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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 

 

 

  2013107일 입대 후, 17개월이 흘렀다. 아침마다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른 지 500일이 넘었지만, 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항상 새롭고 가슴 벅차오른다. 그런 나를 보는 전우들은 뭐가 좋아서 웃느냐며 면박을 주지만, 그때마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3년 전 겨울을 떠올리면 점호가 절로 즐거워지거든!”

 

 한파가 몰아치던 20121월 초, 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합격해 미얀마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봉사하러 가는 것보다 따뜻한 나라에 간다는 사실이 신났던 철없는 21살이었다. 하지만 출국 날짜가 가까워지고 수업준비를 하면서 현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구슬땀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드디어 고대하던 18일 출국 날짜가 다가왔다. 우리는 기대와 걱정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 도착했다. 우선 현지의 기후와 음식, 숙박 등에 적응하고 사전 점검을 마친 뒤 봉사활동에 돌입했다. 봉사단이 향한 곳은 절에서 지은 4층 규모의 학교였다. 미얀마는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숭상하는 불교국가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은 절에 기부하는 행위를 당연하고 신성하게 여긴다. 절은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헌금과 물품들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환원의 일환으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빈곤층 아이들을 모아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마련된 학교에서는 700여 명의 학생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걸음을 내디딜 수 없었다. 금방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의자와 거친 책상, 곳곳에 튀어나와 있는 날카로운 못, 비좁은 교실과 울퉁불퉁한 바닥을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더불어 조각난 스펀지로 칠판을 지워가며 수업을 해야 했던 여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반면, 아이들은 주어진 상황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가 분필만 들어도 재빨리 몽당연필을 쥐고 필기하려는 열정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학습태도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 아이들보다 쾌적한 환경과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귀찮다고 불평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과연 내가 이 아이들에게 교육활동을 펼칠 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지금 지구촌에는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은데 어떠한 간절함도 느끼지 못했던 내가 감히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깊은 절망과 죄책감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내겐 더는 자책하며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내 몸과 마음은 미얀마의 학교에 있었고, 수백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 수업을 진행했다. 책상 위에 준비해 온 도구를 나눠주고 미얀마와 대한민국 국기 그리기 시간을 가졌다. 먼저 미얀마 국기! 아이들은 단결을 뜻하는 노랑, 평화를 의미하는 녹색, 용기를 상징하는 빨강, 그리고 연방의 영원함을 나타내는 별로 도화지를 수놓았다. 이어서 우리의 태극기를 소개할 차례!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순수와 평화를, 태극문양의 파랑과 빨강은 음과 양 즉 조화를, 4괘는 각각 하늘, , , 그리고 불을 뜻한답니다.” 외국어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다행히 나의 설명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다들 흥미진진한 자세로 수업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나는 온 힘을 다해 대답했다. 덕분에 나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아이들을 보면서, 다른 이들과의 비교로 진정한 행복을 잃었던 나 자신을 올바로 깨우칠 수 있었다.

 

 일정의 마지막 날에는 단원들과 함께 스님들과 미얀마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에게 김밥과 떡볶이를 대접해 한국 음식을 소개했다.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었다. 조리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우리는 국적의 구분 없이 모두 한 식구가 되었다. 미얀마에 오고 나서 먹은 최고로 즐거운 점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학교 광장에서 신나는 체육대회가 열렸다. 모두가 참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계획 및 피구, 이어달리기, 열기구 띄우기 등 다양한 종목과 행사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끝으로 우리는 학교 사열대에 걸려 있는 미얀마 국기 옆에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게양했다. 태극기가 흥겨운 리듬을 타며 올라서는 모습을 보니 양국의 화합과 우애 증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나고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왔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모든 아이와 포옹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우리는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어떤 인상을 심어 주었을까? 새롭게 인연을 맺은 가족과 함께한 2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확신한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제일 따듯하고 행복이 넘치는 겨울을 보냈다고 말이다. 그날의 감동은 영원히 내 가슴 안에 살아 숨 쉬며 힘든 일이 있을 때,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선사해줄 것이다. 또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금, 나는 그 아이들이 향후 미얀마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자라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순간을 기다린다.

 

 

 

이보다 더 설렐 순 없다.

 

 군인하면 생각나는 게 뭐가 있을까? 푸른 제복, 진짜 사나이, 북한, GOP, 군대리아 그리고 간간이 나오는 휴가 등 각종 사설과 방송을 통해 친숙해진 우리의 군대이기에 사람마다 떠올리는 게 무척 다양할 것이다. 소소한 웃음기를 덜어내고 고려해보면 우리나라는 약 70여 년간 지속된 분단의 아픔으로 불가피하게 징집제를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 현재까지 수많은 청천이 조국을 수호하며 대한민국을 봄꽃으로 수놓았다. 또한, 끊임없이 지속하는 적의 도발 아래 필자를 포함한 60만 국군 장병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각자가 속해 있는 부대도, 하고 있는 일도 다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염원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오감이 선사해주는 설렘이다. 누군가는 구성원의 90% 이상이 남자인 군대에서 무슨 설렘?’이라고 항변할 수 있고, 미시적으로 설렘은 남녀 간의 애정이 불러오는 달콤쌉싸름한 호르몬이라며 정의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비단 사랑만이 설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군대에 와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대다수의 청년은 병무청에 입대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군인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훈련소 입소까지 일주일을 앞둔 시점에서는 여자친구, 친구들, 부모님과 보내는 11초가 그처럼 설레고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는 잘할 걸, 화내지 말걸, 더 많이 대화할 걸이라는 때늦은 후회를 품는다. 그렇게 손을 펴면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뒤로한 채, 어색한 까까머리를 하고 연병장에서 기약된 이별을 고한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홀로 맞이한 세상과의 단절은 예상했던 것보다 견딜만했다. 아니, 오히려 같은 처지의 또래 아이들과 있어서 그런지 앞으로 어떤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와 같은 색다른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기본적인 행정절차와 3일간의 건강검진을 거쳐 본격적인 훈련병 생활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는 먹고 싶은 거? 못 먹는다. 술과 담배? 애주가와 흡연자라면 빨리 몽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락? 신병위로 휴가까지 3개월 남았군요!

 

 사회에서 나의 중추신경계를 자극해줬던 많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해야 했지만, 매일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국가가 허용한 마약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그건 바로 내 사람의 정성이 담긴 편지다! 우리에게 손편지, 인터넷 편지의 구분은 다른 나라 얘기다. 훈련병 동기들과 침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20년 만에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글을 읽어나가면 마냥 즐겁고 황홀한 행복감에 젖는다. 누구한테 편지가 많이 왔나, 누구 여자친구가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를 준비했는가에 대한 장외 경쟁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편지와 더불어 부식으로 나오는 빵과 매주 종교행사에서 받는 초코과자는 일주일을 버티게 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군대에서의 21개월을 돌이켜보면 훈련병 때가 가장 그리울 거야라는 예비역의 조언은 훈련병 입장에서는 콧방귀 뀔 진리이지만, 어느 때보다 길었던 37일을 동고동락한 전우들과 헤어질 때면 그 말의 참뜻이 무엇인지 절감한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 아깝다는 건 우리가 터벅터벅 걷고 있는 지금이라는 순간의 아련함을 언제나 두, 세 걸음씩 늦게 인식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짙은 아쉬움을 묻어두고 우리는 드디어 훈련소라는 알에서 부화했다. 그리고 당당히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 앞으로 생활할 자대에 오면 군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 번째 설렘이 찾아온다. 내가 속하게 될 부대는 어디일까, 앞으로 어떤 선·후임을 만날까, 나는 과연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래, 기왕 시작한 군 생활인데 예쁨 받으면서 열심히 해보자! 잔뜩 군기가 든 모습으로 간부님들과 선임들에게 소개되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바짝 날이 서 있던 마음도 서서히 무뎌진다. 그렇게 3~4개월 동안 정신없는 막내 생활에 적응하고,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면 다시 본격적으로 설렘의 클라이맥스에 들어설 준비를 한다. 그것은 바로 설렘의 대표 주자이자 절대 강자인 사랑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특성, 성격이 다르므로 사랑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특히 군대 안에서는 개개인이 24시간 밀착되어 생활하는 탓에 자신만의 색깔이 더욱 도드라진다. 오돌토돌한 개성들 속에서 내가 연구한 군대 스타일의 사랑은 크게 4가지가 있다. , 이어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지고지순형. 내 동기 현모의 여자친구를 향한 정성은 가히 대단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지고지순의 끝판왕이라고나 할까. 현모는 약 1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그날그날의 일과는 물론이고 식사 메뉴까지 A4용지에 가득 채워서 여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편지를 한 아름 안겨주고, 쉬는 시간이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공중전화를 붙들고 두, 세 시간은 기본으로 통화했다. 나는 너 전역 전까지 그거 계속하면 A4용지만 600장이야”, “매달 전화요금 그렇게 나오면 집에서 쫓겨난다.”라며 부러움 섞인 조소를 퍼부었으나 현모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마라톤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하면 아무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여도 결코 완주할 수 없다. 두 사람 다 체력 안배를 하지 못한 탓일까, 안타깝게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이 사랑은 일말상초(일병 말 ~ 상병 초)를 넘기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두 번째, 알게 모르게 사귀는 유형. 장군이는 전형적인 상남자 스타일이다. 체격과 근력이 다부지고 운동도 잘하며 욕 실력(?)까지 두루 갖추었다. 그런 그에게도 입대 전부터 사귀어 온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나는 장군이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여자친구가 있는지도 몰랐고, 심지어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전화하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활관에서 우연히 우리 전우님이 쓴 연애편지를 봤는데,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툭하면 소리 지르고, 괴팍한 장난만 치던 경상도 사나이가 아기자기한 편지지에 여보라는 달달한 단어와 알록달록한 스티커로 도배한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보다. 나는 이 커플을 보며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굵고 짧은 것보다, 얇지만 오래가는 게 좀 더 모범답안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요즘 따라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작년에 전국을 강타한 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이란 쉽게 말해서 한 쌍의 남녀가 사귀기 전 단계 즉,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군대에서의 썸은 고맙게도 여자친구 이상으로 강력한 설렘 주의보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생활관의 천연기념물 영재는 22년째 모태솔로다. 아직 연애와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가슴 아픈 비결이기도 하다. 한 번은 영재에게 이성 친구로부터 편지가 온 적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양손에 편지를 꽉 쥐고 토씨 하나 안 놓치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을 기억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생활관에 돌아오면 다들 녹초가 되지만 썸녀가 생긴 영재는 그녀에게 멋진 답장을 쓰기 위해 또다시 초과근무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쓸까? 괜히 친구라는 말 꺼내서 선 그을 필요는 없겠지?” 동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는 영재에게 우리도 성심성의껏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 ‘전우야, 너 전역까지 10개월 남았어.......’ 상대방은 설사 다른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군인 혼자만의 귀여운 착각이라 해도, 썸을 타면 뭉글뭉글 솟아나는 설렘 구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의 정신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마지막 네 번째 유형. 그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오다가 전역을 앞두고 혹은 제대 후에 사랑을 꽃피우는 방법이다. 남자는 잡념에 빠지지 않은 상태로 군 복무에 충실하고, 여자는 사회생활에 전념하다 서로의 황혼이 뜨기 전에 하나가 되는 연인. 개인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나도 전역을 3개월 정도 남겨두었지만, 솔로인 현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진 않는다. 사랑이 가져다주는 설렘, 언제쯤 다시 만끽할 수 있을까.

 

 이 밖에도 군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설렘은 무척 다양하다. 사격하러 가서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시원스레 넘어가는 표적을 보며 느끼는 짜릿함, 내 첫 후임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환희, 예상치 못한 포상을 받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는 유쾌함, 그리고 간부님이 사주시는 맛있는 간식이나 식사 등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필요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끝으로 군인으로서 하차할 수 있는 마지막 설렘 종착역은 바로 전역이다. ‘내가 과연 이곳에서 640일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왼쪽 가슴의 벽돌은 두 장, 세 장이 되고 마침내 그토록 바라온 병장이 됐다. 물론 상·병장이 되면 군기도 많이 빠지고 나태해지기 쉬우며, 마냥 전역만 기다리기에는 크고 작은 고민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나의 피와 땀이 서린 전역증을 돌격대장 삼아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은 직접 부딪쳐 넘어가면 된다.’는 자신감과 포부가 승기를 잡는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정말 운이 좋게도 군대에서의 지난 18개월이 전부 역경과 고난으로 인해 인내심을 기르는 데에만 쓰이지 않았구나.’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혼자가 아닌 전우들과 함께였기에 울고, 웃고, 설렜던 나의 군 생활. 이제 다시는 똑같은 설렘으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남은 군 생활 동안 최선을 다해서 배려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며 설렘으로 가득한 매일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더불어 사계절 내내 상큼한 봄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설레는 남자, 나는 대한민국 육군 병장 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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