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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속의 그대

 

지금 행복한가요?”

 

그가 묻는다. 기품 있는 세월의 깊이가 어린 그의 얼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가져다대고 볼을 비비던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것만 같다.

 

예전보단 낫죠.”

 

되도록 짧게 대답한 나는 그 대답마저도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급히 같은 질문을 했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아보이게. 내게 상처따윈 없는 것처럼.

 

행복하세요?”

 

예전보단 낫죠.”

 

내 대답을 인용한 그에게 반칙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린 서로가 손해 본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닫혀버린 마음을 애써 두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겨울이 음습하던 그 밤. 그게 그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

 

칼날같은 바람이 온몸을 쑤시던 1월 토요일 오후 5. 겨울이지만 새 희망을 안고 있던 나이다.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꿈을 찾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나 장학생으로 미술학원을 다니려고 지금 면접대기 중이거든. 이따 전화할게.”

 

내게 어떤 일이 있었던간에 지난 일은 묻어두고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급히 끊었다. 들어오라는 말이 교실내에서 들리자마자 긴장된 마음으로 교실문을 열어 들어간다. 안쪽 빨간색 테이블에 자리한 학원 선생님은 화려한 수상경력과 외부강의도 나가시는 분이었기에 실력은 인증된 분이셨다. 이 분께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면접에 최선을 다하자고 굳게 마음먹는다. ‘감사합니다라며 나보다 먼저 면접을 보고 나오는 중년 여성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웃자라고 다짐하며 자기암시를 건다. 난, 할 수 있어.

 

본인이 미술을 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서류를 보던 얇은 금테 안경의 선생님이 다짜고짜 질문을 한다. 저 많은 수상경력을 가진 그가 정말 내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학창시절 들어가려던 미술부조차 월 35만원의 재료값을 포함한 회비들을 내야한다고 했기에 들어가지 못했다. 질문이 어떻든간에 앞뒤가릴 때가 아니다. 지금 내 앞의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내가 왜 무료수업을 들을만한 사연이 있는지 말씀드려야한다.

 

전 지금이 딱 알맞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과 행동이 함께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장학생 기간은 9개월이예요. 3명을 선발할 생각이고 중도 포기할 생각이면 애초에 시작도 안하는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은 장학생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함께 수강하게 될 거예요.”

 

, 저는 앞으로의 9개월 동안은 학원 수업에 정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학생의 선발기준은 경제적 형편이 얼마나 어려운가입니다. 본인은 정말 자신이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표정관리가 안되었다. 이 질문은 웃으며 말하기가 어려운 질문이었고 내 절박함을 선생님에게 설득해야했기에 평소 주변에 말하지 못한 나의 가정환경을 말해야했다.

 

새아버지, 친어머니와는 따로 혼자 살기 때문에...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네요. 1때 어머니가 재혼하셨고 저는 스무살이 되자마자 독립하여 생계에 매달리다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림에 대한 포기를 못해 이 장학생 선발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서류만 쳐다보던 시선을 들어 나를 향하더니 다시 날카롭게 물었다.

 

왜 서른 살인 지금에야 그림을 포기 못한다고 생각한거죠?진작에 시작했어야지.”

 

직장생활하며 번 돈으로 학원에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돈을 모아두면 다른 쓸 곳이 계속 생겨 결국 돈은 못 모았습니다. 악순환이었어요. 그림그릴 여건을 만들기 위해 직장생활을 참아가며 한 것이었는데 이러다간 결국 아무것도 못 이룬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결론을 낸 게 지금이며 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우선 그림을 그려보자라는 생각으로 회사도 그만 두었습니다.”

 

내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예민하게 반짝이던 금테 안경을 벗고 서류로 꽂혀있던 시선을 거둬들여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솔직한 얘기를 해주어 정말 고마워요. 최승아씨는 장학생 자격이 있어보입니다. 조만간 연락드릴께요. 면접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합격이다! 불쾌한 집안 환경에 대해 말한 찜찜함은 금세 사라졌다. 회사도 갑작스레 그만둔 상황에 앞으로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나하는 막막함이 있었는데, 9개월 동안은 그림을 배운다는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대로 일이 풀린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은 보일러를 아끼지 말고 틀어놓고 자야지. 나를 위한 선물이야. 따뜻하게 자고 싶어. 그리고 곧, 봄이 오겠지.

 

 

***

 

글쎄말야, 이번에 들어간 회사에서 사장님이 나보고 내 나이엔 예전 같았으면 재혼감만 들어왔을거라나? 참나, 남자 잘 만나서 인생 피는게 여자 팔잔데 미스 안은 뭐 하러 사서고생이냐며...어이없지 않아? 웬 참견이래?”

 

나이 35살인 안미경 언니도 나와 같은 장학생이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산다는 공통점에 급속히 친해졌고 매일 연락하며 학원을 다니고 있다.

 

에이, 그래도 언니는 동안이시잖아요.”

 

26살인 지연이도 같은 장학생, 철학과 종교를 공부했다는 이 동생은 멍한 표정을 보일 때가 많지만 남자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미경언니와 나는 둘이서만 이 현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가 많았는데, 분명 이 여자아이는 동성들이 모를 매력이 이성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검은 옷만 즐겨입는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인정 안 할 수가 없고, 우리는 역시 20대라서 인기가 좋아하며 웃어 넘기곤 한 것이다.

 

지연아, 커피 사왔는데 마실래?”

 

오늘도 학원에서 어떤 남자 수강생이 지연이에게 커피를 사다 준다. 그럼 지연이는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만 커피를 홀짝거리며 우리들 얘기에 가끔 한마디씩 던져 주는 것이다. 여자의 질투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커피는 마치 지연이의 훈장처럼 느껴졌다. 미경언니와 나는 그 커피를 애써 못 본 척하며 화제를 이어가긴 한다.

 

지연이라는 여자분과 친하세요? 그 분 철학을 전공하고 종교를 따로 공부했다면서요?”

 

학원수업 후 둘이서 같이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미경언니가 두꺼운 저음의 남자음성을 흉내낸다. 지연이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 말수가 많은 미경언니에게 이번에 새로 들어온 남자 수강생이 또 물어보더라는 말.

 

, 하마터면 지연이 사이버대 아직 졸업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할 뻔 했지 뭐야.”

 

지연이는 다른 수강생들과는 많이 대화하지 않았지만 미경언니와 나에게는 같은 장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인지 솔직하게 말할 때가 있었다.

 

길담배피는데 어떤 아저씨가 절 미성년자로 보고 막 뭐라뭐라하지 뭐예요. 26살이나 되었는데. 제가 어려보이긴 하나봐요. ...지금은 담배 끊었지만.”

 

저 띠 동갑이랑 사귄 적도 있었구요. 나이 많은 남자들이 저한테 많이 집적대곤해요. 20대초반이었는데 40대 까페 사장님이 새벽에 연락 올 정도로 저한테 매달렸고... ”

 

이렇게 지나가는 듯 말하는 자극적인 그녀의 고백은 우리끼리만 알기로 했다. 그녀도 생각이 있으니 우리에게 터놓은 거였겠지. 철학과 종교를 공부한다는데 뭔가 사연이 깊은 아이 아닐까. 처음엔 장학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연민의 정이 있었고 오랜 인연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연은 띠동갑과 사귄 적 있다며 본인은 나이 많은 남자와 정신적 교감이 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건 교감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게 정신적으로 너무 성숙해서 나이 많은 남자와 감정까지 나누는 위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지연이 철학과 종교, 나이차 많은 연애경험들로 자신의 특이성을 어쩌면 과시한다고 느꼈지만 애써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다. 면접을 해보지 않았던가. 같은 장학생이라는 사람들, 모두가 완전히 드러내진 못했지만 다들 사연이 있을테니 눈 감아 주고 싶었다. 그저 학원에 있을 때만큼은 좋은 언니 동생관계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미경언니는 달랐다. 수업을 들은지 석달이 되어가는 어느날, 언니가 지연을 점점 기피하는 게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연이 남자에게 인기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우리들에게만 보이는 우중충한 기운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 였다. 언니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종종 지연이 싫은 점들을 내게 말하기 시작했고 애써 화제를 돌리려했던 나는 점차 그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정말 지연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

4485, 그의 전화 뒷 번호로 기억되는 숫자. 2통의 전화가 그에게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후 모르는 발신번호는 아예 수신 거절해버렸다. 2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며 한 달 연애했던 그와 나. 그깟 한 달에 무슨 큰 사건들이 있었겠나. 스쳐지나간 순간이었던 게지. 남들 눈치 보느라 손도 못 잡아보고 그저 바라만 봤다. 조마조마했던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는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실 한달 동안이라도 우리에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평소 사람들에게 숨기던 이야기들을 말해주었다. 나도 그의 모든 것들을 안다. 오피스텔 비밀번호도, 병원에 계시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들도. 지긋지긋한 막장 드라마같은 이야기 따윈 늘어놓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외로운 날이면 4485에게 연락하고 싶어져. 그건 정말 안될 말이야. 우린 미래없는 얘기만 오고갈테니까. 그래서 기억해내야만 해. 그에게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내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을 정도로 차갑던 그 사람들에 대해. 그토록 매달렸던 내가 넌덜머리나게 싫어지는 밤, 나는 또 억지로 잠을 청해야 한다.

 

죄를 짓는 느낌이 들어 한 달이 1년 같았다며 정리하려니 참 홀가분하다고 말하던 그. 난 승아가 떠난다면 붙잡을 자격이 없어. 내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 내 상황이 좋지가 않으니까. 그런 그에게 전화가 온 걸 확인했던 날. 미련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그와의 교제를 이야기했을 때, 친구는 나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했었지. 친구마저 이해 못하는 감정. 왜였을까. 그의 나이가 50이고 내 나이는 서른이라서? 폭풍같이 휩쓸리던 사랑이란 명목하에,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가는 게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미경언니가 클림트의 키스가 그려진 우산을 자랑스레 펼쳐보이며 웃던 날이었다. 지연인 다른 볼 일이 있다며 우리와 같이 학원나가지는 못할 것 같다며 먼저 나갔다. 그녀도 우리들이 본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도 모르지. 마음은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나또한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지연이를 챙기지는 않았다. 내 안의 고민으로 꽉 차 있었고, 그녀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으니.

 

클림트는 키스때문에 좋아했어. 승아도 클림트 좋아하지 않니?”

 

클림트 그림은 예쁘죠. 하지만 클림트라는 작가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

 

미경언니 입이 튀어나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 사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난 그 사람 사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작품을 발표한 그 사람의 공과 사생활은 별개로 봐야하지 않을까? 어쨌든 예쁜 그림을 남겨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잖아.”

 

언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또 반문한다.

 

어떤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랬죠. 대중들은 자기 그림을 좋아하는 거지 자기 자신을 좋아해주는 게 아니라고. 예술가의 사생활이 더럽지만 작품이 예쁘다는 것만으로 그를 사랑해준다면 그건 문제 있다고 봐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럼 예술가는 너무 피곤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람들이야. 더러운 사생활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구속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그게 작품에 반영될 수 있는 거지. 손가락질 할 것까진 없을 것 같아. 일반사람들도 깨끗하기만 한 삶을 추구하며 살지는 못할걸?”

 

"저도 아직 답을 내지는 못한 부분이라 결론 드리기 어렵지만 가치관의 차이인 것 같아요. 글이든 그림이든 작품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면서 행동이 반대되는 사람은 싫거든요. 가식적인 것 같아서요.“

 

그러고 보면, 우릴 장학생으로 가르쳐주는 미술선생님은 정말 멋지시지 않니?”

 

?”

 

예술작가와 그의 사생활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미술선생님 얘기가 나오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항상 그에게 그림 실력을 지적받는 게 수업의 내용이다 보니 선생님을 대하기가 어려워 그에 관해선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면접 때 봤던 예민한 금테 안경 때문일까.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의 빈틈없는 완벽주의로 트레이닝 받다 보니 나는 수업만 끝나면 그와 사적인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선생님에 대한 칭찬을 시작하다니. 하긴 나는 수업을 들은지 석 달이 되어도 발전한 모습이 없는데, 언니와 지연이는 급속도로 그림실력이 발전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우리가 무료로 수강하잖아. 이런 장학생 제도를 실천하시면서 그림도 잘 그리시는 건 정말 멋진 분인 것 같아서. 이건 너한테만 얘기하는데...나 선생님 좋아하게 된 것같아. 뭐 나랑 6살 차이정도 나긴하지만 그 정도쯤야 커버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어떤 면에 좋아하시게 된 거세요?”

 

, 솔직히 나보다 지식이 많다는 거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 가르쳐주실 때의 자상함? 그리고 외모도 멋지시잖아.”

 

“...그렇군요.”

 

"9개월 장학생 생활 잘 이겨내고 작품 내서 전시하면, 선생님께 고백하려고. 그리고 수업료에 대한 자원봉사도 할거야. 나 교원자격증도 있거든. 방과 후 아동미술교사 신청하려고. 응원해줄거지?"

 

그래, 소탈하게 유쾌한 언니와 선생님, 어울릴 것 같은데? 나는 그러마하며 함께 웃어보인다.봄이 오긴 오나보다. 나는 문득, 4485, 그의 가운데 번호가 무엇이었나 떠올려보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은 만큼 성숙해져야 합니다. 줄곧 그런 말을 하던 그가 왜 나에게 2통의 전화를 걸었을까. 그도 날 아직 잊지는 못하나. 그에게 마지못한 척 돌아가 볼까. 하지만 솔직히, 그는 있는 그대로의 를 좋아해주는 게 아니라 젊은나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 아닐까. 세상은 어째서 천사의 속삭임보다 악마의 속삭임이 더 매력적인가.

 

직장상사였던 그와 내가 빠진 건 감정놀음. 나는 새 아버지를 둔 후 어려워진 내 인생을 누군가가 이 환경 때문에 20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와 죄지은 것처럼 사는 여자라고 볼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지. 사랑보다 돈보고 만난다는 오명도 들었지. 그런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을 왜 상대하기 싫었던 걸까. 부성애를 사랑으로 착각했다는 말도 평생 듣겠지. 왜 사랑했다면서 남 눈치를 보느냐, 네 선택에 당당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 너 진짜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도 너도 결국은 환상에 잡혔던 거다. 떳떳하지 않아서 더 애가 타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거지.

 

언니, 고민이 있어요, 얘기 좀 들어줘요.”

 

갑작스레 지연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학원에 가지 않는 날. 지연이와는 그동안 멀어져 짤막한 인사정도만 했던 터라 전화까지 온 건 의외였다.

 

, 무슨 일이니?”

 

이건 비밀로 해주시구요...학원 선생님이 저보고 따로 밖에서 만나서 면담을 하자고 하시는데 이상해서요...언니한테도 그러셨나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충격이 왔다. 느낌이 좋지 않다.

 

난 별다른 얘기 못 들었는데...뭐라고 하시면서 연락온거니?”

 

원래 학생들과 선생님은 밖에서 만나기도 하는 거라고 하시면서...지금 저희 동네로 오신다고...한 시간 전에 연락이 와서 너무 놀랐어요. 저 학원 그만 둬야하는 걸까요? 엄마한테 얘기 했더니 학원 나가지 말라는데...”

 

지연이 나이가 26...학원 선생님 나이가 41...이상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우선 의심하고 싶었다. 설마...설마 아닐거야. 학원에서 점잖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그가 자신보다 열다섯살 어린 여학생, 그것도 뻔히 가정환경 어려운거 다 알고 있는 애한테 접근하려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오해겠지, 그렇게 짧은 순간 마무리 된 결론은 막연히 지연이의 태도도 분명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선 지연아, 난 너한테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 그런 상황이 전개된 원인을 내가 모르니까. 그리고 정말 선생님이 학생들이랑 밥을 먹는 관계인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건 너도 알거야.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해봐.”

 

바깥바람이 센 건가 유리창이 파르르 떨린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이건 배신이야. 엉뚱한 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갑자기 종교론적인 시각도 등장한다. 나 자신이 가장 평범하고 의로운 줄 알지만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올바르게 살지만은 않잖아? 모두 부족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괜히 사람에게 환상품고 실망했다고 몰아붙이진 말자. 그리고 남녀관계라는 건 원래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근데 미경언니는 어쩌지? 나는 왜 지연이편에 못서지?

 

승아씨? 승아씨?”

 

허공에 내 이름이 떠돌고 있고 그 목소리는 학원 선생님이었다. 쉬는 시간에 어깨를 툭 치며 날 부른 그에게  내가 놀란 몸짓을 하자 그도 덩달아 놀라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눈 동그랗게 뜨고 보시면 제가 꼭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잖아요.”

 

잘못했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말을 삼키며 나는 애써 다른 말을 뱉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뭐라고 말씀하신건지 못 들었어요.”

 

웃자. 최대한 웃자. 나는 지연이와 선생님 일을 모른다.

 

...승아씨 어머님 직업을 물어도 될까요?”

 

, 가정환경조사서 쓰려고?나는 단번에 웃음을 거두고 거절했다.

 

아니요.”

 

그렇군요. ...장학생들에게는 평생의 멘토가 되어 드릴테니 절 믿어보세요

 

묘한 정적을 남기며 돌아서는 그를 보며 나는 아무래도 학원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승아야, 언니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먼저 가렴.”

 

미경언니가 먼저가라는 말을 해주어 우선 그동안 사물함에 넣어놓았던 그림들을 모두 빼놓았다. 내 짐이 많아 좀 버거워하자 다행히 어떤 남자 수강생이 도와줬다.

 

지하철까지만 같이 가죠.”

 

의외의 친절을 베푼 그의 이름은 정형서라고 한다. 사실 그의 얼굴정도는 이미 익힌 상태였지만 인사까지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학원 다닌지는 5개월 정도 되었다는데 그는 학원 강사를 8년 정도 한 적 있다고 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강사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낸 게 없어요. 강사가 자기 작품 만들 시간도 없다는 게 부끄럽죠. 그래서 그만 뒀어요.”

 

조용한 성격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는 생각보다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강사들끼리 있을 때만 얘기하는 거지만 솔직히 강사가 학생들 꼬시는 게 가장 쉽거든요. 학원에 가장 오래있고 학생들도 많이 따르니까. 근데 전 학원에서 학생들이랑 연애 한번도 안 했어요. 대단하다고들 하죠.”

 

-그렇군요.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정말 편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가 지하철역에 당도하자 내게 물었다.

 

근데 혹시 지연씨 남자친구 있나요?”

 

***

 

언니, 저 선생님과 사귀기로 했어요. 언니만 아세요

갑자기 문자가 왔다. 학원에서 인기 많은 지연이가 학원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선생님을 결국 선택한 건 당연한 순서인가. 그래, 나도 색안경을 끼고 본 건지도 몰라. 원래 지연이 취향이 나이차가 좀 있는 연상남이고 젊은 나이에 연애를 할 수도 있는 거지. 미술선생님도 40대셔도 총각이시니 연애할 수도 있는거고. 미경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둘의 비밀연애가 조심해야할 부분이니만큼 모르는 척하자.

 

그래,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내 어머니의 직업을 묻지? 그리고 무슨 평생의 멘토? 나는 무료수업이라는 것에 홀려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만 건 아닐까? 차라리 서빙알바를 해서라도 학원비를 당당히 내주고 제대로 배웠어야했는데. 내가 틀어져버린 이 계획을 만회할 방법이 무엇일까. 이렇게 잡생각에 빠지고 싶지 않아. 4485- 그에게 전화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 상황을 이야기해버릴 것만 같다. 그에게는 늘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고 말았으니까. 그러다가 아직도 당신에게 미련이 있다고 실토하고 말겠지. 그래서 난- 그림에 집중해야해.

 

승아야, 나 선생님께 고백할까? 아까 너 보내고 내 감정을 너무 주체할 수가 없어서 선생님한테 고백하려다 너무 창피해서 그냥 얼버무리고 집에 왔는데...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도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사실 선생님이 오늘 나만 더 그림지도 오래 해주셨어~ 선생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도 더 기다려볼까?”

 

미경언니에게 연락 온 시간은 그날 자정 쯤이였다. 나는 이미 학원을 그만둘 마음이었기에 언니의 말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언니, 사실 저도 사정이 있어서 학원 내일부터 안 나갈 참이었어요. 사람 마음이 참 어쩔 수 없는 거죠. 힘내세요 언니, 그리고 사실 언니가 아까워요.”

 

무슨 소리야~선생님이 얼마나 멋진 분인데. 무슨 일 있었어?”

 

아뇨, 석 달 동안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이제 꿈만 있다면 그걸 실천하는데 방법은 어디든 있다는 것쯤은 알았어요. 이제 제 삶을 다림질 좀 하려구요. 그럼 된거죠. 그리고 언니를 알게 되어 기뻐요. 언니, 학원 나가지 못해도 연락 자주해요.”

 

그래...인연이란 참 알 수 없는 거지. 나도 구겨진 내 마음 다림질 좀 하고 싶다. 아무래도 난 확인이라도 해야겠어. 사실 나는 그 선생님과 이미 사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선생님이 우리 집근처에도 와주신다고 했거든. 단지 연애한다고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만 않았을 뿐이야.”

 

아아-.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니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20분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성의도 없이 호응할 뿐인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언니는 언니의 감정에 도취되어있었다. 미안하게도 모든 정황을 아는 나라서 그런 걸까? 새벽감성에 김칫국만 마시는 것 같은 언니에게 찬물을 끼얹고 말까봐 심장이 점차 가깝게 뛰고 입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한다.

 

하하하!!! 승아씨, 그 승아씨가 노친네 부장이랑 사귀었다고? 돈 때문이네~~”

 

미경언니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려오던 말던 왜 오버랩되는 건 그 당시 회사여직원들의 험담소리였을까. 나만 모르고 회사사람들은 모두 알던 나에 대한 소문. 언니처럼 상사인 그가 날 정말 사랑해서 선택해 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던 순간들이 왜 지금 다 떠오르는 걸까. 나는 그림에 파고들어야하고 그림만 생각해야했는데, 왜 장학생으로 들어간 학원마저 이상한 상황들을 알게 하고 나와야한 걸까. . 차라리 그 놈의 돈이 문제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것도, 엄마가 새아버지를 일찍 선택한 것도, 내가 집을 나왔어야한 것도, 내가 그를 돈보고 접근했다는 오명도.

언니, 그 미술 선생님 지연이한테 고백했다더군요. 이미 둘이 사귑니다.”

언니의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수화기너머에서 무거운 중력에 압도당한 듯 !’소리가 난다.

 

미안해요, 사실을 전해버려서.”

 

언니의 전화는 끊어졌고, 이 후 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람관계라는 게 왜 이렇게 무를 자르듯 쉽나. 과일칼도 아니고 식칼로 잘린 듯 마음이 너무 아팠다. 미경언니는 내가 미술선생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잘 들어주는 나라서 내게 자주 연락한 거였을까. 아니면 갑자기 언니의 입장에서 그런 말하는 내게 창피해지거나 화가 난건가. 나는 입을 그냥 계속 다물어야했었을까. 아냐- 입을 다무든 열든, 나쁜 사람입장인건 매한가지. 나는 내 갈 길을 가야했다.

 

*

 

언니, 저 왔어요. 왜 그 때 갑자기 미경언니랑 사라지신 거예요?”

 

그로부터 두 달 뒤, 나는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작은 까페에서 그룹전시를 하게 되었다. 나는 지연이가 내 전시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 미경언니와 연락이 끊어지고 나는 지연이가 더 미워지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미경언니소식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연이에게 간간히 소식을 전했다. 이상하지, 난 지연이가 싫었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할까. 두 달 만에 본 지연이는 야위어져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날씬해졌다며 칭찬을 날렸다.

 

지연이 너무 예뻐진 거 아니니~? 그 땐 사정이 생겨서 그렇게 되었어. 미안하긴 했다. 학원 잘 다니고 있지? 너 그림실력 정말 많이 늘었다는 말은 전해 들었어. 학원은 언제까지 다닐 예정이야?”

 

아마 학원 망할 때까지는 다니게 될 것 같아요. 언니는 잘 지내신 거 같네요.”

 

그렇구나.”

 

언니, 사실은...저 그 선생님과 어제 헤어졌어요.”

 

그래? 그렇구나.”

 

왜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까. ‘그렇구나만 반복하는 내가 어색해보이진 않을까. 지연이는 왜 내게 자꾸 자신의 비밀 연애사를 말할까. 혹시 눈치를 챘나? 내가 잊고 싶은 연애사가 있다는 것에 대해. 혹시라도, 장학생들 여자 셋 중에 자신이 미술선생님에게 선택받은 거라고 우쭐해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나와 친하다고 생각해서, 이해받을 거라고 생각해서 얘기하는 건가? 그 선생님은 왜 하필 남자없이 여자만 나이대별로 3명의 장학생을 뽑은 걸까.

 

주변 사람들이나 집에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생각보다 선생님은 여자한테 잘 해주는 성격이 아니신 것 같아요.”

 

그렇구나

 

언니, 술 마시고 싶어요. 생각이 많아져서... 전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나는 침을 삼키고 최대한 말을 줄여서 후회되더라도 요점만 전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솔직히 뭐라 말할 입장은 못 될거야. 남녀가 감정이 서로 생겨서 만난다는데, 무엇이 걸림돌이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겠지. 단지, 자꾸 이런 식의 연애가 반복된다고 하던데- 네가 너 스스로를 아끼는 미래를 꿈꾼다면 지금 이 상황들은 숨길 수 없는 발자국들이 되는 거야. 네가 만들어갈 팔자를 생각하며 앞으로를 행동해.”

 

언니, 목소리가 너무 커요.”

 

죄라도 지은 듯 숨기고 싶어 하는 지연이의 목소리. 왜 당당하지 못한 그녀 앞에서 내가 당당한 척하는 건가. 내가 뭐라고 지금 누구에게 훈계하는 건지. 얼굴근육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의식해본다. 표정을 지우고 말해야한다. 그래야 지연이 입장에 이입되지 않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야. 선생이 학생을 꼬시는 게 가장 쉽다고는 하더라. 하지만 너도 그로 인해 그림실력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까 서로 윈윈한건지도 모르지.”

 

불편했다. 과거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아서. 당시 내게 실망했다는 그 친구의 기분도 이렇게 불편했을까. 아니 불쾌했겠지. 나이차이 극복쯤이야 참견할 바 아니지만, 당당하지 못한 사람을 보는 기분은 이렇듯 불쾌하구나. 환상 속의 그대를 품는다는 것은 말릴 수 없다는 것쯤 알고 있다.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지연이와도 그렇게 헤어졌다.

 

단지 인연이 아닌 그였다고, 사랑에 빠졌는데 우리가 서로 놓아버린 횃불에 미련이 있어도 참아야해서 슬프다고 표현할 수도 없는 감정-그걸 지연이도, 미경언니도 다 같이 겪은 사랑이라는 감정이겠지. 사랑받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랑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반갑고 기쁜 감정. 그래 그런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겠지. 적어도 과거의 나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헤어질 때는 선택받지 못했다로 돌아가버리는 고장난 시계추는 사랑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정말 정상적인 시계추라면 선택을 계속 받는거고 계속 사랑하는 거니까. 서로의 시계추가 고장나서 뒤로 가진않겠지. 그래서, 미련가질 시간에 내 앞날을 세우는 게 낫다.

 

- 지금 행복한가요?

 

그래. 이제 나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예전보단 낫다고. 미련조차- 시간낭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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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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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 profile
    korean 2018.08.31 23:19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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