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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00:33

응급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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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다 같이 모여서 여행 가본 적은 없잖아. 이번 여행은 꼭 모두 가는 거야! 각기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다들 대학교 4학년이잖아. 졸업여행이라 생각하고 다녀오자”

언제가 대학생이 되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들 군대를 다녀오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간이 안 맞아 갈 시간 없었고 미루고 미뤄 졸업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야 꼭 다녀오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는데, 산과 도시에서도 충분히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요즘 시대에도 바다로만 피서를 간다는 것은 터무니없지 않는가이다. 산에 간다면 시원한 산 내음과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을 테고, 도시에서 쉰다면 쨍쨍한 햇볕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이 부는 곳에서 현대 문물의 이기를 취하며 다시금 멈추지 않고 발전하는 우리나라의 일취월장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바다에 가기로 결정하게 된 것에는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아파트가 빼곡히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라 탁 트인 광경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고, 산으로 캠핑을 가자니 안 그래도 무더운 여름인데 굳이 등산을 하면서 땀을 낼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되 물이 있고 시원한 곳을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물이 있는 곳이라 하면 계곡, 강, 그리고 바다가 있었는데, 우리들 중 가장 연애에 관심이 많고 그 방면에 있어 남다른 재능을 지닌 건우의 말에 의하면 계곡이나 강은 주로 가족단위로 가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남정네만 있는 무리는 물방개처럼 수영만 하다 온다고 극구 말리는 반면 교통이 막히고 성수기라 펜션비가 비싸도 바다로 간다면 혹시 모를 뜻밖의 인연을 만나 소소한 추억거리 하나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나름의 일리가 있었는지 다들 바다로 갈 것을 강력히 동조하고 나섰다. 가급적 싸게 다녀오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지만 한창 연애에 목마른 네 명의 완강한 고집을 꺾기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렇게 우리는 건우가 추천하는 강릉의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최종 목적지를 정했다. 일주일 뒤에 출발하기로 함에 따라 다들 바빠졌다. 그런데 바캉스 준비로 바빠졌다고 말하기가 애매한 것이 숙박을 잡거나 여행 경비를 짜느라 바빠졌다기보다는 몸을 만들거나 옷을 사고, 여자에게 어떻게 하면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진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펜션을 예약하고 경비 계산해 회비를 걷는 것은 나와 종민이의 몫이었다.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일주일은 정확히 일곱 번의 밤을 거치고 지나갔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모인 우리는 강릉행 티켓을 끊었다. 평소랑 사뭇 다른 옷차림을 한 친구들을 보니 여행을 가는 게 실감이 났다. 페도라 모자에 선글라스를 끼고 온 주홍이는 검은 피부 덕분에 브라질 여행객처럼 보였고, 몸이 좋은 정홍이는 민나시를 입고 왔다. 이에 반해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나름대로 꾸미고 왔어도 그 둘의 후광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우리를 힐끗 쳐다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주홍이와 정홍이는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지 평소보다 적극적이고 활기찼다.

버스는 도시를 벗어나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새들은 바람을 타고 자유로이 비행을 하였고 푸른 벼 사이로 허수아비는 나에게 손짓 하는 듯 양팔을 벌리고 우두커니 있는 것 같았다.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나는 감상에 젖었고 이내 눈이 감기며 휴게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잠을 잤다.

“대관령 휴게소입니다. 20분 간 쉬었다 가겠습니다. 시간 엄수하여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버스 기사가 휴게소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에 잠을 깨고 밖으로 나가 기지개를 폈다.

대관령 휴게소는 여름이었지만 제법 선선했다. 산 아래로 펼쳐진 자욱이 깔린 구름과 그 위로 나다니는 새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해발 832m의 대관령, 영서와 영동으로 나뉘는 분수령에 서 있자니 쓸데없는 사념에 잡혔다. 대관령이란 경계선을 지나면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경계선’은 나누는 듯 과거와 현재, 나와 너, 이쪽과 저쪽 등으로 서로를 분리시킨다. 그렇게 지나온 길은 과거로서 남기고 새로운 길을 현재로서 걸어가야 하는 경계선에 서 있음을 다분히 느끼고 있음이었다. 내 지난 삶의 여행은 마침표 없이 항상 의문문의 연장선이었다. 한 없이 길게 늘어진 물음표는 제법 느낌표가 될 법도 하였지만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의문은 좀처럼 정해지지 못했다.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내년이면 취업 전선에 뛰어 들게 되겠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은 취업에 대한 걱정보다도 나를 어둠으로 몰아세우고 있어왔다. 대관령에 서서 이런 푸념을 거슬러 올라가보자니 이제는 경계를 짓고 새로운 출발을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과거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로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지난 흔적을 지우고 진정한 나로서 태어나자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었다. 나는 전망대에서 돌아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은 화장실 앞에 있는 핫도그 가게에 있었는데, 다들 볼일을 보고 나온 모양이었다.

“종민아 출출하지 않냐? 핫도그 하나씩 먹고 가자.”

평소 간식거리를 자주 먹는 주홍이가 은근슬쩍 종민이에게 물어봤다. 거의 떠넘기다시피 하여 종민이가 총무를 맡았는데 수금이 완료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우리가 종민이한테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여행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를 관리하기 때문에 종민이를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고 종민이가 짐을 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밥을 먹지 못한 친구들도 몇몇 있었고, 휴게소에 오면 괜스레 하나 사먹고 싶은 게 여행객 심리였다. 결국 종민이는 과감히 결단을 내려 모두 하나씩 사먹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콜라를 드는 쾌거를 이루었다.

“역시 휴게소에 오면 하나씩 먹어야 된다니까”

주홍이는 흡족한 듯 맛있게 먹었고 그가 먹는 모습을 보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리는 바깥 공기를 쐬다가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서둘러 올라탔다. 대관령에서 강릉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는데 40분 남짓 걸렸던 것 같았다. 우리는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펜션에 가기 전에 마트에 들려서 1박 2일 동안 먹을 것을 살거야.”

모두 짐을 들고 이동할 채비를 하자 종민이가 말했다.

“짐을 풀고 가는 게 더 편하지 않아?”

짐을 가득 싣고 온 정홍이가 말했다.

“펜션 먼저 들리고 마트 가는 것보다 마트에서 펜션으로 바로 가는 게 교통비도 절감되고 좋아”

종민이는 자신이 계산한 비용을 보여주었는데, 마트에서 펜션으로 곧장 가는 것이 몸은 고되더라도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말했다. 더군다나 펜션을 가기 위해선 택시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고생할 필요가 있었다.

“김종민 총무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따르자. 우리 자금줄을 쥐고 있으시잖아.”

나는 친구들을 독려하며 앞서가는 종민이를 따라 마트로 향했다.

종민이가 알아봐둔 대형마트는 상당히 커서 다른 곳을 들리지 않고 여기서 장을 다 볼 수 있었다. 펜션에서 2만원이면 바비큐 장비를 대여할 수 있어서, 오늘 저녁은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하였는데 남자 다섯 명이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고기를 구입하는데 적잖은 돈이 들어갔다. 또한 술을 사다보니 예상비용이 초과될 것 같기도 하여 야채나 쌀은 사지 않고 다음날 아침은 라면을 먹기로 하였다.

우리가 묵을 펜션은 탁 트인 곳에 있었다. 가운데 연못을 중심으로 단층 별장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은 모양이었다. 펜션 사이에는 주차장이 있었고 충분히 떨어져 있어 시끄럽게 놀아도 주위에 피해를 안 준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펜션 내부로 들어가 보니 원목으로 디자인되어 고풍스런 느낌을 주었고 2층에 있는 다락방은 우리들에게 설렘을 주었다. 문을 열면 신발장을 지나 복도가 있었는데 왼쪽에는 화장실이 있었고 오른쪽엔 부엌이 있었다. 복도 끝에는 거실 겸 방이 있었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었다. 모든 짐을 다락방에 올려놓고 모두가 사용하는 거실을 넓게 쓰기로 하였다. 짐을 풀고 마트에서 사온 것을 정리하였다.

양손 가득히 짐을 들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냉장고에 먹을 것을 넣은 다음 선 크림을 샅샅이 바르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인하야 너는 안 들어 갈 거야?”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서 구경만 하는 나를 보고 정홍이가 물었다.

“나는 좀 쉬었다 들어갈게 어제 잠을 설쳐서 좀 피곤해.”

헤엄치며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다가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던 파라솔을 가져왔다. 돗자리를 깔고 파라솔을 설치하니 제법 괜찮은 보금자리가 되었다. 바스켓에 얼음을 담아 음료수와 함께 담아놓고 수건을 적셔 목 베개를 만들어 누웠다. 선선한 바닷바람은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흘러 나를 바람에 적시게 하였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은 나에게 왔으며,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보드라운 여운이 나를 간질거렸다. 눈을 감고 바라본 하늘은 어두웠지만 따스했고, 어미 새의 보살핌을 받는 어린 새처럼 평온함이 드는 이 순간은 누구한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기억의 끄트머리에 서서 하나, 둘 곱씹어보다 이내 나는 나를 떠나 어느덧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이제 너에게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야’

나를 바다 너머 끝없이 펼쳐진 세상으로 데려다 준 바람은 내게 돌아가야 함을 속삭였다. 이윽고 눈을 뜨고 반쯤 누운 채 주위를 둘러봤다. 바다로 피서 온 가족들이 보였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었으며 친구들은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마치 화가 필딩의 ‘해변 풍경’을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이 시신경을 타고 들어와 온 몸으로 녹아들었다. 그러다 어느덧 저 멀리 바다 끝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내 시선은 가 있었다. 그는 반쯤 잠기는 듯싶더니 가슴까지 잠긴 모습이 자못 위험해 보였지만 이를 모르는 듯 놀고 있었다. 누워있던 나는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 윗옷을 벗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도 썰물이 밀물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아 이안류 지역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구조대원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보이질 않았고 그 누구도 바다 한 가운데에서 휩쓸려 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두 손으로 가슴을 막아도 쿵쾅거리는 나의 심장은 바다로 들어가라고 말했지만 몸은 떨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이안류에 휩쓸려 해변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고 자신도 이를 알아차렸는지 그곳에서 벗어나려 해변 쪽을 향해 헤엄쳤지만 그럴수록 더욱 멀어져 갈 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었다. 이러한 망설임이 그의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구명조끼 좀 빌릴게!”

근처에 있던 어린 꼬마아이들의 구명조끼 두 개를 집어 들고 바다로 곧장 달려갔다. 무작정 맨몸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출하기엔 위험한 까닭이었다. 강제로 빼앗다시피 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던 어린 두 꼬마는 내가 구명조끼를 들고 달려가는 곳을 보자,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는데, 가족들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렸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물속으로 뛰어들고 헤엄쳐 들어갔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요! 제가 지금 가고 있으니 조금만 더 버텨보세요. 해안가 쪽으로 오지 마시고 옆으로 헤엄치세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에게 소리쳤지만 이를 못 들었는지, 그는 계속해서 나한테 오려고 헤엄쳤고 헤엄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파도에 몸을 맡겨 멀어져 가는 그에게로 점점 다가갔다. 허둥거리는 그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그저 떠 있었다. 그로기 상태를 지나 이젠 몸에 힘이 없는 것이었다. 서둘러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양 팔 어깨에 구명조끼를 하나씩 걸쳐 내 어깨와 묶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이안류를 타고 크게 돌아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기에 이안류를 수직으로 벗어나 해안가로 향했다. 가까스로 구조해냈지만 의식을 잃었는지 제 몸을 가누질 못했다. 파라솔 아래로 옮긴 후 구명조끼를 벗겨낸 후 몸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저체온 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구조대원이 보이질 않았고 응급처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듯 모두들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수연이 어때요? 의식이 없어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뒤에 서있는 누군가 물어봤다.

‘구조대원이 오기까지 3분은 족히 걸릴 거야. 기다리기엔 너무 위험해’

산송장처럼 차갑게 누워있는 사람 앞에 서 있으니, 겁이 났고 두려웠으나 이를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저도 장담하긴 힘들지만 구조대원이 서둘러 오지 않으면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제가 응급처치를 하고 있을 테니 구조대원을 서둘러 데려와 주시겠습니까?”

뒤에 서있던 여자는 구조대원을 찾기 위해 서둘러 뛰어갔고, 나는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면서 누워있는 사람의 동공 확장을 살펴보았다. 빛을 비추면 동공은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변화 없는 동공은 의식을 잃었음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나는 숨죽이며 심폐소생술을 해야 함을 직시했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배운 안전 교육대로 하면 될 터이지만 마네킹에 하는 것이 아니었고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것이기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상 수업을 통해 배운 호흡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심상 안에는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사람과 그 앞에 서 있는 나만 있었다. 나는 그녀 머리 앞에 앉아 가슴압박을 30회 하고 인공호흡을 2회 한다.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한다. 환자는 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나는 호흡이 되었는지 확인한다.

심상으로 그린 일련의 과정을 기억하며 눈을 천천히 떴다. 모든 빛이 나의 눈으로 들어오고 내 앞에 누워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마음속으로 그린대로 나는 머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슴 중앙에 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로 빠르게 압박했다. 이때 체중을 실어서 눌러야 하기 때문에 양팔을 쭉 편 상태로 눌러줘야 했다. 1분에 100회의 속도를 유지하며 가슴압박을 30회 하고 인공호흡 할 준비를 했다.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개방해 코를 막은 후 인공호흡을 했다. 가슴이 부푸는 것이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입술을 완전히 막지 않은 모양이었다. 공기가 새어나갈 틈이 없이 그녀의 입술을 막아 다시 한 번 인공호흡을 했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하고 다시 가슴압박을 30회 하였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의 과정을 반복하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내 얼굴엔 어느덧 땀이 나고 힘이 풀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를 구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불규칙했던 나의 가슴압박은 안정되며 심장의 리듬을 따르기 시작했고, 이내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푸하~”

그녀는 물을 내뿜으며 숨을 헐떡이더니, 눈을 게슴츠레 뜨기 시작했다.

“이봐요. 정신이 좀 들어요?”

내 손목을 꽉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풀고 그녀를 진정시키며 내가 물었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잡고 있었네요. 바다에서 해안가로 헤엄치며 돌아가려고 했던 것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나요. 어떻게 된 거죠?”

“수연아 이 분이 너를 구해주셨어. 하마터면 물귀신 될 뻔했는데 얼른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내 뒤에 서 있던 여자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타월로 몸을 덮고 계세요. 바다 속에서 오래 계셨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가 있어요. 오늘처럼 화창한 날이라도 말이에요.”

나는 가방에서 타월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곧 구조대원이 왔고, 그녀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서서히 멀어져 갔다.

“저기 친구 분 되시죠? 이건 제 연락처에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주세요.”

연락처를 건네받은 친구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녀를 뒤따라갔다.

“인하야 대단하다. 그런 건 언제 배운 거야?”

구조대원이 가고 난 후 친구들이 몰려와 물어봤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한 적이 있었어. 그때 다행히 졸지 않고 열심히 배운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그래도 얼마나 떨렸는지 지금도 사람을 구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솔직히 나 자신도 당황스러웠다. 여태껏 연습을 할 때는 마네킹으로만 했기에 각별히 요하는 사항도 없었고, 가슴압박을 할 때에도 있는 힘껏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사람에게 할 때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늑골과 흉골이 골절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남자가 아닌 여자였기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골밀도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고, 가슴팍에 근육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골든타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주홍아, 골든타임이 뭐냐?”

어느덧 우리 다섯 명은 돗자리에 둘러 앉아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건 말이지. 의학적으로 응급 질환에서 어떤 치료가 효과 있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제한시간을 말하는 거야. 즉 이 시간을 넘기면 아무리 훌륭한 의시라도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단 소리지”

주홍이는 의기양양하며 말했다.

“그런데 너는 아는 것은 많아도 실전에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물쭈물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냐?”

정홍이가 주홍이를 보면서 핀잔을 주자 주홍이는 머리만 긁적였고,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웃었다.

4시가 되자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해수욕장도 5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 날씨도 제법 선선해져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추웠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차례대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따르릉~따르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아까 연락처 받은 박은지 라고해요. 낮에 응급처치 받은 사람의 친구에요. 기억하세요?”

“예,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친구 분은 괜찮으신가요?”

“수연이는 인하씨 덕분에 살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고 했거든요. 수연이 바꿔드릴게요.”

“민수연이라고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전화기를 바꾸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이 막연하게 그려졌다.

”안녕하세요. 김인하입니다.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그저 그녀가 괜찮다는 것에 마음 한 켠에 있던 근심이 눈 녹듯이 사라졌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인하씨, 전화가 아닌 직접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어요.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너무 미안해서요. 저를 구해주셨는데, 전화로만 인사를 드린다는 것은 제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레 사양했지만 그녀를 막을 순 없었다. 결국 내가 있는 숙소의 위치를 알려주고 5시 30분까지 만나기로 하였다. 5시 20분에 나가 그녀를 기다렸다. 정상적인 상태로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혹시나 못 알아볼까 떨렸으나 이는 괜한 근심이었다.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혹시 김인하씨인가요?”

낮과는 너무 다른 이미지였기 때문에 내가 구조했던 사람이 맞는지 내 눈을 의심했다. 생머리를 가진 그녀는 헤어핀으로 앞머리를 오른쪽으로 넘겼고 파란 리본 띠가 허리를 감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서 한 손에는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민수연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김인하입니다.”

서로 어색한 소개가 오고 갔다.

“낮엔 정말 고마웠어요. 어떻게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고맙긴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저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구하려고 했을 거예요.”

괜찮다고 말을 해도 허리 숙이며 감사하단 말을 연거푸 하는 그녀 앞에 서 있으려니 진땀이 났다. 나는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하면서 화제 전환을 위해 같이 걷자고 제안했다. 그녀에게 받은 선물상자는 펜션에 두고 우리 둘은 정해진 길 없이 걸었다.

긴박했던 낮과는 사뭇 다른 고요함이 나와 그녀 사이를 맴돌았고 단지 같이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짧은 보폭, 그리고 느린 걸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절대적인 길이를 상대적으로 길게 만들면 그에 따라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 또한 길어져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연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 강동구요. 인하씨는요?”

“저도 서울이에요. 그렇지만 지역구는 다르네요. 저는 노원구거든요.”

같은 서울특별시이지만 조금 더 가까웠더라면 좋지 않았을 까란 막역한 아쉬움이 있었다.

“노원구면 멀지 않네요. 서울은 동서보다 남북이 짧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여지를 남기는 그녀의 말은 나에게 작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대학교 친구들과 한 잔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왔다고 했는데, 내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 것 같다고 농담스레 말했다. 그녀의 숙소는 내가 있는 펜션과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걸음을 늦춘다 해도 서로를 알아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거리의 끝자락에 펼쳐진 해수욕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를 보자니 낮에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녀도 그랬는지, 한동안 바다를 응시하다가 내가 응급처치를 하고 난 후 일어난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구조대원과 같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의사는 구조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하며,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자신이 물에 빠져있을 때 구조대원이 보이지 않았던 건 해파리 독에 쏘인 어린 아이의 독을 치료하고 병원에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라 했으며, 구조대원은 나중에 그를 만나면 자신을 대신해 응급처치를 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단다.

나는 구조대원의 칭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문제없이 회복할 수 있어서 기뻤고, 내가 했던 응급처치가 적절했음에 안심을 하였다. 다시금 지금 내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이 어쩌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까 있었던 파라솔에 눈이 갔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걸었다. 나란히 걸으면서 손끝은 서로를 스쳤다. 따뜻한 그녀의 손이 좋았다.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이내 어깨가 맞닿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고, 흠칫한 그녀는 나를 보더니 이내 내 가슴에 기댔다. 우리는 잠시 멈춰 해질녘을 응시했다. 바다로 가라앉는 태양은 바다를 붉게 물들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고, 우리를 따라온 네 개의 발자국도 태양을 따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한 쌍의 남녀와 그 뒤로 둘의 그림자는 하나로 합쳐졌다.

우리가 돌아갈 때쯤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놀러 왔는데 양손 가득히 음식을 싸왔다. 아마도 밤바다를 보면서 저녁을 먹으려는 모양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저녁은 드셨어요?”

괜스레 나는 물어봤다.

“아직 이요.”

“7시에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괜찮으시다면 수연씨 친구 분들과 합석해서 같이 저녁 먹는 건 어때요?”

“저야 좋은데, 친구들에게 먼저 물어볼게요. 그런데 친구를 포함해 총 네 명이에요. 인하씨 친구 분들까지 합치면 아홉 명인데 고기가 부족하진 않을까요?”

초대를 받고서도 나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까 도리어 걱정하는 수연 이를 보자니 기분이 좋았다.

“고기라면 충분히 있어요. 오면서 장을 봤을 때 고기만큼은 충분히 많이 샀거든요. 그런데 야채가 없는 게 문제네요. 그 당시엔 친구들하고만 먹을 줄 알고 야채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거든요.”

야채가 없단 사실이 생각나자 아차 싶었다. 친구들하고만 먹을 줄 알고 고기와 쌈장만 산 것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순 없었다. 초대하는 입장에서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는데, 한 점의 오차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저와 제 친구들이 야채를 사갈게요.”

거듭 말림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올 순 없다며 그녀는 자신이 사와야 한다고 확답을 받아낸 후에야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펜션으로 돌아온 나는 친구들에게 수연씨 일행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혼자 내린 결정이라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다들 좋아하는 듯 즐거움에 괴성을 질렀다.

“우리가 하지 못한 것을 네가 해냈구나. 8년 지기 친구로 오늘처럼 네가 자랑스러운 적은 없었을 거다.”

건우는 전장에서 승리한 듯 나를 치켜세우며 박수를 쳤고 다른 친구들도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우리는 수연씨 일행이 오기 전에 미리 테이블을 셋팅해놓고, 펜션 주인에게 바비큐 그릴과 번개탄을 빌려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7시가 되자 그녀와 친구들은 도착했는데, 야채뿐만 아니라 과일과 음료수도 사와 나와 친구들을 감동시켰다. 더군다나 야채를 모두 씻어온 상태라 기다리는 일 없이 바비큐 파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았으니 고기 굽는 동안 자기소개를 할까요?”

건우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우리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었고, 남자와 여자 따로 구분해서 앉았던 자리도 서로가 친해짐에 따라 차츰 섞어 앉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묵묵히 고기만 굽고 있던 정홍이에게 은지가 고기를 먹여주자 주위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술잔이 오가고 고기가 익어감에 따라 분위기도 무르익어갔다. 양쪽 친구들이 신경을 써준 탓인지 수연이는 내 옆에 앉았고, 친구들은 자리를 이동해도 우리와는 바꾸질 않았다.

“인하씨, 여기요.”

수연이가 수줍게 상추쌈을 들고 있었다. 내가 상추쌈을 건네받아 먹으려고 하자 모두 야유를 퍼부으며 수연이보고 입에 넣어주라고 아우성을 쳤다. 수연이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양측 친구들의 소리는 커져만 갔다. 나는 머뭇거리는 수연이의 손을 잡아 상추쌈을 내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환호성이 다시 한 번 터져 나왔다. 나와 수연이는 잠시 나와 연못가로 갔다. 우리는 연못가를 두른 돌담 위에 걸터앉아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보았다.

“수연아,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수 천 개의 별들 중 수 개는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별빛은 아직도 전해져 이렇게 밤하늘을 밝히고 있어.”

“밤하늘의 별 빛은 살아있는 행성과 죽은 행성이 만들었다는 거야?”

“그래 맞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우리를 밝혀주고 있는 거지. 이처럼 과거와 현재는 나뉘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이 하는 거야. 경계선으로 구분할 수 없는 조화 속에 함께하는 거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미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낮에 너를 구하고, 함께 걸었던 것도 벌써 과거가 되었지만 사라지는 게 아니야. 지금 이렇게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보는 동안에도 너와 나의 관계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지.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과거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 거고.”

말을 마친 후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나를 바라보았다. 별 빛이 유난히 밝은 날이었다. 별빛은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고, 고운 입술을 도드라지게 하였다. 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았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을 맞췄다.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는 다시 경포대를 찾아왔다. 철썩이는 파도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지긋이 바라보며 지난 5년 전을 회상했다. 대관령에서 다짐을 했던 것과 이곳에서 사람을 구한 일. 유기적인 관계없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지표가 되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일은 내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단 것을 알려줬고, 이에 따라 구조대가 되기 위해 준비를 했다. 몇 번의 낙방은 있었지만, 방향 잃은 내가 찾은 나침반은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었고,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힘이 되어 주었다. 꿈이 없던 나에게 이정표가 되어 포기하지 않도록 의지가 되었다. 결국 합격을 하여 내가 일하고 싶었던 경비안전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하씨, 거기서 뭐해? 신발에 모래 들어가겠어. 저쪽 그늘 아래 벤치가 있더라. 거기로 가자.”

내가 찾은 나침반, 수연이가 나를 불렀다.

“혁이는 어디 갔어?”

내가 물었다.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랑 모래성 쌓으면서 놀고 있어. 안 그래도 혁이랑 친구들 줄려고 아이스크림 사왔는데, 인하씨가 주고 와”

수연이는 저쪽을 가리켰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혁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혁아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먹으렴.”

“아빠, 이것 봐봐 우리가 모래성 만들었어. 찬성이가 햄스터 가지러 갔는데, 여기는 이제부터 찬성이 햄스터 집이야.”

혁이는 자기가 만든 것이 대단한지 의기양양하게 말했는데, 제법 재미있어 보였다.

수연이 옆에 앉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우리는 다정히 혁이를 바라보았다. 



작성자 - 윤대성

메   일 - jerbinmg@nate.com

연락처 - 010-7999-7367

  • profile
    korean 2014.11.17 19:30
    저도 고교 동기 여러명과 함께 여행을 다닌 적이 있답니다.
    자전거 앞 핸들에 깃발까지 펄럭이며...
    그때의 생각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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