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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보은

 

 

 

  경력 단절 16년 만에 웹디자이너로 취업을 했다.

  시간도 보수도 좋으니 좀 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인 글쓰기에 더 매진하자는 취지였다.

 디자이너의 페르조나에 걸맞게 화려한 패턴과 과감한 스타일의 옷을 장만하면서 뉴요커라도 된 듯이 즐거웠다.

12층 빌딩을 올려다보면서 화려한 미래를 꿈꾸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내 모니터보다 네 배나 큰 곡선형 얇은 모니터와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된 듯한 의자가 있었다.

설명을 듣고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노란색 점박이 흰 고양이가 마치 모니터에서 튀어 나온 듯 모니터 뒤에서 유유히 걸어 나와 마우스를 잡은 내 오른손 위에 안착했다. 그러고는 심하게 반짝이는 동그란 눈으로 내 얼굴을 응시했다.

고양이가 말했다.

"너 여기 왜 왔냐?"

  갑자기 심한 갈등이 몰아쳤다. 고양이가 아닌건지, 내 선택이 아닌건지 여하튼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깟 고양이 한 마리의 출현에 마음이 동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일에 집중했다.

고양이는 책상 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다리 사이를 오가고 급기야 예의 그 '우다다' 까지 선보이며 나보고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16년 만에 첫 출근한지 30분 만에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판단하고는 때려치우고 나왔다. 그리고 열 평 내 사무실로 복귀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은 백번도 더 넘게 하면서 살짝 바람만 불어도 눈을 백번도 넘게 깜빡인다.

  경력 단절 16년 만에 출근한지 30분 만에 도망치듯이 허겁지겁 나오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지만 고양이 때문에 알게 된 것이었다.

 

 

  한 직업을 가지고 마음에 동요 없이 꾸준히 한 길을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도 이 일이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맞나?’,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왕좌왕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커지고, 생업을 위한 아르바이트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데서 오는 삶의 이중구조, 거기서 오는 에너지의 분열, 양가감정 등으로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본다.

  이제 중년이 된 나도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찾아 오랫동안 방황했다. 때로는 긴 방황이 부끄럽고 절망적일 때도 있었지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게 내가 진짜 원하던 거야.“ 하고 스스로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좌충우돌, 갈팡질팡, 우왕좌왕, 갈지자로 종황무진 했던 삶의 여정은 나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아픈 사랑 끝에 배운 것이 무지 많다. 우왕좌왕의 실체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의 부족이었다. 정말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온전히 전력투구하지 못하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과연 될까?’ 그런 의심과 불안이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현실적으로 될 것 같은 보다 쉽고 안전한 길로 들어섰다. 쉽고 안전한 길은 내면에서 원하는 길이 아니니 조금 가다가 금방 내 길이 아닌 것을 느끼고 지루해졌다.

  헤아릴 수 없는 시도와 좌절 끝에 알게 된 것은 애초에 실패란 없다는 것이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어두운 마음이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걸리든 진정으로 순수하게 즐거운 일을 찾는 것, 그리고, 얼마나 오래 걸리든 꾸준히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 뱃심만 있다면 다른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왜성해바라기가 자라고 있어요.’

파종시기 : 2019. 6. 10

개화시기 : 7~8

 

  719일 아침 산책길에 찍은 초록색 식물은 나선형으로 올라가면서 방사형의 잎이 나 있다. 한 달 뒤 821일 오전에 찍은 사진에는 노란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 있다. 거의 한 달 만에 생성 변형된 형태를 드러낸 것이다. 팻말이 붙어있는 같은 자리인 줄 몰랐다면, 관심이 없었다면 같은 개체인지도 모를 뻔 했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을 모르는 것이다.

 자신을 모르기에 남과 비교하고 부러워하거나 우월하게 여기며 스스로 갈등을 만들고 고통을 키우며 환상 속을 헤맨다.

  자신의 씨앗,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면 거기서 난 에너지로 살면 되는 줄 알기 때문에 초조해지지 않는다. 모든 초조함의 근원에는 먹고사는 문제, 생존 본능이 있다.

  초조함으로 성급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든 행위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자.

 

 

  6월에 파종한 해바라기는 7월이 되어 방사형의 초록 잎을 솟아내고 8월이 되어 해를 닮은 노란 꽃을 피워낸다.

  뜨거운 햇살과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타고난 자신의 본성대로 꿋꿋하게 피어난 해바라기는 자신의 근본을 아는 것, 근원적인 힘을 믿고 차분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초조해 하지 말고 초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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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일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 BJ에게 시청료 개념인 별 풍선을 수 천 만원 지불하고 식사 요청을 거절당한 한 남성이 한강에 투신하여 구조대에 의해 구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멀쩡하게 구조된 남성은 매체를 통해

"열혈 팬은 전통적으로 소원권(소원을 들어주는 권리로 추정된다) 을 받는다.

별 풍선을 쏘고 BJ에게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면서

"금전적 피해보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배신감과 상실감이 크다."

는 말을 남겼고, 이에 해당 BJ'식사를 하자는 말을 들은 적도, 들어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많은 시민들은 사행심을 조장해서 힘들게 번 돈을 매수하는 BJ를 매도하거나 또는 그런 협박성 행동에 겁먹지 말고 하던 대로 밀고나가라는 격려, 또는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건전하지 못한 플랫폼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 그깟 BJ에게 힘들게 번 돈을 갖다 바치고 하나뿐인 목숨을 버리려한 남성에 대한 지탄이 쏟아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문장은 투신한 남성이 사용한 '전통적으로' BJ'들은 적도 없다'는 대목이다. 이 문장들로 짐작하건데 모든 것이 환상 속에서 키워진 일들이란 것이다.

  문제가 키워지는 것은 실체가 없는 환상계의 영역이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물질계의 고통으로 변환된다. 없지만 있게 되는 신묘한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회면에 실리는 대부분의 흉악 범죄나 사건. 사고들의 배후를 따라가 보면 사건 자체는 각각 다르지만 이면에 얽혀 있는 감정 문제의 양상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의 말에 사형 선고라도 받은 듯이 격분해서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행을 저지르는 데이트 폭력이라든가, 헤어진 옛 연인의 SNS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자기비하에 빠진다든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온 힘을 다해 준비해왔는데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여 삶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든가, 더 나아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의 불씨를 조절하지 못해 상실감과 좌절이 우울증으로 번지고, 심지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사고로 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수많은 감정의 혼돈과 관계의 불협화음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어릴 때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온 문제라고 말한다. 무당이나 점성술가들은 조상이나 우주의 어떤 힘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을 경제 탓으로 또는 정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항상 거기에서 불행의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그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을 접촉하는 나, 내 생각, 감정, 감각, 의지내 마음이다.

 

  어떤 현상을 접촉할 때 기분이 좋기만 하지는 않는다. 불쾌하거나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우울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으로서 많은 불행한 일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마음의 힘이다.

  심한 압력의 경쟁 구도 속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찾고,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정주행만 해오면서 좁아진 시야와 약해진 몸과 마음이 여유를 잃고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해줄 수 없는 각박한 마음들을 양산해 낸다.

  유럽의 나라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1년을 자유롭게 지내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 라오스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듯이 일생에 한번 반드시 스님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그처럼 각자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시간이 의무와 권리로 모든 국민에게 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피아노 학원을 다녔을 때의 일이다. 피아노 선생님 아이가 네 살이었다. 엄마가 자기하고만 있어주면 좋겠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이렇게 소리쳤다.

  “엄마, 안 좋아. 엄마, 안 좋아.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그러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장난감을 주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뚝 그치고 미소를 띤 채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이니까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그런데, 어른이라면 자신의 좋지 않은 기분에 대해 스스로 알아차리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미숙한 사람일수록 남 탓, 사회 탓, 세상 탓을 많이 한다. 이러한 탓을 심리학 용어로 투사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 등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지각하는 것, 자신의 부정적인 욕구나 감정에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돌림으로써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맑고 투명한 힘 말이다.

 

 

  사람이 배우고 공부하고 돈을 벌고 더 나아지려는 것은 생존 본능이다. 내가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서 타인을 배려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난한 이웃들은 오히려 없어도 다 살아진다며 맘 편히 사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학력과 재력이 높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고 더 서로를 공격하고 끌어내리고 더 가지려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블랙 코미디와도 같은 현상을 일상다반사로 보게 된다.

  행복은 소유하는 것, 완전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팍팍한 우리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사랑을 이끌어내는 것은 불완전하고 부족한 채로 존재하는 것, 그 불완전하고 부족한 자신과 이웃에 대한 연민을 느낄 때이다. 나의 박탈과 결여를 채우려 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면 나의 고통은 남 탓이 된다. 비판과 분열을 낳는다. 다 같이 불행해진다.

  부족한 자신의 조건을 향유함 속에서 느끼는 자기만족, 자신의 욕구와 수준에서 시작하고, 오직 자신의 성장을 향하는 기쁨을 누리자. 그런 작은 기쁨들만이 진정으로 서로를 연결시킬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이름 : 예정옥

* 이메일 : yejeongok@gmail.com

* 전화번호 : 010-8306-5705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9.10.23 15:29
    옥 같은 존재시군요! 아름다운 말 감사합니다! ^_^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겠지 하고 다들 떠나버리면 빈자리는 황폐해지겠지요...
    고양이도 도시구석에서 매일밤을 머물지요... 올겨울에도...
  • profile
    korean 2019.10.31 22:07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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