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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꽃



 




  “찾았다. 드디어.”

  “.”

  막다른 골목길에 몰린 한 여자는 저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며 벽과 밀착 했다.

  “나간 지 얼마 안됐었는데그새 또 도망갔네요?”

  “오지 마.”

  “, 바깥 구경은 재밌었어요? 재밌었으면 나야 상관없어요. 근데 밖에 너무 오래 있었다. 날도 어두워졌는데 집에 가야죠. 안 그래요?”

  “다가오지 마!”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는 다가갔고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여자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굳어갔다.

  “소리를 지르면 안 되죠. 바깥 구경이 좋은 건 알겠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이제 돌아가자. 어서.”

  “알았어. 돌아 갈 테니까 내 몸에 손대지 마.”

  “잘 생각 했어요. 다음에는 도망가지 말아요. 그땐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요. 알잖아요. 난 이성을 쉽게 잃는다는 걸.”

  “.”

  침묵. 지금 이 상황에서 여자는 침묵밖에 할 수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두려운 그가 먼 미래를 이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을 말을 했으니까.

 

***

 

 

  “도착했어요. 이제 내려야해요.”

  “.”

  “깊은 잠에 빠진 것 같네요. 계속 자요. 내가 옮겨줄게.”

  먼 길을 지나 큰 저택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시든 꽃과 풀, 기둥이 다 잘려나간 나무 밖에 없었다.

  남자는 곤히 잠든 여자를 업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눕힌 뒤 턱 끝까지 이불을 덮어줬다.

  “있잖아요. 그거 기억해요? 당신이랑 나랑 처음 만난 날. 당신이 나에게 꽃다발 줬잖아. 나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꽃병에 꽂아서 소중히 보관하고 있어요. 아주 소중히.”

  추억을 회상하는 듯 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며 옆 탁자에 놓인 호랑이 꽃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칼집은 칼을 위해 존재하고, 꽃병은 꽃을 위해 존재해요.”

  남자는 허름한 저택 안 가죽이 다 찢어져 가는 낡은 소파에 앉아 달빛을 머금은 은색 단검을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위해 존재하죠.”

  그는 소파 옆에 위치한 녹슨 침대 위에 눕힌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미세한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았고 마치 생을 다한 시체처럼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런 당신이 어떻게 나를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생기 없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가던 남자는 일어나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진 여자를 지긋이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나를 떠나려 하지 말아요. 괜히 힘 빼려 하지 말란 소리야. 도망가고 또 도망가도 끝은 어차피 나로 끝나게 돼 있으니까요.”

  상처가 보였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그에게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것이 그를 이리 잔인하게, 공허하게 만들었는가. 여전히 생기란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눈에는 바닥에 뿌려진 유리처럼 투명한 액체가 차올랐고 이내 툭 툭 떨어졌다.

  “날 떠나지 마요. 제발 내 곁에 있어. 불안함이란 바다에 나를 던지지 마.”

  말을 마친 후 남자는 피곤함에 빠져 미처 내려가지 못한 그녀의 눈꺼풀을 내려 준 뒤 차가워진 그녀의 손을 잡고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부디 나를 잊지 말아요. 평생 나를 기억해 매 시간을 나와 함께해요. 당신을 사랑해 줄게요. 그러니 나를 사랑해 주세요. 아주 끔 찍이 사랑해 주란 말이에요.

  소파 옆 탁자에 놓여있는 예쁜 꽃병에 꽂힌 호랑이 꽃은 점점 더 활짝 피어올랐다.



도제이

dkrdkrdkr18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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