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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툭-

참새가 죽었다


새 아침은 책가방을 매어주며

하루의 시작을 강제하고

그저 습관적인 발걸음으로

오늘도 여섯시 사십분 정류장

맹목적인 열정과 경쟁으로의 여행버스

기다림 마저

배움 마저

나는 넋을 놓은 피사체였나

매일 아침 나를 깨우는

감옥 같은 굴레의 타종은

잡힐 듯 가로막힌

허공에의 박치기였나


아-

유리창에 머리를 쳐박고선

참새가 죽었다



선풍기


돈다

아, 오늘도 돌아버리겠다

어김없이 내 몸통 어디께

신경질적으로 넌

나를 가장 강력히 돌아버리게 할

이 등가교환이 성립하지 않는 공간

어지럼 따위 숙명이겠거니 해도

뒤통수 부터 차오르는 분노

이 내 자의를 벗어난 울분으로

네 머리카락이라도 휘날리려

허나 남는 이

날릴 것 하나 없는 허공 뿐

그 때 그 꼬맹이는 내 앞에

얼굴을 맞대고 아아아아 떠들기라도 했는데

제기랄 어쩔 수도 없는 거

그냥 돌아버리련다



별구경


별을 보려

고개 들었네


밤 하늘 가린

무성한 벚나무닢


슬며시 나무둥치 지나

고개 들었네



은인


설레임이 넘쳐 꽃잎이 지고

쓸쓸함 못이겨 낙엽이 지는데

꽃가루 훔친 나비의 날개짓으로

눈송이는 내게로와 꽃을 피웠네

한겨울 눈꽃송이 봄이 되었네



봄비


꼬부랑길 시골 마을에

바람막이 칸도 하나 없이

달랑 버스 정류장 표지판


십수년 같은 곳에서

짐보따리 동여매고

버스 기다리는

낫을 닮은 할머니

그리고 먼지 지붕삼은 의자


앉지 못하고

세 다리로 그저 기다리는 할머니가

안쓰러웠는지 살랑살랑 내려와

낡은 의자 먼지 훔쳐내는 방울방울


시간 지나 다시 먼지 쌓이고

봄비 내릴 때 까지는

낫을 닮은 허리 기지개 펴겠구나



성명 : 정진철

연락처 : 010 9308 5889

이메일 : goodness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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