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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4:33

별과 나비

조회 수 4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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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적부터 별 보길 참 좋아했다. 별에 대해 잘 알진 못했지만 그들이 가진 반짝거림이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닿을 수 있다면…'


한 때는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친구들이 모두 비웃었다. 별은 아무리 가까워도 몇백광년 너머에 있다고. "태양에 가고싶단 말이라면 500광년 안에 가기도 전에 다 타버릴 걸!" 재수없는 소리에 고개만 내젓고 말았다. 태양과 달보다 작게, 수없이 반짝이는 그들 품에 빠지고 싶었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말이다. 나는 틈틈히 그들을 관찰했고, 그들 중에선 내가 관찰하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틀림없이 그들 또한 나와 같이 소통하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밥마저 거르고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친구들 중엔 내가 드디어 미쳤거나, 우울증에 걸린 것 아니냐며 거리를 두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침엔 잠을 자고, 밤엔 온종일 별만 보고 있으니 걱정하던 나머지 친구들마저


"너는 우리보다 저 멀리 대화도 못하는 별들에게만 관심이 많구나."


하고 실망하는 기색과 함께 떨어져나갔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별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말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잠시동안의 이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들 중 하나가 유성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울기도 하고, 혜성도 알아볼 수 있게 되어 내가 죽은 후에 다시 보자는 기약도 맺었다. 별들은 내게 소속감을 주었다. 가족도 없이 친구들마저 떠나버린 내게 별의 한 자리를 주기라도 한 듯. 낮이 되면 그들과 함께 햇빛 속에서 잠들 때마다 오묘하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놀라서 깨면 어느새 밤이 되어 그들이 먼저 마중나와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늦잠을 자는 편이었다. 항상 나보다 별들이 먼저 일어나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남을 질책하거나 놀릴 줄 몰랐다. 그저 조용히, 또는 강렬하게 반짝이며 서로의 말을 주고받았다. 내가 그들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그나마 전깃불을 덜 받는 옥상에 올라가야 했고, 천체망원경이라는 귀찮은 도구도 필요했지만, 덕분에 그들과 소통하기는 편했다.


"그것 참 편리한 물건이네."

"누구야?"


이 날의 옥상에는 불청객이 끼어있었다. 오랫동안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한 나로서는 적잖이 부담스러웠고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내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애는 날 선 목소리에도 그저 조용히 웃으며 다가왔다. 물론, 내가 망원경으로 그를 때릴 듯이 쏘아보자 항복한다는 듯 양 손을 든 채 오긴 했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걸 어떻게 믿어?"

"넌 별들을 어떻게 믿는 거야? 단지 멀리 있어서?"

"아니야! 나는…"

"나도 별 좀 볼 수 있을까?"


난생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제 물건을 넘기고, 제 친구들을 소개하는 건 어떤 느낌이겠는가? 당혹스러웠지만 남자애는 마치 이 곳에 자주 있었던 사람인 것마냥 익숙하게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들여다보던 별을 같이 보는 듯, 남자애는 예쁘다, 하며 금방 거리를 두었다.


"넌 저 별을 뭐라고 불러?"

"안 부르는데."

"왜? 네 친구들 말로는 너랑 별들이 서로 얘기한다고 그랬는데."

"얘기를 나누더라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진 않아. 하고싶은 말을 하고 듣고싶은 말을 듣는 거야."

"그게 대화인 거야?"


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별들과 나는 서로 상호 존중하는 사이일 뿐이었다. 이게 대화가 아니면 뭐지? 남자애는 하늘을 보고 망원경 없이 별들을 보고싶은 듯 인상을 살짝 구겼다. 잠시 남자애를 보던 나는 이내 나랑 "대화"를 나누는 남자애 또한 나와 서로 안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할 타이밍을 놓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별은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스스로 빛을 내는 거래. 태양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해도 별로 와닿지 않아. 우리 몸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만 살아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잖아. 역시 무언의 신호 아니야?"

"글쎄. 별에는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나랑 대화할 수 있는 '무언가'잖아."

"나도 너랑 대화하는 '무언가'인데."

"신기하지 않잖아. 나랑 싸우고 싶어서 그래?"

"아냐. 난 단지 네가 별과 사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게 신기해서 그래."

"난 별이 좋아. 죽으면 별이 되어서 저들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사람이 죽으면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죽으면 나비로 환생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

"난 그것도 믿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영양가없는 대화보다 별들과 소통하며 빛나는 자신을 느껴보고 싶었다. 꿈 속에서 느꼈던 기이한 쾌감을 지속하고 싶었다. 얼른 남자애가 저리로 꺼져줬으면. 남자애는 하늘만 보고 이야기하다 나를 흘깃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그가 누군지 알았다. 이 옥상의 옥탑방에 박혀살던 아무개였던가.


"미안해. 그렇게 노골적으로 사람이랑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줄은 몰랐어."

"티가 많이 나나 보네. 그럼 좀 꺼져줬으면 좋겠다."

"이름이 뭐야?"

"작업 거는 거야?"

"그럴 지도 몰라."


변태새끼. 결국 한밤 중에 나온 목적이 혼자 있는 여자애한테 잘 보이고 싶었단 거 아냐? 안 가르쳐 줘, 하며 인상을 썼지만 남자애는 그저 별처럼 웃기만 했다.


"네 이름을 알고 죽으면 나도 별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언제는 안 믿는다며. 거기다 죽는다니, 초면에 재수없는 소리까지 하네."

"그것도 그렇네. 그래도 별 입장에서는 되게 기분 좋은 일이잖아. 아무도 내 반짝임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별의 미생물같은 '무언가'가 내 반짝임을 들어주는 거니까."

"……"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에 가슴 속부터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여지껏 별들이 나를 반짝이게 해준다고 생각했기에 반대로 별들의 이야기에 내가 귀 기울이고 있단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굳어버린 나를 보고는 남자애가 당황스러운 듯 작게 웃음을 흘렸다. 미안해, 잘 자. 하며 그 남자애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뒷모습을 보고서야, 남자애가 참 왜소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엔 잠을 잘 수 없었다. 남자애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도망치듯이 망원경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째선지 잠이 오지 않았다. 다만 아침이 되어 모두가 깨어날 시간에 맞춰 앰뷸런스에 거슬리는 사이렌 소리만 내 정신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모르는 척 하고 눈을 감으려 했지만 사람이란 족속이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있는지라, 결국 똑같은 사람인 나도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마침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이웃과 마주쳤다.


"아니 아가씨, 무슨 일이야? 어째 안 자고 있었네?"

"…시끄러워서 깼네요. 무슨 일 났어요?"

"아, 응. 꼭대기에 살던 학생 하나가 죽었어."

"예?"

"이게 뭔 일이래. 집값 떨어지게…"

"아니, 무슨 소리예요?"

"으응, 그 학생이 몸이 아팠나보지? 월세 받기로 해서 올라갔다던 양반이 얼굴이 시퍼래져가지곤… 아가씨는 뭐 아는 거 없어? 매일 거기 올라갔잖아. 둘이 아는 사이 아니었어?"

"…모르는 사람이예요. 수고하세요."

"어, 응? 그래애, 아가씨도 몸 조심하고, 얘기 어디 안 새게 입도 조…"


이웃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집값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 밖에서 이웃들끼리 떠드는 소릴 외면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 날의 꿈도 황홀했다. 기묘하게 떠있는 공간에서 나 자신이 빛나는 꿈을.


아. 너는


그리고 거기서 그를 봤다. 뒷모습이 왜소했던 그 남자애를. 그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날고 있었다. 처음 만난 그 옥상에서처럼 조잘대진 않았지만, 조잘대는 그 주둥이만큼이나 깜빡거림이 잦았다. 남자애는 그 날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 남자애가 별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은 놀라서 깨지 않았다. 부드럽게 바닥에 안착하는 기분과 함께 눈을 뜨니 여느 때처럼 조용한 밤중이었다. 다시 망원경을 안아들고 올라갔다. 사람이 죽은 장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알 바는 아니었다. 나도 결국 그를 보러 가는 거였으니까. 망원경을 설치하고 나니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판초를 꺼낼 때가 되었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까지 중얼거리며 별을 들여다보았다.

별들은 늘 그자리를 지키며 뱅뱅 돌며 빛났다. 저 중에 그 남자애가 있을까. 그 애에게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남자애로 시작해 남자애로 끝나는 물음을 냅다 집어던지고 싶었다. 사람이 죽으니 별도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그저 그 앞에 주저앉아 망원경이 아닌 눈에만 의지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망원경이 아닌 눈으로만 본 하늘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리게 반짝이고 있었다. 남자애가 보던 하늘이 이랬을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텅 빈 공간에서 빛나는 별들. 그 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망원경으로 열심히 들여다보는 여자애 하나.


"알았어. 재수는 없지만 멋있는 일이라고 칭찬해준 건 네가 처음이니까."


나는 망원경을 다시 잡고 보았다. 늘 보던 하늘이니 어딘가 새로 생긴 별이 있으면 알아볼 수 있을거라 믿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가 죽을 때까지, 꼭 그 별을 찾아내서 반짝거림을 들어줄테다. 이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니, 너도 그 자리에서 계속 조잘대며 반짝이고 있기를.

  • profile
    korean 2018.02.28 19:06
    열심히 쓴 좋은 작품입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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