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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잠깐만요.”

“ 이러시면 안 돼요. 코로 숨을 쉬어보세요. 절대 제 손을 만지거나 기구를 건드리면 안 돼요.”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치과를 방문했을 때 간호사 분이 화들짝 놀라면서 단호하게 충고하는 모습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아니 얄밉다기보다는 두렵기까지 했다.

워낙 신견이 예민한 터라 석션을 한다며 치아에 기구를 대거나 잠시 혀를 건드리는 날에는 나도 모르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순간적으로 간호사의 손을 잡거나 기구를 잡게 된다. 의사와 간호사가 큰 걱정을 하면서 ‘세상에 이런 환자는 처음 본다.’는 생각인지 스케일링을 하는데 네 번에 나누어서 하자고 했다. 그것도 마취를 한 후에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동네 치과는 신뢰가 안 가서 대학 병원까지 가서 스케일링을 하는 유난을 떨었으니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무슨 남자가 그리도 참을성이 없느냐.”며 온갖 핀잔을 퍼부었다.

“이 사람아, 당신을 몰라.”

야속한 아내에게 찬바람이 휙 돌듯 싸늘하게 한마디를 하고 문을 ‘꽝’닫고 나가버렸다. 이 일 후로 치과에 가는 것은 지옥에 끌려가는 듯 한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남들은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다고 하지만 내게 그것은 너무나 공포스러운 일이기에 언제 치과에 갖는지ㅐ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치과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치통일 있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치과에 가고 싶어도 예전의 악몽이 되살아나서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런데 아내의 말 한마디에 치과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여보, 치과 치료를 미뤘다가는 나중에 임플란트를 할 수도 있어. 그건 스케일링하고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있다고.”

사실 치아가 걱정이 되어서 몇 달 전에 치아 보험을 들기는 했지만 임플란트 같은 무시무시한 치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득달같이 치과로 달려갔다. 석션 소리에 고통스러워 울고 있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듣고 있자니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강한 충동이 생겼다. 일단 용기를 냈으니 치료는 받고 가야할 것 같아 접수를 했다. 좀 위안이 되었던 것은 아내가 워낙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유명한 치과라고 했기에 의사와 간호사에게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나의 과민 반응 증후군은 여지없이 다시 살아나고 말았다.

‘악’ 소리를 지르며 느닷없이 간호사의 손을 붙잡았더니 “아버님, 힘드시면 잠시 왼손을 들어 주세요.”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러면서 “ 좀처럼 참기 힘들면 코로 천천히 숨을 쉬어 보세요.”하며 방법을 알려주었다. 코로 숨을 쉬면서 일부터 백까지 거듭 세기를 한 끝에 드디어 스케일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앞으로 잇몸 치료, 신경 치료에 사랑니 두 개를 빼야 할 것 같네요.”한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듣고 나니 다리에 힘을 빠지고 도저히 그 자리를 일어날 수가 없었다. 치과를 다녀온 후 밤에 자주 악몽에 시달리고 밥맛도 없고 삶의 의욕도 잃었다.

“아빠, 무슨 일 있어요?”

까마득하게 나의 마음을 모르는 막내아들이 근심에 찬 내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아냐, 별일 아니다.”

아비로서 내가 걱정하는 일을 보통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 같아 차마 아들 녀석에게까지 과민 반응하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출근을 위해 바삐 서두르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집을 나셨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퇴근 후 신경 치료를 하러 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이 번에는 잘해야 할 텐데…….’

마음속으로 거듭 다짐해봤지만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은 어떻게 할 수 없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나의 만행(?)을 짐작했는지 간호사 분들이 씩 웃으면서 ‘오늘은 잘 부탁해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아 더욱 긴장이 되었다. 드디어 치료가 시작되었다. 코로 천천히 숨을 쉬면서 하나부터 천까지 세어보았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지금껏 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의사와 간호사 분도 내가 너무나 기특했는지 마치 초등학생 칭찬하듯이 “아버님, 정말 잘하셨어요.”라며 몹시 흐뭇해했다.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와서 “여보, 나 잘했어”라고 했더니 아내는 “뭘, 초등학생도 쉽게 하는 것을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어”라며 찬물을 확 끼얹었다.

“이 놈의 여편네, 남편의 마음도 몰라주고…….“

치과 치료에 대한 과민 반응 증후군을 잘 극복해서 자그마한 인정을 원했던 내게 인정머리 없이 툭 던진 아내의 말이 어찌나 야속하고 무정하게 느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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