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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행복한 보통날


뭐를 쓰려고해도 조심해야하는 디지털 기억프로그램에게 글을 입력한다. 내 글씨가 아닌 폰트는 자필보다 훨씬 알아보기쉬운데도 허리 구부러진 자세일 때가 편한 나라서 그런지 바른 자세일 때처럼 한껏 긴장하고 있다. 키보드패드의 타자속도가 빨라짐에도 가끔 생각의 속도는 엉켜져 오타를 유발할 때도 있다. 뭐로가든 서울로만 가면된다고-의미만 통하면되다보니 나역시 이 곳에서 문법을 많이 잊어버렸다. 그럴 때는 또 맞춤법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된다. 정말 다행이다. 언어는 살아있고 단점을 보완하고 있으며 내 수다를 받아줄-혹은 기억해줄 기억 프로그램이 대중교통 이용 중에도 사용가능하니말이다.

누군가가 귀뜸했다. 글은 자필로 써야 제대로 나온다고. 맞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글은 볼펜똥이 나오는 맛에 쓰기도 해야한다. 내가 배설해내는게 필기감에 도취된 게 아니라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꼬집었는데 그게 산삼이면 볼펜똥이 뭐가 더럽나. 그런 내가 어느새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에 취해있다. 지하철에서 정거장 지나치는 줄도 모르고 생각을 타이핑하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하지만 나의 외로움을 지면이 아닌 화면이 받아주고있다는 차이로 끝나는게 아니라 악필이 되어가는 내 글씨가 아쉬운 건 어쩔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또 불평만 할 필요는 없다. 악필은 날뛰는 내 정신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되니 새벽감성이 아무리 맑다한들, 퇴고는 이성이 차지하는 낮에 하는게 낫지않은가.

에 오기까지 빗물에 발다리가 젖을까 겁을 냈었다. 조심조심 마음을 발걸음으로 채워가며 도착한 지하철에게 행선지를 맡기니 다행히 마음에 여유가 잠시나마 생긴다. 의미없이 욕을 먹는 기계의 고장은 새로운 기계를 소비하게하고 무한 데이터를 저장시킬 서버공간은 하늘의 구름들만큼이나 크고 많겠다. 나는 내가 누구이고 뭘했었는지에 대해서 기계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그것은 고마울  때도 되고 과거회로에 중독되어 경고등이 켜질 때도 된다. 행복한 기억에 시간을 쌓아갈 수록 장거리 여행을 자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앉아서도 다른 나라의 모습을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구경할 수있다.

게다가 시간은 쉼없이 흐르기에 내게도 백업보다는 포맷 후 업그레이드가 항시 필요해진다. 그것은 내가 잠든 시간이 아니라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시간과 평행하기가 힘든 이 시간, 시간의 생사를 다시금 더듬어본다고 여기 쥐어진 사각폰 어플에 다양한 메모를 저장해둔다. 내려야할 역은 을지로3가, 안내음성을 꼭 들어주어야 엉뚱한 곳에 내릴 위험이 없겠다. 전철을 내리고 버스를 타는 동안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한때 중독되었던 고민상담 사이트는 어느새 아이디와 비번을 잊어버렸다. 타인의 비밀고민들에 달아주던 응원댓글은 이제 나를 다독이기위한 시간들로 채워져야했다. 가지않게 된 사이트 덕에 할부금이 아직 끝나지않은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아침부터 비내리는 유리창 밖 풍경은 매우 차분하다. 점퍼 안 작은 주머니 속에서 종이가 아닌 내 글은 안전하게 보관되어진다. 다시 버스를 타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두 엄지를 모아 무슨 글이 될지 모르는 문장들을 기록한다. 오늘은 무슨 메모를 할까. 어제처럼 같은 고민을 하고 오늘의 귀가에서 그 고민을 마무리한다. 그래, 감사하자.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날씨만큼이나 차분한 내 감정이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기록해놓을 수 있다. 어제, 오늘, 내일만으로도 행복한 보통날이 될테니 나는 엄지손가락만이 아닌 온 몸으로 항상 감사하자는 바람을 가져본다.



내 이름에는 한자어로 은혜라는 뜻이 있다


내 이름에는 한자어로 은혜라는 뜻이 있다여자 이름에 흔하게 들어가는 이 한자어 때문에 스무 살 때는 개명신청을 할까 하기도 했다. 정작 이름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나와 같은 이름의 아이를 몇 번 보자 이름에 대한 불만이 생겼던 것이다. 어릴 때는 새롬이나 초롱이 같은 깜찍한 이름의 소녀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그런 그들이 성인이 되어 개명신청을 하자 그냥 내 이름에 정이 들어버렸고 내 이름 뜻을 생각하며 살아보자는 애정이 돋기도 했다

어머니의 제왕절개로 태어난 나는, 은혜를 입고 태어났으니ㅡ 그렇다. 부모님의 은혜는 당연히 입은 것일 테지만, 그 외에도 병원에서 가난 때문에 무료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당시 아버지가 그 병원에 은혜를 갚지 않은 것을 한탄하곤 하셨다. 그리고 아직 많이 살아온 인생은 아니지만 세상에 은혜를 입고 태어났다는 생각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뭐 힘든 형편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며 한동안 잊고 살았다. 세상엔 은혜를 입지 않고 태어난 사람이 없으며 나 또한 그중 하나일 뿐이다 

작년 여름이었던가. 문창과 재학 중이라는 어느 동생과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언급할 기회가 생겼다. 주위에 글 쓰는 지인이 없어 아는 책 얘기가 나오면 나는 참 반가워했다중학생 때 겉멋으로 왠지 멋있는 단어들이 즐비하게 들어찼지만 첫 줄만 공감하고 덮어버렸던 시지프의 신화. 그 동생은 카뮈를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넌 그 책 내용을 다 이해했니? 아뇨. 그래도 좋아요, 그 책은. 그래? 난 그냥 '이방인' 좋아하는데

 

나는 어떤 이와 대화를 마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혼자 생각해보길 좋아하는 편이라, 한동안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삶에서 반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나는 내 사춘기를 나름 반항하며 지냈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시지프처럼 헛된 것 같아도 반복하는 일이라... 그것만이 반항이라... 맞는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해한 시지프의 신화는 내게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주위 지인 서너 명에게 태어난 것에 대해 후회된 적 있는지 물어봤다. 의외였던 것은 항상 밝게 행동하는 친구도, 결혼한 친구도, 상사마저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너도 그렇지 않아? 하고 되물었는데, 나조차도 놀란 답변을 하고 말았으니- 모두가 놀란 내 대답인즉슨,


"난 내가 완전 잘 태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무료 출산의 힘인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너는 살만한가 보내라는 시선으로 편견이 잡힐까 우려가 되긴 하지만. 또 내 부모님 시대보다 확실히 고생을 덜하고 자란 건 맞지만. 나조차도 내가 이런 생각을 말로 표현한 게 의외였다.


", 전보다 성숙해진 것 같아."


몇 번 말다툼도 하던 동창 녀석이 어울리지 않는 칭찬을 돌연 내게 했다. 그렇다. 나의 과거는 망나니였으니, 친구들에게도 솔직히 털어놨다. 얘들아, 난 사실 서른이 되어서 사람 되어가는 거 같아.(한 친구는 내 말에 '왜 그러니, 넌 원래 사람 있어!'라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내 행동을 자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아버지조차도 내게 '네가 사람의 자식이냐'하시곤 했는데. 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그 병원 관계자분들은 내가 서른 넘어서 사람의 자식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점치고 행하신 건 아닐 테다.

 

그래서-스스로가 사람임을 자각하는 것을 자축하는 결론이냐고 묻는다면 그런 철없는 자랑질은 자제하련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나 그래도 이제 어른 이지하며 에헴 하고 모 사이트의 정신연령 테스트를 했더니 22살로 측정되었다역시... 사람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이렇듯 사람 되기 어려운 내가 올해 초 또 일을 하나 벌였으니- 그건 고급스러운 용어로 비정규직, 터놓고 말해 파트타임 알바 직인 내가 한 달에 몇 번 꼴로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에게 1학기 동안 방과 후 미술교사 봉사를 한다는 것이다한 달에 버는 액수가 턱없이 적음에도 일일이 돈을 쪼개보고 계산해보니 허리띠 바짝 졸라매면 봉사할 시간이 날 듯도 했다봉사지원 전화 걸었을 때 복지관에서 이미 대기 중인 대학생 지원자들이 몇 있다고 하길래 그럼 그냥 내가 양보하겠다고 말한 속된 말로 '밀당'이 있었다다행히도 내 나이가 대학생들보다 많아 연륜 있을 것 같다고 선뜻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더라.

 

지금 일하는 곳 사장님께 방과 후 미술교사를 해보겠다고 스케줄 조정을 부탁드리자, 초등학생들은 미색을 따진다며 나에게 데이트 준비하듯 신경 써서 꾸미고 가라고 조언해주셨다. 몇 차례 수업을 해본 뒤 나는 결국 엊그제 큰 맘먹고 화려한 원피스 하나를 질렀다. 잘 안 입어봐서 어색하긴 하지만 내가 또 언제 입어보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몸매가 안타깝긴 하지만 옷이 날개 긴하다.봉사활동을 옷까지 사며 호들갑스럽게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사실 내가 복지관에 몇 번 수업을 하고 반해버리긴 했다사랑스러운 저학년 아이들 표정에.


무료봉사? 가장 가까운 내 부모님께 효도조차 못하는 주제에 무슨 봉사야 했던 과거의 나를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수업 봉사  귀갓길에 아이들의 웃음을 떠올리면 대가 없는 봉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자진 봉사 일지도 모르지만 이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나는 또 한번 세상에 신세 지는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 내 이름, 흔하지만 그 의미만큼은 마음에 든다. 역시, 태어나길 잘 했다.




01057679705

신은숙

area0125@naver.com


  • profile
    korean 2018.08.31 22:38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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