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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0 21:27

-2

조회 수 161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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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

자물쇠 다이얼을 돌리자 스프링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린다. 가느다란 체인으로 되어있는 자물쇠 줄을 고리에서 뺀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자물쇠를 나무상자 위에 올린다. 라면박스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큰 나무상자를 손으로 쓸어본다. 손에서부터 흘러내린 물방울에 나무색이 짙어진다.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나뭇결이 손끝을 간질인다. 서랍형식으로 되어있는 상자를 당기자 그동안의 세월동안 쌓인 기억들의 무게가 육중하게 실려 온다. 속을 드러낸 나무상자 안으로 온갖 잡동사니들이 보인다. 석판에 새겨진 문자처럼 그 자리에 굳어진 물건들을 훑어본다. 입 꼬리가 경련하듯 올라갔다 내려온다. 떨리는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서야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젖은 바지가 손에 달라붙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계속 손을 집어넣다. 차가운 옷감은 깊이 들어갈수록 강해지는 수압처럼 손을 죄어오고 손가락은 가라앉는 사람처럼 몸부림친다. 그 서늘한 감각에 몸서리쳐진다. 주머니 끝, 단단한 물건이 잡힌다. 그 물체를 움켜지고 꺼냈다. 손을 피자 거칠고 투박한 돌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까맣고 볼품없는 흔한 돌멩이다. 돌멩이를 상자 안에 살며시 내려놓고 상자를 닫았다. 자물쇠 고리를 끼우고 올려놨던 자물쇠를 잠갔다. 정장 안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낸다. 버튼을 누르자 심이 튀어나온다. 자물쇠를 잡고 검은색 버튼을 볼펜으로 누른다. 볼펜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놔두고 다이얼을 돌린다. 088.

 

023

책상에 엎드린다. 시원한 감촉이 볼을 타고 전해진다. 창문을 넘어 내려오는 햇빛에 등이 달아오른다. 한쪽은 시원하고 한쪽은 더운 미묘한 느낌에 몸을 꿈틀거렸다. 책상에서 달면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닦는다고 닦았는데 갈색으로 변한 음료수 자국을 보니 제대로 닦이지 않은 모양이다. 냄새를 계속 맡고 있자니 갈증이 온다. 피크닉이나 하나 더 사먹자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교실엔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 얘기를 하고 있는 애들도 있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몇몇 교복을 입은 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복을 입고 있다. 토요일도 아닌 평일에 사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엎드려있느라 올라간 소매를 피며 앞줄 왼쪽 구석에 있는 은수에게 갔다. 은수는 덥지도 않은지 햇빛을 받으며 미동도 없이 엎드려있었다.

, 매점가자.”

은구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은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른다. 더우면 커튼이라도 치고 있지, 미련스럽게 햇빛을 맞는 모습이 곰 같다.

아까 매점 갔다 왔잖아.”

안 덥냐? 음료수 사먹자.”

음료수란 말에 끌리는지 기지개를 키고 일어선다. 짧게 깎은 머리를 헝클리며 하품을 하는 모습에 턱을 찰싹 쳤다.

, 왜 쳐?”

입 냄새나.”

내 말에 손에 입김을 불며 냄새를 맡아보더니 굵은 눈썹을 살짝 찡그린다. 은구를 뒤로한 채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은구도 긴 다리로 성큼성큼 따라온다.

각각 피크닉과 슈팅스타를 물고 교실에 들어오자 애들이 가방을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반장이 운동장으로 모이라고 한다. 우리도 가방을 가지고 운동장으로 갔다. 운동장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단상에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 외에도 여러 선생님들이 있었다. 반마다 줄을 맞춰 서자 교장선생님의 연설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더워 죽겠는데 뭐하는 거냐는 불평과 욕이 들린다. 내 뒤에 서있는 은구도 땀을 뻘뻘 흘리며 궁시렁거린다. 봄 소풍 잘 갔다 와라, 한 마디면 될 이야기를 십여 분 동안 이어서 한다.

여름이 다 되가는데 뭐가 봄 소풍이야.”

은구가 땅을 발로 차며 말했다. 벌써 6월 초. 봄 소풍이라기엔 늦은 시간이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운동장이 점점 시끄러워진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연설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가 돼서야 연설이 끝났다. 봄 소풍은 반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기에 소풍장소와 이동수단은 반마다 다르다. 반마다 다르다고는 해도 가는 곳은 비슷비슷하다. 등산하러 가거나 공원에서 놀고 영화관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특이한 반은 1, 학교 운동장에서 고기 구워먹는다고 한다. 부러워하는 애들도 있는 거 같지만 이 날씨에 그늘도 없는 운동장에서 고기구울 생각을 하면 불쌍할 뿐이다.

우리 반은 중앙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공원 안에 있는 강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고 1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자유시간 후 쉼터에 모여 출석체크를 하고 점심시간을 가졌다. 쉼터 옆쪽에 있는 정자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김밥이다. 일회용젓가락을 꺼내기도 귀찮아 손으로 집어먹었다.

멀리서 은구가 보인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을 찾는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쪽으로 온다. 한 손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도시락 통을 들고 있다. 은구는 옆자리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슬쩍 보니 김밥이다. 고개를 돌려 다른 애들을 바라봤다. 김밥이다. 너도나도 김밥을 먹는 모습을 보자니 급식을 먹는 기분이다.

바꿔먹자.”

김밥을 우물거리며 반쯤 먹은 도시락 통을 내민다. 은구의 도시락 통을 받아들고 내 도시락을 건넸다. 김밥 끄트머리부터 집어먹었다.

어째 맛이 똑같냐.”

그러게.”

자판기에서 포카리스웨트를 뽑아 마시며 식사를 끝냈다. 다른 아이들도 다 먹었는지 쉼터 근처에 있는 농구장에서 농구를 한다. 우리도 가서 놀까 했지만 그늘 밖으로 나가기 싫어 가만히 앉아있었다.

덥다. 우리 그냥 바다갈래? 출석체크도 했잖아.”

가자.”

은구의 제안에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은구의 집이 해수욕장에서 10분 거리였기에 은구의 집에서 수건을 가지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직 해수욕장이 개방되지 않았지만 들어가는 데 제약은 없었다. 다만 노점상도 없고 가게도 닫혀있어 논 다음 라면 먹긴 힘들어 보인다.

신발을 벗고 걷자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들어온다. 간지럽다. 윗옷에 바지까지 벗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간지러움이 파도에 씻겨 내린다. 파도에 맞춰 점프를 한다. 몸이 물살에 밀려 붕 뜬다. 연신 뛰어오르며 은구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은구는 아직 신발도 벗지 않았다.

미친, 바지까지 벗냐?”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너나 빨리 들어와.”

, 좀 있어봐. 화장실 좀 갔다 오게.”

인상을 찡그리며 옆구리를 만지던 은구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런 은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누웠다. 차가운 물이 머리를 적시자 기분 좋은 짜릿함이 느껴진다. 가볍게 발장구를 치다가 자유형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수영인지 잘 되지 않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숨을 쉴 때 바닷물이 들어와 침과 함께 뱉었다. 수영안경이 없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숨이 차고 팔이 뻣뻣해 져서야 멈춰서 모래사장을 바라봤다. 신발이 작게 보인다. 생각보다 많이 왔다. 숨을 고르고 모래사장을 향해 헤엄쳤다. 차가운 바닷물 때문인지 점점 근육이 아리고 신경이 당긴다. 불길한 예감에 더 힘껏 발길질을 했다. 발길질을 하는 동시에 왼발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왼발이 오그라들면서 찌릿한 감각이 다리에 퍼진다. 고개가 물속에 처박힌다. 숨을 참으며 강제로 무릎을 잡고 새끼발가락을 당겼다. 다른 발가락들이 경련을 일으키며 펴진다. 종아리가 에어온다. 팔을 마구 휘저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눈동자를 굴리며 해양구조원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다. 다시 몸이 기울며 물속에 가라앉는다. 코로 물이 들어가 발작적으로 기침이 튀어나온다. 숨이 빠져나가 폐가 조인다. 팔과 오른발, 몸통까지 마구 퍼덕거리며 고개를 내밀자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은구가 보인다.

은구야! 사람 살려!”

나의 외침에도 은구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 듯 어슬렁거리며 걷더니 쪼그려 앉아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다시 온힘을 다해 고개를 물 밖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그제야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내 쪽을 보며 자신이 주운 조개껍데기를 흔든다.

! 이 씨...... , 곰 새꺄!”

입안에 들어오는 물을 삼키며 발악했다. 내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는지 은구가 일어선다. 당황해 사방을 둘러보더니 곧장 내게로 달린다. 옷도 벗지 않은 채 손으로 물을 밀어내며 온다. 몸이 빠진다. 뻣뻣해지는 근육을 억지로 움직이며 고개를 내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다리의 통증에 몸까지 굽어진다. 다시 발가락을 당기려 손을 뻗었다. 손끝에 뭔가 닿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손에 닿은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물 위로 올라가기 위해 외줄을 오르는 것처럼 잡아당기고 다리로 감았다.

! 씨빠, 노라고. 다 죽어!”

은구가 내 몸을 잡아 뜯는다. 은구의 머리를 누르고 물 위로 고개를 내밀어 숨을 내쉴 때 양쪽 다리에 서늘한 느낌이 들며 힘이 빠졌다. 다리가 움직인다. 은구를 밀며 떨어졌다. 물속에 가라앉았던 은구가 물을 뱉어내며 올라온다. 우린 욕과 함께 침을 뱉고 해변을 향해 헤엄쳤다.

하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해변에 도착한 후 진이 빠져 모래사장에 대자로 누웠다. 은구도 힘든지 따라 눕는다.

시발, 소풍날에 바다는 왜가자 해가지고.”

아 뭐, 너도 가자며. 기껏 살려 놨더니 할 소리냐. 그리고 어? 달라붙긴 왜 달라붙어. 동반자살하고 싶어?”

, 미안해. 그만 좀 해라.”

입이 짜다. 잠시 숨을 골랐다.

고맙다.”

어색하게 고맙다고 말했다. 옆을 돌아보니 은구가 얼굴을 찌그리며 손을 오그린다. 속에서 뭔가 울컥한다.

집에 가자. 못 놀겠다.”

은구가 일어선다. 나도 일어서 바지를 입는다. 모래를 대충 털어내고 신발을 챙겼다. 다리에 난 상처가 따끔하다. 발이 절뚝거린다. 은구도 맨 발바닥으로 걷기가 아픈지 엉거주춤하게 걷는다. 그렇게 아프면 신발이라도 신으라고 말하려다 은구의 신발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신발은 어쨌냐?”

몰라, 저기 어디 있겠지.”

은구가 턱으로 바다를 가리킨다.

하나 사줄까? 수건은?”

됐어, 누가 주워가겠지. 그보다 이거 받아라.”

받아보니 조게 껍데기다. 세로줄 무늬의 조게 껍데기 끝엔 불그스름한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나중에 또 쥐나면 긁어라. 쥐났을 땐 피 뽑는 게 직빵이다.”

그래도 좀 적당히 긁어대지. 양쪽 허벅지까지 긁어놨어.”

내가 어디에 쥐났는지 어떻게 아냐. 일단 긁고 보는 거지.”

맞는 말이라 대꾸도 못하고 걷기만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은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바닷물과 피를 흘리며 방으로 갔다. 책장 옆에 위치한 나무상자 앞에 쪼그려 앉았다. 023. 다이얼을 돌려 자물쇠를 열고 조게 껍데기를 넣었다.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024로 바꿔 달았다.

 

072

의자에 몸을 기댄다. 푹신한 쿠션에 등이 묻힌다. 군데군데 뜯어진 합성가죽사이로 노란 스펀지가 보인다. 원래는 붉은색이었을 의자는 어두운 조명에 빛이 바래 짙은 갈색을 띈다. 부분조명은 탁자를 은은히 밝힌다. 식은 오뎅탕 위로 떠오른 기름이 빛에 반사된다. 텅 빈 소주병 네 개는 벽 쪽에 치워져있다. 병을 옮기다 쳤는지 그릇에서 튀어나온 생선대가리와 뼛조각, 껍질 묻은 살 조각 몇 점이 바닥에 뒹군다.

언제 불렀는지 종업원이 다가와 소주 한 병을 건넨다. 은구가 다섯 번째 소주병을 든다. 취했는지 술을 탁자에 붓다가 잔에 채운다. 나에게 병을 들이민다. 잔을 내밀자 넘치기 직전까지 술을 따른다. 술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들이마신다. 속이 뜨겁고 위에 찬 것들이 넘어오려 한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을 다시 삼키며 잔을 내려놨다. 입안에 맴도는 술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다. 숨을 내뱉고 물 잔을 집었다. 얼음은 모두 녹아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원하다. 물을 들이킨다. 한 모금 마시고 남은 물은 입안에 넣어두고 조금씩 삼켰다. 은구는 고개를 들며 머리를 긁적인다. 고개를 떨구며 눈을 두어 번 깜박인다. 무언가 찾는지 탁자를 더듬거리더니 숟가락을 들어 오뎅탕을 떠먹는다. 입가에 기름기가 묻어 번들거린다.

스피커에서 아이돌 노래가 들린다. 아들 녀석이 TV를 보며 이름을 외쳤던 게 떠오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밝은 목소리에 경쾌한 리듬이지만 흐려진 정신에 점차 소리가 작아진다. 아이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묵직한 드럼소리만이 가슴을 울린다. 심장박동 같은 소리에 맞춰 내 심장도 뛴다. 알코올에 확장된 혈관으로 피가 솟구친다. 피가 쏠린 얼굴이 얼얼하다. 낮고 둔탁한 목소리가 들린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은구가 입을 움직이고 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은구는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눈꺼풀은 힘없이 내려앉았지만 눈동자는 살아있다. 아마 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다. 조용히 바라봤다. 은구는 숨을 한 번 내뱉고 말없이 소주병 뚜껑을 집었다. 뚜껑 꼭지를 돌리며 입을 연다.

우리 대학교 때 이런 거 많이 했는데. 기억나?”

다 꼰 꼭지를 손가락으로 치고 나에게 넘긴다. 고개를 끄덕이며 꼭지를 쳤다. 내게서 뚜껑을 받아든 은구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 돈 좀 빌려주라.”

은구의 입술이 살짝 떨린다. 붉게 충혈된 눈이 빛난다. 눈꺼풀도 이 순간만큼은 힘이 들어가 제대로 떠졌다. 은구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젖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조명이 보인다. 등 위로 쌓인 먼지가 두텁다. 오랜 기간동안 쌓인 모양이다. 가게에서 나갈 때 닦으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눈동자를 몇 번 돌린 후 눈을 떴다. 고개를 숙여 은구를 바라봤다.

계좌번호 불러.”

술로 마비된 혀로 제대로 된 발음을 하기 위해 천천히 말했다. 은구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넓은 어깨가 떨린다. 뚜껑을 집어 꼭지를 친다. -하고 가는 소리가 난다. 뚜껑을 건넨 은구의 손은 크고 두툼하다. 오렌지도 한 손으로 짜버릴 것만 같은 커다란 손이다. 뚜껑을 받고 꼭지를 쳤다. -하고 선명한 소리가 난다. 무엇이 저렇게 크고 강한 손을 약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은구에게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고개를 탁자에 박고 어깨를 들썩이던 그는 잠들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어떻게 집은 들어온 모양이다. 무엇을 타고 왔는지, 누가 데려다 줬는지는 모르겠다. 은구와 뭔가 더 대화를 했던 것도 같다. 단편적인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바지 끄트머리에 달라붙은 토사물들을 보니 길거리에서 토를 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벨트가 풀어져 있는 바지를 뒤적이자 소주뚜껑이 잡힌다. 비틀거리며 나무상자를 꺼냈다. 다이얼을 돌리고 소주뚜껑을 넣었다.

 

054

이사를 했다. 방 한 개가 있는 집이다. 벽지는 노랗게 변색되어있었다. 나무로 만든 창틀은 뒤틀려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물도 수압이 낮아 잘 나오지 않는다. 컵에 물을 받으며 양치질을 하면 양치를 끝낼 쯤에 물이 채워졌다. 수도꼭지 밑에 대야를 바쳐 물을 받아놓고 사용했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할 때도 샤워기가 아니라 플라스틱 바가지를 이용해야했다. 이사 오기 전에는 30분 걸렸던 대학교가 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이사를 온 후, 아버지는 더 바빠졌다. 이른 시간에 정장이 아닌 청바지를 입고 나간다.

이틀 전, 아버지와 처음 술을 마셨다. 빚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빚을 지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얼마나 빚을 졌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끓인 누룽지탕과 소시지 구이를 먹으며 묵묵히 술을 들이켰다. 다음날, 이사를 했다.

동아리 활동 후, 집으로 왔다. 우편함에 봉투들이 가득하다. 깔끔한 하얀 종이로 감싸진 독촉장이다. 봉투를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다. 불을 켜고 라면을 끓인다. 라면봉투를 말아 냄비 손잡이를 잡고 거실에 있는 탁자로 옮긴다. 탁자 위에는 구인, 구직 면이 펴져있는 신문이 잔뜩 쌓여있다. 볼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신문을 피해 냄비를 내려놨다. TV를 보며 라면을 먹는다. 예능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국물까지 비운 냄비와 젓가락을 설거지했다. 물기를 털고 선반위에 냄비를 올려둘 때,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전자도어의 날카로운 신호음이 아닌 거칠고 낮은 소리다. 거실로 나가보니 옷 이곳저곳에 페인트가 묻은 아버지가 보인다.

파산신청 후, 빚쟁이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5년의 유예기간동안은 돈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갚아야 된다고 한다. 버는 만큼 통장에서 사라지지만 가족을 부양해야했기에 일일급여를 받는 막노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외투를 건네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아버지는 피곤한지 바닥에 누워 한숨을 쉰다.

아들아.”

한동안 누워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한쪽 팔로 얼굴을 감싼다. 몹시 지친 목소리다. 아버지 옆에 앉았다.

이백, 아니. 백만 원만 어디서 구할 수 없겠니?”

아버지의 입가가 일그러진다. 가슴이 크게 들썩인다.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가정이 무너졌다는 게 실감났다. 걱정 말라는 말을 남기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눈물이 난다. 눈이 뜨겁다. 침을 삼키며 조용히 울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문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주소록을 누르자 수많은 친구들의 번호가 뜬다. 엄지로 스크린을 밀 때마다 대여섯 명의 이름이 지나간다. 수십명의 이름이 지나갔지만 엄지는 멈추지 않는다. 주소록 끝까지 스크린을 내려간다. 양손으로 핸드폰을 감싸 쥐었다. 스크롤을 올렸다. 주소록에 이라는 이름이 뜬다. 전화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간다. 간헐적으로 끊어지는 연결음이 울린다.

웬일이냐?”

뭔가 먹고 있는지 음식 씹는 소리를 내며 은구가 말했다. 너무나 은구 같은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침을 한 번 삼켰다.

은구야. . 나 말이야. 갑자기 이런 말 미안한데. 우리 집이 빚이 있어. 변호사도 부르고. 그래서 말이야. , 좀 빌려줄 수 있냐?”

? 얼마나 필요한데?”

뜻밖의 말인지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 . 오십 만원만. 삼십, 이십도 좋아.”

계좌번호 불러라.”

액수와 함께 작아지던 목소리가 사라지기 무섭게 은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맙다고, 고맙다는 말만 하다가 은구의 재촉에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잠시 후, 은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은행으로 향했다. ATM에 카드를 넣고 인출을 눌렀다. 100만원을 누르자 차르륵, 하는 기계소리가 들린다. 명세표와 함께 카드가 나온다. 출금구멍이 열리자 오만 원 스무 장이 보인다. ATM벽면에 붙어있는 봉투 함에서 봉투를 꺼내 현금을 집어넣다. 카드와 명세표를 지갑에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께 봉투를 드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 나무상자를 꺼내 명세표를 넣었다.

083

전화 받아. 받으라고, 김은구!”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보도블록에 부딪친 핸드폰이 가로수로 튕겨나간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이자 유니폼 모자가 떨어진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모자를 잡아 흙을 턴다. 천천히 모자를 쓰고 머리를 감싼다. 모자를 잡아 뜯었다. 손이 떨린다. 수차례 손을 쥐었다 피며 감정을 추슬렀다. 무릎을 짚고 일어나 핸드폰을 줍는다. 액정이 깨졌다. 전원을 눌러 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세 손님이 왔는지 매니저가 세트메뉴를 봉지에 넣어 손님에게 주고 있다. 자외선 소독기에서 컵을 꺼내 정수기 냉수를 받았다. 냉수의 차가운 감각이 스테인리스 컵을 타고 전해진다. 마음이 진정된다. 단숨에 물을 마시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컵을 싱크대에 올려두고 기름종이를 튀김그릇에 올린다. 그릇에 남아있던 물기가 종이를 적신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종이를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그릇을 닦는다. 물기를 털어내려 그릇을 휘두르자 그릇이 손에서 빠져나간다. 플라스틱 그릇이 냉장고에 부딪친다. 흠칫 놀라 매니저를 바라봤다.

, 죄송합니다.”

하아, 아니에요. 이건 제가 할 테니까 튀김이나 정렬해 주세요.”

매니저는 튀김그릇을 줍고 빠르게 종이와 그릇을 쌓아올린다. 주방 앞, 테이크아웃을 위해 열어 놓은 진열장으로 간다. 떡볶이 판 옆, 튀김기계에 튀김들이 튀겨지고 있다. 뜰채로 튀김을 건져 올린다. 기름을 털고 진열대에 튀김을 쏟는다. 집게를 들어 초벌한 튀김을 진열한다. 고구마튀김을 옮기다, 옆으로 눕히면 기름에 튀김끼리 달라붙는다는 매니저의 말이 떠오른다. 반쯤 진열한 고구마튀김을 때어 세로로 진열한다.

퇴직금을 털어 식당을 차렸다. 쉽게 만들 수 있고 원가가 싼 국수집을 했다. 시장 안쪽, 생활용품점 옆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했다. 이윤은 적었다. 원가에 비해 이득이 많았지만 국수 한 그릇의 가격이 높지 않았기에 총 수익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다섯 달 정도 장사를 했다. 처음 두 달은 장사가 잘 됐다. 세 달째 들어서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시장엔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며 장사한 식당이 즐비하다. 구조조정으로 퇴사당하고 아무기술 없이 장사를 시작한 사람이 만든 국수를 먹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월세 내는 것도 힘들었다. 곧 망할 장사를 어떻게든 살리려했다. 돈을 빌렸다. 지금 당장 사는 게 급했다. 돈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갚으려 했다. 하루 종일 장사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제대로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빚이 쌓이고 가게가 팔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빚을 갚으라는 전화가 왔다. 가끔은 집 앞에 빚쟁이가 찾아와 내 이름을 부르며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다. 아들이 집 전화를 들고 누가 아빠 찾아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치킨가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면서 개인회생신청을 했다. 더 이상 빚쟁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한 달에 백만 원을 벌고 육십만 원씩 변제했다. 남은 돈 사십만 원, 한 가정을 유지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치킨가게도 회식자리에서 점장과 싸우고 그만뒀다. 다섯 달 동안 변제금을 내지 못했다. 법원에서 경고장이 왔다.

유니폼을 반납하고 가게 밖으로 나간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우편함에 하얀 봉투가 있다. 법원에서 온 우편이다. 급하게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한다. 개인회생 폐지 공고다. 입이 벌어지고 손이 떨린다. 은구에게 전화를 했다. 깨진 액정 위로 은구의 이름이 뜬다. 벽에 머리를 박으며 받으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은구에게 빌려준 삼백만 원이면 변제금을 낼 수 있다. 밀린 변제금을 납입하면 개인회생을 유지시킬 수 있다.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 은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닥을 보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불이 꺼져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혀 거칠게 불을 켰다. 거실 중앙에 위치한 탁자에 종잇조각이 놓여 있었다. 아들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간다는 짧은 내용의 쪽지였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탁자를 내리쳤다.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쪽지를 쥐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상자를 꺼내 쪽지를 넣었다.

 

087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은구를 만나러간다. 드라이를 하지 못해 하얀 먼지가 양복 이곳저곳에 달라붙어있다. 손으로 대충 먼지를 턴다. 택시가 멈춰 선다.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하얀 종합병원이 보인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장례식장이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층에 내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은구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보인다. 절을 하고 조의금을 냈다. 식당에 대학동창들이 몇 명이 있다. 이미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다. 그 무리에 끼어 술을 마셨다. 동창들이 돌아가며 술을 권한다. 취기가 돌고 머리가 어지러워지자 은구얘기가 튀어나왔다. 동창들도 저마다 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은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들도 돈을 빌려줬다고 한다.

, 얼마나 줬냐?”

머리를 짧게 자른 동창이 물었다.

삼백만 원.”

이야, 많이도 빌려줬네. 은구 녀석 저렇게 가버려서 어떻게 하냐.”

내 어깨를 두드린다.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목이 뜨겁다.

어차피 자살할거 돈은 왜 빌려가지고 말이야. ? 빌린 돈 합치면 몇 천은 그냥 넘길걸?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썼는지 한 푼도 안 남기고 가버렸데요.”

그도 소주를 따라 마신다.

살아서도 돈 받아먹고 죽어서도 돈 받아먹네. , . 더러워서.”

그를 밀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구두를 신고 밖으로 향했다. 나한테 밀린 동창이 따라 나온다. 계단으로 내려갔다. 다리가 휘청거려 벽에 몸을 박으며 일 층까지 내려왔다. 뒤에서 동창이 내 이름을 부른다. 손을 뻗으며 택시를 잡았다. 동창이 장례식장에서 나오자 택시가 출발했다.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를 고른다. 지갑을 열었다. 현금이 없다. 카드를 내밀었다. -소리가 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몇 번 더 카드를 긁는다. 찍히지 않는다고 한다.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 떠오른다.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지갑을 바닥에 던졌다. 마이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휘청거리며 걸었다.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조금 든다. 마포대교에 들어섰다. 동상이 앉아있는 의자를 지나고, 메시지를 적은 판을 지나고, 멈춰 섰다. 한강을 바라봤다. 어두운 한강은 터널의 입구처럼 보인다. 마이를 내려놨다. 신발을 벗었다. 갑갑하게 목을 죄던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다리 위에 올랐다. 터널을 지나면 새로운 곳이 보일 것 같다.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춥다. 몸이 떨린다. 점점 압력이 강해진다. 넥타이가 위로 떠올라 목을 감싼다. 폐가 뜨겁다. 술기운에 뜨겁게 달궈진 얼굴이 식는다. 뱉을 수 없는 뭔가가 튀어나려 한다. 팔을 휘저었다. 눈을 뜬다. 눈이 따갑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발을 쉴 세 없이 움직였다. 온 몸이 뻣뻣해져간다. 근육을 이루는 섬유들이 지푸라기처럼 말라가는 기분이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고개가 밖으로 나왔다. 크게 숨을 들이킨다. 육지를 향해 헤엄친다. 비릿한 강물을 마시고 토해내며 육지를 향해 헤엄친다. 손에 돌멩이가 잡혔다. 돌멩이를 잡아당기며 기어간다. 두 손과 발로 육지를 느끼며 물 위로 기어갔다.

다리 위로 올라왔다. 주머니에 돌멩이를 넣고 택시를 잡았다. 팔을 부여잡고 떨며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기사는 돈을 받지 않았다.

 

088-2

다시 다이얼을 돌린다. 방금 넣었던 돌멩이를 꺼낸다. 상자 안을 두 손으로 휘젓는다. 날카로운 물체에 베였는지 손이 따갑다. 고개를 상자 가까이 들이밀며 안을 들여다본다. 여러 물건들을 헤집는다. 손가락 끝에 작고 단단한 물체가 잡힌다. 조심스레 꺼낸다. 조개껍데기다. 두 손으로 조심히 조개껍데기를 나무상자 위에 올린다. 추위 때문인지 팔이 떨린다. 돌멩이를 든다. 침을 한번 삼켰다, 돌멩이를 든 손이 떨린다. 한 손으로 조개껍데기를 고정시킨다. 돌멩이를 내리쳤다. 나무가 파인다. 손가락에 피가 난다. 조개껍데기가 부셔진다. 파편이 튄다. 하얀 가루가 되어간다. 돌멩이를 던졌다. 어딘가에 부딪쳤는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조개껍질 가루를 쓸어버린다. 가루를 집어 던진다. 비틀거리며 일어서 밖으로 나간다. 거칠게 닫은 문이 쿵-소리를 내며 닫힌다.

  • profile
    korean 2017.02.27 22:07
    잘읽었습니다.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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