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7
어제:
33
전체:
305,950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72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5.11.27 18:57

피크엔드 효과

조회 수 154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크엔드 효과

 

 토요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뜬다. 악몽과도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되겠군.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싫어서 한참동안이나 이불 속에서 뒤척거린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이내 쌀쌀하다. 한기가 나의 뺨에 서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는다. 하. 전혀 기쁘지 않은 주말이 또 다가왔구나.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면 두렵기만 하다.

 나를 벌떡 일어나게 해주는 문자 한 통이 왔다. 딩동! 제발 제발 제발.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신다면 제 목숨을 걸고 그 무엇이든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모든 신에게 기도를 하고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읽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 ‘불합격하셨습니다.’ 에라이. 기대한 내가 바보지. 도대체 몇 번째인가. 내 주제에 무슨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 따위가 있긴 한걸까. 뭐, 이제 아쉬울 것도 없고, 희망도 포기한지 오래다. 항상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홉 번째인가? 열 번째인가? 이제 몇 번 도전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원하는 곳에 합격할 수 있다는 패기 넘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어디든 붙기만 붙어라 하는 초라한 모습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원서 쓰는 기계가 되는 있는 내가 한심하다.

 이 와중에 또 배는 고프다. 참. 어이가 없다. 인간은 본능의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꼭 맞다. 방문을 열고 나와 보니 어머니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신다.

“엄마, 죄송해요. 저 또 떨어졌어요. 방금 연락 왔었어요.”

“어휴…….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렇게 하는 데 왜 이리 안 될꼬? 취직이 되긴 되겠나?”

“모르겠어요. 저도. 수요일 날 또 다른 곳 면접 보러가긴해요. 큰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알겠다. 힘내라.”

 그렇게 힘겹게 불합격 소식을 말하고, 식탁에 앉은 나는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펑펑 눈물을 쏟기 시작한다. 내 자신이 한심하고 싫다. 내가 이렇게 초라하고 작은 존재였던가?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항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신감이 나의 최고의 무기였지 않은가. 어디 갔지? 나의 자신감. 내가 도대체 왜! 어떤 직장도 가지지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지? 나의 자존감은 밑바닥을 기며 더 이상 추락할 때도 없고, 이제 부끄러워서 사람들 만나기도 꺼려진다. 자신감은 없고, 어디를 가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 데 그 말도 듣기 싫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더 비참해 진다. 끝도 없는 무간지옥 속으로 빠진 듯 한 느낌이다. 내가 전생에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문득 창문 밖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눈물이 아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선선한 날씨에 다른 사람들은 나들이 가며 모두 즐거워하는데 왜 나만? 나만 이렇지? 오직 내 마음만은 여전히 눈보라가 치며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나만 이 세상에 버려진 듯.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쯤 이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나는 벽을 몇 번이나 친다. 그렇게 한바탕 혼자 분풀이를 하고 지쳐 잠들었다.

“따르르릉” “여보세요” 전화를 받으며 시계를 쳐다본다. 밤 8시 꽤 오랜 시간을 잔 듯하다.

“오빠. 지금 잠깐 볼수 있어?” 나의 여자 친구 민지이다. 5년 동안 만나면서 그녀는 내 인생, 내 삶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그녀만이 나의 한줄기 빛이요. 희망 이였고 힘든 시간도 그녀 때문에 겨우 버텨낼 수 있었다.

“응. 우리 민지 보러 오빠가 지금 바로 갈게.” 그런데 왜 일까? 차가워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 예감이 좋지 않다.

“민지야~ 밥은 먹었어?”

“오빠. 할 말있어.”“.......그 말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순간적으로 그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빨리 말하는 게 좋겠어. 오빠.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이제 오빠만나는 것도 힘들고 나 다른 사람 생겼어.”

“.......누군데?”

“그런 건 알거 없자나? 오빠 잘 지내. 아프지 말고”

 이게 또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일인가. 믿을 수 없다. 내 인생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듯했다. 지옥 불구덩이에 들어간다면 이런 기분일까?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 무릎을 꿇었다. “가지마. 민지야. 내가 더 잘할게” 매몰차게 뿌리치는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그녀는 아주 좋은 회사에 취직한 지 어느 덧 3년차. 나는 아직도 취업준비생. 그 어떠한 조건도 그녀를 잡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내 자신이 미웠다. 왜이리 바보 같을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하나도 되는 일이 없고, 무엇하나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매일 밤을 눈물로 지세웠고, 그 덕에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베란다에서 담배 한대를 물었다. 그리고는 밖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겠다.’ 순간 소스라치게 무섭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무엇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인가. 내가 이토록 나약한 존재인가.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그 와중에 시간은 또 빠르다. 어느덧 수요일이 왔다. 입사면접. 이번에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기계처럼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하면 된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것이다. 두려움 따위 없어진지 오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듯했다. 각자 자신의 희망을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사람들. 풋. 웃음이 난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할 때가 있었는데. 저들도 나와 같이 되지 않을까? 그 때 나의 이름이 불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성실히 대답한다. 특별한 것을 묻지 않는다. 준비해왔던 대답을 줄줄 이야기한다. 수많은 면접경험 때문에 막힘없이 질문에 답한다. 기계 같다. 취업준비 기계. 하지만 이번에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안될꺼니까. 나는 그런 놈이니까.

 힘없이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더 이상 집은 안락하지 않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심히 부담스럽다.

“하늘아. 이제 왔니? 오늘은 어땠어?” 기대감에 찬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심장이 덜컥한다.

“잘 모르겠어요. 기대하시지 말라니깐.” 땅이 꺼져라 한숨 쉬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는 하늘에서 대체 뭘 하시는지 모르겠다. 자기 아들 취직 좀 시켜주면 어디 덧나는가?”

죄송스러움과 짜증남의 미묘한 감정이 들었던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며칠 후, 여느 때와 같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지? 핸드폰 속 뜻밖의 결과가 나의 눈 속에 들어온다. ‘강하늘님은 모던그룹에 합격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누가 장난을 친 것인가? 휴대폰을 껐다가 다시 켜보고 확인한다. 그대로 있는 문자. 그래도 믿을 수 없어서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강하늘이라고 하는데요.”

“네. 입사 축하드립니다. 오리엔테이션 날짜와 시간은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내가 취직을 했어? 드디어 취직을 한거야? 세상을 다 가졌다면 이런 기분일까? 너무 기쁜 마음이 드는 데 오직 엄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한 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날아왔다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엄마. 엄마. 엄마! 모던그룹 합격했어!”

“뭐.뭐라고? 정말이야?”

“응. 나 취직했다고! 나도 이제 직장인이야.”

“아이고, 장하다 내 새끼. 드디어 됐구나. 그토록 기다렸는데 이제야 됐어.” 엄마의 눈, 나의 눈에는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엄마, 울지 말고 좋은 일인데 왜 울어. 울지 마.”

“알았어. 그래,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니. 이제 너랑 나랑 죽을 때까지 잘 살 일만 남았다.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거야.”

 너무 기뻐 한동안 잠을 설친다. 이제는 정말 좋은 일만 생길 것만 같다. 제발 그래야만 할 텐데…….

첫 출근 날, 회사에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나를 비롯한 신입사원과 회사를 둘러보는 데, 모두들 업무에 바빠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일한단 말이야? 세상에나……. 꿈만 같다.

서둘러 내가 일할 자리로 가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소개를 주고받으며 할 일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운다. 쉽지 않다. 힘들게 취직했으니 한 치의 실수 없이 잘 해보자고 마음먹고 모든 업무를 수첩에 메모한다. 빨리 업무파악을 하여 유능한 직원이 되어야지. 회사 동료들과도 친분이 생겼는데 그 중 내 옆에 앉은 김주혁 대리님은 나와 마음이 잘 맞다. 옆에 있어서 가끔씩 재밌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물어볼 것도 물어본다. 정말 좋으신 분 같다. 의지할 사람이 생긴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한 달이 지나 첫 월급날이다. 아침부터 두근거리는 것이 기분이 좋다. 이 날은 나만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회사사람 모두들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하늘씨, 오늘 우리 회사 들어와서 첫 월급 받는 날이네, 월급 받으면 정말 기분 좋을 거야. 특히, 처음 받을 때는 더더욱.” 김 대리님이 말한다.

“네,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아 대리님은 첫 월급으로 뭐하셨어요?

“음…….나는 그걸로 다 쇼핑했지. 전부터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 사고 술 마시고 친구들보고 하니까 월급의 반 이상을 썼더라고.”

“정말요? 대단하시다. 사고 싶은 것이 많으셨나봐요. 하하” 웃음이 나온다.

“그게 그렇게 웃기냐? 뭘 그렇게 웃어. 웃지 마. 민망하잖아. 그러는 하늘 씨는 월급으로 뭘 할 건데?”

“글쎄요. 아직 생각을 안 해봐서, 그냥 엄마와 같이 외식하고 반은 제가 쓰고 반은 엄마 용돈 드릴까 해요.”

“엄마 생각 무척 많이 하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머니 용돈 한번 드린 적이 없네…….”

“저는 엄마 혼자서 저를 키우셨거든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저 키우느라 힘든 고생 다 하셨는데 이제 제가 어머니께 효도해야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하는 현재 내 상황에 감사하다.

그 날 저녁 엄마와 저녁식사 후 집으로 가면서 엄마가 말했다.

“네 덕으로 오늘 근사한 저녁도 먹고. 내가 너를 키운 보람이 있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엄마는 나를 지난 33년간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이 했잖아. 그것에 비하면 오늘 저녁 먹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들 다 컷네……. 네 아빠도 하늘에서 오늘은 정말 즐거우실 게다.”

가슴이 찡하다. 엄마. 제가 더 잘할게요.

 그로부터 한 달. 두 달이 흐르고 세 달이 왔다. 그 날도 어김없이 김 대리님과 업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부장님이 나를 부른다기에 이야기를 멈추고 가보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2주 뒤 여러 회사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데 내가 발표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없다. 아직 신입사원인 내가 어떻게 그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맡을 수 있는 것인가? 너무 걱정이 되고 떨린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신입사원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일종의 과정이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다고 한다. 사실 1년간의 수습기간 후 정규직 전환인 데, 그 평가의 과정인 것 같다. 이런 날벼락이 또 어디 있을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한 주 동안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남은 한 주는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힘써야 겠다.

“김 대리님. 그날 저 대신에 발표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아프다하고…….”

“어허 신입사원이 빠져가지고. 이런 거 겪어보면서 성장 하는 거야.”

“도저히 못하겠어요. 아무 말도 못할까봐 겁나요.”

발표 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출근을 했다. 매우 긴장한 상태로 회의실로 간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갑자기 커다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식은땀이 흐르고, 오한이 들기 시작한다. 앞사람의 발표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다.

“다음은 강하늘 씨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앞으로 나가자 수많은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두렵다.

“네. 제가 발표할 주제는 저기…….음…….그러니까”

“빨리 발표하지 않고 뭘 합니까?” 꾸물대기만 하는 나에게 회사 사장님이 소리를 지른다.

그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진다. 당황하면 할수록 손에서 땀은 계속 흘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아무 말도 못한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고, 주변에서 웅성대기 시작한다.

“준비를 하지 않은 것입니까?” 험상궂은 얼굴로 사장이 말한다.

너무 긴장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당신 나가고 다 끝난 후에 나 좀 봅시다!” 사장이 소리친다. 현기증이 일어났고, 장막이 쳐지는 것처럼 눈앞이 흐릿해지며 의식이 없어진다.

“강하늘씨. 강하늘씨. 괜찮아요?” 희미하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누구지? 눈을 뜬 나는 처음 본 장소에 와있음을 느낀다. 순간 정신을 잃었나보다. 내 앞에는 김 대리님이 서있다.

“여기가 어디에요? 프레젠테이션 할 때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발표하다가 강하늘씨 기절해버렸어요. 좀 쉬라고 빈 사무실로 옮겼어요.”

“하. 제가 왜 그랬을까요?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저는 원래 그런 놈인가봐요.”

“몸이 우선이니까 먼저 몸부터 추스르고 이야기해요.”

시간이 흘러 몸 상태가 괜찮아 후 사장님께 가보니 표정이 정말 좋지 않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겠다.

“강하늘 씨”

“네.”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그런 식으로 일하면 저희랑 일 같이 못합니다.” 사장이 책상을 탕탕 치며 화를 낸다.

“죄송합니다.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것이…….”

“변명은 집어치우고 지켜보겠어요. 아직 수습기간이니까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간신히 얻은 직장인데. 벌써부터 찍히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러다가 다시 취준생의 지옥 같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표정이 굳어진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 안해야 할 텐데…….

사장실 문을 닫으면 나오는 데 전화벨이 울리며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여기 세브란스 병원인데. 강하늘씨인가요?”

“네 그런데요.”

“아, 여기 병원인데 어머님께서 쓰러지셨거든요. 와주셨으면 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힘든 일이 한꺼번에 오는 거야? 뭐야? 갑자기 왜! 왜! 이런 일이 일어 나냐고! 황급히 회사를 빠져 나와 병원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다 필요 없고, 엄마를 잃을 것 같아서 겁이 난다. 지금껏 못해 드렸던 게 너무 많은 데. 엄마는 응급실에 누워있었고 주위에 의사, 간호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슨 큰 일이 난 것이 분명하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 엄마 어디가 아프신데요? 어제까지 멀쩡하셨는데.”

“췌장암인데 지금 당장 수술이 필요합니다.”

“네? 심각한 건가요?”

“아직 초기라 수술하시면 좋아지실 수 있습니다.”

하.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데 수술을 하려면 수술비가 필요한데 지금 내겐 수술할 만큼의 돈이 없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돈 없으면 수술을 못하는 것 아닌가?

“일단 수술부터 해주세요. 돈은 제가 마련해볼께요.”

“죄송한 데 결제가 되셔야 수술날짜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그 목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하는 데. 나의 무능함이 또 한 번 나를 좌절시킨다.

발로 그 때 “하늘아. 강하늘!!”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니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대은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한참을 껴안고 눈물을 흘린 거 같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정신을 가까스로 차리고 묻는다.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 쓰러지셨다고 하시더라고. 너 걱정되어 뛰어왔지.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랑 같은 아파트 사시잖아”

“고맙다 정말. 이렇게 와준 것만 해도 고맙다. 지금 너무 힘들다. 모든 게”

그 때부터 나의 모든 상황을 대은이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이야기하면 나의 안 좋은 모든 상황들이 하늘로 분해되어 없어지지 않을까? 이야기를 하면서 참으로 어렵기만 한 나의 인생은 내가 들어도 드라마 같다. 대은이는 듣고 나서 미안하고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이 싫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말 힘들겠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은이가 이야기한다.

“나도 이제 어떡할지 모르겠어. 갑자기 수술비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음……. 그건 내가 도와줄게. 어릴 때 너희 어머니한테 신세진 게 많아. 나를 너보다 더 좋아해주셨는데…….수술비는 일단 내가 낼게. 먼저 어머니 수술이 중요하잖아.” 옛날부터 집이 부유했던 대은이가 흔쾌히 말한다.

“신세지는 거 같아서 싫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너무 걱정하지 마.”

“인마. 갚으면 되는 거지. 이자까지 다 받아낼테니까 일단 내가 낼게.”

“고마워.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또 힘든 일 있으면 말해봐. 내가 네 부탁은 다 들어줄게.”

“수술비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데 뭘 또 도와준다고 그래. 이제 별다른 문제없어. 이제 내가 다 이겨내야지.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은혜는 무슨, 어렸을 땐 내가 매일 너희 집에서 살다시피 놀았잖아. 너희 어머니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그 때 너무 철없게 굴어서.”

“아무튼 고맙다 대은아.”

이런 친구가 옆에 있어 나는 아직 살만하다.

대은이의 덕으로 엄마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병원 밖에서 한 시간, 두 시간을 기다리는 데 드디어 엄마가 수술실에서 나온다. 제발 괜찮으셔야 할 텐데…….

“저기…….우리 엄마 괜찮나요?”

“네. 다행히 수술이 잘 됐습니다. 안정을 취하시게 하고 3주 정도 병원에 계시다가 퇴원하시면 됩니다.” 의사가 말한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다음날 엄마가 눈을 떴다.

“엄마,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아니, 이젠 다 나았어. 근데 너 수술비는 어떻게…….”

“엄마. 대은이가 도와줬어. 내가 차근차근 갚아 나가면 되.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얼른 낫기나 하면 돼.”

회사로 향한다. 나에겐 엄청난 일이 있었는 데 회사 안의 모든 상황은 내가 없어도 돌아간다. 하긴 내가 뭐라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갈 거야. 내 자리로 가서 업무를 시작한다. 다시 힘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김 대리님이 귓속말을 한다.

“하늘씨. 원래 사장님이 그래. 파이팅하쏘~”

씩 웃으며 대답했다. “대리님. 저 다 이겨낼꺼에요. 파이팅!”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간다. 집에 가서 푹 쉬고 싶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내 인생.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냐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또 있을까? 언제쯤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 나는 강하늘이니까.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못한다.

 오늘은 엄마의 퇴원 날이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셨다. 너무 기뻤다. 얼른 가서 엄마랑 못했던 대화나 해야지.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걸어가는 데 길가에 붙어있던 포스터가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에세이공모전? 주제가 인생이네. 내 이야기 쓸 거 많은 데. 한 번 도전해봐? 상금이 500만원? 이거 타면 대은이한테 돈 갚는 데 도움 되겠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국어국문과를 가서 글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였지만 집안 형편도 좋지 않고, 어떻게는 집을 일으켜 세워야하는 장남이기에 취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일이 끝나면 담담하게 나의 모든 일들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작음을 느꼈다. 추리고 추려 그렇게 나의 33년간의 모든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꾸밈없이 있는 사실대로 썼고, 다른 사람들도 나의 글을 읽고 힘냈으면 하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그 것을 시작으로 나는 여기저기 글쓰기 공모전에 있으면 참여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나…….나……. 수필 공모전 1등 했데.”

“뭐라고?”

“1등해서 책으로도 나오고, 상금도 받아.”

“와. 정말 잘됐다. 우리 아들이 최고네!”

나는 그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게 되었고, 나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을 출간하기까지 했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한 것인 데, 운이 좋게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살다보니 이런 좋은 일도 생기고, 포기하지 않는 내가 자랑스럽다.

그러다 받은 전화한통.

“저기 강하늘씨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아. 여기 대구대학교인데 강하늘씨 책 내용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강의를 좀 해주실 수 있나 하고 연락드렸습니다.”

내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니. 너무 기뻐서 생각도 하지 않고,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저기 나의 인생을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기회. 이런 기회가 내 평생 언제 있겠는가? 나로 인해 희망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힘든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날 때가 아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세요. 힘든 순간이 한 번에 오더라도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세요. 살면서 힘들 때는 행복한 거 나중에 몰아서 받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여러분. 언젠가는 좋은 세월이 오게 마련이에요. 끝까지 포기하지마시고 그리고 계속 도전하세요.”

대학교 강의를 시작으로 여기 저기 강연 초청을 받게 되었고, 분에 넘치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해주고 그 것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지며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고난이 없이는 성공도 없는 것 같다. 마지막이 좋으면 힘들었던 것은 모두 추억이 된다. 돌이켜보면 그 것을 통해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었고, 지금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피크엔드 효과를 생각하면서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지. 나 같은 놈도 지금은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이제 새롭게 시작해보자! 파이팅!!”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지옥의 바닥에서 뒹굴었던 내가 지금은 그 힘듦을 딛고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 profile
    은유시인 2015.12.21 01:18

    잘 안풀리던 주인공의 인생역전이랄까, 흥미로운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단편소설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16 file korean 2014.07.16 3328
545 경신아 2 file 송멀티 2015.11.03 262
544 선물 1 phantoml 2015.11.05 227
543 대박맛집 2 김서방 2015.11.07 383
542 시간의 회상 1 나인 2015.11.24 72
» 피크엔드 효과 1 자랑스런한국인 2015.11.27 154
540 오후2시 1 file 유유비 2015.11.28 99
539 제8차 창작 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응모작 <검은전구> 2 신군 2015.12.01 37
538 정답 1 히무 2015.12.02 81
537 식지 않는 1 김미나 2015.12.05 88
536 돌고래의 생존법 1 sush 2015.12.08 341
535 한 도시전설 이야기 1 DRKwriter 2015.12.10 32
534 고양이가 태어나는 밤 1 Amy 2015.12.10 71
533 닿을 수 없는 것은 항상 가까이에 - '더 도어즈 (The Doors)' 1 bgi 2015.12.10 48
532 마음의 치유 1 file 임아영 2015.12.10 193
531 ▬▬▬▬▬ <창작콘테스트> 제8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9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5.12.10 104
530 빈곤논쟁 1 에고시즘 2015.12.30 378
529 통증 1 도로시 2015.12.31 310
528 자전거 도둑 1 내젊은날의숲 2015.12.31 66
527 선생님 1 나무꾼 2016.01.02 64
526 찰나 1 망고주쑤 2016.01.04 49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7 Next
/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