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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18:35

피를 멀리해라

조회 수 3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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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멀리해라


남자는 수술대에 누운 채로 있는 마취된 여자를 봤다.

외과의사인 남자는 여자의 팔에 떨리는 손으로 주사바늘을 꽃아 넣었다.

남자는 여자와 동거하고 있었다.

그 동안 밤마다 여자의 몸을 탐닉했고 덕분에 여자의 혈관 찾기는 남자에게 쉬웠다.

주사 바늘은 한 번에 여자의 순백색 피부를 뚫고 들어갔다.

여자는 과다출혈이었고 이대로 피를 수혈 받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신념이 걸린 문제라면서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은 창밖의 가로등이 터져 있었다.

형광등을 끄면 완전히 암흑으로 둘러싸이는 날이었다.

달도 뜨지 않았어. 여자는 남자에게 만져지면서 중얼거렸다.

남자는 오직 촉각만으로 여자의 존재를 느꼈다.

하기 좋은 날씨야. 남자는 여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피를 멀리하랬어. 여자가 말했다.

누가.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걸.

남자는 어렴풋이 처음 여자를 만난 날,

여자가 자신이 종교가 있다고 말한 걸 떠올렸다.

?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라도 지금 이 어둠에 우리를 볼 수는 없을 걸.

난 거역하고 싶지 않아.

 

남자는 여자의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들었다.

그점에 남자는 안심했지만

그러나 여자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남자의 귀를 질끈 깨물었다.

남자는 귀가 뜨듯해지는 걸 느꼈다.

남자는 딱히 그것에 화가 나기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남자가 불을 키려하자 키지 마! 여자가 소리쳤다.

닦아. 빨리. 들키면 난 불태워질 거야. 빨리.

여자가 발작하듯이 말하자 서둘러 남자는 벽을 더듬어 화장실로 갔다.

조금 전 샤워할 때 수건의 위치를 남자는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남자는 수건을 집었다.

이건 피가 아냐. 녹물이라고. 굳어버리면 냄새가 남을 거야. 분명 찾아내실 거야.

남자는 여자의 몸을 닦았다.

이에도 묻었어.

여자의 이도 닦았다.

아직도 냄새가 나.

남자는 자신이 쓰는 향수도 용케 찾아내 여자에게 뿌렸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여자가 말했다.

당신, 의사지.

여자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다

멈추고 어라고 대답했다.

내가 만약 다치면 당신이 수술할거지.

그럴지도.

그래야 돼. 당신만이 막을 수 있어.

누구라도 날 수혈하게 하지 마.

일단 남자는 어라고 대답했다.

피를 멀리해야 돼. 알겠어? 내가 크게 다쳐도 그냥 죽게 내버려 둬.

내가 다친 건, 죽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이치이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남자는 순간 병신새끼, 미쳤어?

말하려는 자신을 목 아래로 삼켰다.

일단 여자를 진정시키는 게 중요했다.

알겠어.

여자는 진정되었다.

여자는 그 이후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신과에 데려가야 하나 생각했던 남자도 안심했다.

여자는 그 날에 대해 경찰서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있으면서 말은 꺼내지 않아도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그러나 수주째 여자가 아무 말도 안하자

포장마차에서 어쩌다 만난 동창과 먹은 술의 힘을 빌려

그간 참았던 욕구를 집에 돌아와 여자에게 표출해버렸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를 상대했다.

남자는 다음 날, 용서 받았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들어왔던 것처럼 다시 몰래 여자가 있던 수술실에서 도망쳤다.

병원 옥상으로 갔다.

새삼스럽게 잊고 있었던 그 때 기억이 떠오른 건

여자의 수술을 맡게 된 동기 의사가

수술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는 남자에게

여자의 수혈거부증서를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어떡하냐. 동기는 발만 동동 굴렀다.

인턴 때부터 동기는 초초해지면 줄넘기하듯 살짝살짝 뛰었다.

진정해. 남자는 동기에게 담배 한 개비를 물리고 불을 붙여줬다.

경찰이 와서 줬어. 사고 현장에 이게 떨어져 있었다면서 나한테 주고는 바로 가버리더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나한테 다 떠넘기려는 수작이지.

남자는 여자가 항상 그 종이를 들고 다녔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미리 알았다 해도 여자를 말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남자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떡하냐. 어떡하지?

동기는 이단뛰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 수술실은 그대로냐?

남자는 그 질문에 어떤 의미도 없다는 투로 단조롭게 물었다.

완전히 그대로지. 너 나간 지 사년이 다 지나가는 데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소문으로는 원장이 내과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나봐. 자기 아들 아토피 때문에 그런다나?

그러다 아들 교통사고라도 나면 잘도 쓸모 있겠다.

안 그래?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

잠깐 수술팀 데리고 5분만 아래층에 있어줘,

말없이 서있던 동기는 수술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30초 뒤에 들어와.

동기 말대로 남자는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딱 맞춰 들어갔다.

직원용 문에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혼자 힘으로 해내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남자는 해냈다.

남은 건 동기가 수술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밤의 기억이 생각나자 여자가 깨어났을 때

어떻게 하면 그럴듯한 거짓말로 여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동기가 밤이 돼서야 수술실 문을 열고나와 말했다.

언제 깨어날 것 같아?

빠르면 내일? ?

합성 피 넣었다고 말해.

그 수술 같이했던 얘들하고도 같이 입 맞추고.

아아. 그래도 설마 죽다 살아났는데 그런 걸 신경 쓰겠어?

동기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남자의 등을 두드렸다.

남자는 그 말을 믿고 싶었으나 만일에 대비해야 했다.

일단 그렇게 해줘. 혹시 모르잖아.

알았어알았어.

여자는 다음날 새벽에 깨어났다.

여기는 어디야? 여자는 천천히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고속버스에서 기절했잖아.

종점까지 갔다 왔어.

여자가 사고에 대해 잊어버렸을 일말의 가능성에 남자는 희망을 걸었다.

내가?

그래.

온 몸이 아파. 사고난거지?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자는 남자를 뚫어지듯 쳐다보더니

순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괴력으로 일어나

남자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수혈했지? 당연히 내 몸에 넣었겠지.

지금 다른 사람의 피가 내 몸을 타고 흐르게 느껴져.

왜 그런 거야? 날 더 끌어안고 싶어서?

그런데 당신 때문에 두 번이나 더렵혀졌고 두 번이나 신의 뜻을 거슬렀어.

어떡할거야? 어떡하지? 한 번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어.

신도 내게 말씀하셨지.

아직 다른 쪽 뺨이 남아있다. 이제 당신이 그 뺨을 때렸어.

이제 어떻게 용서를 구하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남자는 여자의 눈에 맺히기 시작하는 눈물을 보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까지 이토록 심장이 터질 듯한 적이 있는가.

없었다.

다른 사람 피가 들어와서 그런거야.

여자는 더욱더 세게

남자의 팔을 움켜쥐었다.

간호사들이 들어와 여자에게 진정제를 놓을 때까지 남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남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알아봤자 쓸모없을 것이다.

그보다 남자는 어쩌면 신은 피가 자신보다 뛰어난 것이라 알고

질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여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모든 동물이 숨 쉬게 하고 돌아다니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피가,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생명을 이어주게 하는 그 피가

만질 수 있고 핥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그 피가

어디 초월적인 세계에서 우리를 관망하고 있을 뿐인 자기보다

더 대단한 존재임을 신은 일치감치 깨닫고 우리가 알아차리기 전에

피는 멀리해야 한다라고 써놓은 거라고 남자는 여자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에게 끝끝내 그 말을 전할 수 없었다.

이튿날 여자는 간병인에게 산책하고 싶다 하고는

안정제에 취한 몸짓으로 병원 옥상의 정원에 올라갔다.

느릿느릿 산책하는 여자를 보고 간병인이 안심하자

여자는 하늘을 가리키고는 저기 봐요! 구름을 가리켰다.

간병인이 하늘을 본 순간, 여자는 방금 전까지 보여줬던 모습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건물 옥상 테두리에 기어 올라가 아스팔트로 뛰어내렸다.

남자는 여자의 장례식을 여자의 종교 식으로 치러주었다.

여자가 믿는 종교의 신도들과 가족들까지 포함해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수혈이 그 이유인 듯 했다.

남자는 장례식이 끝나고 여자가 담긴 유골함을 들고 바다로 나갔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한 노인이 남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뿌리려 왔제?

남자가 그렇다 하자

척보면 척이지라고 말한 노인은 공짜로 태워주겠다며

자신의 배로 남자를 이끌었다.

육지가 가물가물하게 보일 때쯤까지 오자

남자는 말없이 뼛가루를 뿌리려했다.

선장은 남자를 말렸다.

이럴 때는 곧 간다고 말하면서 뿌리는 거여.

그래야 저승에서 외롭지 않지. 안 그러면 한이 생겨서 귀신이 되는 겨.

남자는 여자가 다른 종교 믿었다고 선장에게 말할까하다

자꾸 마누라 생각나게 하지 말고. 어서 혀.

선장의 말에 남자는 뼛가루를 한 움큼 집어 뿌리며 곧 간다라고 외쳤다.

어쩌면 여자는 신의 곁이 아니라 저승에 갈지도 모르니까.

해줘도 나쁠 건 없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다 뿌리고 보니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박힌 선장의 눈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남자는 장례식 때도 나오지 않았던 울음은 선장의 눈물을 보고서야 터져 나왔다.

자네는 뭘 또 우는 겨. 나까지 나게 하지 말어.

선장은 조타실로 들어갔다.

남자는 이제야 여자를 제대로 보내고 있다 느꼈다.

  • profile
    korean 2018.02.28 18:59
    열심히 쓴 좋은 작품입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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