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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21:47

금기(禁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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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禁忌)

눈을 떠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진 눈으로 천장을 응시한다.

지난밤 내내 매섭게 몰아치던 거센 비바람이 지금은 잠잠해진 듯하다. 밤새도록 거센 비바람에 맞서 요동치던 창문은 밤새도록 계속된 비바람과의 싸움을 끝내기 아쉬운지 힘겨운 마지막 몸부림을 친다. 거센 바다 바람과 세월 속에 하루하루를 겨우 겨우 버텨온 낡은 오두막집.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낡은 서까래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먼지중 한 덩어리가 아침 바람에 좌우로 요동친다. 마치 바다속 그물을 피해 살려고 몸부림치는 물고기 떼의 모습을 닮았다.

어부는 먼지를 뒤집어 쓴 천장과 서까래를 번갈아 응시하던 눈을 다시 지그시 감는다.

어부는 혼자였다. 어부에게는 아무도 없는 혼자였다. 매일 이른 아침 어부는 자신의 몸뚱이 만큼이나 커다란 그물을 어깨에 걸머진 채 바다로 향한다.

고요하기만 한 바닷가에 다다르자, 언제나 처럼 사방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너른 바닷가에서 잃어버린 뭔가를 찾으려는 듯 어부는 한참동안 사방을 둘러본다.

저 멀리 수평선 넘어 떠오르는 해가 잔잔한 새벽 바다 표면과 어부의 얼굴을 비친다. 어부는 바닷가 모래밭에 올려진 자신의 작고 낡은 자신의 배에 그물을 던져 올리고는 익숙한 솜씨로 배를 바다로 밀어 넣는다.

그 흔한 모터조차 없는 어부의 낡은 배는 어부의 노질에 천천히 넓디 넓은 바다 한복판으로 향한다. 익숙한 노질을 하던 어부는 갑자기“휴~우”하며 한숨을 크게 내쉬며 가슴을 펴서는 아침 바다공기를 자신의 폐속 깊숙이 받아들인다. 이제 막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아침볕에 미처 달아오르지 못한 아직은 서늘하기만 한 새벽 공기지만 어부는 단 하루도 새벽 공기를 폐속에 품지 않은 날이 없다. 어부의 노질에 배는 점점 더 깊은 바다를 향해 나간다. 갑자기 저 멀리 커다란 배 한척이 보인다. “퉁..퉁..퉁..” 커다란 배는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금세 어부의 배 가까이 다가오더니 어부의 작은 배 앞을 부딪치기라도 하듯 스치며 지나친다. 그러면서 고요한 아침바다속으로“빠앙~”하는 경적소리마저 질러댄다.

커다란 배가 지나치자 어부의 배만한 파도가 일더니, 금세 어부의 배를 덮친다.

어부의 낡고 작은 배는 좌우로 상하로 요동을 치며, 금세라도 바다 속으로 사라질 기세다.

어부는 노를 이용하여 가까스로 배와 자신의 균형을 잡는다.

“얼어 죽을 놈들!” 어부는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간 커다란 배를 향해 언제나처럼 욕설을 퍼부으며 커다란 배를 향해 노를 휘둘러 댄다.

커다란 배는 어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경적을 연방 울려대며, 금세 멀어져간다.

어부는 멀어져가는 커다란 배가 자신의 배만큼이나 작아질 때까지 말없이 사라지는 배를 바라보다가 다시 노질을 시작한다.

얼마나 노질을 했을까? 어느덧 어부는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홀로, 반복되는 투망질을 해댄다. 하지만 계속해서 던져대는 투망질에도 불구하고, 그물 속에 잡히는 것은 없다.

어느새 날은 밝아, 어부의 머리에는 구슬땀이 맺혀 흘러내리지만, 어부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사이도 없이 투망질을 계속한다.

한참동안 투망질을 하던 어부는 자신이 걷어 올린 그물을 보다가 섬뜩 놀란다.

걷어 올려진 그물 속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물 속에서 꺼낸 물건을 몇 번이고 다시 살펴 보더니 자신의 윗옷 주머니 속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몇시간동안의 투망질이 비로소 끝나고 어부는 배를 뭍으로 몰아간다.

배가 뭍에 다다를 무렵 어부의 눈에는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윤기가 반질거리는 멋진 양복을 입은 사내 두 명과 베이지색 정장 차림의 여자 한명이다.

사람들의 모습을 본 어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노질을 한다. 배가 뭍에 거의 다다르자

사내중 한명이 어부에게 손을 흔들며 외친다. “어르신!”. 사내의 외침에도 어부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자신의 배를 뭍으로 올리기 위해 배를 밀기 시작한다.

어부가 배에서 내리자 멀리감치 지켜보던 사내중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어부를 도와

배를 뭍으로 밀어 올린다.

어부는 사내가 자신의 배를 미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부는 사내일행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리고는 올때처럼 그물을 자신의 어깨에 걸머진 채, 어부는 자신의 초라한 오두막집으로 향한다. 그런 어부의 옆에는 사내 하나가 따라가며 연신 말을 걸어댄다.

“어르신, 이러신다고 해결이 되진 않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떠나셨는데, 혼자 이러시면

안됩니다“

“....”

“어르신, 다른 분들처럼 저희가 말씀드리는 곳으로 이주하셔서 여생을 편안히...”

“이놈아! 난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어르신, 그러지 마시고요. 내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다른 분들처럼...”

“이런 썩을 놈이 어디서”

사내는 어부의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그만 얼굴을 얻어맞고는 벌러덩 자빠지고 만다.

“아이고...”

“그딴 소리 할려면 나부터 죽이고 너희 놈들 마음대로 하거라”

“어르신”

“이놈이 그래도...에잇”

“어르신 이리 고집을 피우신다고 되지 않습니다.”

어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사내는 줄행랑을 친다. 멀찌감치 떨어져 사내와 어부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내와 여자도 자리를 떠나 언덕 너머로 사라진다.

자신의 작고 낡은 오두막으로 돌아온 어부는 한쪽에 걸린 빛바랜 사진을 바라본다.

사진 속에는 단란한 모습의 가족들이 있다. 한 쌍의 부부와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하나.

어부는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가만히 자신의 몸을 누인다.

“50년 만에 찾아냈구먼, 이제야 편안해 질수 있겠어”

“여보, 애들아 이제야 당신과 너희들을 볼 면목이 생겠구만”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서 그물질에 걸려 올려진 물건을 꺼내 천천히 살펴본다.

어부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지어지며, 어부는 물건을 자신의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쥔다.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 사람은 오늘도 바닷일을 한다. 그물을 걷어 올리던 동호 아빠가 웃음을 지으며 외친다.

“그물이 묵직한 게 제법 많이 걸린 것 같네요. 어르신”

“그래?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말고 지난 밤 꿈이

하도 괴이해서 일을 안 나오려 했는데, 그 꿈이 횡재수 였나보네 허 허“

묵직한 그물에 김 노인과 동호 아빠, 그리고 석호는 노래가 절로 난다.

“이런 뭐가 걸렸나 본데, 어이 석호, 이리 와서 이 줄 좀 잡아보게 뭐가 걸린 모양일세”

“예, 형님”

석호는 동호 아빠가 걷어 올리던 그물자락을 대신 잡는다.

동호 아빠는 석호에게 그물을 넘기고는 뭔가가 걸린 듯 걷어지지 않는 그물을 살피기 위해

바닷물 쪽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 순간 자그마한 배가 균형을 잃으며 한쪽으로 쏠리고 만다.

“어...어...어”

“조심하게! 이 사람아”

“풍덩!”

가까스로 배의 균형을 다시 잡았지만, 석호의 표정이 갑작스레 어둡다.

“.......”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어르신”

“그러게 말이네, 모두 괜찮나?”

“네, 어르신 전 괜찮습니다.”

동호 아빠의 말에도 석호는 아무런 말이 없다

“석호 자네는?”

“.....”

“어딜 다친 건가?”

“......”

“아니 이 사람이 왜 말이 없어?”

“어르신...제가 그만....”

어두운 얼굴표정에 벌벌 떨고 있는 석호를 본 김 노인이 묻는다.

“뭘 어쨌기에 그리 떨고 있는 게냐?”

“그만 칼을...”

석호의 말에 상황의 심각함을 직감한 김 노인이 급히 석호가 가르치는 쪽으로 머리를 돌려

바다를 본다.

파란 바닷물뿐 석호가 말한 칼은 이미 보이질 않는다.

바닷일을 하는 이들에겐 쇠붙이를 바닷속에 빠트리는 행위는 금기(禁忌)중의 금기였다.

“....”

김 노인은 아무런 말없이 바다만을 바라본다.

“어르신 어쩌지요?”

“.....”

“어르신”

“음....”

김 노인은 안절부절 못하는 석호와 동호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우린 오늘 아무 일도 없던 거네. 내 말이 무슨뜻인지 알아듣겠나?”

“하지만 어르신 그랬다가 남들이 알기라도 하며......”

동호 아빠는 칼을 떨어뜨린 석호보다도 훨씬 불안한 듯 김 노인에게 말한다.

“허어, 이 사람이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거라니까. 우리 셋만 비밀을 지키면 되네”

“석호 자네도 명심하게, 우리 셋만 아는 일이니까”

“.....”

“왜 대답이 없나?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거라고 알아듣겠나?”

“예, 어르신”

동호 아빠는 김 노인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을 한다.

“자네는 왜 대답을 않는가?”

석호는 거듭된 김 노인의 물음에 자그마한 소리로 대답을 한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허 허 그래, 그래야지 바람이 세지는 걸 보니 비바람이 몰려오는가 보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 우리 집에 가서 막걸리나 한잔하자구”

“좋지요. 어르신 어서 가시지요”

막걸리라는 소리에 노를 짓는 동호 아빠의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배는 금세 뭍에 닿는다.

마을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김 노인의 집 마루에 앉은 세 사람은 막걸리 한 사발로 하루 동안 고되었던 바닷일의 피로를 잊으려 한다.

“캬, 좋구나”

“잘 먹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어서들 들게”

“네 어르신”

“자네, 다음 달부턴 우리 배를 그만 탄다고?”

김 노인은 동호아빠에게 취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드리대며 묻는다.

“하 하 네, 어르신께서 도와주신 덕에 작은 배하나 장만해서 이젠 제 일을 해볼까 합니다”

"그게 좋은 소리구만, 어서 어서 돈 많이 벌어서 하나뿐인 아들놈은 중학교에 보내야지 암, 그럼“

“네 어르신, 저는 못 배웠지만 자식 놈 하나 있는 건 어떻게 해서든 대학까진 보내려고 합니다”

“그럼 그래야지, 우리 마을에서 박사도 나오고, 교수도 나와야 하지 않겠나!”

“네 어르신”

두 사람의 대화에도 묵묵히 막걸리 한 사발을 손에 든 채 오로지 자신이 바닷속에 빠트린 칼에 대한 생각에 잠긴 석호는 아무런 말이 없다.

“석호 자네도 이젠 작은 배라도 하나 장만을 해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남의 배를 탈수는 없지 않나 이 사람아“

김 노인은 석호를 바라보며 말한다.

“제가 무슨 돈이 있어야지요”

“이 사람처럼 2년만 고생하면 자네도 선주가 될 수 있을 것이네”

“네 어르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우리 모두 잘 해보세”

“네 어르신”

세 사람이 막걸이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김 노인의 손자 용수가 집안으로 뛰어들며 할아버지를 찾는다.

“이놈아 그리 뛰다가 넘어질라. 조심해라”

“할아버지! 순희네 배가 뒤집혔데요”

“뭐? 순희네 배가 뒤집혀?”

“어서 가보세요”

용수의 말에 세 사람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닷가로 달려간다.

저 멀리 바닷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웅성거리고 있고, 읍내에서 온 경찰관과 트럭 한 대가 나란히 보인다.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째”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는 사람은 순희 엄마였고 옆에는 순희 엄마의 올케로 마을로 시집온 지 이제 두어 달된 새댁인 지현이도 울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막걸리 삼매경에 빠져있던 김 노인의 물음에 읍내 지서 박순경이 거수경례를 하며

“오셨어요? 어르신, 순희 아빠하고 순희 외삼촌하고 타고 있던 배가 파도에 뒤집히면서 그만...”

“뭐라고? 그래서 어찌되었나?”

“두 양반 모두 물에 빠진걸 아이들이 보고 지서에 신고하고 뭐 그랬는데 신고를 받고

와 보니까 아무것도....“

박순경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이 무척이나 난감한지 괜스레 같이 온 이순경에게 연방 화를 낸다.

“야, 이순경, 그쪽으론 사람들 못 오게 해라 도대체 뭐하는데 지금”

“네 알겠습니다”

순희 아빠와 삼촌은 끝내 돌아오질 못했다. 사고가 난지 일주일이 넘었건만 부서진 배의

조각만 일부 뭍으로 건져냈을 뿐, 두 사람의 시신조차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마을의 모든 집들이 그렇듯 남자들은 배를 타고 바닷일을 하고 여자들은 한데 모여서 물질을 하여 해삼이나 전복 따위를 건져 올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엄마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보며 바닷가에 모여 놀곤 하였다.

석호의 아내도 다른 아낙네들과 모여 물질을 하고 있었고, 세 아이 모두 다른 아이들처럼

바닷가에 모여 놀고 있었다.

석호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서진 어구 손질을 도와달라는 동갑내기 순식이의

부탁에 순식이네 배에 올라 함께 어구를 손질하고 있었다.

순식이네는 마을에서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서도 달랑 3대뿐인 엔진이 달린 배를 가진 유지중의 유지였다.

“엔진으로 달리는 배라 그런지 크기도 엄청 크네 그려”

석호의 말에 순식이는 으스대며

“크긴, 뭐 조그만 배하나 가지고 뭘 그러나”

“난 언제나 이런 큰 배를 가져볼런지 원”

“허 허 이사람 그래도 자네는 여우같은 마누라하고 토끼 같은 아이들이 셋이나 있지 않은가”

“하 하 그런가 그럼 우린 비긴 거네”

두 사람이 어구를 손질하고 있을 때 별안간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물이 빠져나가 배는 모래사장에 박혔고, 물질을 하던 아낙네들은 뻘위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모래사장에 박힌 배 옆에는 팔뚝만한 송어가 팔딱거리며 모래위에 나뒹굴고 있고,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나뒹구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뛰고 있었다.

“어...어...뭐야 이거”

“무슨 일이지”

“살다가 별일을 다보네 그려”

“석호....저....저...저걸 좀 보게”

순식이가 덜덜 떨며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본 석호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집채만 한 파도가 새까맣게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순간 아내와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감지하고는 배에서 뛰어 내리려 하지만

물이 모두 빠진 탓에 배에서 땅바닥까지의 높이는 어른 키의 서너 배는 되어 도저히 바닥으로 뛰어 내릴 수가 없었다.

석호는 뭍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친다.

“성진아, 아이들 데리고 어서 저쪽으로 뛰어라 어서”

하지만 아이들은 모래사장에 널린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석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질 못한다.

“성진아, 성진아”

거듭된 외침이 있고 나서야 석호의 말을 듣고 아이들이 그제서야 언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아내쪽을 향해 다시 한 번 외친다.

“여보, 어서 언덕으로 가요”

“왜요? 이 고기들 좀 봐요”

몰려드는 위험을 모른 채 아내를 비롯한 동네 아낙네들은 펄떡이는 물고기 줍기에 빠져있었다.

“위험해요 어서 나와요”

“조금만 더 잡구요. 걱정 마요”

석호는 바닷가에서 물질을 하던 아내와 바닷가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연신 고함을 친다.

“어서 빨리 나와요. 어서....”

순간 밀려든 파도는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석호가 타고 있던 커다란 배도 파도에 밀려

사정없이 요동을 친다. 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쓴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소리가 사방에 들리고,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무언가에 몸을 연신 얻어맞고 사방으로 마구 부딪친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사방이 조용해지고 요동치던 배도 잠잠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만조 때보다도 더 많은 물이 들어와 있다.

석호의 고함소리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은 채 조금 전까지 물고기를 줍던 아내의 모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보이질 않는다.

집채만 한 파도의 엄습으로 바닷가에 있던 석호네 식구뿐 아니라, 물질을 하던 동네 아낙네들이며, 엄마를 기다리며 바닷가에서 놀던 동네 아이들마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성준아. 성미야, 성진아”

“여보”

시커먼 바닷물로 가득한 사방을 돌아보며, 애타게 외쳐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이 날아와 석호의 뒤통수를 갈긴다.

“퍽”

석호는 그대로 자빠지며 정신을 잃는다.

“어이 석호, 정신이 드나”

석호는 자신을 흔들어대는 누군가의 손에 잃었던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다.

"으~음“

뒷머리가 깨어질듯 아프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이런 하늘이 도우셨어, 이 사람 하늘이 살리셨네”

동호 아빠가 정신을 차린 석호를 바라보며 함빡 웃음을 짓고 있다.

“우리 애들은요? 성민이 엄마는요?”

석호의 물음에 동호 엄마와 동네 사람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물끄러미 석호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날 자네가 바다에 칼만 빠트리지 않았어도.....”

“그러게 말이야, 그 칼이 바다로 빠지는 바람에 용왕께서 노하신 게지...암 그렇고말고”

동네 노인들이 정신을 차린 석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내가 어르신들에게 모두 다 말씀드렸네. 자네가 실수로 칼을 바다에 빠트렸다고...”

동호 아빠가 동네 노인들에게 석호의 일을 모두 말한 것이었다.

“아니에요. 그것 실수였다고요. 그리고 전 애들을 찾아야 해요”

석호는 벌떡 일어나 바닷물로 뛰어들려 하지만, 사람들이 만류하고 나선다.

“이 사람아, 자네 지금 피투성이야, 이 몸으론 아무것도 못해, 필시 애들 엄마하고 애들 모두

무사히 잘 있을 테니 걱정 마시게“

“제가 찾으러 가야 합니다.”

“어허 이 사람이 이런 몸으로 어딜 간다고 이러는 건가”

“제가 가서 애들하고 집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아 글쎄 이 몸으로 무리라니까”

막무가내로 바닷물로 뛰어들려는 석호를 동네 남자들이 억지로 잡아 막는다.

“성민이 엄마뿐 아니라네, 물질하던 동네 아낙네들이 모두 사라졌어”

“....‘

자신을 말리던 순희 아빠의 말에 그만 온몸이 마비된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성준아, 성민아, 성순아”

“여보”

석호의 애타는 울부짖음에도 돌아오는 건 공허한 바닷바람와 메아리뿐이다.

먹지 않아도 고프지 않았고,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사라진 가족들의 생사만이라도 알기 위해 해가 뜨자마자 바다로 달려가서는 해가 질 때까지

아내와 아들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석호네를 포함하여 50여호가 옹기종기 평화롭게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은 갑작스럽게 밀려든 파도에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가족을 잃었다.

아낙네들은 대부분이 물질을 하던 시간인 탓에 마을 대부분의 아낙네들이 죽거나 실종되었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사람은 고작 서너 명에 불과했다.

평소 엄마들이 물질을 할 때,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제 어미들을 기다리며 놀곤 하던 탓에 마을 아이들도 태반이 죽거나 생사를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사라진 마을에선 더 이상 웃음소리도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집들마저 하나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불과 일 년여의 시간동안 10여호가 마을을 떠났고,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져버린 이도 둘이나 되었다.

인근 40여리 안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었던 석모리가 삽시간에 인적이 끊기고 흉흉한 마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은 석포가 바닷일을 하다 바다 속에 칼을 빠트린 행위에 대한 원망으로 여전히 가득차 있었다.

석호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했고, 같이 바닷일도 하지 않았고, 말도 섞지 않았으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석호를 피한다고 해서 마을을 뒤덮은 불운을 피할 수는 없는 듯, 마을에 대한 불운은 끝이 없이 계속되었다.

지난번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제식이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장에 다녀오던 중 길에서 넘어져 세상을 떠났고, 건강하던 동네 노인들이 하룻밤 만에 세분이나 한꺼번에 돌아가시기도 했으며, 몇 명 남지 않은 마을 아이들에게 돌림병이 퍼지기도 했다.

“이래선 안 되겠네. 역정 나신 용왕께 제를 지내야겠어”

“그래야 할 듯싶네, 누가 읍내에 가서 만신을 모셔오시게”

안 그래도 아낙네들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마을에 계속된 흉사로 인하여 누구하나

불안에 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노인들의 의견에 따라 읍내 만신을 모셔다가 용왕제를 지내기로 하고는, 마을 이장일을 맡고 있는 동호 아빠가 만신을 모시러 읍내로 향했다.

만신은 동호 아빠가 올 것이라는 걸 이미 예상이나 한 듯, 모든 차비를 갖추고 동호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세, 해지기 전에 다녀와야지”

“네, 그러시죠”

만신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노인들은 자신의 딸뻘 되는 젊은 만신에게 연신 허리를 굳히며 절을 해댔다.

“우릴 좀 도와주십시오”

“이러다가 우리 마을 폐가 촌이 되겠습니다.”

노인들의 애원을 듣는 둥, 마는 둥 만신은 자신 주변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을 본다.

“어허 괴이한지고! 어쩌다가 마을이 이지경이 되었노”

만신의 말 한마디에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숙인다.

“사방에 살기가 퍼져 있구나! 어찌 이런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도와주십시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마을 이장인 동호 아빠가 연신 머리를 숙이며 만신에게 간청한다.

만신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을 한명씩 천천히 바라보더니

“여기 없는데....”

“누굴 말씀하시는지요? 행여 찾는 사람이라도...”

“.....”

미간을 찌푸린 채 만신은 연신 사방을 둘러보지만, 자신이 찾는 그 무엇을 찾아내지 못했는지 묵묵부답이다.

“안되겠다. 바다로 가자. 용왕님을 뵈야겠다”

만신의 말 한마디에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만신의 뒤를 따른다.

모두들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만신의 뒤를 따라 바닷가에 모여든다.

바다를 향해 연신 절을 하던 만신이 갑자기 서슬 시퍼런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호통을 치기 시작한다.

“어느 놈이냐? 감히 용왕님 등에 칼을 꽂은 놈이...쳐 죽일 놈 같으니라고”

만신이 던진 말 한마디에 동네 사람 태반이 공포에 휩싸인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다.

그때 노인 하나가 나선다.

“석호라고 그 놈이 바다일을 하다가 칼을 그만....”

“그럴 줄 알았다. 그 놈 때문에 마을을 이 모양이 되었구먼...”

노인들은 예상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만신은 눈을 감은 채 바다 쪽을 바라본다.

“용왕께서 단단히 화가 나신게야, 여간 힘들지 않겠는걸..”

만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다를 향해 외친다.

“용왕이시여! 미천한 중생의 과오에 그만 역정을 내시고, 아량을 베풀어 주소서”

만신을 따라 동네 사람들이 연신 바다를 향해 절을 해댄다.

용왕의 화를 달래주는 용왕제는 하룻밤을 꼬박 지나 이틀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을 사람들은 만신 옆에서 교대로 횃불을 대낮같이 밣혀가며 마을을 감싼 살기를

없애달라며 간청을 했다.

만신은 이틀에 걸친 용왕제를 마치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용왕님께 불경을 저지른 자가 용서를 빌어야 한다. 용서를 비는 방법은 빠트린 칼을

되찾는 길뿐이다“

용왕제가 끝나고, 서너 달이 지났건만 거짓말처럼 마을에는 더 이상의 흉사가 일어나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고 자란 고향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고, 50여호에 이르던 마을은 이제 10여호 정도밖에는 남지 않은데다가, 그나마 부부와 아이까지 온가족이 성한 집은 단 2호뿐이었다.

나고 자란 곳이 바닷가이고, 태어나면서부터 배운 것도 바닷일이 전부인 탓에, 막상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석호 또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바닷일을 천직으로 받아들인 채, 살아왔다.

하지만 사고이후 석호는 늘 혼자였다. 동네 사람 중 아무도 그와 함께 하려 하지 않는다.

석호는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열흘이고 보름이고 바깥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 그 누구도 석호에 대해 걱정하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런 석호가

어느 날 아침 아내와 아이들을 한꺼번에 빼앗아간 바다로 향한다. 어깨에 그물을 걸머지고 이른 아침볕을 받으며 바다로 향한다.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후, 석호는 바다에 나올 때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사방을 둘러본다.

혹시 미처 보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들의 흔적이라고 찾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아무런 흔적도 보이질 않는 바닷가를 걸어 석호는 주인이 마을 떠나며 버려진 주인 잃은 작은 배에 올라탄다.

며칠 만에 나타난 석호가 배에 오르자, 바닷가에 앉아 어구를 손질하며 석호를 바라보던 동호 아빠가 말한다.

“쇠붙이는 다 두고 온 거지?”

“......”

“혹시나 해서 묻는 거야, 나라고 똑같은 말을 계속 묻고 싶겠나? 이 사람아..”

“다 두고 왔어요”

“자네 자네가 빠트린 칼은 찾고 있는 거지? 자네만이 용왕님께 용서를 빌 수 있다잖나”

“.....”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자네를 욕하고 있어, 자네가 하루빨리 칼을 건저내야 할 것이네”

“저 넓은 바다 속에서 어찌 조그마한 칼을 도로 찾는답니까”

퉁명스러운 대답을 남기고 석호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바다로 나서는 석호를 바라보며 동호 아빠가 중얼댄다.

“썩을 놈. 제 놈 때문에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건만”

바다로 나선 석호는 이상하리만큼 뭍에서 가까운 물속으로 그물을 던진다.

고기들이 몰려드는 물때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소 고기들이 모여 있는 곳도 아닌 곳에서 연방 그물을 바다에 던져대고 있었다.

“어이 석호, 거기다가 왜 그물질을 하고 그러는가?”

동호 아빠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석호는 그물질을 계속한다.

“저 놈이 드리어 실성까지 했구먼 그 놈 참....”

동호 아빠는 혀를 차며 자리를 떠난다.

석호의 그물질은 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석호는 자신이 빠트린 칼을 건져 올리기 위해, 그리고 사라진 아내와 아이들에 관한 그 무엇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그물질을 하는 것이었다.

석호의 투망질은 서너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 되어서야 투망질은 멈추었다.

“쾅, 쾅, 어르신”

누군가 낡은 문이 부서져라 두드려 댄다.

“어르신, 문 좀 열어 보세요”

“어르신, 오늘이 말씀드린 마지막 날이에요”

“이러지 말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차로 모시고 가자고”

“네 그러시죠”

낡은 문이 부서지며 사내들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다.

“어르신”

“저희 왔어요. 저희랑 어서 가세요”

사내들이 누워 있는 어부를 발견했을 때, 어부는 곤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어르신”

어부는 사내들의 부름에도 반응이 없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 사내가 어부의 어깨를 흔든다. 역시 반응이 없다. 어부의 코에 귀를 대어본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쯧 쯧... 노인네 고집을 그리 피우더만, 이렇게 쓸쓸하게 떠날것을...”

“오늘까지가 퇴거 기한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구먼”

사내들은 홀로 쓸쓸히 삶을 마감한 어부를 바라보며 어부와의 질겼던 일을 회상했다.

마을이 완전히 폐가촌화 된 지난 4년 전,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그나마 남아 있던 몇몇 노인들마저 사내들이 마련해준 곳으로 모두 떠나고, 유일하게 마을에 남아 마을을 지키던 사람이 바로 어부였다.

매일같이 어부를 찾아온 사내들의 회유에도 홀로 마을을 지켜내던 어부였다.

어부에게는 사내들이 제시하는 돈도 땅도 커다란 배도 아무런 소용없었다. 사내들이 모르는 어부만의 그 무엇. 어부 자신이 죽기 전에 반드시 찾아내야만 하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마을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 노인네, 손에 뭔가를 꼭 쥔 채 돌아가셨는데”

“뭘 쥐고 있다고?”

“어디 보세”

사내들은 어부의 손에 쥐어진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어부의 손을 펼친다.

영원한 잠에 든 어부의 손에는 시뻘겋게 녹슨 작은 쇳조각하나가 쥐어져 있다.

“이게 뭐지?”

“쇠붙이 같은데. 온통 녹이 슬어서 뭔지를 모르겠구먼”

“뭔지는 몰라도 이 노인네한테는 소중한 것인가 보구만, 그냥 쥐어 주자고”

“그러는 게 좋겠네요”

사내들은 어부의 손에 다시 쇳조각을 꼭 쥐어준다.

사내들에 의해 비로소 마을을 떠나는 늙은 석호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평온한 모습이다.


작자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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