라면 , 점심엔 과자한봉지에 콜라 한병, 저녁엔 신라면 , 안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김치쪼가리에 물말아 한술 먹거나 고추장에 비벼 먹기가 일쑤 였다. 별다른 찬이 없었기에 그의 이름처럼 밥을 고봉으로 먹었다. 마트에서 파는 장아찌 , 오징어채볶음 ,멸치볶음 등이 그의 식탁에 주로 올랐다. 밥이 먹기 싫을땐 하루종일 과자만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하나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일할땐 바빠서 만들어 먹기도 힘들었다. 그러면 식당에 저녁에 시켜서 반찬이 오면 그다음날 뒀다가 밥만 해서 먹기도 했다. 혼자있으니까 이인분을 시켜 두고 먹기도 했다. 외로움과 정의 굶주림으로 밥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밥솥으로 하나 가득해서 혼자 다 먹기도 했다. 그는 30대가 넘어서 이런 푸짐한 몸매론 나를 좋아해주는 아가씨가 하나도 없을 거란 생각에 다이어트를 결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30대 후반부터 예전 같이 음식도 많이 못먹고 , 소화도 잘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 이제 장가가 들때가 돼서 절로 살이 빠지나 보네 그러고 있었다.

태양은 또 떠오르고 있었다. ‘우웩’ 아침일찍 화장실에서 소리가 난다. 붉은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온다. 그녀는 놀라 뚸어 나온다.

“ 여보! 악∼이거 피잖아. 빨리 병원가자.”

음성엔 큰 병원이 없었다. 그 몸을 해서 청주까지 운전을 할 순 없었다. 그녀가 직접 운전해서 신랑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첨해보는 트럭운전에 기어가는건지 걸어가는건지 몇시간이 흐른듯 멀게 느껴졌는데 병원에서 기다리는것도 한시간이 넘었다. 일단 입원해서 내시경과 종합검진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고봉이의 손을 꼭잡았다.

“여보 괜찮을거야, 위궤양 정도겠지.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따뜻한 그 사람의 손도 그녀의 손을 꽉 잡는다. “그래 , 나 괜찮아 이제껏 병치레 한번 안하고 산 사람이야. 괜찮을거야. 쿨럭(입가에 피가 흘러나온다).”

그녀는 의사한테 상담을 받으러간다.“ 선생님 울 신랑 왜그런거에요 , 괜찮겠죠?”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다. 곧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하고 떨어질듯하다. 선생님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씀하신다. “ 검사 결과 나와봐야 압니다. 좀 기다리세요.” 입원한 저녁시간이 몇 년 같이 느껴졌다.

다음날 검사하는 동안 그녀는 기도했다. ‘부처님 이남자 아무 탈없이 결과 잘 나오게 해주세요.’ 검사는 하루종일 이어졌다. 내시경을 하러 들어간 남자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의사는 급히 그녀를 불렀다.

“위암 2기입니다. 곧바로 수술 들어갑니다.” “네? 네...........” 그녀는 말이 나오질않았다. 선생님 우리신랑 괜찮은거죠? 라고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말이 나오질않았다.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듯 목이 메이게 흑흑 소리내어 울었다. ‘흑흑...........(주르르.........눈물이 하염없이 뚝뚝 떨어진다)’그녀 인생에 있어 그리 슬프게 울어본적이 있을까 ? ‘어엉........아 우리 신랑 죽으면어떻게 엉 엉........’ “괜찮아 난, 괜찮아 울지마 단비야” 하는 환영같은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넋이 반은 나간 그녀는 그렇게 수술실 앞에서 기다렸다.

5시간이 지나서 드디여 수술실 문이 열렸다. “보호자분?” “네 ,선생님 우리신랑 어떻게 됬나요 ? 수술은 잘됬나요? ” “네 잘됬습니다. ”“ 감사합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오우 하나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는 스르르 눈을 뜬다. 옆에 앉아있던 그녀는 그손을 잡는다.“ 여보 어떻게 된거야. 윽 가슴이 아파. 내가 왜이런거야.?” “ 놀라지마 여보, 당신 지금 수술한거야 , 위암이래, 수술 잘됬구 항암 치료 받으면 괜찮데.” “암이라구? 흑흑 혼자 살아온 세월도 서럽고 아픈데 암이라니 이제 당신이랑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일이 생기는거야? 흑흑.......”

그는 소리쳐 울부짖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수도 , 말할 기력도 없었다.

항암 치료는 고통스러웠다. 머리는 빠지고 , 속이 메스꺼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내의 정성어린 간호덕에 한달후 퇴원하게 되었다.

그녀는 위장에 좋은 음식과 암에 좋은 음식을 해먹였다. 조금씩 조금씩 고봉이는 살이 돋고, 머리털도 나고 사람꼴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고봉이는 아픈몸에도 일 걱정을 했다.“ 이몸에 장사도 못하고 어쩌나.” “걱정하지마, 내가 간호사니까 취업하면되.” 그녀는 이제 조금씩 좋아지는 남편을 두고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일자리를 알아봤다. 그간 모아놓은 돈은 병원비 하기에도 버거 웠다 .야금야금 돈창고는 점점 고갈이 되어 가고 있었다.죽지는 말라는 뜻인지 그녀는 바로 보건소에 간호사로 취업이 되었다.

“이제 취업 했으니까 생활비 걱정 안하고 당신 몸걱정만 하면되, 여보”

“ 내가 미안하네 못난 남편이 돼서.” “그런소리하지마, 당신이 아프고 싶어서 아팠어? 그간 열씸히 살았으니까 쉬라고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아무 생각말고 푹쉬어.”“ 고맙다 단비야, 실은 내가 시골에서 마늘농사지으려고 땅을사서 집을 지어놓은게 있어. 거기가서 일하면 건강해 질것 같은데 같이 갈래?” 그녀는 내심 놀랐다. 결혼전엔 아파트만 있지 땅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난 당신이 건강해 질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아, 거기도 다 사람사는 곳이지 시골이라고 사람 안사는 데는 아니잖아.”

“고마워, 그래도 시내에서 그리 먼곳은 아니니까 당신 일하러 가기 불편하지 않을거야.”

‘꼬꼬댁∼∼꼬꼬댁∼∼∼’ 새벽부터 닭이 울어댄다. 그녀는 부시시 눈을 뜬다.“아, 여기 닭소리 나네 시끄럽다.”단비는 시끄럽다며 한마디 한다. 고봉이가 말한다.“좀 있음 괜찮아질거야.” 정말 시간이 지나니 닭이 울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쓰게 되었다 .시골 생활의 아침 잠은 꿀잠이었다. 고봉이와 단비는 함께 산책을 했다. 집앞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푸른 논이 펼쳐졌다. 개구리가 나와서 인사했다. 단비는 소녀처럼 ,어린아이처럼 신나라 했다.“어머, 여보 개구리야. 세상에 이런거 본지가 얼마야 옛날 어렸을때 시골가서 보고 첨인거 같애 .30년은 넘었나봐, 와우 나비도 있네, 나비는 청정 지역에서만 산다는데 여기 참 공기가 좋은거 같애. 어머, 저기 학 같은것도 있어. 저게 학인가?”“왜가리야.” “ 아 그렇구나. ”그렇게 30-40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동네를 한바퀴돌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가며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께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온 부부에요 .” 둘은 동시에 인사한다. 어르신들이 빙긋이 웃는다. 그녀같은 또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동네를 돌다보니 멋진 장닭 한 마리가 보였다. “ 아 얘가 , 맨날 우는 애구나. 이야∼∼진짜 멋있다 . 장닭이 이렇게 멋진거구나 여보, 이 닭좀 봐 빛깔도 그렇고 머리수술도 멋져.” 그리고 또 한참을 걸어나갔다. 단비는 또 종알댄다.“ 음...스멜 여보 똥내가 장난이 아니야.여기 어디 소있는거 같은데 맞네 이집이다.” 그녀는 조금 흥분한것 같이 보였다. 새롭고 낮선환경에 우울할 법도 하건만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그녀는 시종 재밌어 했다. “ 컨트리 아로마 라고 하는거야.” “하하하 ”“ 울여보가 우스운 소리도 하고, 이제 살았나보네.” 지나가는 골목마다 강아지와 개가 짖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 마치 아줌마 ,아저씨 반가워요 하고 말하는것 같다. 밭에는 갖가지 농작물들이 예쁘게 탐스럽게 심어져 있다. 토마토, 가지 ,콩, 호박 ,깨 “어머 저거 좀 봐 토마토 가지가 휘어 지게 달렸어 예쁘다 . 이런 맛에 농사를 짖나마 ,가지도 예쁘고 호박도 참 먹음직 스럽다.”그녀는 음식 솜씨가 좋았다. 쉬는 날이면 빵과 쿠키를 구워 동네 어르신께 돌렸다. 편찬으신 아내와 사는 남자어르신, 할머니 고부가 사는집 , 노부부가 사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할머니 ,할머니 계세요? 이것좀 잡숴 보세요.”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 아유 뭘 이런걸 다 갖구와 고마워 맛있겠다. 잘먹을게.” “ 별거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한여름 음식을 돌리고 나면 몸에서 땀이 주르르 흐른다. 신랑은 말한다.“당신애쓰네.” “운동되고 좋지뭐.히히” 그녀는 즐거운 맘으로 작지만 나눔의 봉사를 했다. 그녀는 휴일이면 책을 즐겨 보았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책을 보고 있는데 옆집아주머니가 똑똑 하고 문을 두드렸다. 신혼인거 같아서 문 두드리기가 미안하시다면서 “ 이거 먹어봐, 밤이야 ,떡이랑 ” “어우 맛있게다 .감사합니다.” 이장님 사모님은 말씀하신다. “젊은 사람들이 동네 와서 너무 좋아.” “ 다들 잘해주셔서 저희가 좋죠.”사모님은 단비 친정엄마 나이는 되보인다. 그녀는 친정엄마같이 푸근한 사모님이 좋다. 몸집도 넉넉하다.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호박을 따온다. 우리는 잡숴보라고 마늘 한접 드린건데 , 물줘가며, 거름줘가며 어렵게 키운걸 파, 호박,상추같은걸 따먹으라고 하신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얻어 먹고 살기만해도 살것같다 시골인심이 좋다더니 그말이 거짖이 아님을 몸소 느낀 단비였다.

한여름에 와서 벌써 벌판엔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고 고추는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자전거 바퀴는 오늘도 바람을 가르며 보건소를 향해 달려간다. 모든게 풍성한 가을녁이다 .고봉이는 이제 몸이 좋아져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겨울준비로 시장은 분주히 돌아간다. 싱싱한 배추, 무, 파, 겨울 준비를 하려고 너나없이 김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또 봄이 왔다. 주말이면 고봉이를 따라 단비는 마늘 배에 몸을 싣는다. “ 안사가셔도 되니까 여기 앉았다 가세요.” 단비는 상냥하게 말한다.“ 아유, 새댁이 친절하기도해라 고마워요. 내가 고마워서 한접 사가야 것어.” 고봉이는 자르고 , 단비는 담고, 죽이 척척맞는다. 지나가던 손님이 마늘 을 보며 얘기한다. “ 이거랑 이거랑 어떻게 틀려요?” “ 이렇게 벌어진건 벌마늘이라고 하는데 ,대만산이라고 해요, 마늘 이 단맛이 적고 매워요 저장 마늘로요 사용하고요, 양념 용으로 쓰는데 6쪽 보담 좀 적게 넣으셔야 되요, 매운거 좋아하는 분은 저장했다가 김장때 쓰기도 해요. 대만에서 가져온 종자를 우리나라에 심어서 만든거지 중국산은 아니에요 . 흙이 묻은 농산물은 우리나라에 들어올수 없어요 이렇게 흙묻은건 국내산입니다. 여기 주먹만하고 꽁꽁싸인 마늘은 스페인산이라고 하는데 이것역시 스페인에서 종자를 가져와 우리나라에서 개량해 키운거에요 스페인산은 장아찌 마늘이라고도 하는데 쪽이 많고 ,마늘 맵지 않아 그냥도 먹고 대게 장아찌로 많이 먹어요.” 옆에 듣고 있던 단비가 한마디 한다. 못 배웠지만 그의 박학다식함에 그녀는 뿅 갔다. “ 우와 박사님이 따로 없으시네 , 난 첨 들어봤는데 , 이렇게 자세히 설명 해주고 마늘 파는 사람도 아마 없을거야 .” 손님도 말한다.“ 저도 첨 들어봤어요. 6쪽은 없나요?. ” “한달 정도 더 있다 나와요. 이거 한단 사다 드시고 6쪽 드시려면 그때 또 사시면 되요.” “ 아저씨 강의 잘들어서 한단 팔아드려야 겟네요 . 한단주세요.” “ 넵, 만냥입니다.”

“6쪽 나오면 또 오께요.” “ 네 ,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단비는 연애하던 그시절이 떠올랐다. 문뜩 코끝이 찡해지고 목이매었다. 지난 1년간 투병생활을 한 신랑이 이렇게 다시 일하게 되어 감격의 물결이 가슴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김장장사가 끝나고 12월 초순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 고봉이는 그렇게 하고 싶던 마늘을 심었다. 항상 장사하면서 마늘이 쪽이 많아서 까먹기 불편한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쪽이 적고 굵은 마늘을 생산할까 고민하고 있던 그였다. 그래서 마늘에 관련한 책을 보고 공부하고 언젠가 농사지면 꼭 좋은 마늘을 만들어 주부들을 행복하게 하리라 맘먹고 있었다. 그 소원이 지금에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공부해온 노하우와 공부만 했지 실제로는 해본적이 없기에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마늘 농사의 첫 삽을 떴다. 세상엔 쉬운일 없고 더군다나 농사는 기술이었다.

맨땅에 씨만 뿌리면 되는게 아니었다. 관리기로 로타리를 쳐서 흙을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그간 만들어놓은 특제 비법 을 가미한 왕겨 거름으로 섞어서 다시 로타리를 치고 , 괴자리약을 뿌리고 보름이 지난후 한뼘정도의 길이 간격으로 마늘을 심는다. 단비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든게 신기했다.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며 땅을파헤지고 작물을 키울수 있는 토대를 만듬에 경이롭단 생각까지 들었다.

모든건 기계가 하지만 심는것 만큼은 손으로 해야 했다. 온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가 다 모였다. 천평을 둘이 하기엔 손이 모자랐다. 조각조각 쪼개놓은 마늘을 15-20센치 어른 손 한 뼘 크기 간격으로 한쪽씩 가운데 손가락 한마디 크기 10센치정도 깊이로 쑤욱 집어넣는다. 여인의 부드러운 몸같이 땅은 씨를 쭉쭉 빨아 들인다. “ 여보, 마늘이 아주 쑥쑥 잘들어간다. 땅이 너무 부드러워서 좋아. 재밌다. ” 여기서 저기까지 이제겨우 반고랑하고 단비는 어깨가 아파온다. 손가락도 아프다. 재미는 잠깐이었다. “여보 나 힘들어, 그만하고싶어.” 동네 어르신들이 웃는다 ‘깔깔깔 , 하하하, 허허허’ 이장님이 말씀하신다.“이제 고거 하고 힘들어? 그래서 어떻게 농사져. 조금만 더 해봐 그래야 맷집이 생기지.”그녀는 마지못해 대답한다.“ 네.∼∼∼” 대답에 힘이없다. 그녀는 일어나서 허리한번 펴고 다시 땅속에 손을 맡긴다. 얼마를 심었을까 허리는 물론이고 이젠 다리에서 쥐가 난다.‘에구구’ 그녀는 허리를 피러 다시한번 일어난다 .머리엔 챙 넓은 핑크색 모자를 쓰고 양쪽 가장자리엔 햇빛가리게를 달았다. 목에는 수건을 둘러맸다. 청바지를 입고 헐렁한 티하나를 입었다 .꼭 농활나온 학생같다. “ 와,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많이 했네.”

어느새 해는 중천으로 넘어가고 밭의 반을 심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준비했다. 닭을 10마리정도 삶았다. 인삼, 대추 ,마늘, 양파를 넣고 정성껏 끓이고 찰죽을 앉힌다. 냄새가 참 구수하다. 끓는동안 그녀는 따뜻한 생강차를 내간다 . 드시고 하세요 날이 제법 쌀쌀하다. 동네 어르신이 차를 마시며 한말씀 하신다. “ 요즘 젊은 사람이 이런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짓다니 , 참 고맙네.” 고봉이는 말한다.“ 아닙니다. 이렇게 다들 도와주시고 제가 더 고맙지요.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 “얼굴도 참 미남이여.”“ 아저씨가 더 미남이신데요.” 그렇게 마늘밭의 웃음꽃이 마늘 영글듯 영글어 갔다.

“ 자 , 식사하고 하세요. ” 여럿이 일하고 먹는 밥은 정말 맛있다. 단비는 자기가 한 삼계탕을 감탄하며 먹는다. “ 음 ,진짜 맛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 그려, 새댁이 손이 야무져서 참 맛나네, 값진 노동뒤에 먹는 밥이라 더 맛있는겨.” “아! 그렇구나.” 꿀맛 같던 식사시간도 끝나고 잠시 커피타임을 갖고 ,다시 마늘심기에 들어갔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럿이 하니까 언제 끝날지 모를것같던 일도 금방 끝나게 되었다. 단비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야 .끝났다. 만세.” 옆에있던 김씨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끝나긴 뭘끝나. 흐흐 ,비닐 씌워야지. 이루와 이거나 좀 잡어.” ‘헐...’ 그녀가 혼자 중얼거린다. 마늘이 한겨울 얼지말라고 비닐을 씌운다. 뚝딱 씨뿌리면 되는 줄알았는데 절차도 참 복잡하다. 어느새 해가 뉘였뉘였 기울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 너무 감사합니다. 잘되면 집집마다 마늘 한접씩 쏠께요.”고봉이와 단비는 고개숙여 인사한다. 어르신들은 어깨를 서로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격려한다. 이게 농사의 참 맛인가 하는것을 , 벌써 불혹이 된 단비는 느꼈다. ‘똑똑’ “새댁 김장했는데 ,이것좀 먹어봐.” 그릇이 넘치도록 옆집 이씨 할머니가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김장김치를 먹으라고 가져왔다.

“하기도 힘드신데 ,할머니 드시지 뭘 저까지 주세요. ” “ 생각나서, 얼마 안되 우린 조미료도 안넣고 싱거워, 입에 맞을지 몰라. ” “ 우리도 그래요 맛있겠네요 .” 깨소금이 송송 먹음직한 다홍빛 물들은 김장김치였다. 할머니김치는 그녀입맛에 딱 맞았다. 단비는 김치통에 넣었다.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에 반통이 넘었다. “ 여보 우리 부자다 .김치도 많고 먹을것도 많구. 호호호.” “ 울애긴 좋겠네 부자라서.” “그럼 내가 부자니깐 당신도 부자지 ” “그런가 하하 ” 하고 고봉이는 고봉진 웃음소리를 낸다.

“새댁, 청국장 맛있게 떳는데 이것좀 먹어봐.” “ 어머, 이리 귀한걸 주세요 , 잘먹겠습니다.” “ 새댁이 기특하고 이뻐서 그려”. 하며 함박웃음을 지어 주신다. 엄마가 보고 싶단 생각에 괜시리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 졌다.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여인이었다. 호박죽, 동지팥죽을 쑤어 동네 한바퀴 돌듯 그렇게 그해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길고 길을 것만 같던 겨울도 지나고 파릇파릇 한 것들이 고개를 내미는 봄이 왔다. 겨우내 비닐에 싸여있던 마늘에서 파란싹이 삐죽이 올라왔다. 고봉이는 눈부신 햇살에 아침일찍 일어나 밭을 나가보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허겁지겁 아내한테 달려온다. “ 여보 나와봐 , 싹이 올라왔어, 마늘싹, 얼마나 힘차고 이쁜지 몰라.” “어머, 정말? 언능 나가서 봐야지.” 아직 밖은 바람이 찼다. “옷 따뜻하게 입고 나와 추워.” “ 어 ” 정말 신기하게 마늘싹이 쏙쏙 쑥쑥 올라왔다. 단비는 초롱초롱 눈이 빛났다. 감격의 눈물이 곧 흐를듯했다. “ 당신 정말 애썻어.”

“하하하, 애쓰긴 아직 마늘 영글지도 않았는데..... 다 지은것 처럼 그래. 하하하” 그녀는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 에이 시작이 반이라고 처음한건데 싹이 나서 훌륭해서 그렇지 우리 잘 키워보자.” “그래” “ 고봉씨는 최고봉이니까 최고로 좋은마늘 잘 키울거야. 믿슙니까?” “믿슙니다.” 그들은 웃으며 말을 주고 받았다, 춥고 긴 겨울도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싹이 올라오는 자리에 구멍을 뚫는다 밖으로 잘 올라오라고, 자고 일어나면 한뼘씩 자라올라온다. 엄마가 아기 밥주듯 숟가락으로 하나씩 마늘 옆에 영양분을 한숟가락씩 떠 먹인다. 마늘은 더욱 씩씩하게 푸른 자태를 뽐낸다. 목마르다고 풀이 죽어있다. 고봉이는 언능 물줄기를 쏘아 댄다. 엄마젖을 먹은 아이처럼 무럭무럭 자라간다. 단비는 옆에 빌붙고 싶은 잡초 녀석을 제거해버린다. 마늘 들이 더 잘 클수있도록 마늘 힘 빼가는 것들은 모조리 제거 해버린다. 단비는 고봉의 이마에 흐르는 아름다운 보석을 연신 닦아 준다. 어느새 부부의 사랑속에 마늘은 점점 씨가 굵어 진다. 벼가 누렇게 익듯 이파리가 수확기를 말해준다.

감회가 새롭다. 땅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단비는 새삼 떠올랐다.

엄마가 아이를 순산하듯 마늘은 쏙쏙 튀어 나온다. 참 실하다. 첫 농사치곤 성공이다. 고봉이는 단비의 손을 꼭 잡는다.“ 우리가 해냈네. ” “당신이 해냈지.” “아니야 당신이 없었으면 어림없었어.”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

단비는 자기 공이 없다고 자꾸 말한다. 평당 7킬로 정도 생산됬으니 그양도 어마어마 하다. 동네 어르신들을 모아 놓고 엮걸이를 시킨다. 그리고 품삯을 줘서 농가 소득을 올린다. 고봉이는 잘 엮어진 마늘을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알이 제법굵고 쪽이 좋았다. 곁쪽도 없었다. 매입해서 파는건 굵은놈 잔놈 마구 섞여 있는데 알이 고르다 굵은건 굵은것끼리 중간건 중간것끼리 작은건 작은것끼리. “작년에 먹어보니까 , 마늘이 맵고 달아 쪽도 좋고 , 삼촌 비법이 뭐야?” 하며 아침부터 아주머니가 와서 곰살맞게 삼촌이라 부르며 너스레를 떤다. 해마다 그가 연구한 비법을 마늘 농사에 적용하는것이 고봉이는 너무 재밌었다. 보통 유기농 비료나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시행하려면 최소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나는걸 보면 해 볼만한 재밌는 작업이었다. 한고랑은 이비료를 써보고 다른고랑은 저비료를 써보고, 마늘대에 한약찌꺼기를 섞고 왕겨로 섞은다음 막걸리를 뿌려 6개월동안 삭힌다.

마늘맛이 좀 더 달게 느껴 졌다. 음식찌꺼기에 생선뼈나 닭뼈가루를 내어 섞어 보기도 하고,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분해법을 사용해 지렁이와 함께 밭에 투여하기도 해본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봄이왔다. “엄마, 학교에서 오늘 지역 특산물에 대해 배웠는데 ,마늘에 대해서도 배웠다.” “ 오우 ! 그래 ,울 애기가 학교에서 열씸히 공부했구나. 기특하네.”

“히∼” 용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나서 말한다.

“ 엄마 !마늘은, 서산 6쪽마늘이랑 , 의성마늘 , 단양마늘이 유명하데.”

“ 음, 그래? 아빠가 특허받은 음성 3쪽 마늘도 유명하잖어.” 그는 10년의 연구 끝에 3쪽 마늘을 재배하는데 성공하였고, 전국 의성 마늘 대회에서 3연속 우수 마늘 농가로 수상했다.

“와, 우리아빠 최고다.” 그는 이름 처럼 마늘계의 최고봉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오늘도 마늘 밭으로 걸어간다.


이연화 truegirl73@naver.com   010-3033-3739

  • profile
    은유시인 2016.04.28 19:37
    구구절절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결실을 거둬들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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