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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3 11:00

사랑스러워 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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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워 숙자

 

 

숙자는 사랑스럽다.

뽀얗고 하얀 살결에 담겨있는 주근깨도, 햇빛에 비칠 때 마다 노을처럼 일렁이는 머리카락도 모두 다 사랑스럽다. 밤바다를 닮은 두 눈동자도, 목에 꽃처럼 피어난 흉터 또한 사랑스러웠다. 숙자는 밤새 누워있던 침대에서 벗어나 굳게 닫혀있던 커튼을 좌우로 재 켜 숙자를 닮은 봄 햇살이 방 안을 천천히 데우는 걸 허락했다. 긴 숨을 내 뱉으며 밤 시간 동안 쌓인 독소를 뿜어냈다. 숙자는 그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충전했다. 그리고 조금씩 숙자의 몸은 그 호흡에 따라 생기를 되찾아갔다. 햇살에 반짝이는 숙자는 사랑스러웠다.

 숙자는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그 속에는 불행히도 말라비틀어져버린 파2개랑 곰팡이가 핀 식빵 한 조각, 그리고 소주병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숙자가 사랑스러우니 이 또한 사랑스러웠다. 숙자는 냉장고 상태가 아쉬웠지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자연스럽게, 그나마 제일 먹을 만한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배가 고플 땐 이 작고 깨끗한 소주만큼 포만감과 기분을 동시에 채워주는 음식도 드물다.

 “병신 같은 년.” 숙자가 입에 소주병을 갖다 대자 숙자의 남편, 아니 남자친구가 그녀의 소주병을 뺏어들고는 자신의 입으로 들이부었다. 어찌나 빨리 쏟아 넣는지 반은 그의 수염을 따라 그의 목에 그려진 잉어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었다.

 “자기야, 돈 있어? 냉장고에 먹을게…….” 숙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리자 순식간에 병이 그녀의 얼굴로 날아왔다. 한 참을 남자의 얼굴과 흰색 벽 그리고 붉은 피가 차례대로 보이다 병이 깨져 더 이상 때릴 수 없을 때까지 숙자의 얼굴로 날아왔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사랑스러우니까.

 다행히 밤새 먹은 소주 때문인지 고통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따뜻한 물이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려 숙자의 눈동자에 담겼다. 그 물은 참, 붉었다.

 “개 같은 년이…….”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비틀거리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숙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일어섰다.

 “나 사랑해?” 맞는 건 괜찮았다. 일상이니까. 예전에는 때리고 나면 용서를 빌고, 때린 손으로 그 것을 보상하듯 숙자의 살을 소중한 물건 대하듯 아름답게 어루만져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사라져 버렸다. 이 관계가 방바닥에 나뒹구는 소주병 조각보다 못 하게 텅 비어버렸다. 남자는 하찮은 표정으로 숙자를 잠깐 흘겨보고는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에 고정했다. 숙자는 엄마가 떠올랐다. 사랑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그 불쌍한 여인이 숙자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 안 된다. 엄마처럼 돼서는 안 된다. 숙자는 남자가 보던 tv 앞을 가로막아 섰다. “나 사랑 하냐고…….” 숙자는 간절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랑한다는 남자의 달콤한 음성이 아닌, 그의 주먹이었다. “미친년! 정신 나간 년! 사랑 하냐고? 먹기도 질렸어……. 개 같은 년아!” 이번에는 아팠다. 주먹이 관자놀이, 뺨에 그리고 심장에 고스란히 고통이 전해졌다. 결국, 숙자는 엄마처럼 사랑스럽지 못하다. 엄마처럼... 엄마처럼... 숙자의 엄마처럼…….

 “엄마!!” 숙자는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한 참을 맞아 심하게 부풀어 오른 얼굴로 비명을 질러댔다. 숙자가 얼굴이 터질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자 남자는 오히려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은 마치 쥐약을 먹고 몸부림치는 한 마리 짐승 같았다.

 “시발!! 안돼!! 엄마!! 개 같은 엄마처럼!!” 숙자는 텅 빈 냉장고, 텅 빈 육체, 텅 빈 관계……. 온통 텅 빈 것들이 숙자의 정신에 스며들어 뇌세포를 끊어 놓았다. .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면, 죽어. 날 사랑스러워 할 사람만 필요하니까.”일그러진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을 뻗어 그의 모가지를 쑤셨다. 그가 매일 밤 맹렬히 숙자의 몸에 쑤신 것보다 더 깊이 더 아프게 숙자의 엄지로 깊이 쑤셨다.

 “케헥!” 남자는 짧게 호흡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그려진 잉어처럼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숙자는 온 힘을 다해 남자에게 매달려 그의 모가지를 쑤셨다.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뜯겨 나가도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시발새끼, 나는 사랑스러워.” 엄지손가락이 남자의 목에 더욱 깊이 들어갈 동안 지금까지 남자가 자신의 안으로 박았던 더러운 근육덩어리가 되어, 자신이 남자를 겁탈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남몰래 쌓였던 고통이 쾌락으로 분쇄되어 온 몸으로 흩어져 버렸다. 숙자는 짜릿했다. 남자는 천천히 몸이 느려져 갔고 숙자의 노을을 닮은 머리카락은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남자의 얼굴도 숙자의 머리카락처럼 시뻘겋게 익다가 동공이 뒤집히며 금세 시퍼레졌다. 그럴수록 숙자는 안간힘을 쓰며 목에 그려진 잉어새끼가 축- 바닥에 늘어져 온 몸에서 액체를 쏟을 때까지 눌렀다. 분명, 남자는 죽었다.

 “개새끼, 죽어! 죽어!” 숙자는 남자의 몸에 올라타 끊임없이 눌러댔다. 그가 숨이 끊어졌다는 걸 알았지만 몸 군데군데 남아있는 더러운 감정의 찌꺼기들이 땀구멍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누르고 또 눌렀다. 아름다운 햇살이 창을 통해 숙자의 온 몸을 따사로이 감싸주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피와 남자 몸에서 나오는 체액이 온 몸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었지만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러웠다. 역시나, 숙자였으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숙자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일인 줄 세삼 놀랐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숙자는 흥분하지 않기로 했다. “잠자리에선 토끼마냥 가볍더니. 시발, 더럽게 무겁네.” 숙자는 남자를 욕실 귀퉁이에 내팽개치고 욕조에 걸터앉았다. 그제야 온 몸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여자의 몸으로 건장한 남자를 죽이는 일이 보통 힘든 일 아니다. 숙자 몸이 아픈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숙자는 온갖 더러운 것들이 뭍은 옷가지들을 벗어 던지고 샤워기에 쏟아지는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가 온 몸에 충분히 적셨다.

 뜨거운 물로 몸을 따뜻하게 데우자 차갑게 얼어붙은 내면 어딘가가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은 천천히 차올라 눈물샘을 통해 쏟아져 흘렀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말해봐. 응?” 숙자는 축 쳐진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거꾸로 박힌 흰 눈동자와 숙자를 조롱하듯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온 혓바닥이 전부였다. 더러운 것들이 모두 하수구로 흘러내려갔지만 숙자는 그저 흘러내리는 물줄기 사이에 앉아 흐느꼈다. 하지만 사랑스러웠다.

숙자는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눈과 볼이 탁구공만큼 부은 채로 학교에 다녀온 숙자의 밥상을 차려주었다. 숙자는 그런 엄마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일상이었다. 엄마의 그런 얼굴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매일 특별할 게 없이 여기는 자신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아파 견디기가 힘들었다. 국그릇을 내려놓는 손을 보니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숙자는 그런 엄마의 손을 붙잡아 깨끗한 자신의 손으로 엄마의 퍼런 멍을 감싸며 말했다.

 “엄마, 도망가.” 그러나 엄마는 부은 얼굴로 겨우 미소 지으며 숙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엄만, 괜찮아. 얼른 밥 먹어.” 사실, 괜찮지 않다. 엄마도 분명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둘이 도망가기엔 형편이 어려웠고, 혼자 가자니 남겨진 숙자가 걱정됐다. 자신이 사라지면 다음 차례는 분명, 숙자 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기에 엄마는 갈수 없었다.

 “엄마는 괜찮아. 우리 숙자만 행복하면 돼. 숙자야, 너는 나처럼 살지 마…….”

 엄마는 시퍼런 손으로 울음을 머금은 숙자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공주처럼 살아. 우리 숙자는 가능해,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어떤 남자가 너를 공주처럼 모시지 않겠니.” 숙자는 엄마의 부은 얼굴과 자신을 감싸고 있는 멍든 손을 보면서 이 모습으로 살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욕실 거울에 비친 본인 모습은 엄마의 모습보다 더욱 추했고 더욱 비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숙자는, 사랑스러웠다.

 “엄마는 저주받은 미친년이야!” 숙자가 소리를 지르자 소리는 습기 가득한 욕실 벽에 부딪혀 “미친년.”이라는 소리만 다시 숙자의 귀로 돌아왔다. 숙자는 젖은 몸으로 뛰쳐나와 곰팡이로 얼룩져 부식되어가는 신발장을 열었다. “역시." 안 쪽 끝에 공구함이 있었다. 공구함에는 철구라고 적혀있었다. 남자의 이름아 철구였다. 숙자는 공구함을 열었다. 장도리, 몽키스페너가 널브러져 있었고, 얼마 전 이 더러운 신발장을 갈아엎는다며 사다 놓은 톱이 자신이 새것이라고 뽐내듯 누워있었다. 아쉽게도 이 신발장 대신 남자의 몸이 잘려나갈 것이다. 투명하게 비추던 햇살은 어느새 붉어져 집안을 붉게 수놓고 있었다. 그 붉은 햇살이 미처 닿지 못한 욕실 안쪽에서도 햇살 대신 다른 것들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숙자는 역겨운 냄새와 혐오스러운 광경에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했지만, 숙자는 자랑스럽게도 이 상황을 잘 해쳐나가고 있었다. 역시, 숙자는 사랑스러운 그녀 ,엄마의 딸이었다.

 

 그 날은 유난히 지루한 수업이 많았던 날이었다. 숙자는 처음 겪는 이상한 통증에 온 몸이 마비되어갔다. 처음에는 아랫배가 간질간질 하더니 이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으로 바뀌었다. “선생님, 양호실 좀…….” 숙자가 말하자, 선생님은 칠판에 무언가를 적다말고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숙자를 기분 나쁜 눈으로 한 참을 쳐다보고는 말 대신 고개로 까딱- 문 쪽을 가리켰다. 계단을 내려가 1층 양호실 앞에 설 즘엔 그 통증이 바늘에서 큰 사무라이 칼로 변해 아랫도리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랫부분으로 뜨거운 물이 흘러내렸다.

 숙자는 문을 열었지만,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뜨거운 무언가가 치마 밖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숙자는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그걸 본 양호 선생님은 익숙한 듯 숙자를 의자에 앉혔다. “걱정하지 마. 생리하는 거야. 성교육 시간에 들어본 적 있지?” 숙자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에선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양호선생님은 그런 숙자를 진정시키고 진통제를 건넸다. 약기운이 퍼질 때까지 다리에 흘러내린 혈흔을 닦아주고 생리대를 사용하는 법부터 생리에 대한 지식까지 양호 선생님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차분히 이행했다. “선생님, 저 너무 창피해요.” 숙자가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양호선생님을 바라봤다. 양호선생님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수치스럽다니, 생리는 아름다운거야.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에서 여자가 되는 거지.” 숙자는 그제야 안심했다. 사랑스러운 건 좋은 거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쉬렴.” 숙자는 그 날 생리가 시작되면 안됐다. 그리고 조퇴를 해 집으로 향해서도 안됐다. 하지만, 숙자는 양호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집으로 향했다. 낮 시간에 교복을 입고 교문을 벗어나 한가한 길을 걷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노을이 아닌, 따스한 햇살이 집까지 배웅하는 느낌은 조금씩 두려움과 수치심을 씻어냈다.

 “엄마. 나왔어.” 숙자는 신발을 거칠게 벗고 방으로 들어가 찝찝하게 물들어 있던 속옷과 생리대를 바로 벗어던지고 깨끗하고 순결한 것들로 바꿨다

 “엄마!” 숙자는 귀를 기울여 엄마의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거실 저편에서 둔탁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만 귓가에 맴돌 뿐 엄마의 존재를 확인해 줄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숙자는 피가 묻은 속옷을 들고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욕실 쪽으로 향했다. 닫힌 욕실 너머로 자신의 냄새와 비슷한 냄새, 아니 더욱 진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마?” 햇살로 치유된 두려움이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 망령처럼 숙자의 몸에 떠돌기 시작했다. 순간, 욕실에서 들리던 둔탁한 소리는 숙자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엄마가 문을 살짝 열고 나왔다. 엄마는 숙자가 보지 못하게 얼른 나왔지만, 숙자는 순간 붉은 것들을 보고 말았다.

두 여인은 서로의 혈흔을 마주보고 있었다. 하나는 성장의 혈흔이었고, 하나는 파괴의 혈흔이었다. “엄마, 나 씻어야 되는데, 욕실에 뭐 있어?” 숙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목소리는 두려움을 머금고 있었다. “아무것도…….” 엄마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들어가도 돼?” 숙자가 문고리를 잡자 엄마는 애원하듯 숙자의 손목을 잡았다. “들어가지마.” 엄마는 이 모든 것들을 숨기고 싶었지만 이미 때는 지나버렸다. 엄마는 그저 숙자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숙자는 그런 엄마를 아무 말 없이 꼭 안았다. 숙자도 뭔지 모를 이 상황이 두렵고 불안했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으로 엄마를 덮어 감쌌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덜덜 떠는 엄마의 몸을 더 감쌌다. 엄마와 딸이 아닌 여자 와 여자로서 교감을 했다. 남자는 모를 여자들의 교감을. 그리고 두 여인은 금기의 문을 열 듯 욕실의 문을 열었다.

 우웩-

 숙자는 욕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자리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피비린내와 썩은 오물 그리고 인간의 분변냄새가 섞여 새로운 냄새로 창조 되어 지옥의 냄새를 조향했다. 분명. 그 냄새를 맡는 자는 그 누구도 숙자처럼 머리가 고꾸라진 체 구토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도 숙자의 정신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숙자가 그 자리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넋을 놓자, 엄마는 숙자의 눈을 가리고 애원하듯 말했다.

 “숙자야, 들어가 있어. 엄마 혼자 할게.” 엄마는 그런 숙자를 욕실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지만 넋을 놓고 있는 상황에도 숙자는 나가길 완강히 거부했다. 숙자도 당장 이 지옥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엄마를 위해 두 주먹을 질끈 쥔 체. 욕실 안쪽으로 들어섰다.

두 여인은 태초의 모습을 한 남자를 정육점 고기 포장하듯 비닐봉지에 담아 큰 가방에 넣는 동안. 숙자는 몇 번씩 거실로 뛰쳐나와 눈물을 훔쳤다. 엄마는 숙자가 아빠의 사체를 치우는데 있어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애석하게도 아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눈물이 아니었다. 숙자,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아빠의 사체를 정리하는데 있어서 그 어떠한 느낌도,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김치찌개용 돼지고기를 손질하는 것보다도 쉬웠다. 숙자도 스스로 왜 우는지 몰랐다. 남근의 지배에서 벗어난 자유의 상징인지, 아님 운명에서 벗어났지만 군더더기처럼 남은 현실의 잔해에 몸서리치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눈물의 무게는 가혹할 만큼 무거웠다.

 아빠의 모든 부분들을 빠짐없이 가방에 담고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를 만큼 욕실을 깨끗이 닦아내자마자 두 여인은 합의라도 한 듯 거실 바닥에 널브러졌다. 한 참을 말없이 끔찍한 고통을 맛 본 자신의 몸과 정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엄마, 이제 어쩌지?” 한 참을 침묵하다 어렵게 숙자가 말을 꺼냈다.

 “어디로든 가야지.” 엄마도 살인이 처음이기에, 어린 딸만큼 이 상황이 낯설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엄마도 몰랐다.

 “한강에는?” 숙자는 영화 한 장면을 떠올렸다.

 “좋아.” 엄마는 숙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로 가든 엄마는 숙자를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다짐하면서 숙자를 끌어안았다.

 “나, 생리 시작했어.” 숙자는 엄마 품에 안겨, 쑥스럽지만 용기 내 엄마 귀에 속삭였다.

 “여자가 된 걸 축하한다. 딸.” 엄마도 숙자의 귀에 속삭였다.

 “고마워. 엄마도 축하해.”

 “뭘?” 엄마는 의아한 듯 물었다.

 “자유인이 된 거.”

 “그러게, 속이 후련하네.” 두 여인은 서로 바라보다, 이내 웃음이 터졌다.

 

   숙자는 남자의 몸을 그 당시 아빠에게 한 것과 똑같이 비닐에 감싸 가방에 차곡차곡 쌓고 욕실을 치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숙자, 혼자였다. 지독한 사체의 냄새와 이 끔찍한 순간이 이상하게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 되어 숙자를 설레게 만들었다.

 “엄마는 어디 있을까?” 숙자는 당장이라도 엄마한테 달려가 첫 생리가 터진 그 날의 16살 숙자처럼 엄마의 품에 안겨 한 없이 울고 싶었다.

 “자기야, 우리엄마한테 인사드리러 갈래?” 가방 안에 남자에게 물었다.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숙자는 방에 들어가, 남자 후드 티에 모자를 깊게 눌러 썼다.

 “가자.” 숙자는 가방을 끌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바퀴가 달려있는 가방이었지만, 끌고 가는 것 자체로 폐가 터질 듯이 힘겨웠다. 그나마 새벽의 청량하고 조용한 공기가 위안이라도 해주듯 열기에 끓어오르는 숙자의 폐를 조금은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빌라 촌의 새벽에 남자의 차를 찼기란 쉽지 않았다. 비좁은 주차 공간 덕에 테트리스 하듯 여기저기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숙자는 차키에 붙어있는 버튼을 쉴 세 없이 누르며 어디선가 홍조를 띄우며 숙자를 반기는 차를 찾았다. 얼마 안가, 친절하게도 숙자에게 그 존재를 알려주었다. 남자의 차는 바퀴가 달려있으니 차라고 하지. 언뜻 봐서는 쓰레기통에 가까웠다. 과자봉지 와 맥주 캔이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었고, 좌석 시트는 끈적였다. 심지어, 운전석 밑에선 사용한 콘돔까지 나왔다.

 “시발…….” 숙자는 있는 힘껏 남자가 들어있는 가방을 발로 갈겼다.

 “버러지 같은 새끼.” 숙자는 들고 있던 콘돔을 당장이라도 멀리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그 욕망을 삼킨 채, 조수석으로 던져 버렸다.

 “더 못 죽이는 게 한이다. 개새끼야.” 숙자는 낑낑 거리며 트렁크에 가방을 던지며 욕도 같이 내질렀다. 지칠 때 로 지친 몸을 운전석에 기대자 미친 듯이 졸음이 쏟아졌다. 쉬고 싶었다. 하지만, 밤은 숙자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숙자는 자신의 왼뺨을 후려치고 시동을 걸었다.

새벽의 도로는 한산했다. 남자의 차도 생긴 것과 다르게 문제없이 굴러가 주었다.

“ 엄마, 나 이정도면 잘하는 거야?” 이상하게도 숙자는 아까부터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기분에 휩싸였다. 남자의 피를 뒤집어쓰는 순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엄마와 자신을 이어주는 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지, 누구 딸인데.” 엄마가 옆에 있다면 숙자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을 거다.

 “왜, 또 이렇게 됐을까? 난 단지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거 하나뿐인데.”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스쳐지나가는 가로등 불빛들이 번지기 시작했다. 닦을 세도 없이 애석하게 눈물들이 무릎을 적시고 있었다. 정말로 엄마가 있다면, 이 눈물을 다 닦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허상만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자, 슬슬 차 뒤쪽에서 살 썩은 내가 온 차 안을 뒤 덮고 있었다.

 “케헥” 숙자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향에 폐가 썩어가고 있었지만 , 행여나 그 냄새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맡을 까 창문을 열수 없었다. 그저 고통에 일그러진 채 그대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날처럼.

 그 때의 엄마와 숙자에게 차가 있을 리 없었다. 새벽녘에 나온 두 여자는 가방을 끌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달동네의 새벽은 어디보다 서늘했고 외로웠다. 가방은 울퉁불퉁한 길에 악기마냥 연주를 해댔다.

 “엄마, 끌지 말고 들어야겠다.” 이웃이 깰 까, 가방 끈을 사이좋게 하나씩 들고 끊임없이 뻗어있는 계단들을 내려왔다. 손 마디마디가 끊어질 듯 아파왔지만 숙자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가방끈을 더욱 세게 잡았다. 하지만 엄마의 눈엔 숙자가 얼마만큼 힘든지 알고 있었다. 엄마니까.

 “숙자야, 힘들면 엄마가 들게. 손 놔.”

 “싫어.” 숙자는 단호했다. 엄마가 숙자의 힘듦을 알듯이 숙자도 엄마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았다. 둘 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전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괜찮아, 얼른 가자.” 그렇게 걷고 또 걸었지만 집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뜨기 전까지 한강에 가는 건 무리였다.

 엄마도, 숙자도 그걸 잘 알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기에 그저 앞으로 향했다.

 “숙자야, 조금 만 쉬었다 가자.” 엄마는 헐떡거리는 숨으로 거칠게 말했다.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아냐, 아무도 안 봐.” 엄마는 가방끈을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숙자도 골목을 살피다, 엄마 옆에 앉았다. 몇 초가 지났나, 두 여인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엄마, 아빠 고향까지는 무리인거 같아.” 숙자가 침묵을 깨고 조용한 목소리로 엄마를 설득했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도 방법이 없었다. 어린 딸을 책임져야 했지만, 엄마 역시 이 상황이 낯설고 두려웠다.

 “그럼 어쩌지? 뒷산에 묻을까?” 숙자가 뒤에 보이는 산을 가리켰다. 엄마는 그 산을 한 참을 쳐다보다 두 손으로 숙자의 볼을 어루만졌다.

 “역시, 숙자는 명석하다니까.” 엄마가 웃었다.

 “해 뜰라, 얼른 가자.” 숙자가 일어서려 하자 엄마가 그런 숙자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숙자야.”

 “응?”

 “엄마가 묻을게. 저 앞에 나가. 망 좀 봐줄래? 산이라 해봤자. 동네 뒷산이니 누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잖니.” 숙자는 고민스러웠지만, 누군가에 들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저 앞에 있다. 아무도 없을 거 같으면 올라와 도울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숙자는 가방을 산 중턱, 후미진 곳 까지 같이 옮겨다 주었다.

 “사람 있나, 없나 금방 보고 올게.” 숙자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엄마보다 더 용감해 보였다. 엄마는 그런 숙자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숙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숙자야, 너는 사랑스러워. 인생의 절벽 앞에서 더 아름답게 빛나.” 한 번 더 숙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시간 없어.” 지금의 숙자는 그 때 아무 말 없이 그 길을 돌아내려온 걸 가장 후회했다. ‘사랑한다고. 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때의 숙자는 시간이 많지 않기에 엄마의 얼굴도 보지 않고 그저 산 입구 쪽으로 달렸다. 새벽 시간에 산에 올 사람은 숙자처럼 시체를 묻으러 올 거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자는 한 참을 경비병처럼 좌, 우를 살폈다. 역시나, 인기척은 없었다. 그렇게 한 참을 살피다 다시 엄마가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엄마?” 누가 들을까,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하지만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엄마는 없었다. 이미 묻었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자 혼자 놓고 어디론가 갈 일은 없었다. 주변을 살폈지만 엄마는 없었다. 가방도, 엄마도 사라져 버렸다. 

 

 숙자는 그 이후 16살 여자애가 혼자 찾을 수 있는 거리는 전부 뒤지고 다녔다. 경찰의 도움이 간절했지만, 그건 당시에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발바닥이 찢어져 도로에 붉은 도장을 찍을 때까지 오로지 숙자 혼자 달리고 또 달렸다. 오랫동안 엄마를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있었던 건 거울에 비친 그 날의 엄마를 닮은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그 날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외모도, 운명도. 그러기에 숙자는 그 날의 엄마가 어디로 갔을지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숙자는 남자를 죽이는 순간에도 죽일 수 있다면 계속 찢어죽이고, 말려죽이고, 돌로도 쳐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나, 엄마도 그랬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 숙자가 찾아보지 못 한 딱 한군데, 예의도 갖추고 아빠를 숨기기에도 안성맞춤인 아빠의 고향집으로 더욱 속력을 내며 달려가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숙자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가슴 한 곳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이번에는 정말로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숙자의 생각엔 오류가 있었다. 숙자에겐 그 날의 엄마처럼 지켜야 할 사랑스러운 자식이 없었다.

 그 날 엄마는 애초에 한강도, 남편의 고향집도 갈 생각이 없었다. 미처 갈아입지 못한 교복에 피를 잔뜩 묻히고 지쳐 누워있는 숙자를 바라본 순간, 엄마는 아차, 싶었다. 혹시나 일이 잘못되어 경찰에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숙자에게도 차가운 수갑을 채울지도 모른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숙자를 끌어들이지 말걸’이라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지금이라도 숙자를 자신으로부터 떨어트려야한다. 하지만, 억지로 숙자를 떨어트리려 하면 숙자는 더욱 더 자신의 품에 안길 것이다. 그걸 알기에, 당장은 숙자의 말에 동의하는 척을 하고 집을 나섰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뒷산을 바라본 순간, 엄마는 이곳에서 일을 마치자 다짐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진 데도 엄마는 숙자를 자신의 품에서 절대 떨어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숙자를 위해 이곳에 숙자를 두고 떠나야만 한다. 엄마는 속으로 가득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킨 채, 숙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모든 감각을 입술에 집중해 주문을 불어넣었다. ‘부디, 나처럼 살지 않기를,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살기를…….’ 용감한 표정으로 뒤돌아 내려가는 숙자의 뒷모습을 보자 그제야 눈물이 왈칵- 쏟아져 흘러내렸다.

 숙자가 시야에서 살아질 때까지 엄마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흐느끼는 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숙자가 저만큼 사라지자, 엄마는 운명이라는 짐을 끌고 묵묵히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깊이 더 깊이.

 

 남자의 자동차는 자신의 주인을 닮아서인지 잘 달리다 푸드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황량한 시골길 한 복판에 멈춰버렸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숙자는 차키를 거칠게 돌렸지만, 타다다닥- 소리만 날뿐,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씨발! 안 돼!” 숙자는 격분해,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고통은 숙자 혼자의 몫이었다. 숙자의 손등에 시뻘건 핏물이 배어나왔다. 그 피는 격분한 숙자의 의해 차 안 이리저리로 흩어져 갔다. 숙자는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에 휩싸였다.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 선무당이 춤추듯 황량한 시골길에서 펄적펄적 뛰었다. 누군가가 멀리서 그 모습을 본다면 무용수가 멋진 살풀이춤을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의 다 왔는데, 왜! 지금 고장 나!” 숙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마른 눈물을 흘렸다. 그저 소리만 나올 뿐, 더 이상 액체는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복날의 두들겨 맞는 개같이 소리를 내지를 뿐이었다. 검었던 하늘은 저 끝없이 펼쳐진 논부터 조금씩 그 색이 옅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끝날 수는 없어.” 숙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 안에 자고 있는 남자를 끌고 황량한 시골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가면 돼, 엄마만 만나면 돼. 엄마가 도와줄 거야.”

 피어오르는 해를 두려워한 채, 옛날과 현재의 두 여인은 자신들을 구속했던 운명을 온 힘을 다해 끌며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갔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그 날의 엄마랑 닮은 숙자가 그 날의 엄마에게 말했다.

 15년 전 엄마도 깊은 산 속을 걸으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숙자야, 너는 사랑스러워. 나한테는 보물이고 전부야. 엄마가 기도할게……. 나처럼만 되지 않게 해달라고.”

 “미안, 엄마처럼 안 되려고 이 악물고 살았는데 쉽지가 않네…….”

15년 전에도 지금도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을 두 여인은 올려다보았다.

 과거의 여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현재의 여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상하게도, 두 여인 모두 그리움이 묻어났다. 가방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 여인은 자신을 억누른 운명을 끌며 계속 걸어갔다. 끝없이.

 검었던 하늘은 완연히 아침하늘로 변해있었다. 검었던 숙자의 머리카락은 아침햇살에 의해 다시 붉게 물들어갔다. 그 모습은 역시 사랑스러웠다.

숙자는 사랑스럽다.

 

최하녕

hanyong0815@naver.com

010 8552 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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