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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0 16:46

A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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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어제 배를 타고 떠나버렸어. 아마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야. 금방 온다고 했지만 난 알아. 이게 마지막이라는 걸. 너 역시 두 계절만 지나면 돌아오겠노라 약속하고 여태껏 돌아오지 않았잖아.’ 편지를 읽자 가슴이 막막해졌다. 그녀. A는 아직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내가 부산을 떠나온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편지는 매달 내 앞으로 배달되어 온다. 이젠 돌아갈 마음이 사라진 내 앞으로. 내 주소를 알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직접 찾아오지 않는 건 아마 변해버린 서로를 마주 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저 날 찾아와 지난 어린 시절처럼 허물없이 지내기에는 그녀와 내 사이가 이미 너무 많이 틀어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답장을 써야할까, 잠시 고민하다 이내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 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 A는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는지, 라는 의문과 함께.

A의 부모님은 살아계셨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내가 그녀를 부럽다는 눈길로 바라보았을 때, A가 보여준 미소, 그 애처로운 미소를 잊지 못한 채 나는 이곳 서울에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A의 등에 시퍼렇게 새겨진 멍 자국, 아침이 되면 부은 눈, 그리고 이따금 밤에 우리 집으로 건너오는 그녀의 모습에 형용할 수 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 감정을 그녀의 앞에서 내색할 순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기대 흘리던 눈물의 무게를 본 다음에는 더더욱. 그렇게 그녀는 항상 울었다.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이었다. 고아원에서 쫓기듯이 도망나와 놀이터에서 앉아있던 중, 옆에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몇차례의 날카로운 파멸음이 오고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 또래의 소녀가 신발도 채 신지 못한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우는 소녀에게 내가 느릿느릿 던진 한마디는, 난 부모님이 없어, 였다. 그러자 소녀는 날 애처롭게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난 행복해, 라고. 그것이 A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첫만남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A와 나의 첫만남. 그 이후에 우리에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왜 우리는 이렇게 된것일까. 어느새 나는 편지지를 꺼내 써내려가고있었다. , 우리는 이렇게 된것일까, 라고. 그녀에게 묻는것인지 내 자신에게 묻는것인지 혹은 그저 아무 의미없이 허공에서 흩어져 버릴것인지도 모르는 의문을. 왜 우리는 이렇게 되버린걸까.

그 날은 추웠다. 유난히도 추웠던 19971, 참을 수 없는 갑갑함에 고아원에서 뛰쳐나와 무작정 거릴 달리던 중 나는 보고야 말았다. A의 집 커튼뒤로 실루엣이 아른아른 거리를 것을. A가 또 다시 맞고있음을. A의 아버지가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으로 A를 내리치려고 하고 있었음을. 나는 앞 뒤 생각할것없이 A의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서부터 무엇인가가 부셔지는 소리와 A의 간간한 애원만이 허공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잠시 멈추어본다. 이 편지를 읽는 A는 어떨까. 그녀는 이걸 다시 꺼내볼 용기가 생겼을까. 나는. 나는. A의 아버지는 칼을 들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A는 말했다. ‘도망쳐’. 그녀의 입술을 타고 흐른 소리가 도망쳐, 가 아닌 살려줘, 였다면 난 그길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어느쪽이 현명한 일이었을까. 고작 자기 나이의 또래 소녀인 나에게, 그녀는 도망치라고 말한다. 내가 기억하는 다음순간은 내가 어느새 창문을 깨고 날카로운 유리파편으로 A의 아버지, 그를 내리쳤다는 것이다. 나는 여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니,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의 눈. 나로인해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의 눈. 그런 눈을 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 다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내리친 유리파편에 맞아 A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밖에. 그 길로 나는 A의 집을 빠져나와 짐을 싸 고아원 식구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채로 짐을 쌌다는 것 밖에. 원장님의 주머니에서 꺼낸 3만원과 함께 난 그길로 두 계절 뒤에 돌아오겠노라는 쪽지를 A의 집앞에 끼워놓은채 이곳 서울로 왔다. 아니, 도망왔다. 나로 인해 마지막 숨을 들이쉬게된,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모습이 자신으로 인해 절규하는 딸의 모습이었을 A의 아버지의 원망이 살아 숨쉬는 채로, 그렇게 나는 이곳에 왔다.

그로부터 몇일 후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나는 A와 재회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는 9시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 000일 새벽 5시경 자신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19)가 구속되었습니다. 검찰은 아직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조사중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재회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따. 다만 그녀가 정당방위를 행사했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것 밖에. 가 부산에 돌아 갈 때 쯔음, 그녀는 아마도 나를 보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돌아가지 못했다. 나를 끊임없이 옭아매는 이 지겨운 사슬을 몸에 매단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내 죄들을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평생 이렇게 내 죄에 대해 속죄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치룰 댓가이다.

우리는 으로 시작해 댓가이다 라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편지는 어떻게 맺어져야 할지 한참을 방황한다. 그리고 나는 쓴다. 너무했다고. 세상이 우리에게, 고작 열 아홉이었던 우리에게 얹어준 삶의 무게가, 그 무거움이 너무했다고. 마지막 문장을 적어놓고 편지봉투를 닿는다. 이 편지는 발송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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