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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7:32

컴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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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션



그가 큰 위기에 빠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잠깐 다니다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7년간 자원 봉사자로 현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병원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음식을 먹고 많은 모기들에게 물렸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감염되어 있었다. 그의 무릎, 허리 그리고 어깨에는 심한 염증이 생겼고 거의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바이러스성 관절염인 것 같습니다.” 의사는 얘기했다. “진통제를 처방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차를 빌려서 대치동에 있는 노패인 클리닉까지 갔으나 의사는 검사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얘기했다. “한 달 후에 다시 검사해 봅시다.”

그는 기다릴 수 없어서 친구의 소개로 자연요법을 병행하는 성남에 있는 작은 통증클리닉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엄청난 양의 항생제와 진통제를 은행나무에서 추출했다는 성분과 함께 처방 받았다. 의료보험 없이 2개월간의 치료를 받고 나자 그의 은행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미래를 침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또 다른 친구가 그의 손에 최고의 진통제이자 안식을 주는 약을 선물해 주었다. 그것은 특별한 것으로 쉽게 구할 수 없고,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하늘에서 준 선물이었다. 그는 이 약의 도움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축복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부산에 있는 그의 남자 친구에게도 전화를 했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제주도에 가서 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약이 떨어졌을 때 고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금단 증세인 오한과 발열까지 더해 고통은 매우 극심했다. 친구는 그 약을 비슷한 가격에 다시 구하고 싶거든 흑조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흑조는 언제나 강남의 지하 술집에 있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거기 있어. 그는 언제나 거기에 앉아 섹스피어를 읽지. 교수들이 하는 것처럼, 작가처럼. 교사처럼. 인텔리하게 보이고 싶은가 봐. 그냥 눈에 띄어. 피부가 검거든. 아빠가 미군이었다나. 튀기야. 네가 찾아갈 것이라고 얘기해 놓을게.”

다음 수요일 그는 흑조를 찾았다. 그는 강남에 위치한 조그만 지하 술집, 반원형의 카운터 맨 끝에 앉아 있었다. 인빈은 음침한 불빛 속에서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고 어울리지 않는 초록색 벽지로 벽이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오렌지색 조명은 너무 흐릿해서 인빈이 흑조를 보았을 때, 그가 이런 불빛 아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빈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흑조는 50대 중반 정도의 남자로 검은 피부와 곱쓸 머리에 얼굴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잘못 보면 입이 새의 부리처럼 보였고, 돋보기안경을 쓰고 손가락을 자기가 읽는 책의 문단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조금 마신 사이다 병이 놓여 있었다.

“실례합니다. 흑조신가요?”

그는 올려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왜 묻지?”

“제가 인빈입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으나 흑조는 그 손을 붙잡지 않았다. “내 친구 유신이가 당신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아하. 그렇군.” 흑조가 말했다. 흑조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잠깐 인빈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바로 자신의 책으로 돌아갔다. 흑조는 섹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3막을 읽고 있었다.

“유신이가 당신을 만나러 가면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흑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간절히 약이 필요해요.” 그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짜증스러웠다. 그는 누구에게도 짜증내며 얘기해 본적이 거의 없었다. 흑조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말했다. “당신은 섹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읽고 있군요.” 그는 한동대에서 영미 문학과 정치 외교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었다. “이아고와 데스데모나, 맞지요?”

흑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만하게 말했다. “이 작품은 학부 수준의 작품이 아니야.” 그의 손가락을 책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인빈은 그를 사람답게 느껴지도록 만든 약의 이름을 말했다.

“오 놀랍군. 그런데 당신이 경찰이나 경찰 끄나풀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믿지? 당신 혹시 경찰 아니야?”

“아니에요.”

“난 당신이 무슨 얘기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여기 평화롭게 앉아서 사이다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게 다야.”

“맞아요.”

“당신 4일 후에 다시 여기로 와.” 흑조가 얘기했다. “그리고 돈을 가져와.” 그는 정확한 돈의 액수를 얘기했다.

“그건 너무 비싸요.” 인빈이 얘기했으나 잠시 생각해 본 뒤 “좋아요.” 그에게는 선택의 권한이 없었다.

흑조가 무관심하고 조롱하는 듯 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요즘 독서하나? 젊은이. 모든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지.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지경에 있어.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무지의 지옥에 갇혀 있고. 그들의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어.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비극이군. 여기서 700미터 전방에 강남 구립 도서관이 있어. 다음에 올 때 책을 빌려오도록 하게. 나는 자네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필요해. 그리고 약속한 돈을 가져 오게.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노~습이야. 국물도 없네”

인빈은 일시적으로 친구 집 지하방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전통적인 분들이었고 보수 기독교인들이라서 그가 커밍아웃했을 때 그를 버렸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었다. 부모님들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의 인격을 정죄하였으며 다시는 그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는 또한 여동생이 있는데 그녀는 일찍 결혼하여 남편과 딸 하나와 함께 분당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도 오빠의 성적 취향을 끔찍이 좋아하지 않았고 오빠에 대해 노이로제까지 있었다. 그의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누구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빌붙고 있는 지하방도 곧 이사를 오게 되면 비워주어야 했다. 게다가 대학 학자금 대출은 아직 다 갚지 못했고 눈 덩이처럼 이자는 불어나고 있었으며 하루에 한두 번씩 독촉 전화가 오곤 했다.

부산에 있는 인빈의 남자 친구는 그의 의료기 회사에서 소문난 짠순이였다. 누군가 그에게 돈을 빌린다면 그는 관계를 끊어버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비밀스러운 관계였고 인빈은 그 관계를 시험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만났고 사랑에 빠졌었다. 그러나 인빈은 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최근에 병을 얻게 되었다고, 그리고 마약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인빈은 고통의 진흙 구덩이에서 홀로 빠져가고 있었다.

마약뿐만 아니라 진통제가 모두 떨어졌고, 고통은 그의 친구가 되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그와 동행했다. 노패인 클리닉에서는 연락이 없었고, 자연 치유 요법은 불이 난 집에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과 같았다. 가끔은 그의 고통이 메스로 생살을 도려내는 것 같이 아팠는데, 무릎에서 시작되어 등까지 순환한 후에 어깨에서 계속되었다. 그의 몸은 경련을 일으켰고 위장은 작은 음식만 들어와도 설사를 통해 모두 내보냈으며, 그는 잠잘 수도 없었고 콧물은 계속 흘렀으며 피부에는 붉은 것들이 나오고, 그의 혀는 말려들어가 정상적으로 말할 수도 없었다. 그는 한마디로 쓰레기 더미였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엑스터시라는 마약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게 되었다. ‘약을 구하자. 약을.’

그는 이제 더 이상 봉사와 사랑에 대해서, 열정과 꿈에 대해서 얘기 할 수 없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종이 상자처럼 가볍고 연약한 것들이 되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악취를 내뿜는 그림자 괴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지내고 있는 지하방에는 묵직한 쇠파이프가 있었다. 그는 늦은 밤 열과 경련과 환각의 상태에서 쇠파이프를 신문지에 싸서 들고 타워 펠리스가 보이는 양재천을 향해 갔다. 그리고 그는 한 나무 뒤에서 돈 많아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 일을 시행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침 알맞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50대의 회사원 같은데 양복을 입고 술에 취해 조금씩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어둠에 숨어있는 자신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자 인빈이 그의 뒤를 따랐고 쇠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회사원의 무릎 뒤편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는 앞쪽 무릎을 때려서 회사원의 무릎을 산산 조각 내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회사원은 헉 소리 한번만 내고 바닥에 굴렀다. 희생양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두터운 지갑을 꺼내 달아났다.

인빈이 자신의 지하방으로 돌아왔을 때, 먼저 지갑의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그의 손은 다시 떨리기 시작했고, 눈을 몇 번 비벼도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으며, 자신이 깨어 있는지 조차도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원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름이 양성은 이었다. 사진을 잠시 보다가 바로 현금을 세어보았다. 45만원이었다. 잠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약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었다. 이 때 인빈은 운전면허증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지적이고 사려 깊게 보이는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바로 그 때 친숙한 통증이 인빈의 무릎과 목과 허리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증은 다른 모든 생각들을 내어 몰았다.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서 그는 부산에 있는 그의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강도질을 했고 대상은 양성은 이라는 사람이었으며, 그를 쇠파이프로 때렸고, 지갑을 훔쳐서 달아났다고 얘기했다. 그의 남자 친구가 얘기했다. “빈아, 나쁜 꿈을 꾼거야. 네가 그랬을 리가 없어. 요즘 너무 무리해서 그래. 다시 잠을 청해봐. 내일 내가 전화할게.”

인빈은 다시 잠자리에 누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봉사하고 싶어서 아프리카에 갔던 그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천정을 향해 얘기했다. 그가 간신히 잠들었을 때 그는 꿈을 꾸었다. 그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초라한 모습의 걸인이 산발한 머리에 박스를 찢어 “도와주세요.”라고 써서 목에 걸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거적 떼기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 걸인이 나무 뒤에 숨어 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두려워 떨고 있었다. 그 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그건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다.

지하 술집에 인빈이 다시 들어갔고 흑조는 책을 볼 뿐 다른 것을 쳐다보지 않았다. 흑조는 항상 같은 곳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다시 책을 가리키며 내려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빈이 읽어 본적 없는 섹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있었다.

“당신이군.”

“네”

“책 빌려 왔나?”

“아니요.”

“좋아. 그런데 놀랍군.”

곧 이어 흑조는 돈을 남자 화장실 어디에 놓고 그가 돈을 언제 가져갈 것이며 약은 변기 물탱크 속, 어디에서 가져가라는 섬세한 지시를 내렸다. 이 거래는 누가 봐도 속지 않고 비밀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어색한 과정이었는데 30분 정도가 소요 되었다. 인빈이 약을 구해 그의 지하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약을 2알 삼킨 후였고 큰 위안과 만족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의 정신이 되돌아왔을 때 그는 거울을 통해 얼굴에 반점이 생긴 자신을 보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 처한 극도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2틀 후 그는 사라졌다.


2

나는 요즘 나의 영혼의 동반자, 나의 미래, 내 삶의 전부인 인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아마도 내가 에티오피아에 있을 때 돈을 많이 아껴서 지금도 내가 구두쇠인줄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돈 많고 잘 쓰는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나는 인빈에게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을 뿐 아니라, 내 생명까지도 그를 위해 기꺼이 줄 수 있다. 나보다 조금 늦게 그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가 굉장히 많이 아프다고 했으나, 자세히 쓰지 않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후 내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강도질을 했다고 했으나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그의 존재는 나와 이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내가 절박하게 부탁하여 인빈 실종 사건을 조사해 주셨던 수서 경찰서 경찰관께서 전화를 주셨고 나에게 말씀 하셨다. “저희도 많이 찾아봤지만 김인빈씨를 찾을 수도 없었고,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친구를 찾기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직접 서울에 오셔도 됩니다. 자유의 나라이니까요. 그러나 너무 희망을 가지지는 마세요. 약에 중독되어 사라진 사람들의 경우는 도시가 그들을 집어 삼켜버립니다. 당신의 친구도 거리의 부랑자가 되었거나 양재천 풀숲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경찰관은 비꼬거나 짜증스럽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힘과 희망이 없어 보였다.

김인빈 씨, 인빈, 빈, 나는 그를 알아 가면서 이렇게 점점 더 친숙하게 불렀었다. 빈아라고만 속삭여도 우리는 서로 깊은 사랑을 느꼈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만났었다. 내가 빈이 자원 봉사하는 병원에 의료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들르게 되었다. 그 곳에서 그는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병실 창문 가까이에 흑인 소녀가 누워 있었는데 햇빛이 열로 인해 붉게 달아오른 소녀의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손등 피부에 정맥이 보일 정도로 굉장히 말랐고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왔으며 볼에는 J모양으로 생긴 흉터가 있었다. 가까이에는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누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어머니가 있었다. 밖에서는 개가 짖고 환풍기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 시간은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굉장히 더웠다.

바로 그 때 빈이가 물 컵을 손에 들고 소녀 곁으로 다가갔고, 모기장 안으로 숙이고 들어가 소녀의 머리를 받치고 물과 약을 먹여 주었었다. 그리고는 그가 몸을 돌려서 소녀의 동생에게 아랍어로 무어라고 얘기했고, 나는 아랍어 실력이 좋지 않아 알아듣지 못했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어머니에게 소녀는 곧 회복할거라고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고 얘기했었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소녀의 아버지가 돌아왔는데, 그는 땀에 젖고, 짜증과 두려움을 가지고 딸의 상태를 불평했었다. 그를 보고 빈이가 웃었고, 남자를 부드럽게 자리에 앉히고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빈이가 능숙한 아랍어로 아내와 남자와 함께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 갔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인들은 나처럼 돈을 벌기 위해 왔던가, 아니면 빈이처럼 젊고 열정적인 이상에 사로잡혀서 봉사하기 위해 왔다. 나는 아프리카에 돈을 벌기 위해 갔다는데 아무 거리낌도 후회도 없다. 그러나 인빈이는 아무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봉사하기 위해 왔었고, 그것이 나를 감동시켰다. 컴페션은 그의 모습 자체였고 친절함은 그의 성품이었으며 요청하지 않아도 그는 사랑을 베풀었었다.

가끔은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운명적인 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빈이가 햇빛을 받으며 소녀를 돕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마치 꿈꾸는 것 같았으며, 그는 내 심장에 각인되었다. 그의 부드러운 턱선, 반달 모양의 선한 눈, 두꺼운 눈썹, 매력적인 입술은 마치 천사와 같았다. 그리고 몇 주후 우리가 함께 카페에 앉게 되었을 때, 나는 그의 친절과 봉사가 어떻게 나의 가슴에 새겨졌는지 말하지 않고, 내가 그에게 어떻게 성적으로 끌렸고, 나의 욕정이 얼마나 커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했었다. 그는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었고 사려 깊게 얘기했다. “그건 내가 도울 수 있어.” 그리고는 그의 손을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동성커플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주말마다 도시 외곽에서 만났고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서 누가 어떻게 행동하던 관여치 않는 힐튼 호텔에서 잠자리를 함께 했다. 빈이는 거기서 활기찼으며 누구를 만나도 밝게 인사했고, 그의 유머 감각은 그를 만나는 사람들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구름 위로 걸어 다니게 했으며, 우리는 와인을 함께 마시고 챔피언처럼 섹스 했고, 나는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나는 예수님이 우리 곁에 오신다면 빈이 같은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빈이는 이미 아픈 상태였다. 나는 그를 보러가겠다고 했으나, 그는 지하방이 너무 초라하다며, 만류했고 일자리를 구했으니 상황이 좋아지면 놀러 오라고 했었다. 일자리는 거짓말이었고 그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파산했고 무너져 내렸고, 산산 조각나 흩어져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를 찾기로 굳게 결심했다.

강남의 지하 술집에 들어가자 빈이가 묘사했던 흑조를 찾기 위해 내부를 살폈다. 반원형 선반 끝에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으나 머리를 염색하고 파마를 했는지 젊게 보이고 곱슬머리가 아니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나는 힘차게 그를 향해 걸어가면서 주먹을 움켜쥐었고, 그의 옆에 서서 맥주를 주문했다. 은은히 흐르는 재즈 음악과 사람들의 말소리 속에서 나는 소리쳤다. “뭘 읽고 있습니까?”

“섹스피어!”

“어떤 희곡이죠?”

“희곡이 아니고, 서사시야!”

“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섹스피어 작품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일부러 붙임성 있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병일이라고 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병일의 손을 붙잡지는 않았다. “오. 군대에 갔다 왔으면 일병이나 이병까지만 가능하지 상병은 어려웠겠구먼. 나는 흑준이라고 하네.”

“별명이 일병입니다. 이름이 뭐라고요? 흑조요?”

“아니, 흑준이야. 어머님이 얼굴이 검다고 붙여주신 이름이라네. 흑조는 별명이지.”

“그렇군요. 내 친구 빈이가 당신 얘기를 했었어요.”

“당신 친구가 누구라고?”

“빈이, 아니 김인빈이요.”

흑준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고 모르는 사람이야.”

“좋아요. 그럼 당신이 빈이를 모른다고 치고, 어디가면 빈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알겠는가?”

“상상력으로 한번 찍어 주시죠.” 나는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교활한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 왔고, 그들의 교활한 대화법과 잔꾀에 익숙해 있었다. 그들은 그들 자신들도 속이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진실을 말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그들이 진실을 말할 땐 그들이 상대방의 압박에 의해서 화가 날 때이다. “흑준이 형. 그러지 말고 베팅 한번 갑시다. 아니면 만리장성 한번 쌓던지! ok?”

“나는 그가 어디 있는지 정말 몰라.” 흑준이 주장했다. 나는 이 광대가 섹스피어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꾸미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마약 중독으로 내몰았을지 가 궁금했다. 자신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독자였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는 은단 향기가 나고 그의 목에는 문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교활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양재천에 있는 다리 밑 그늘진 곳을 찾아보겠어.” 그러고는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남자애들은 도랑에서 난쟁이 괴물이 되지. 특별히 그 아이는 게이 난쟁이 괴물.”

나는 의도적으로 사이다를 넘어뜨려 그의 섹스피어 작품을 젖게 했고 돈을 카운터에 내려놓은 후에 술집을 빠져 나왔다. 만약 이 허가 받지 않은 술집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덩치가 따라 나온다면 나는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싸움하면 빠지지 않았으며, 권투를 배웠기 때문에 어떻게 펀치를 날리고, 연속해서 주먹을 날리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맷집도 좋아서 상대방이 나를 때려도 꿈쩍도 하지 않으며, 나의 턱은 아주 강하고 거의 돌로 만든 턱이어서, 상대방이 나를 때린다면 바위를 치는 게 되는 것이다.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양재천을 향했다. 그리고 양재천과 다리 밑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계속 찾았다. 마음속으로 빈이를 위해 기도하면서, 한주 동안 양재천 곳곳을 찾아다녔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살폈으며 어두운 곳을 조사했다. 한 밤 중에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소년들도 마주쳤으나 나는 싸움이 능했기 때문에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자정을 지나 양재천의 어두운 곳을 살피고 있을 때, 나무 숲 속의 한 벤치에 사람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는 아주 마르고 더러웠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을 때, 이 처절하게 망가진 물건이 내 사랑하는 인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얼굴을 나를 향해 돌렸으나 표정도 없고, 웃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아 나는 그를 안을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물 안에서 살다가 바로 나온 사람처럼 양재천의 썩은 물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아 마치 뼈가 부러진 사람을 다루 듯, 부드럽게 그의 어깨를 안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몸과 영혼 전체가 부러지고 으스러져 있었다. 나는 그의 볼에 키스하려다 냄새 때문에 흠칫 놀랐다. 무슨 일들이 그에게 일어났던 걸까? 그러나 그가 나를 알아본다. 그는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병일아 네가 나를 찾을까봐 두려웠어. 이런 모습 보여줄까 봐.”

“무슨 얘기야. 당연히 널 찾지.”

빈이가 고개를 들더니 무슨 소리를 듣는 것 같다가 얘기했다. “우리 모두를 보는 눈이 있어. 너는 우리를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믿니?”

처음에 나는 CCTV나 방법용 카메라를 얘기하는 구나 생각했으나 그것은 신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무도 우릴 보지 않아. 우리는 누구에게도 감시당하고 있지 않아. 나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자. 거기 가서 씻고, 맛있는 거 먹고, 새 옷도 입고, 건강부터 회복하자. 이게 무슨 꼴이니. 젠장. 다시는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당장 가자. 널 봐, 떨고 있잖아.”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런데 나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

“누구?”

“나는 그 회사원 기다리고 있어. 기억하니? 내가 때리고 돈을 훔쳤던 그 사람, 양성은. 내가 그를 그 날 이후 매일 때렸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환상이었다.

“말도 안 돼. 가자. 가서 샤워부터 하고 룸서비스 시켜서 맛있는 것도 먹자.”

“안 돼, 그가 오고 있어. 그가 몇 분 안에 올 거야. 병일아 사랑해. 그런데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미안해. 나를 떠나죠.”

그러나 나는 목적을 성취하도록 훈련된 비즈니스맨이었다. “안 돼, 이제 가자. 이 냄새나는 곳에서 벗어나자. 가자.” 나는 그를 억지로 끌어 올려 걷게 하고 택시를 타는 곳까지 그를 부축해서 이끌었다. 택시가 호텔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고 나는 빈이를 부축하고 걸었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아주 잘 차려입은 사업가가 냄새나는 노숙자를 부축하고 걷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프론트의 호텔 직원도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를 보았으나,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빈이를 목욕시켰고, 면도를 해 주었고, 그를 위해 스테이크를 주문해 주었다. 내가 먹여주었으나 그는 2조각만을 삼킬 수 있었고, 나는 그를 침대에 뉘여 주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밤새도록 중얼거렸고 심하게 떨었으며 소리 지르고 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를 때리기도 했다. 그가 육체적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착각을 한 것 같다. 나는 다음날 마약 중독 회복 요양원을 알아보았다. 주변에 몇 개가 있었고, 빈이도 들어가겠다고 허락했다. 나는 그를 요양원에 맡기고 매주 면회를 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김인빈. 내 사랑은 자신의 말대로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그의 영혼은 흑조, 아니 흑준, 또는 섹스피어 학자, 독서광 때문에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나는 그를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보복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밤, 나는 흑준을 술집 밖으로 불러내었다. 나는 인빈을 위해 마약을 구입할 것이고, 돈다발이 차에 있으니 밖에서 만나자고, 가장 어리숙하게 보이도록 말했다. 그가 나왔고, 나는 그림자 밑에서 옆에 놓여 있던 벽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가 그림자 곁으로 다가왔을 때, 벽돌로 얼굴을 후려쳤고, 그가 얼굴을 붙들고 고개를 숙이자, 빠르게 니킥을 그의 얼굴에 2번 꽂아 넣었다. 그가 땅에 웅크리고 쓰러지자 구둣발로 그의 옆구리를 3번 걷어찼다. 이 남자는 마약상이고 맞아도 싸다. 그리고 빈이에게 진통제를 처방했던 의사도 혼내주고 싶었지만 의사는 그런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냥 참기로 했다. 아직 빈이는 살아 있고 회복되고 있음으로.

빈이가 요양 병원에서 나올 준비가 되었을 때, 나는 차를 몰고 그를 데리러 갔다. 태양이 환하게 비추고 우리는 그의 지하방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세속적인 물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앨범, 에티오피아에서 일할 때의 사진들, 라디오, 노트북, 몇 권의 책들, 옷들. 나는 그들 도와 짐들을 챙기고 옮겨 주었다. 우리는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나는 부산에서의 생활, 대중교통, 중독자들을 위한 12단계 치료 센터 등에 대해 짧게 알려 주었다.

그는 내가 전세로 얻어준 작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고, 나는 그에게 매일 밤 전화를 했다. 나는 부산에 비즈니스 관계로 왔고, 그도 자신의 삶을 조금씩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영혼에서 자비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내 마음 속의 자비도 그러했다. 그는 아직도 염증 때문에 괴로워했으며, 노인처럼 조금씩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그가 나를 아파트에 초대했을 때, 그는 나를 위해 에티오피아에서 만들었던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고, 양주 한병과 맥주도 준비해 놓았다. 샌드위치는 통밀과 소고기와 야채로 이루어져있었다.

“아직도, 이거 좋아해?”

“그럼, 누가 만든건데?”

“소고기가 조금 느끼하지?”

“야채를 많이 넣어서 괜찮아.”

“병일아, 나를 위해 한 가지만 해줄 수 있을까? 양성은씨에게 전화를 해죠. 그리고 내가 빚진 돈이 있다고 얘기 해죠. 돈을 곧 갚을 것인데 만원을 백만 원으로 쳐서 갚아주겠다고 말해죠.” 인빈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자신감과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오, 그가 정말 좋아하겠는데.” 나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이봐, 플라톤도 이 물질적인 세상에 실망했다고 하는데, 나도 그래.”

“빙고!”

“한 잔 따라봐.” 인빈이 애교스럽게 명령했다. 나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고, 그래서 손에 잡히는 양주를 그에게 가득 따라 주었다.

“고마워, 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가 아닌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알고 있는’ 그 세계에서 살고 싶어!” 그가 잔을 높이 들고 얘기했고, 곧 잔을 천천히 거꾸로 세워 술을 바닥에 모두 쏟아 버렸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나는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달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 달은 밝고 환하고, 눈이 부신 그림자가 없는, 아프리카의 달과 똑같았다.

나도 내가 들고 있던 맥주병을 높이 들어 올려, 천천히 거꾸로 들었다. 맥주가 콸콸거리며 거실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고, 나는 얘기했다. “나는 인생의 산수가 싫어, 수학도 싫고, 그냥 딱보면 알고, 척보면 사랑하는 게 좋아!”

나는 빈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빈이도 대답해 주었다.

승리의 미소로…, 나에게…….



박 영

010-8448-6782

pyoung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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