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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11:43

야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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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적장


장마가 끝나자 땡볕의 나날들이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야적장에 쌓여있는 건축 보조용 쇠파이프들은 아침부터 열을 받아 만지면 따듯할 정도였다. 아침 일곱 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상철은 야적장 소장이 두세 시간마다 작업진척을 확인하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철이 하는 작업은 2미터, 3미터, 4미터, 6미터짜리 쇠파이프를 길이대로 일정량을 모아서 굵은 철사로 묶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게차가 와서 트럭에 실어 건축 공사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상철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된 남자는 작업을 시작한지 삼십분도 지나지 않아 땀을 뻘뻘 흘리며 맥을 못 추고 있었다. 2미터와 3미터짜리 쇠파이프는 혼자서 들 수 있지만 4미터와 6미터짜리 쇠파이프는 혼자서 들 수 없을 만큼 길고 무거워서 두 명이서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남자는 2미터와 3미터짜리 쇠파이프를 혼자서 드는데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고 다른 날보다 더뎠다. 남자가 쇠파이프를 드는데 힘들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삼십대 후반인 상철은 막노농 판에서 팔년이 넘게 잔뼈가 굵은 터라 쇠파이프와 같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등짐으로 모래나 벽돌을 옮기는 데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만큼 상철의 팔근육과 허리근육은 막노동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는 팔근육과 허리근육이 무거운 쇠파이프를 들어 옮기는데 견디질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오늘 막노동판에 처음 나온 사람이었다. 사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막노동판으로 흘러들어온 까닭을 짐작하는 것은 상철에게 뻔할 뻔자 이었다. 몸이 호리호리하고 햇빛에 그을리지 않은 얼굴과 팔이 가는 신체조건으로 봐서 남자는 요즘말로 회사를 다니다가 사십 오세에 정년을 맞은 사오정인 것이었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경험도 없이 치킨가게나 피자가게 같은 것을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년도 되지 않아 가게 문을 닫는 것으로 퇴직금을 다 말아먹고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최저임금도 받기 힘든 알바를 뛰었을 것이다. 그러다 막노동이 그래도 알바보다는 일당이 쌔다는 것을 알고 막노동판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다. 지난 육년 동안 막노동을 하면서 상철은 그런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육체노동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오정들이 막노동판의 고된 노동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오정들은 짧게는 이삼일이나 길게는 열흘 정도 막노동을 하고는 그만두는 일이 허다했다. 오늘 상철과 작업을 같이 하는 남자도 사오정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철은 남자의 과거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상철과 같이 며칠 작업을 하다가 다음 날 나오지 않는 남자들이 스무 명은 족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의 과거를 묻는 것이 귀찮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따라 사오정 남자는 다른 사오정 남자들보다 기운을 쓰는 것이 영 형편없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다가는 야적장 소장에게 작업이 더디다며 한 소리 들을 것 같았다. 상철은 오 개월 전부터 이 야적장에서 쇠파이프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배가 엄청나온 고도비만의 야적장 소장과 친한 편이었고 다른 막노동자들과 함께 소장과 술도 몇 번 같이  마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도비만의 야적장 소장도 사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처지라 막노동자들이 대충대충 작업을 하거나 작업 속도가 더디면 가차 없이 한 소리를 했다. 그런데 남자가 하는 꼴을 봐서는 한 소리 들을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름대로 작업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2미터와 3미터의 쇠파이프를 구별 못하고 뒤섞어 놓기가 일수였다. 그때마다 상철은 남자에게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상철은 안 되겠다 싶어서 4미터와 6미터짜리 쇠파이프를 정리하는 작업을 남자와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남자는 4미터짜리 쇠파이프를 상철과 같이 드는데도 힘겨워 했다. 그러자니 6미터짜리 쇠파이프를 같이 드는 일은 남자에게 팔과 허리에 엄청난 근력을 요구했다. 결국 남자는 6미터짜리 쇠파이프를 상철과 같이 들어올리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상철을 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가 막 지났으니 일곱 시부터 고작 두 시간 작업을 하고 남자는 주저앉아 버린 것이었다. 상철은 생각 끝에 남자에게 말했다.

“오 분만 쉽시다.”

그리고 상철은 쌓여 있는 쇠파이프 더미에 걸터앉았다. 상철은 낡아 빠진 자신의 안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안전화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안전화는 아주 새 것이었다. 막노동자의 안전화는 자신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제 공구점에서 산 모양이었다. 상철은 바지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한대 피워 물었다. 긴 담배 연기를 내불고 나자 상철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여자 때문이었다. 여자의 이름은 미연이었다. 미연은 상철의 동거녀였다. 미연이 사라진지 보름이 넘고 있었다. 미연은 종적을 감추면서 스마트폰 전화번호도 해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상철은 미연과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상철은 미연과 원룸에서 동거를 한지 일년이 넘고 있었다. 삼십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을 못한 상철은 가끔 여자 생각이 나면 나이트클럽을 갔다. 막노동을 시작한 후로 상철은 여자를 만나거나 사귈 수 없었다. 막노동자라는 직업에 처음에 상철에게 호감을 가졌던 여자조차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상철은 막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맥주 몇 잔과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풀었다. 또 상철이 질러준 돈 만원에 웨이터가 신이 나서 데려오는 부킹녀들 중에 운이 좋으면 마음이 통한 여자와 원나잇스텐드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미연은 웨이터가 데려온 부킹녀였다. 나이트클럽 안은 어두웠지만 미연은 얼굴도 반반하고 상철과 같이 무대로 나가 춤을 출 때 본 몸매도 괜찮아 보였다. 그날 밤 상철은 미연을 찍었다. 상철은 미연과 술과 춤으로 흥겨운 몇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상철은 미연에게 작업을 했다. 그러자 미연은 싫은 척하면서도 상철의 작업에 넘어왔다. 상철은 미연을 나이트클럽에서 데리고 나가 가까운 술집에서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모텔로 향했다. 막상 나이트클럽을 나오자 미연은 원나잇스텐드에 경험이 있는 듯 아무런 부끄럼 없이 행동했다. 상철은 그런 미연이 더 마음에 들었다. 원나잇스텐드로 하룻밤 같이 자는데 경험이 없는 여자들은 작업을 하는데 무척 공을 들여도 잘 넘어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여자들을 모텔로 강제로 데려가서 섹스를 했다가는 성폭행 범이 되기 십상이어서 상철은 작업을 할 여자를 물색하는데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미연은 상철과 모텔로 향하는 발걸음이 주저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경쾌했다. 상철은 그런 미연을 만난 것이 운이 억수로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모텔 카운터 여자에게 이만 원을 내고 키를 받아든 상철은 미연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고 샤워를 할 생각도 없이 상철을 미연을 침대에 쓰러뜨렸다. 미연과의 섹스는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뜨거웠다. 또 한번의 섹스를 하고 나서야 미연은 샤워를 했고 상철도 샤워를 했다. 상철에게는 미연이 샤워 다음에 섹스라는 공식이 깨진 첫 번째 여자였다. 모텔을 나오자 새벽이었고 미연은 택시를 기다렸다. 상철은 미연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미연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미연은 반반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거리낌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택시비를 요구했다. 그래서 상철은 미연에게 택시비를 넉넉하게 챙겨 주었다. 그것이 상철이 미연을 처음 만나 헤어지는 과정이었다. 상철은 미연을 처음 만난 밤을 생각하며 한 숨을 쉬었다.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없고 스마트폰 전화번호마저 해지한 것으로 보아 미연은 작정을 하고 사라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담배에 길게 달려있던 담뱃재가 소리 없이 상철의 작업복 바지에 떨어졌다. 상철은 담배를 끄고 작업복 바지에 떨어진 담뱃재를 떨었다. 그리고 쇠파이프 더미에서 일어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더 쉬고 싶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하루에 해야 할 작업량이 있기 때문에 마냥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철은 남자에게 말했다.

“자, 작업 시작합시다.”

상철의 말에 남자가 일어섰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갑작스럽게 팔과 허리의 근력을 무리하게 사용했으니 근육통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상철은 안 되겠다 싶어서 남자에게 제일 가벼운 2미터짜리 쇠파이프만 골라서 정리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상철은 4미터와 6미터짜리 쇠파이프들을 정리했다. 4미터와 6미터짜리 쇠파이프를 혼자서 들고 옮기는 것은 상철에게도 힘들지만 팔년 동안 막노동으로 단련된 팔과 허리근육은 그것을 감당해 내고 있었다. 아니, 상철은 자꾸만 떠오르는 미연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육체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육체적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잡생각이 나지 않는 법이었다. 남자는 2미터짜리 쇠파이프를 골라 간신히 옮기고 있었다. 상철의 예상대로 열시 무렵이 되자 고도비만의 야적장 소장이 걸어왔다. 야적장에는 건축 보조용 쇠파이프 이외에 나무판자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저쪽 편에서 네 명의 막노동자들이 나무판자에서 빠루로 못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내는 작업도 쉬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팔과 허리에 고통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야적장 소장은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내는 작업을 지켜보다 상철과 남자의 작업진척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정 기사.”

야적장 소장은 상철을 정 기사라고 불렀다. 상철은 대답했다.

“네.”

“이쪽은 작업속도가 왜 이리 느려.”

“그게.......”

그러자 야적장 소장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형씨는 이런 일이 처음이에요?”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오십대 중반의 야적장 소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처음 일하러 오는 사람은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박 소장이 말을 안 듣는군.”

야적장 소장이 말하는 박 소장은 인력소개소의 소장이었다. 새벽 5시 30분까지 인력소개소에 모인 막노동자들을 분류해서 필요한 작업장들에 보내는 사람이었다. 상철은 어제까지 다른 남자인 최씨와 작업을 했다. 그런데 최씨가 일주일에 한번 씩은 꼭 일을 나오지 않았다. 알코올중독자인 최씨는 상철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도 막걸리를 마셨다. 알코올중독자지만 일은 잘하는 편이어서 최씨가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야적장 소장이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최씨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밤에 폭음을 하고 새벽에 인력소개소로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인력소개소의 박 소장이 오늘 처음 나온 남자를 상철에게 붙여준 것이었다. 야적장 소장은 남자를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 이런 일이 처음이면 힘들 텐데 무리하지 말고 해요. 무슨 사고라도 나면 큰일 이니까. 정 기사도 신경 좀 써주고.”

상철은 야적장 소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날 보다 작업속도가 느린 것은 봐주세요.”

“알았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걸 명심하고.”

상철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야적장 소장이 안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장 때문이었다. 야적장에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고용주인 사장이 다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사장에게 월급을 받는 야적장 소장으로서는 안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나 빌딩 공사하고는 달리 야적장 작업은 사고가 거의 나지 않고 있었다. 고층 건물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작업도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야적장 소장이 뒷짐을 쥐고 돌아가자 상철은 남자에게 말했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작업을 하다가 잠깐잠깐 씩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상철은 저쪽 편에서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밥 먹으러 갑시다!”

상철의 목소리를 듣고 나무판자에서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일손을 놓았다. 그리고 야적장 정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철은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도 밥 먹으러 갑시다.”

상철이 앞장서자 남자가 뒤를 따랐다. 함바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차로 오 분 거리에 있는 식당은 야적장 주변의 다른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는 편이었다. 야적장에서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정문에 있는 승합차에 올라타자 상철은 운전석에 앉아서 승합차를 몰고 식당으로 향했다. 승합차는 상철의 것이었다. 상철이 막노동꾼들을 실어 나르는 승합차를 장만한 것은 이년 전쯤 이었다. 승합차로 막노동꾼들을 작업장까지 실어 나르면 인력소개소에서 박 소장이 노임에서 일인당 사천 원을 공제하고 상철에게 주기 때문에 적으나마 돈벌이가 되었다. 식당 앞에 도착하자 야적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승합차에서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상철은 아침에 야적장 소장에게 받은 식권을 주인에게  내고 나서 그릇에 밥을 퍼 담고 콩나물과 도라지 같은 나물에 계란을 하나 언지고 고추장을 한 수저 떠서 넣었다. 그리고 미역냉국을 한 그릇 들고 식탁에 앉았다. 오전의 노동으로 상철의 위장은 어서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듯 했다. 상철은 밥을 고추장과 나물로 대충 비비고 수저로 떠서 한 입 넣었다. 그리고 제대로 씹지도 않고 목으로 꿀꺽 넘겼다. 그런데 상철과 작업을 하던 남자가 상철의 맞은 편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철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많이 드세요.”

상철은 이름도 모르고 자신보다 나이도 많은 남자에게 말했다.

“그쪽도 많이 드세요.”

그런데 남자가 비빔밥을 잘 비비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눈치를 보니 오전의 작업으로 인한 팔의 근육통으로 팔을 접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상철은 야적장에서 처음으로 쇠파이프 작업을 하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 상철은 점심에 수저를 뜰 수 없을 정도로 팔의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남자도 그 짝이었다.

“이리 주세요.”

상철은 남자의 그릇을 빼앗듯이 해서 밥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남자 앞에 놓아 주었다. 하지만 남자는 첫술을 입에 제대로 가져다 대지 못하고 있었다. 팔을 접을 수 없을 정도의 근육통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상철이 대신 수저로 비빔밥을 떠서 남자의 입에 넣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철은 별 수 없이 말했다.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남자는 비빔밥을 먹는 것이 고역일 정도로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데 옆 자리에서 비빔밥을 먹던 조씨가 막걸리를 한통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철에게 말했다.

“한 잔 할래?”

상철은 막노동을 하면서 작업이 끝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오늘은 한잔 한고 싶었다.

“한잔 줘요.”

조씨가 들고 있는 잔에 막걸리를 따라주자 상철은 벌컥벌컥 막걸리를 남김없이 마셨다. 그리고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쪽도 한 잔 할래요?”

남자가 상철과 조씨를 번갈아 보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저도 마셔도 됩니까?”

그러자 조씨가 말했다.

“이런 일 처음 하는 모양인데 막걸리를 마시면 기분도 좋아지고 피로도 풀리니까 한 잔 마셔요.”

조씨가 남자에게 잔을 주자 남자가 잔을 받아 들었다. 조씨가 따라준 막걸리를 남자는 목이 타는 듯 금방 남김없이 마셨다. 막걸리 한잔과 비빔밥으로 점심을 끝낸 상철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술기운이 약간 느껴지자 상철은 또 미연을 떠올렸다. 상철은 미연과 정식으로 결혼을 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꺼림직 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다는 점 때문에 미연의 과거를 대충 짐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미연도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트클럽에서 미연을 처음 만난지 한 달 만에 동거에 들어간 것이었다. 미연과의 동거 생활은 다른 친구들의 신혼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아파트가 아닌 원룸에서 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연이 두 달 전부터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았다. 그때마다 미연은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연은 두 달 전부터 밤마다 나이트클럽에 나간 것 같았다. 그리고 미연이 어느 날 저녁에 치약을 사러 스마트폰을 두고 나갔을 때 스마트폰에서 남자의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상철이 미연의 스마트폰을 받자 남자는 상철의 목소리를 듣고 미연의 스마트폰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래서 상철이 그렇다고 말하자 남자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상철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치약을 사가지고 원룸으로 돌아온 미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한 번 더 비슷한 상황에서 남자의 전화가 왔고 상철이 전화를 받자 바로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상철은 아무래도 미연이 그 놈과 야밤 도주하듯 떠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나오자 상철은 담배를 끄고 일어났다. 승합차를 몰아 야적장에 다시 도착하자 사람들이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다. 사십분 남짓한 낮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상철은 컨테이너 박스 바닥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대신 상철을 지난  날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별로 이름 없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상철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수도 없이 입사원서를 냈다. 하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상철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직장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대학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며 영어공부를 해서 입사에 필요한 토익 점수를 올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토익 성적이 좋게 나와도 취업은 되지 않았다. 이년 동안이나 대학 도서관을 맴돌던 상철은 취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더 이상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알바를 시작했다. 낮과 야간 알바까지 뛰어 보았지만 상철이 알바비로 받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알바를 그만두고 막노동판에 발을 들여 놓는다는 게 지금까지 온 것이었다. 상철은 눈을 감은 채 대학을 다닐 때 캠퍼스 커플이었던 같은 과의 여 후배를 떠올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년이 넘게 백수신세인 상철을 여 후배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상철이 알바를 전전하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 후배는 상철에게 이별을 선언했고 상철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무렵에 알바를 그만두고 막노동판으로 흘러들어간 것이었다. 그런 것이 벌써 팔년이 흘렀고 상철은 동거를 하던 미연에게 또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상철은 다른 사람들이 달디 단 낮잠을 즐기는 사이에 눈을 감고만 있었다. 그러다 오후 한시가 되자 낮잠을 자던 사람들이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는 것이었다. 막노동자들의 인체시계가 눈을 뜨게 만든 것이었다. 오후의 작업은 오전보다 더 힘들었다. 땡볕에 구름이 전혀 없는 하늘 탓이었다. 땡볕에 달아오른 쇠파이프는 만지기도 뜨거울 정도였다. 이런 날에는 탈수증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상철은 작업을 하다가 목이 마르다 싶을 때면 생수로 목을 축였다. 하지만 같이 작업을 하는 남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상철은 남자에게 물을 마시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목이 마르면 알아서 마시려니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2미터짜리 쇠파이프를 들다말고 쓰러진 것은 오후 세시가 다될 무렵이었다. 오후 세시면 작업자들이 참으로 빵과 우유를 먹을 시간이었다. 상철은 남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창백한 얼굴에 눈을 감고 있었다.

“이 봐요. 정신 차려요!”

상철은 남자의 몸을 흔들어 보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상철은 가슴이 철렁하며 아차 싶었다. 아무래도 남자는 땡볕에 작업을 하다가 무리한 노동으로 탈수증세로 일사병을 일으킨 모양이기 때문이었다. 상철은 남자의 얼굴을 때리고 몸을 흔들어보았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상철은 119를 떠올렸다. 하지만 119에 전화를 해서 구급차를 부른다고 해도 야적장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상철은 남자를 들쳐 업었다. 그리고 야적장 입구에 있는 승합차로 뛰어가며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기 좀 도와줘요!”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던 사람들이 상철이 남자를 업고 뛰는 것을 보고 달려왔다. 상철은 남자를 승합차에 실으며 말했다.

“조씨. 나는 운전 할 테니까 차에 타서 이 남자 좀 부축해줘요.”

조씨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지. 아무래도 탈진한 모양인데.”

그때 야적장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야적장 소장도 나왔다. 그리고 승합차에 실린 남자를 보며 말했다.

“정 기사. 무슨 일이야? 저 사람 왜 저래?”

상철은 야적장 소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탈진해서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야적장 소장이 말하는 것이었다.

“뭐 탈진? 설마 죽지는 않겠지?”

상철은 승합차 운전석에 타며 야적장 소장에게 말했다.

“정신은 잃었지만 숨도 쉬고 있고 심장도 뛰고 있으니까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빨리 응급실로 데리고 가라고. 전에 갔던 그 병원 응급실 알지? 나도 내 차 타고 뒤따라 갈 테니까.”

상철은 야적장 소장의 말을 뒤로 하고 급히 승합차를 몰았다. 이십 분 쯤이 지나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상철은 승합차에서 내려 남자를 들쳐 업었다. 그리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상철이 남자를 응급실 침대에 누이자마자 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왔다. 그리고 의사가 작은 손전등으로 남자의 동공반응을 확인하고 청진기를 남자의 심장에 댔다. 그 사이 간호사는 남자의 혈압을 쟀다. 몇 가지 검사를 더하고 나서 의사가 어떤 상황에서 남자가 정신을 잃었냐고 상철에게 물었다. 상철은 야적장에서 쇠파이프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상철의 예상대로 남자는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노동을 하다가 탈진한 일사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남자가 탈진해서 정신을 잃은 것은 여름철 막노동판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의사가 처방을 내리자 간호사가 남자에게 주사와 링거를 놓았고 남자의 코에 산소호흡기도 달았다. 잠시 후에 야적장 소장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남자의 상태를 보고 나서 상철에게 말했다.

“죽지는 않겠지?”

상철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무더위에 무리한 노동으로 탈진한 일사병일 뿐 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들 거랍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 일을 사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까 소장님 선에서 해결하시죠.”

그러자 야적장 소장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처음 일하러 나온 사람은 보내지 말하고 박 소장에게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상철은 알코올중독자인 최씨를 떠올리며 말했다.

“최씨가 나오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

“그 사람 참. 일은 잘하는데 그 놈의 술에 쩔어 살고 있으니.”

그때 남자가 눈을 떴다. 그것을 본 상철이 남자에게 말했다.

“정신이 들어요?”

그러자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병원 응급실입니다.”

상철의 대답에 남자가 말하는 것이었다.

“응급실이요? 제가 여기를 어떻게 왔죠?”

야적장 소장이 남자를 보고 말했다.

“정 기사가 차로 데리고 왔어요. 큰 일 날 뻔 했잖아요. 왜 무리를 했어요?”

“죄송합니다. 그게......”

야적장 소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막노동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를 견디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조심하지 않고요.”

상철이 야적장 소장에게 말했다.

“그만하세요.”

남자에게 링거가 다 들어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상황이었다. 상철은 야적장 소장과 조씨에게 말했다.

“야적장으로 돌아가 계세요. 링거가 다 들어가면 제가 데리고 야적장으로 갈게요.”

“그럼 그렇게 하지. 치료비는 내가 원무과에 내고 감세.”

상철은 남자가 정신이 완전히 든 것을 보고 야적장 소장과 조씨와 함께 응급실을 나왔다. 야적장 소장은 원무과에 치료비를 수납하고 조씨와 승용차를 타고 돌아갔다. 상철은 병원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그러자 또 미연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미연을 찾을 길이 있으면 백방으로 알아보았겠지만 미연은 상철에게 가족 상황이나 고향이나 또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같은 것을 일절 말해주지 않았다. 상철도 미연의 과거를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미연과 관계된 사람을 한두 명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미연의 행방을 알아보았을 텐데 말이다. 상철은 미연과 동거를 하면서 집시 같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철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미연은 원룸으로 옷 몇 벌만 가지고 들어왔다. 미연은 여행을 좋아했고 떠돌아다니기를 즐겼다. 그래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삼일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연은 가는 곳을 상철에게 말했고 여행지에서도 상철에게 먼저 전화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마트폰 전화번호를 해지하고 연락두절 상태인 것이었다. 상철은 미연이 아무래도 나이트클럽에서 상철과 처음 만나 모텔에 간 것과 같이 미연에게 전화를 한 그 놈과 눈이 맞은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난 상철은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남자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응급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철은 남자에게 물었다.

“이름이 뭡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이명진이에요.”

“저는 정상철이라고 합니다. 전에 무슨 일을 하셨죠?”

“회사를 이십년 동안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서 프랜차이즈 떡볶이 가게를 열었다가 그만.......”

상철의 예상대로 남자는 전형적인 사오정이었다.

“막노동을 하기에는 몸이 약해 보이니 내일부터는 나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링거가 다 들어가자 다행히 남자는 원기를 회복했다. 상철을 남자와 응급실을 나와서 승합차를 탔다. 승합차를 몰고 야적장으로 돌아가자 나무판자에서 못을 빼던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상철은 사람들에게 남자가 괜찮다는 말을 했다. 야적장 소장이 사무실에서 나와 남자에게 말했다.

“오늘 액땜 했다고 생각하고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아요. 알겠어요?”

남자가 야적장 소장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괜한 걱정을 끼쳐 들어서 죄송합니다.”

“자, 오늘은 이쯤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들 가요.”

그리고 야적장 소장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세면실에서 간단하게 얼굴과 손을 씻고 나왔다. 그리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자주 막혔다. 석계역 근처에 있는 인력소개소에 도착해보니 저녁 일곱 시가 넘어 있었다. 사람들이 승합차에서 내려 인력소개소로 들어갔다. 상철과 남자도 따라 들어갔다. 인력소개소에는 다른 작업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일당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철은 남자에게 노임지급확인서라는 종이를 한 장 건네주었다. 상철과 남자는 노임지급확인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와 작업장 명을 쓰고 인력소개소 박 소장에게 주었다. 그러자 박 소장이 팔만원인 일당에서 소개비로 팔천 원과 또 운임비로 사천 원을 공제하고 남자에게 육만 팔천 원을 주었다. 상철은 소개비를 공제하고 칠만 이천 원에 다섯 명의 운임비로 이만 원을 더 받았다. 상철은 막노동을 처음 나온 남자가 돈을 세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철은 안 되겠다 싶어서 사천 원을 남자에게 주었다. 처음 나온 막노동판에서 일사병에 걸린 남자의 운임비를 차마 받기가 미안해서였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사천 원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철은 남자의 바지 호주머니에 사천 원을 질러 주었다. .

“이러시면 안 되는데.”

“아닙니다. 어쨌거나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고 다를 일을 찾아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인력소개소 밖으로 나와 상철은 남자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상철은 승합차를 몰고 원룸으로 돌아가면서 또 미연을 떠올렸다. 이 여자는 도대체 그 놈과 어디로 사라진 것이란 말인가. 상철은 화가 나서 속도를 내며 앞 차를 추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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