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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녀




1장 추억, 떨림

 내가 세상에서 눈을 뜬 후 첫 번째 기억은 유치원에서 동갑내기 친구의 레고를 훔친 걸 들킨 거다. 첫 기억부터 불행하니 지금까지도 불행할 수밖에 없지…


  

 유치원 다닐 때, 키도 나보다 작고 말더듬이 멍청이와 가장 친했는데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멍청한 친구는 너무 멍청해서 엄마한테 받은 용돈을 자긴 쓸모가 없다면서 나한테 다 갔다 줬었다. 난 그 돈으로 붕어빵을 사먹었고, 그래서 친구가 됐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유치원에선 레고 열풍이 불었었는데 그 친구가 처음으로 나한테 돈을 갖다 주지 않고 레고를 사왔다. 난 내 돈이라고 생각했던 나머지 그 레고를 훔쳤고, 멍청이 친구는 질질 울었다. 한참 멍청이 친구가 질질 울고 있는데 원장님이 내게 와서는 불쑥 한 주머니에서 레고를 가져갔고 친구는 울음을 멈췄다. 그때는 주머니에 넣으면 다 감춰질 줄 알았던 것 같다. 원장님은 날 좋게 타이르셨지만 분명 저놈이 내 돈을 맘대로 썼다며 화났었다. 분명 그 때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도벽이 있는 것 같다고 주의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난 관심 하나 안주는 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주의를 받지 않았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초등학교는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부모님은 혼자 걸어가라고 했었다. 참 미웠다. 키가 120도 안 되는 아이한테 어떻게 혼자 걸어가란 소리를 했을까. 뭐 하여튼 학교에 걸어 들어갔다. 넓은 운동장과 큰 키의 6학년 형들, 쭈뼛쭈뼛 학교에 들어서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어찌 알까. 이제 막 졸업한 햇님반 찌질이가, 운동장 끝을 겉돌다가 불안함과 두려움에 철봉 밑에서 쪼그려 앉아 울었다. 유치원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나와서 왜 우냐고 묻지도 않았다. 울다가 지쳐 훌쩍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없었고 열쇠도 없었다.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감정을 추슬렀을 때쯤 밖으로 나가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볼에 맺혀있던 눈물이 스며들어갈 정도로 금빛 햇살에 참 따스한 날 이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오락실 창가에 머리를 대고 학교를 땡땡이치고 게임하던 형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눈가에 멍이 든 채’ 장보고 돌아오는 엄마를 만났다. 난 엄마가 위로해줄 거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엄만 내 뺨을 때리고 아주 화난 목소리로 따라오라고 했고 난 소풍갔을 때 유치원 선생님 따라가듯 울먹거리며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땐 엄마란 사람에게 많이 기댔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엄마에게 뺨을 맞았다는 너무 큰 충격에 아픈 것보다 엄마가 날 미워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해 엄마는 나한테 학교를 안간 이유를 묻기 시작했지만 언어능력 9등급인 나로썬 어떻게 해명할 수 없었다. 계속 혼나다가 갑자기 엄마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난 무슨 대역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가지 말라고 빌었다. 그때부터 난 그, 엄마를 본적이 없다. 난 아주 오랫동안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밤이 되어 아빠가 지친 모습으로 돌아와 흩어진 옷장과 집을 둘러보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니 엄마 어딨어!”

대답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어도 머릿속에서 단어가 조합이 안됐고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난 눈조차도 뜨기 두려웠다. 

다음날 아침 난 아빠마저 내가 학교를 가지 않으면 떠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학교를 아주 일찍 갔었다.

 

 그 일 이후로는 그냥 평범했다. 학교 갔다가 마치면 가끔 친구들과 떡볶이도 먹고 놀이터도 가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 전에 있던 친구들이랑 어색해지고… 아주 평범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급식을 먹지 않았다.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그 때부터 급식이 시작됐다. 담임선생님은 급식비를 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나눠줬다. 난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아빠에게 보여줬지만 아빤 가정통신문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음날, 선생님이 반장에게 급식비를 걷어오라 했고 나를 포함해 5명 정도 가져 오지 못했다. 내일 꼭 가져오라고 선생님은 손에 글자를 써줬고 난 꼭 들고 오고 싶지만 꼬박꼬박 들고 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나무라지 않았다. 이해하는 듯싶었다. 내 가족정보란에 아빠밖에 들어가 있기 때문인지 싶다. 그 급식비가 어떻게 처리된 것 인지는 모르겠다만, 난 그 선생님이 좋았다. 

 5학년도 같은 담임선생님 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내 옆 옆자리에 앉은 윤아란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보다 더 좋다는 사실이다. 눈을 뗄 수가 없고 윤아라는 아이에게 말을 뗄 수도 없었다. 같은 교실에 있다는 생각조차도 내 가슴을 너무나도 떨리게 했고 첫사랑은 봄과 여름사이 아주 따스하지만 조금은 춥기도 한, 그런 혼란스런 날씨에 시작되었다. 수업이 짧았고 학교가 너무 가고 싶었다. 그런 어린 마음을 채찍질한 놈이 있었다. 그 애의 짝은 준모라는 애였는데 체육시간에 공차다가 친해졌다. 근데 준모가 언젠가부터 윤아를 좋아하는지 맨날 윤아에게 말을 걸어댔다. 그때부터 난 축구를 해도 패스를 하지 않고 준모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대답했다. 윤아는 준모와 학기 말에는 아주 친해졌고, 난 겉돌았다. 

 6학년이 되면서 준모는 나와 같은 반이 되었지만 윤아는 다른 반으로 찢어졌다. 새학기, 푸른 봄날에 수업이 마치고 집에 가려고 가방을 싸매는데 준모가 윤아랑 핸드폰으로 문자를 하는 걸 보고 난 멍히 서 있다가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다 나간 후 책상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내겐 그 날만큼은 푸른 봄날이 아니었다. 집에 가는 길에 핸드폰 가게에 들렀다. 그나마 싸보이는 핸드폰을 손으로 가리키며 난 “이 핸드폰 얼마예요?”

점원이 날 흘깃 보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짜증나니까 나가라는 식으로

“부모님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무시당하기 싫었다.

“얼마냐고요.”

점원이 가까이 와서 굳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부모님 데려오세요~”

난 떨리는 목소리로 “시발 얼마냐고, 이게 얼마냐고 대답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내가 그렇게 우스워요?”

점원이 날 붙잡고 가게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점원이 말했다. 또 오면 죽여 버린다고. 

집에 오자마자 난 역겨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참아온 감정을 아빠에게 표현했다. 내가 해온 모든 말 중에 제일 후회하고 있는 말이다.

“엄마가 왜 아빨 버린 줄 알아? 아빠가 거지같이 돈도 못 벌어서 그래”

아빠는 잠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내게 리모컨을 던지며 약을 쳐 먹고 왔냐며 엄마처럼 내 뺨을 때렸다. 아니, 엄마와는 다르게 계속 때렸다. 내 얼굴이 괴물처럼 변하고 나서야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와서 아빠와 나를 경찰서로 데려갔고 주변사람들은 혀를 찼다. 아빠와 난 가족심리 상담을 받았다. 그때부터 난 아빠와 말을 거의 섞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 4, 5학년과는 다른 6학년 새 담임선생님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날 부르고선 부은 얼굴을 쳐다보며 걱정하는 척하며 지껄였다. 


듣고 싶지 않았다. 


 중학교를 배치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등학교졸업식이 다가왔다. 당연 아무도 내게 꽃을 사주지도, 사진을 찍어주지도 않았다. 난 이 차가운 겨울이, 졸업식이,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길 기다렸다. 난 너무 추웠다, 항상 추웠다. 아무도 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졸업식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데 가까웠던 길이 너무 멀게 느껴져 잠시 앉아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한 삼십분쯤 앉아 있다가 탁탁 털고 일어서려는데 윤아가 부모님에게 받은 아름다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 그리곤 스쳐지나갔다. 이게 마지막인가 싶어 한번만이라도 말을 걸고 싶다는 마음에

“윤아”라고 작게 말했다.

뒤돌아 봤다. 

“어! 김현수 왜?”

한참 아무 말도 못했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갓 졸업한 햇님반도 아닌데 머릿속에 단어들이 조합이 안됐다. 아무생각 없이 말했다.

“어…음, 가족도 너 졸업하는 거 보러 왔는데 왜 넌 혼자 걸어 가냐. 너 집도 그쪽 아니잖아.”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 오랫동안. 윤아는 아주, 아주오래 뒤에야 입을 열었다.

“너 나 좋아하지?”

난 당황했다.

“아니.”

등을 돌렸다. 그리고 걸었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윤아의 아름다운 꽃만 덩그러니 죽은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고 어지러웠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반엔 아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었다. 신입생이라 아는 친구도 없고 급식실 위치를 모르는 학생을 위해 첫 날만 같은 반애들을 담임선생님이 데리고 급식실로 가줬다. 급식을 받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실수로 2학년 선배의 교복에 국물을 흘렸다. 선배는 일어나서 욕을 퍼부었고 선생님이 재빨리 달려와 상황을 무마시켰다. 그러고선 선생님이 얼른 닦아주라고 해서 난 휴지를 뽑아서 교복을 닦아 줬다. 하지만 선배는 내 이름표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 끝나기 몇 분전에 선배들이 내려와서 날 불러냈고 화장실에 데려갔다. 그들은 날 둘러쌌다. ‘우습냐는 둥 만만하냐는 둥’ 이란 말을 했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싸워본 적 없지만 난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난 겁에 질려있었지만 눈을 힘 있게 뜨고 있었다. 말했다.

“병신” 

“미쳤나. 이 개새끼가” 국물을 선사받은 선배가 날 발로 찬 후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밟혔다. 너무 아팠다. 선배들은 내가 저항을 하지 않을 때까지 때리다가 유유히 떠났다. 주머니에 준비해둔 커터칼은 꺼내보지 못한 채 난 싸움에서 졌다. 분노가, 그리고 억울함이 내 정신을 놓게 했다. 난 일어나서 운동장에 나가 돌을 들고 2학년 층에 올라가 그 선배들을 찾았다. 그들은 화장실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난 달려가서 제일 가까운 놈의 머리를 돌로 쳤다. 계속, 죽을 때까지. 온통 붉어질 때까지, 역겨웠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 때 누구라도 죽기 전에 말렸다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 안 왔을 수도 있었는데. 난 시체 위에 앉아서 넋을 놓고 있었고 내 아래에선 피가 꾸준히 흐르고 있었다. 두려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들이 달려와 날 끌어내렸다. 최고로 정신없던 날 이었다. 

경찰서에 갔다. 기억하기 싫다.



 강제전학을 받고 이사를 간 후, 그 사건이 일어난 뒤 꽤나 시간이 흐른 4년쯤 뒤 난 집을 나가기 위해 짐을 쌌다. 그런 날 보고 아빠는 몇 년 만에 입을 열었다.

“왜 그랬냐? 한 대 때리고 말지.”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나마 날 위한 말같이 들렸다. 아빠는 가만히 서서 짐을 싸고 있는 날 내려다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까지 날 떠나면 난…” 그날 처음으로 아빠란 존재가 울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짐 챙기는 걸 잠시 멈췄지만 다시 챙기고 재빨리 집을 나갔다. 아빠는 달려와서 내 손바닥에 공사판에서 일해 거칠어진 손으로 꾸깃꾸깃한 지폐 몇 장을 쥐어주며 말했다.

“거지같은 아빠여서 미안하구나.”

난 돈을 쥐고 도망치듯 큰길로 뛰쳐나왔다. 처음으로 눈물이 나는 걸 참은 날 이었다. 가을밤을 걸었다.  가을밤 공기는 너무 시렸고 밝은 조명이 있지만 내겐 너무 흐릿했다. 해가 뜰 때 까지 걸었다. 그러다 다리 밑에 앉아 골아 떨어졌다. 

 눈을 떠서야 알았는데, 여자고등학교 옆에 있던 다리였다. 그 학교에 윤아가 입학했었다. 탁탁 털고 일어났다.

놀랍게도 윤아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안녕!”

난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안녕”

윤아는 장난스런 말투로 말했다.

“너 아직도 나 좋아하냐?”

대답할 수 없었다. 난 윤아와 말을 섞을 자격조차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뭐하려고 또 물어봐.”

“그냥 궁금했어, 어렸을 때부터.”

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요…요즘 어떻게 지내!”

“음…그냥 뭐 공부하지. 수업 끝나면 가끔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나랑 뭐 먹으러 갈래?” 윤아는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어나서 내 손목을 잡고 돈까스집에 끌고 갔다. 다 먹고 윤아는 종이에 메일주소를 써서 건네주며 말했다. 

“넌 아직 핸드폰도 없냐.”

난 메일주소를 받고 급히 뛰쳐나갔다. 난 윤아를 해롭게 할 것이니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아는 날 쫓아와서는 돈까스집에 끌고 갈 때 꽉 잡아 아직 따듯한 손목을 다시 잡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나 날 무시해.”

뒤돌아보니 밑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시 안 해,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시하는 게 아니면 왜 그렇게 자꾸 날 버려!”

“…”

눈물이 나려해 잠시 말을 할 수 없었다.

“나 엄마도 없는 놈에다 살인범이야 사람을 죽였다고! 나 같은 쓰레기가 니 옆에 있으면 너한테 뭐가 좋아. 그러니까 그냥 넌 내가 없는 그대로 있어도 돼. 비켜! 갈 거야.”

윤아가 흐느끼며 쪼그려 앉았다.

“거짓말 그만해! 그런 말 하면 누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줄 알아? 그냥 넌 멍청이잖아.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왜 말도 안 걸어주고. 계속 멀어지게 만들어…”

난 갈 수 없었다. 드라마처럼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멍청이다. 그냥 옆에 서있었다. 

윤아는 한참동안 울다가 다 울었는지 일어서서 날 한참 쳐다보다가 

“너 나 아직도 좋아해?”

“그런 것 같아.”

“그만 떠나.”

이 말을 하고 윤아는 집으로 갔다. 난 뒤에서 졸졸 따라갔고 낙엽이 지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고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 후 난 작은 음식점에서 잡일을 시작했고 윤아에게 메일도 보내고 가끔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일하는 음식점에 데려와 같이 밥도 먹었고 영화를 같이 보기도 했다. 행복한 것 같았지만 난 아르바이트로 월세 방에서 살기에 벅찼고 도둑질을 시도했다. 처음엔 그냥 너무 배고파서 빵 하나 몰래 훔쳤었는데 월세가 밀리자 난 큰돈이 필요했고 은행에서 나오는 사람의 돈을 훔치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 앞에 배달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큰돈을 뽑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웬 떡인가! 귀부인처럼 보이는 아줌마가 아주 비싸 보이는 가방을 들고 지나갔다. 가방이라도 훔쳐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가서 가방을 가로채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도망치려는데 망할, 경찰차가 바로 옆에 있었다. 도망쳐 봤지만, 다시는 오기 싫었던 경찰서로 다시 오게 되었다. 아줌마는 절대 합의 안 해준다며 날 감옥에 넣겠다고 부랴부랴 소리쳤다. 참 신기한건 인간은 하는 짓대로 생겨먹는다는 것이다. 착하면 착하게 생기고, 더럽고 치사하게 생긴 돼지들은 더럽고 치사한데다가 불행하게도 돼지처럼 많이 먹는 것이다. 저 아줌마처럼. 경찰서에서 짜장면을 잘도 쳐 먹는다. 

 지금까지 상황이다. 이제 막 행복하게 살려하는데 돈이 부족하고 결국 경찰서에 왔다. 난 전에 살인했던 기록으로 인하여 경찰서 안에 있는 자그마한 감옥에 갇혀서 재판을 기다렸다.


















2장 추위

 재판 날, 떨리는 마음으로 경찰차에 실려 재판소에 가고 있다. 밖은 눈이 한없이 내린다. 밖엔 눈사람도 가끔 보였고 눈싸움 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생각해보니 난 눈싸움도, 눈사람 만든 추억 하나 없었다. 경찰차는 눈길을 해쳐 재판소에 도착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멋있게 재판싸움 같은 것들을 하는 걸 내심 기대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순서가 되자 재판장에 들어섰다.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관이 말했다.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인정하십니까?”

“네.”

바로 재판이 끝났다. 3개월간의 징역. 재판이라고 기대했건만 이렇게 짧게 끝날 줄 몰랐다, 사실 좀 거창한 재판 같은걸 기대했는데.

재판이 끝나자 경찰은 다시 날 경찰서로 데려갔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교도소로 데려가기 위한 큰 차가 도착했다. 그 커다란 차를 타고 다시 오랜 시간동안 눈길을 지나 회색의 커다란 건물에 도착했다. 신입으로 보이는 경찰이 내가 불쌍한 듯 아니면 이해한다는 듯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다 눈을 아래로 깐 후 수갑을 풀어주었다. 교도관에게 넘겨졌고, 교도관은 다시 나에게 수갑을 채우고, 안전을 위한 검사를 받은 후 교도복으로 갈아입었다. 교도관들은 생각보다 무서워 보이지 않아 보인다. 교도관은 내 팔을 잡고 12번방으로 데려가면서 말했다.

“뭐 보니까 큰 일 저지른 거 같지도 않은데 조용하게 있다 나가자 알겠지?”

“네…뭐.”

“인상도 좋아 보이는 놈이 뭣 하러 절도를 했대…”

배정받은 방에 도착하자 교도관은 문을 열고 수갑을 풀어준 후 어깨를 얼른 들어가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쳤다. 들어서자 두 명이 보였다. 한명은 덩치가 크고 온몸에 문신이 새겼으며 머리는 빡빡머리에 키는 보통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키가 170도 안 돼 보였고 얼굴도 머리칼도 평범하다. 인사를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무서워 보이는 쪽이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고 있어서 편안한 감옥 생활을 도모하며 머리를 까딱 잠시 내려 존중을 표하기로 했다. 까딱 내리자마자 평범한 쪽이 일어나서 거북이처럼 목을 쭉 뺀 채 풀린 눈으로 말했다.

“뭐하다 왔어?~”

 지금 보니 평범하다기보다는 성 범죄자처럼 생겼다. 여기 온 이유를 어림잡아 맞춰본다면 아마 성추행일거다. 일단 대답은 해야 할 것 같다.

“물건 훔치다 들어왔…”

무서운 쪽이 내 말을 끊으며 우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끼, 남의 물건이나 훔치고 남자새끼가 말이야. 그리고 저 변태 같은 새끼랑 말 섞지 마. 진짜 더러운 새끼니까. 저 새끼가 글쎄 고등학교에서 여고생들 성추행했다니까?”

변태가 바로 반박했다.

“아니 누가 그딴 개소리를 했대? 난 진짜 억울하게 들어왔다니까! 들어봐 신입, 내가 말이야. 여고에 내 딸 전학신청 하러 갔다가 말이야 아주 봉변을 당했다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남자화장실을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수업시간이라 여자화장실을 들어갔지. 근데 어떤 돼지 년이 화장실 문도 안 닫고 똥을 쳐 싸고 있었다니까?! 그게 그 돼지 년 잘못이지 내 잘못이냐?”

무서운 쪽이 말했다.

“일부러 들어가서 스타킹 훔치려 했겠지 븅신새끼야.”

“아니 저 빠박이 새끼가 맨날 시비야~시비는! 팔에 피카츄 그려놓은 새끼가.”

이런 심한 말을 주고 받는데도 주먹질을 안 하는 걸 보니 둘이 꽤나 친한가 싶기도 하고, 별로 무서운 사람들도 아닌 것 같다.

무서운 쪽이 말했다.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노?”

“김현수입니다.”

“내는 강일이고 저 변태새끼는 박강현.”

말투에 출처 없는 사투리가 어색하게 섞여 있다.

변태가 말했다.

“현수야~공은 좀 차니?”

“아니요. 잘 못 찹니다.”

“곧 나갈 수 있는데 같이 공 찰래?”

<따르르르르르릉-> 소리가 울리자 운동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3개월 뒤.


 아무 생각, 아무 문제도 없이 교도소에서 보낸 날들을 생각해본다. 교도소라서 아주 나가고 싶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단지 윤아가 많이 실망하고 날 더 이상 만나주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윤아에게 전화라도 한통 할 걸. 

 그렇게 다시 봄이 왔고 따듯해진 세상으로 출소하게 되었다.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았다. 조금이나 윤아가 기다려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게 잘못이다. 감옥에 오게 됐다고 말도 안했는데 윤아가 올 리가 없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히 교도소 앞에 앉아있는데 교도관이 철조망 건너로 불렀다.

“어이! 두부 갖다 줄 친구하나 없냐! 어휴~이거 차비로 써.”

만 원짜리 두 장과 천 원짜리 다섯 장을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순간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난 새로운 시작을 원했고 무작정 서울로 가는 차를 끊었다.

 서울에 가는 길, 어떤 새로운 시작을 할지 생각해 봤지만 덜컹거리고 따듯하고 벚꽃이 날리는 창밖을 보니 눈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피로가 몰려왔다. 잠자기 좋은 날씨다. 

 윤아가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누군가와 모텔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경비가 막아섰다.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하루 자는데 제일 싼 방 얼마 들죠?”

“7만원입니다 손님.”

주머니엔 칠천 이백 원 밖에 없다.

“손님, 그 돈으로는 어디에서도 하루 밤은 못잘 것 같네요. 애들아 끌고 나가라”

건장한 남자 둘이 걸어와 팔을 잡았다. 난 필사적으로 그들의 팔을 뿌리치고 윤아와 그 누군가를 쫓았다. 복도가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다. 희미하게 윤아와 그 누군가가 보였지만 건장한 남자들에게 다시 잡혀 질질 끌려 나갔다.


“손님! 손님?”

눈을 떠보니 버스기사가 내 앞에 서 있다.

“도착했습니다. 얼른 내리세요.”

서울에 도착했다.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대답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급하게 겉옷과 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밖은 어둡고 추워서 손끝과 발끝 마디마디가 금세 얼어 붙였다. 급한 대로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갔다. 2007년 3월 16일 11시 36분, 24분 후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기념일인 내 생일이다. 한 번도 제대로 내 자신의 생일을 챙겨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위한 생일을 한번 챙겨보기로 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남은 돈 칠천 이백 원으로 편의점에 있는 햄버거하나와 과자 두 개 음료수하나를 카운터에 가져갔다. 알바생은 피곤한 눈으로 계산했다. 

<삑-삑-삑-삑->

“7500원입니다―”

돈이 부족하다. 과자를 하나 집어서 도로 갔다뒀다.

삑-삑-삑-

“6200원입니다.”

그렇게 천원을 남긴 채 밖에 있는 탁자에 앉아 과자와 음료수, 햄버거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서울은 서울인가 보구나, 이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 대부분 둘 이상으로 웃고 떠들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춥지만 갈 곳이 없다. 봄의 밤이 이렇게나 추웠던지 가슴 속까지 시렸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무작정 걷기로 했다. 걷다보니 점점 건물들의 키가 작아지고 도시의 모습은 여전히 있지만 농촌 같은 지역에 도착할 때 쯤 해가 떴고 내 발을 녹였다. 공장에 크게 플랜카드가 붙여져 있다. ‘공장일 하실 분급하게 구합니다!’



 5년 뒤, 난 공장에서 나름 인정받는 젊은 일꾼이 됐고 생활도 차츰 안정적으로 변화되어갔다. 난 공장에서 제공해주는 작은 방에서 생활하며 최대한으로 돈을 아껴 모아 멋진 모습으로 윤아에게 나타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년 간 난 3500만 원 정도의 돈을 모았고 사장님에게 가서 일주일만 쉬게 해달라고 부탁한 뒤, 난 윤아를 찾는 길에 나섰다. 난 핸드폰가게에 가서 그렇게 초등학교 때 가지고 싶었던 핸드폰을 하나 장만했다. 그 다음 윤아에게 안부메일을 보내려는데 윤아에게서 온 메일이 8통이 있었다. 난 급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읽어보지 않고 내가 살았던 동네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도착하자마자 들뜬 마음에 뛰어서 윤아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교무실에 들어갔다. 여러 질문 끝에 윤아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얻을 수 있었다. 난 새로 산 핸드폰으로 윤아에게 전화했고 어떤 남자가 받았다. 

“여보세요.”

“윤아 핸드폰 아닌가요?”

“윤아 핸드폰 맞아요.”

“누구시죠?”

“윤아 남편 되는 사람인데요.”

난 순식간에 온 얼굴이 일그러져 만신창이가 되었다.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윤아 바꿔 줄 수 있나요?” 

“잠시만요.”

핸드폰을 입에서 뗀 채 큰소리로 윤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여보세요”

“어~나야 현수.”

“…어 그래 잘 지내고?”

“응, 그럼. 잘 지내고 있어”

“그래…그럼 됐지.”

“너도 잘 지내지?”

“당연하지!”

“그럼 이만 끊을게”

“그래”

울진 않기로 했다 오히려 무덤덤하다.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윤아에게 좋은 일이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얼굴 한번 보고 싶단 생각에 다음날 찾아가기로 했다.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좋은 양복도 사 입었고 머리칼도 단정하게 잘랐다. 


 다음날, 윤아의 집에 찾아갔다. 집은 작은 빌라였는데 오래 돼 보였다. 난 벨을 울렸다. 

<딩동-딩동->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윤아의 얼굴이 보였다. 윤아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고 한 쪽 눈엔 멍이 있었다. 옷은 다 허름해져 페인팅된 상표가 지워졌고 현관 문 안으로 금방 일어난 듯한 아니, 술에 쩔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듯한 그런 목소리가 울려왔고 애기 울음소리도 울렸다.

“누구야~!”

윤아는 잠시 멍히 날 쳐다보더니 

손에 묻은 물을 옷에 급하게 대충 닦고

“어. 현수구나 근데 지금은 집이 너무 더럽고 해서 나중에 올래? 

아니면 밖에서 잠시 기다려 내가 나갈게.” ‘눈가에 멍이 든 채’ 윤아가 말했다.

난 당장이라도 이렇게 만든 윤아의 그 새끼를 들어가 패고 싶었다.

“그렇게 하자.” 

윤아는 현관문을 닫았다. 윤아는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는지 꽤 시간이 걸린다.

윤아가 나오자 난 윤아의 팔을 잡으며 급히 물었다.

“너 꼴이 그게 뭐야.”

“아―! 만지지마.” 

난 그 새끼한테 맞아서 팔에 멍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윤아는 담배를 꺼냈다.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 나에게도 권했지만 난 거부했다. 윤아가 담배를 뻐끔뻐끔 몇 번 피우더니 말을 이었다.

“너 많이 멋있어 졌네.”

난 대답하지 않았다.

“넌 또 날 버렸으면서 왜 찾아온 거야? 난 이렇게 잘 산다― 자랑하려고? 다신 찾아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너 없어도 충분히 살기 힘들거든.”

“미안. 말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아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술에 취해 절뚝거리며 나와 소리쳤다.

“씨발년아 저 새끼는 뭐야? 바람피는 거야? 아주 가지가지 한다? 어!”

난 뛰어가 그를 눕혔고 있는 힘껏 그 새끼의 얼굴을 쳤다.<퍽. 퍽. 퍽.> 

윤아가 말렸지만 난 윤아를 내쳤다. 저항하지 않을 때까지 얼굴을 때렸다. 숨이 찼다. 

“헉-헉-”

그 새끼가 누운 채 말했다. 

“어우― 시발새끼. 경찰서에서 보자.”

난 내가 살던 마을로 돌아갔다. 다음날 살인자라는 명목으로 경찰이 찾아왔고 난 저항했다.

“내가 무슨 살인을 해 미친놈들아!”

“체포해.”

난 저항했지만  끝내 제압당했고 경찰차로 쑤셔 넣어졌다. 어리둥절했다. 살인이라니. 내가? 분명 그 새끼는 살아있었는데? 계속 모든 게 잘못 됐다고 위안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얼굴이 부어있는 그 새끼가 있었다. 안심하려고 했지만 불쑥 불안한 예감이 다가왔다. 경찰은 의자에 앉혀 내게 질문했다.

“어제 말이야, 저 사람 아내가 자살 했어.”

형사는 손가락으로 그 새끼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너가 어제 찾아가서 저 사람과 아내를 폭행했지?”

무슨 개소린가. 내가 윤아를 때리다니. 난 침착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전 어제 저 사람을 찾아가서 저 사람만 때렸습니다. 윤아를 폭행 하다니…”

“저 사람 말로는 네가 불쑥 자신의 집에 찾아와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자신과 아내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는데 거짓말이란 말이야?”

순간 너무 화가 나 일어나서 그 새끼한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이런 미친놈이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해야지!”

경찰들이 달려와 날 끌어 내렸고 수갑을 책상에 연결시켜 못 움직이게 해 놨다. 난 진술이 다 거짓이란 걸 말하며 저 사람이 윤아를 폭행했고 난 친구로 써 화를 이기지 못해 폭행했다고 진술했고 그 새끼 전과에 술을 먹고 주민을 폭행한 사례가 있는 것을 보아 내 진술이 인정되고 그 새끼와 나, 둘 다 무죄로 판결났다.
















3장 악순환의 끝

 인정되었다. 그리고 윤아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도 인정된 듯했다. 윤아의 장례식은 내가 모아둔 돈을 털어 치렀고 그 새끼는 오지 않았다. 윤아의 아이가 걱정됐다만 그 새끼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키울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난 그럴 이유도 살 가치도 모두 잃어버려 일할 조금의 기운도 나지 않는다. 순간 마음에 편히 돈을 벌어 살 수 있는 ‘도둑질’이 불현 듯 지나쳤고 위대한 계획을 위해 공장 일을 잠시 더 하기로 했다. 난 공장일을 마치고 작은 노트와 연필을 들고 주택가로 버스를 타 도착한 후 부잣집을 찾기 시작했다. 사는 인원과 얼마나 부유하고 집을 언제 비우는지 하루하루 관찰했다. 그 결과 자주 밤에 외식을 하러 나가는 집을 발견했고 난 월급을 챙긴 후 일을 그만두고 작은 하숙집에 간단한 짐만 들고 와 위대한 계획을 실천했다.

 그 주택 주변 가로등아래서 그들이 외식하러 나가길 기다렸다. 몇 분 안 기다렸는데 운 좋게도 그 일가족들이 집에서 나와 비싼 차를 타고 떠났고 난 내 계획을 실행했다. 담을 넘고 가장 약한 유리가 설치된 화장실의 유리를 가볍게 부쉈다 <챙―> 작게 울렸다. 집 안으로 성공적으로 들어갔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20분 뒤에 돌아온다고 가정한 후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안방에 서랍을 뒤지자 귀금속이 흘러 넘쳤다 모두 가방에 쓸어 담았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카드도 있었지만 완벽범죄를 위해 훔치지 않기로 했다. 안방에는 귀금속밖에 없었다. 거실로 나오자 아주 운 좋게도 장지갑하나가 소파에 덩그러니 던져져 있었고 안에는 백만 원짜리 10여장과 현금들이 들어있었다. 많이 챙겼으니 나가려는데 작은 방하나가 날 유혹했다. 결국 이끌려 들어가 봤지만 옷 창고, 실망하며 돌아서는데 액자 몇 개가 놓여있었다. 여자와 아이가 놀이동산에서 놀던 사진과 유치원 졸업사진. 그리고 갓 난 아이의 사진. 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아이가 ‘김현수’이고 그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것을. 난 회피하려 해도 회피 할 수 없는 강한 역겨운 감정과 여러 죄책감 그리고 원망이 섞여 내 시린 가슴을 너무 시려 아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고 학창시절 엄마에게로 온 편지를 모두 내 손으로 버렸던, 내가 떠오르며 너무나도 원망했던 그 엄마가 날 보고 싶었다는 사실을 모두 뒤로 거부한 채 현실을 도망만 치려던 내 자신이 보였다. 난 훔친 물건들을 담은 가방을 옷장에 던져두고 작은 노트 한 장을 찢어 연필로 ‘죄송합니다.’라고 쓴 채 뛰쳐나왔다.



 난 계속 달렸다. 윤아가 살던 집까지 한 숨도 돌리지 않고 달려갔다. 

 난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윤아를 닮은 ‘내 아이’를 데려갔다.

 나를 데려갔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녀>


  • profile
    korean 2014.11.18 13:50
    원고를 첨부파일로 올리지 마시고...
    직접 게시창에 만인이 볼 수 있도록 올려주셔요^^
  • profile
    은유시인 2014.11.19 05:54
    첫사랑...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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