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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6:27

죽음을 대하는 태도

조회 수 8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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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태도


  주인공이 태어났을 때 주인공의 엄마는 돌아갔다. 주인공이 겪은 첫 죽음은 엄마의 죽음이었다. 그 때의 주인공은 죽음을 몰랐다. 주인공의 아빠는 엄마 없이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었는지 아기를 보호소에 버리고 떠났다. 아기는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11살 꼬마가 될 때 까지 보호소에서 자랐다. 어느 날 보호소에서는 원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원장의 아버지가 목을 메달아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꼬마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 슬퍼하지는 않았다. 원장과는 친밀한 관계였지만 원장의 아버지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원장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던 꼬마는 그냥 평소대로 지냈고, 원장 또한 점점 감정이 무뎌졌는지 얼굴에 슬픔과 그리움은 사라져 있었다.

 

자식과 가족이 없는 노부부가 있다. 할머니는 아이를 가지지 못 하는 몸이었고, 노부부의 가족은 모두 이 세상에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시절 열심히, 그리고 조용히 돈을 모았던 노부부에게는 죽을 때 까지 생활할 만한 여유금이 있었다. 둘은 삐그덕 대는 안마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떠나게 될까요?” 할머니는 말했다.

우리 가는 길 외롭지 않게 같이 떠나요.” 할아버지는 대답했다.

 

할머니는 갑자기 무서움을 느꼈다. 자신의 동반자와 같이 저승으로 간다면 이승에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82년 살아온 인생이 순식간에 무()가 된다는 것이 싫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우리가 죽었을 때 우리를 그리워 할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꼬마는 곧 노부부에게 입양되었다.

 

꼬마는 자신의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창 집중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에 자신을 보호해줄 어른이 생겼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자식이 없었던 슬픔과 한을 꼬마에게 풀었다. 많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꼬마가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보살피며 키웠다. 꼬마는 학교에 다니며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어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20살 젊은이가 되었다. 젊은이는 그럭저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젊은이는 SNS에서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이었던 친구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다. 같은 반 이었지만 말은 안 섞어본 그런 친구였다. 젊은이는 몹시 놀랐다. 자신의 가까운 지인 중에서 죽음을 맞은 첫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젊은이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에 갔다. 젊은이의 기분은 이상했다. 며칠 전 까지 SNS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1년 전 까지만 해도 학교 복도에서 마주치던 친구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처음 가 본 젊은이와 젊은이의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우왕자왕 했다. 떠난 친구의 남은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떠난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젊은이에게 와줘서 고맙고 내 자식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한 뒤, 돌아 섰다. 젊은이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었다. 사실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죽음이 약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던 젊은이는 노부부에게 말했다. “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가 죽었는데 너무 불쌍해요. 20살에 죽다니. 기분이 이상해요.” 할아버지는 젊은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할아버지가 대학 2학년 이었을 때, 친한 친구가 죽었다고 한다. 그때 할아버지는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감정이 고요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순간 친구와 지냈던 추억들이 생각났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이 슬프고 그립다고 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 친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했다.

 

젊은이는 할아버지의 태도가 이해가지 않았다. 친한 친구의 죽음을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이해가지 않았다. 젊은이는 할아버지가 자신보다 누군가의 죽음을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죽음이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다음날, 약속이라도 한 듯 노부부는 같이 세상을 떠났다. 젊은이는 혼란스러웠다. 어제까지 웃으며 얘기를 나누던 사람, 그런 멀쩡한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자신은 다시 고아가 된 입장. 복합적으로 절망적인 순간을 준 하늘이 무심했다. 젊은이는 무너지는 감정을 추스르며 노부부의 장례를 조용히 치렀다. 신기하게도 조용히 살아온 노부부의 사망 소식을 어떻게 전해 들었는지, 몇몇의 사람들이 장례식을 왔다 갔다. 젊은이는 고아였던 자신을 9년 동안 키워 준 노부부에게 감사했고, 그 감사를 제대로 전해주지 못 해 미안했고, 다시는 노부부를 보지 못 한다는 생각에 노부부를 그리워했다.

 

시간이 흘러 젊은이는 중소기업에 입사하였고, 주택청약을 통해 운 좋게 서울 인근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고, 새로운 생명을 보게 되었다.

 

젊은이는 아들이 아장아장 걸으면서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을 때 엄청난 행복감을 받았다. 아들에게 모든 행복을 주고 싶었고 힘든 것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젊은이는 매일 야근에 시달리며 술에 찌들어 살아갔고, 아들과 지낼 시간은 매우 적었다. 어느 날 젊은이는 지인의 장례식장에 갈 일이 생겼다. 젊은이는 자연스럽게 검은색 양말과 정장을 차려입고 부조금을 챙겼다.

 

젊은이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다. 단 하나 뿐인 유전자, 아들에게 모든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다. 아들은 폐렴에 걸려 젊은이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젊은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바로 고아가 되었을 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묵묵히 지켜봐주었던 노부부의 죽음을 보았을 때, 취업난을 겪으며 고생했지만 겨우 중소기업에 취업했을 때, 직장에 다니며 상사의 지랄을 견디며 참았을 때. 그 무엇보다도 아들의 죽음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젊은이는 그때부터 술로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술과 함께 하루가 끝나는 생활을 이어왔다. 젊은이는 중년이 되어서도, 노인이 되어서도 술을 끊지 못 했다. 노인의 애인은 노인의 젊은 시절에 이미 집을 나갔다. 노인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노인은 텔레비전에서 가끔씩 나오는 자살사례들을 보며 자기도 자살을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자살은 못 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은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갔다. 결국에는 술을 마시다가 급성심장마비가 와 심장이 멈췄고, 그대로 술병과 함께 좁은 방 안에서 숨을 거뒀다. 노인의 시체는 일주일 뒤 이웃사람의 제보로 인해 발견되었고 한 사람의 인생은 보잘것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기획의도 :

  어떤 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것은 곧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익숙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처음에는 슬프고그립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덤해지고 익숙해진다죽음은 무섭고 두렵지만 어차피 사람은 모두가 죽는다억울한 죽음누군가 바라던 죽음평온한 죽음 등 죽음의 형태는 다양하다결국 어떠한 죽음이든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에서는 잊혀 질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인간이 죽음에 대해 나약한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단 한 번의 삶을 단조롭게 살아가는 것 보단 조금 더 다채롭게그리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그것이 죽음이라는 결말에 대해 나약한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이 단편소설의 주인공은 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이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아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알콜 중독자로 변한다나중에는 혼자 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주인공의 시체는 일주일 뒤 이웃사람에 의해 발견된다주인공의 삶의 의미가 한순간에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라고 말 하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하지만 자신이 아닌아들 즉 타자를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아깝다고 생각한다결국 주인공은 죽음에 대해 약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주인공의 인생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profile
    korean 2018.02.28 18:57
    열심히 쓴 좋은 작품입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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