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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지지 않아서, 파일 첨부 합니다. 고 1이 쓴 청소년 소설입니다. 아동문학으로 넣어도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분류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아동 문학에 넣겠습니다.

  • profile
    korean 2015.03.03 20:25
    「누구에게나 별은 있다」
    서문.
    소녀는 항상 같은 꿈을 꾼다. 홀로 텅 빈 것만 같은 검푸른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꿈. 소녀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라던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그곳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저 우주를 떠다닐 뿐이었다.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의 차가운 별들이 하나둘 더디게 부서지고나면, 소녀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한참을 헤매다 지쳐 주저앉고 만다. 별들은 너무나 시리도록 아름다웠고, 그럴 때마다 소녀는 엄마 잃은 어린 아이처럼 목 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괴상한 연극의 막이 내리고, 소녀는 잠에서 깨어나 창문가에 내려앉은 서늘한 여명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면 그 때의 새벽 냄새는 왜 이렇게 서글픈지, 소녀는 무한한 고독감과 외로움에 사로잡혀 한참을 뒤척이다 또다시 잠에 들었다.

    -1-
    그 날은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몹시도 평범한 날이었다. 사이좋게 횡렬로 놓인 농갈색 교기와 국기가 바람에 꿈틀거렸다. 소녀는 코에 박고 있던 교과서에서 멀어져 유리창으로 눈을 돌렸다. 플라타너스 나무는 벌써 이른 가을볕에 중독된 것인지, 정신을 못 차리고 휘청거렸다. 다 마르지 않은 그 푸르고 누런 손바닥들이 바닥을 뒹굴며 시금털털한 표정으로 운동장을 내리깔아 보고 있었다. 운동장은 흐릿한 기억의 곡선을 그리며 얼어붙은 채 있었다.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다.
    “차렷, 경례― “
    반장의 걸걸한 구령이 까만 화산재처럼 교실을 덮었다. 그제야 소녀는 책상에 처박고 있던 고갤 슬며시 떼었다. 아이들의 눈알과 눈알 사이를 배회하던 선생의 눈과 허공에서 맞닥뜨리고 말자, 결국 소녀는 일말의 양심으로 반듯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 아이들은 후창을 하는 동안에도 모두 제각각 이었다. 수업이 파했다는 것에 대한 환희를 분출하듯 목소리를 높이거나 혹은, 입을 뻐끔대며 읊조렸다. 대부분은 읊조리는 쪽이었다. 물론 소녀는 그것마저도 귀찮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아이들은 책상에 올려놓은 가방을 무조건반사인 냥 빠르게 등에 들쳐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역시 제각각이다. 다시 교실은 왁자지껄해진다. 아이들은 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여념이 없다. 칠판 구석에 적힌 8,9,10,11,12 번들은 툴툴대며 제 몫을 하러 꺼끄럽게 움직였다. 주황색의 정석이라 싶을 정도의, 손잡이가 슬림하게 쭉 뻗은 플라스틱 빗자루가 목덜미를 쥐어 잡히고, 변잡스러운 냄새들이 말라붙은 대걸레가 질질 바닥을 기었다.
    “우리야, 잠깐 선생님 좀 보자.”
    책상 위를 나뒹구는 검고 파란 펜들을 필통에 쑤셔 넣던 소녀가 일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고 선생을 돌아보았다. 멀미 앓는 표정으로 바라봤음에도, 선생은 미소만 지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소녀는 따라 나서고 만다. 교실 앞 복도에서 선생과 소녀는 마주 섰다. 아이들은 그 옆을 지나다 선생께 인사를 꾸벅꾸벅하며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에 선생의 주의는 흐트러지고 있었다. 선생은 다 풀려가는 고불고불한 머리를 다시 질끈 묶었다. 정돈되지 않으면서도, 고상한 냄새는 여전한 사람이었다. 선생은 어물쩍한 물음을 던지다, 복도에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애들의 모습이 잠잠해지자 헛기침을 두어번하였다.
    “우리야, 무슨 일 있니? 요즘 통……”
    선생의 말씀을 뒤덮는, 철 지난 매미가 매앰매앰 울었다. 소녀는 매미인지 선생님인지 모를 그 뒤섞인 소리들을 들었다. 매미가 ‘이럴 때가 아냐, 시험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공부에 더 집중해야지. 부모님께서……’라고 발악적으로 울어대는 것도 같았고, 선생이 ‘매앰매앰’ 타이르는 것 같기도 했다. 소녀는 단어와 단어를,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날숨들의 말을 읽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나 그 말들이 하나가 되어 내려오자, 아무리 곱씹어 봐도 마른 톱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기분이었다. 목이 시큰거렸다. 소녀는 귓가가 잠잠해지자 조용히 목례를 드리고 나왔다. 운동장은 조용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들이 사각사각 밟혔다. 교문 밖엔 발간 해의 빛깔이 무자비하게 이리저리로 산란하며 도시 숲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빌딩 그림자가 한 편으로 우거져 수풀처럼 보였다. 무심한 소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속을 걸었다. 평범한 다른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이 딱히 가볍지 않은 발걸음으로, 두툼한 문제집과 참고서들을 꾸역꾸역 넣은 가방을 맨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걷고 있었다. 비슷비슷한 하루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는 늘 그렇듯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소리들이 뿜어져 나왔다. 90데시벨을 스치는 도시의 입김이었다. 자동차 경적, 신호등 신호음, 사람들 말소리, 발소리, 저기선 비행기가 지나갔고, 비둘기가 발버둥 치며 날았다. 도시는 그랬다. 소녀의 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 오고, 또 지나쳐갔다. 무엇이 그들을 바쁘게 하는 지, 또 무엇이 그들을 무표정 짓게 하는지―.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틱틱한 교복치마 같은 많은 무채색들이 한 손에 휴대하기 편한 전자기기를 꼭 쥐고, 그것을 쳐다보는 것에 몰두하면서 바삐 저편으로 사라졌다. 소녀는 그들 속에 섞여 버스에 올랐다. 남색에 가까운 파란 버스는 부웅―하며 매캐한 기염을 토해냈다. 그 뜨거운 연기가 허공에 스며들었다.
    어느새 버스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한강대교. 소녀는 생기 없는 멍청한 눈빛으로 평소처럼 영어단어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동자가 아래로 천천히 내려갈수록 정신은 교통체증을 앓고 있었다. 소녀는 뇌리에 박히지 않는 그 활자들을 향해 가래침을 뱉어주고 싶었다.
    끼이이이익―
    버스가 사고가 날 뻔했던 건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자칫 넘어질 뻔 한 승객들의 입에서 불평이 버글거렸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앞 좌석에 얼굴을 박을 뻔했던 소녀는, 이마를 살짝 주름지었다. 소녀가 고개를 들었던 순간, 유리창은 마치 긴 그림인 냥 하늘을 담아냈다. 주홍빛으로 곱게 물든 빛깔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강물이 소리도 없이 물비늘을 일으키며 잔잔하게 흘러갔다.
    낯선 세상이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본 지도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소녀는 어릴 때 친구네 집에서 본, 쳇바퀴 속을 하릴없이 달리는 통통한 햄스터를 떠올렸다. 월화수목금토일. 또 월화수목금토일. 또 또 월화수목금토일. 세상은 참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 쳇바퀴와 다를 건 없는 듯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하루―들. 뜀뛰기를 한 것도 아닌데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소녀는 벨을 눌렀다. 급박하게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터덜터덜 걸었다. 발에 치인 돌멩이가 데구루루 앞구르기 했다. 소녀는 그것을 툭툭 이어서 차며,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가 보였다. 깨금발 선 검은 나무들이 햇빛을 덮고 지들끼리 웅숭그리고 있었다. 소녀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섰다. 그곳을 지나면 뱅 둘러서가 아닌 비교적 금방 집으로 갈 수 있었던 탓에, 소녀는 종종 그곳을 지나서 가곤 했다. 작은 숲의 새 울음소리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며 메아리치고 있었다. 나무들과 소녀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아마 평소와 다름없이 까치나 까마귀 같은 검은 새 일거다.
    소녀는 가락 같은 길을 걸어갔다. 또다시 새가 울었다. 크고 우렁차게 울었다.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먹빛이 쭉쭉 뻗은 침엽수들이 우수수 흔들리고, 그들도 울었다. 흐느끼고 있었다. 코끝에 무언가 사뿐히 지나갔다. 바람 같기도 했다. 그 겨울 냄새가 코끝에 어렸다. 차가우면서 속삭이는 것 같은 냄새였다. 소녀는 새를 쫓았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홀린 듯 그것을 쫓아갔다. 붙잡고 싶어. 새는 손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맴돌기만 했다. 여름의 끝자락인지, 가을의 서문인지 모를 그곳에서, 소녀는 낯선 파랑새를 좇았다.

    -2-
    소녀는 달리고 있었다. 소녀는 새의 꽁무니를 뒤쫓았고, 새는 노르무레한 빛살을 받으며, 쫓기는 상황을 즐기는 듯 시시각각으로 날갯짓을 바꿔나갔다. 소녀는 짙푸른 숲을 달리고 달렸다. 빛이 자지러졌다. 그러다 바닥에 목 처박고 죽어있는 나뭇가지에 턱―, 소녀는 꼬꾸라졌다. 그리고 소녀는 떨어졌다. 검은 밑바닥의 끝으로 쭉쭉 떨어졌다. 세상의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빛 한줄기 스며들지 못했다. 소녀는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보다 너무 어지러워서 제 몸 하나 가누는 것도 힘겨웠다. 소녀는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꿈에서도 바람에 날리는 미농지가 되어 끊임없이 굽어지고 일어섰다. 하염없이 휘청거렸다. 아니 그곳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구르고 굴렀다. 깨어났을 때도 두통이 앞을 가리는 걸 보면 쉬이 사라질 생각 없는 어지러움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소녀는 손끝으로 자꾸만 파랑새의 흔적을 좇았다. 소녀의 기억의 경계가 흐려지는 동안에도 파랑새는 눈앞에서 명멸하고 있었다.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온통 사위가 캄캄했다. 실체 없는 그림자만이 존재하고 있는 세계 같았다. 아아― 내가 벗어날 수 없는 그 우주로 또 찾아왔구나. 소녀가 생각했다. 여린 별빛이 오늘도 어김없이 짙푸르게 쏟아져 내렸다. 소녀의 심장도 얼음조각들로 반짝였다. 마음이 도려낸 덩어리 같아서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소녀는 어지러움을 게워내며 그 빈 공간투성이 속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낯선 어둠이 눈에 익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저 불안정하게 빛나는 점들이 보일 뿐이었다. 소녀는 원래 그래왔었던 것처럼 자박자박 걸어 나갔다. 또 그게 힘들면 몸을 뉘여서 둥둥 떠다녔다. 그러나 어디를 향해서,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소녀는 같은 곳을 빙빙 돌며 그 속을 떠다니고, 떠다닐 뿐이었다.
    소녀는 지나가는 동안 풀잎 위 노래하는 무당벌레도 보았고, 크고 빛나는 별이 지나가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허공을 밟으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보니 종아리가 덥석 움켜쥐는 듯 아픔이 쇄도했고, 발바닥이 통증을 토로했다. 계속 걸어갔는데도, 도저히 별에 닿지 않았다. 별마저 창백하게 굳어있는 것 같았다. 소녀는 풀이를 보아도 도대체 뭔 소리냐 싶은 고약한 수학문제를 보았을 때, 혹은 뭘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는데 선생님들이 써내라고 닦달해대는 진로고민을 겪던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소녀는 막막함에 풀이 죽어 주저앉았다. 몸이 두둥실 흘러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별들이 눈을 깜박이며 무감각하게 내려다보았고, 검은 어둠이 비웃기라도 하는 냥 소녀를 그 센 힘으로 짓눌렀다. 소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울고 싶었다. 눈물이 눈의 겉껍질을 덮었다. 눈물에도 응어리가 있는 것인지 타고 흐른 자취가 끈적끈적했다. 바람이 귀를 매섭게 때렸다. 마치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 같았다. 푸드득 푸드득……. ……파랑새는 어디 있지? 갑자기 소녀가 일어섰다. 파랑새, 파랑새…… 소녀는 스스로의 물음에 놀랐다. 소녀는 그제야 자신이 할 일을 깨달았다. 소녀는 파랑새를 찾아야했다. 틀림없이 그 새를 만나야만 했다. 고인 눈물이 왠지 모를 기쁨으로 탈바꿈해있었다. 파랑새의 생각이 소녀의 교복 블라우스 자락을 끌어당겼다. 소녀는 그것에 이끌려 걸어갔다. 짙은 서치라이트 불빛이 우주에 길을 그렸다. 소녀는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길을 따라갔다.
    애벌레가 둥둥 떠다니면서 선잠을 졸고 있었다.
    “파랑새를 보았니?”
    소녀가 물었다. 하얀 속살의 유충은 대답이 없었다. 소녀는 그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걸었다. 그리고 또 소녀는 아주 작은 소행성도 보았다. 그 행성에는 커다란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해바라기의 얇은 꽃잎은 순금 빛 햇볕의 물감을 질펀하게 풀어놓은 것 같았다. 소녀는 해바라기를 만났지만, 해바라기가 자신만의 세상에 푹 도취되어있는 바람에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 소녀는 그 소행성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우주 속을 돌아다니던 소녀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하수도를 갓 지난 현장감 있는 냄새가 코를 휘어잡았다. 당연히 소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한 소년이 무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이런…… 물어봐야 하나. 소녀는 오래도록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코를 쥐고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다가가니 더 지독했다.
    “혹시 파랑새가 지나가는 거 봤어?”
    코에 감긴 맹맹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손을 놓아버리기엔 소녀는 나약한 존재였다. 소년이 들고 있는 바구니 안에는 회갈색의 조몰락거리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의도하지 않은 바였으나, 소녀는 미간을 구겼다. 소년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소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은 상기되고,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턱 선을 미끄럼 타는 방울방울에는 기쁨이 녹아있었다.
    “어? 봤어. 그렇게 예쁜 깃털을 가진 새는 처음 보았는걸.”
    그가 들뜬 듯이 목소리를 몰아붙였다. 그의 말에 소녀도 부푼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파랑새를 본 첫 사람이었기에.
    그러나,
    “근데 어디로 갔는지는 안 알려 줄래.”
    김빠지게 그의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뭐야, 이유가 뭔데?”
    이쯤 되니 소녀는 약간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역시 맹맹한 목소리였다.
    “나는 너에게 알려줄 수가 없거든.”
    그가 뒤이어 중얼거렸다.
    “근데 내 일을 도와주다 보면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
    소년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손으로 가리켰다. 오……. 소녀는 그것만큼은 정말로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녀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찜찜한 잔말이었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작은 새 한 마리를 찾는 건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그런 석연찮은 대답을 던진 소년은 다시 주위에 둥둥 떠다니는 운석들을 바구니에 차례차례 주워 담았다. 그 돌멩이들은 소년의 억센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 돌들은 취하는 모양새가 어째 징그러운 벌레들 같기도 했고, 얹어진 끈끈한 액체는 고약한 냄새가 나서 소녀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으면서도 소년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소녀에겐,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소녀는 마지못해 물었다.
    “너 일이 뭔데?”
    “청소하는 거. 다른 행성에서 나온 ‘감정의 오물’들을 말이야.”
    “감정의 오물?”
    소녀가 되물었다.
    “그건 행성 주인의 화나 짜증부터 시작해서, 두려움, 좌절, 포기하고 싶은 마음, 절망과 같이 불완전한 감정들이야. 그것들이 행성 표면으로 부서져 나오게 되지.”
    행성 주인? 불완전한 감정들? 소녀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묻기도 전에 그는 서둘러 다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소녀는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교복의 블라우스 소매를 허연 팔목 위까지 걷어냈다. 소녀는 감정의 오물이라는 이름의 운석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회갈색 다리가 매력적인 다섯 마리의 지네가 손바닥을 지나다니는 기분이었다. 붙잡고 있노라면 그것은 꼬물대며 보내달라고 발버둥 쳤다. 소녀는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다. 감정의 오물을 포획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힘겨운 사투였다. 쟤는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몰라. 소녀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소녀는 소년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잡기 위한 소년처럼 준비태세를 갖췄다. 소녀는 파랑새를 만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그 돌들을 잡아야 했다. 저거다, 하나 둘…….
    소녀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 힘의 끝을 파고들듯이 발을 굴러서, 도약했다. 소녀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사뿐히 날았다. 소녀가 바라보고 있던 그 둥둥 떠다니는 것이 소녀의 손 안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을 세게 움켜쥐는 바람에, 그것은 찐득찐득한 액체가 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소녀에게도 끼얹어졌다. 뜻밖의 일에 소녀는 잠깐 얼빠진 채 서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그들에게 퍼부었다. 소녀는 뺨에 붙은 악취를 닦아내고, 옷에 붙은 것들을 탈탈 털어내었다. 훨씬 태연해진 모습이다. 이미 온몸에 묻어버린 이상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재정비를 마친 소녀는 이전과는 상이하게, 열과 성을 다해 그것을 잡으러 뛰기 시작했다. 소녀의 심장이 세차게 풀무질했다. 소녀의 얼굴에 자신감과 확신이 되살아나고, 그럴수록 소녀는 더 높이 뛰고, 더 빨리 달렸다. 그 모습을 본 감정의 오물들은 도망치기 바빠 결국은 그 근방에는 단 한 놈도 남지 않았다. 소녀가 그제야 속이 후련하다는 듯 이마의 벤 땀을 훔쳤다. 심장의 고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것을 본 소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살아났다. 소년의 세상에 맑은 은하수가 흘러간다.
    “너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어, 정말 고마워.”
    “아냐, 뭘. 나도 즐거웠는걸.”
    그가 기쁘게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진심 어린 칭찬에 소녀의 마음이 가을볕의 붉은 능금처럼 익어갔다. 소녀의 뺨의 볼우물이 움푹 팼다.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소녀도 기뻐졌다. 파랑새를 만나기 위해 도왔지만, 지금은 그런 것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붓해졌다.
    소년은 소녀를 자신의 초록별에 초대했다. 그는 별에 돌아오자마자, 바구니에서 거무튀튀한 감정을 끄집어내어, 작은 활화산에 부어냈다. 그러자 가득 고여 있는 다홍물이 그것을 날름날름 집어삼키고, 배부르다는 듯 가스를 뱉어냈다. 표면에 달라붙은 방울 진 기포가 하나 둘씩 터지며 노래를 불렀다. 화산의 체온이 별을 따뜻하게 덮었다. 작은 별은 금세 따뜻해졌다. 화산 옆에 놓인 주전자의 물이 ‘보글보글’이라고 속살거리며 주전자 뚜껑을 두드렸다. 이윽고 소녀는 따뜻한 차를 대접받게 되었다. 소녀는 배고팠던 나머지, 그 차를 호호 불어서 끝까지 다 마셨다. 우주를 돌아다니라 춥고 피곤하던 몸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회복된 기분이었다. 평화로움이 입에 감돌았다.
    “근데 저것들을 왜 주운 거야?”
    이건 소녀가 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소녀가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그 물음표가 소년의 입가에 엷은 미소를 드리우게 했다. 소년이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소녀에게서 투영해냈는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급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음으로, 그의 말투에도 이젠 여유가 풍겼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확연히 부드러워진 음률이었다.
    “행성에서 나와서 둥둥 떠다니는 감정의 오물은, 그것들의 힘이 다른 행성을 부서지게 해. 그래서 제때제때 치워주지 않으면, 아마 다른 행성들을 부서지게 할지도 몰라. 너 같은 다른 여행자들을 괴롭힐 지도 모르고.”
    “우주의 환경미화원……. 같은 건가.”
    소녀가 중얼거렸다.
    “음, 그게 더 이해하기 쉽겠다.”
    “너 되게 보람차 보여.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소녀의 눈매와 입이 부드럽게 포물선을 그렸다. 소년의 기쁜 모습을 보면 덩달아 소녀도 신이 났다.
    “내게 있어서 기쁜 일이니까. 이곳에서 내가 할 나만의 일이라고 생각해.”
    소년이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소녀는 그에게서 파랑새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소녀는 다시 파랑새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소년은 도와준 답례로 작은 잎사귀들을 선물해주었다. 그의 박하 향 웃음이 담뿍 배어있었다. 그는 그런 초록별의 주인이었다. 다음에 만나도 반가운 얼굴이 될 것 같았다. 소녀는 그의 둥그런 웃는 얼굴을 가슴 속에 두텁게 쌓고는 또 다시 모험을 떠났다.
    소녀는 소년이 알려준 방향으로 걸었다. 소년이 가리킨 손가락 끝엔 파란별이 있었다. 소년은 파란별에는 많은 파랑새들을 돌봐주는 사내가 있다고 했다. 그 사내는 분명히 소녀가 찾는 파랑새를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녀는 파란별을 향하기로 마음먹고 걸어 나갔다. 연둣빛 형광 하나가 빛을 틔웠다. 이윽고 그 무수한 형광이 소녀 주위를 감쌌다. 반디들이 화사하게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도 별이라는 듯 의기양양 뽐내면서 말이다. 그 순간만큼은 암울하던 시간의 연주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무(無)를 위한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형광으로 빛나는 별들이 이리저리 쏘다니며 검은 우주를 수놓았다. 형광과 공존하는 어둠이 분분히 흩어지고 있었다.
    “반딧불이야, 혹시 파랑새를 보았니?”
    군무를 맞추던 놈 중 한 마리가 노래하듯 대답했다.
    “보았지. 아까 저쪽으로 가던데?”
    “고마워, 근데 너네는 정말 멋지다. 마치 별 같아 보여.”
    “그렇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별의 주인이야. 너도 예외는 없어. 그러다 대부분 커가면서 그 별을 잊어버리지. 아주 서글픈 일이야! 그렇게 빛을 잃어 볼품없는 행성들이 되잖아. 근데 나는 예쁜 별이 된 별의 주인을 봤어. 진정한 것을 꽃피웠을 때, 이네들은 비로소 다시 별이 되는 거래…….난 오히려 너희가 부러운 걸.”
    반딧불이가 겨우 목소리를 건네듯 중얼거렸다.
    “그 ‘진정한 것’이 뭔데?”
    “나도 몰라, 예쁜 별의 주인이 얘기해 준 건데 잘 기억 안나.”
    그렇게 말하고 반딧불이는 자신의 무리로 몸을 옮겼다.
    “’비로소 다시 별이 된다‘ 라…….”
    소녀가 중얼거렸다. 반디들의 빛살이 너울너울 춤을 췄다. 소녀는 다시 걸었다. 멀리서 반디들의 노래가 형형색색으로 들려왔다. 소녀는 다시 혼자가 되어 걸었다.
    얼마쯤 지나지 않아 바다같이 푸른 물빛의 별이 보였다. 밝고 눈부시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별의 주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파란별에 내려가니, 그곳은 온통 지저귀는 새들로 자욱했다. 별 하나가 온통 파랑새들 이었다! 어쩌면 소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찾던 파랑새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랑새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땅을 기고, 햇볕을 쬐고, 땅을 쪼고……그 별은 정말 많은 파랑새들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다른 새들이었다. 하늘색의 파랑새부터 코발트색 파랑새, 청개구리 색 파랑새…… 또 부리가 긴 새가 있는가 하면 어떤 새는 얼룩덜룩했다. 파랑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그곳에 소녀가 찾는 파랑새는 어디에서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 이곳에도 없는 걸까. 그 때 겨울 냄새가 보송하게 피어올랐다. 눈꽃이 내린 마냥 했다. 갑자기 바닥을 맴돌던 새들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새들이 터준 그 곧은 길 사이로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큰 키였다.
    “만나서 반가워, 초록별 소년에게 들은 거지?”
    사내가 주머니에서 꺼낸 먹이가 허공에 흩어졌다. 많은 파랑새들이 먹이로 달려들었다.
    “네, 맞아요. 근데 파랑새를 찾으러 왔는데 제가 찾는 파랑새는 보이지 않네요…….”
    “그래? 일단 이곳은 방황하는 파랑새들의 안식처야. 주인을 피해 도망쳐 온 파랑새들이 쉬고 있지. 그리고……”
    푸드덕 푸드덕-
    갑자기 어디선가 큰 파랑새 한 마리가 사내의 어깨에 앉았다. 그 파랑새는 깃털에 윤기가 흐르고, 그의 눈빛은 다른 파랑새들과는 다른 자신감이나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 이 새, 제가 찾던 새에요!”
    소녀는 사내의 어깨에 앉아있는 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새는 미동 없이 그의 어깨에서 우아한 자태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 이 파랑새는 내 새란다. 다른 사람의 파랑새는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하지만 전 파랑새가 없는 걸요.”
    소녀는 풀이 죽어 말했다. 소녀는 파랑새를 갖고 싶었다. 이 별에 무척 많은 파랑새가 있었지만 소녀는 왠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흠, 그나저나 그 동안 모험은 재미있었니?”
    소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는 모험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고 친해졌기 때문이다. 모두의 얼굴이 가슴에 두텁게 쌓여있었다. 그 기억들의 온기가 소녀의 마음을 울렸다. 어느새 소녀의 얼음조각은 녹아있었다. 소녀는 그 축축한 부분에서 간질이는 느낌을 받았다. 부드러운 간질임. 그 간지러움은 계속되었다 .소녀는 웃음을 참지 못하여 쿡쿡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갑자기 소녀의 품속에서 무언가 튀어 올랐다. 푸른 날갯짓이었다.
    “아, 태어났구나―”
    사내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중얼거렸다. 새가 파닥거리며 소녀의 머리를 뱅뱅 돌았다. 소녀는 자신의 어린 파랑새를 바라보았다. 파랑새가 맑은 곡조로 노래 하고 있었다. 새가 아까의 소녀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 제 파랑새인가요?”
    “물론이지, 그 새가 너의 별로 따라가는 데 도움을 줄 거야.”
    소녀의 마음이 두근거림으로 세차게 풀무질했다. 숨이 벅찬 것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연둣빛 잎사귀로 가득한 나무 가지 끝이 햇볕에 찰랑이는 그런 초록의 풋내를 소녀는 그 새에게서 맡았다. 싱그러움이 선연했다. 소녀의 입가는 벙싯거림으로 어쩔 줄 몰랐다. 한결 가붓해진 마음을 이끌고 소녀는 파란별을 떠나, 파랑새와 함께 자신만의 별을 찾으러 떠났다. 파란별의 사내가 소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또 다른 소녀의 모험이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3-
    “자, 이제 일어날 시간이에요. 공주님”
    오랜 기억 속에도 머물러있는 그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나직이 퍼졌다. 동시에 유난히 쌀쌀한 아침공기가 피부에 젖어 들었다. 소녀는 오히려 그 말에 더욱더 이불 속으로 꿈틀대며 파고들었다. 이불에 녹아든 온기와 포근함이 소녀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러 계절 중 겨울만큼 일어나기 벅찬 계절은 없을 거다.
    “아~ 아빠 5분만…….”
    “잠투정 안 하던 애가 왜 이런담, 뭐 좋은 꿈이라도 꿨어?”
    소녀의 아빠가 가만히 앉아 소녀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아빠에게서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 냄새가 났다.
    “에이 좋은 꿈은 맨날 꾸지~”
    소녀가 배시시 웃으며 이불 속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아, 밖에 눈 왔다. 베란다 가봐.”
    “진짜?”
    소녀는 그제야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소녀는 아빠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깁스한 발을 살짝 들고 한 발로 뛰어 베란다로 갔다. 지난 가을 초에 아파트 산책로에서, 넘어진 것이 상처가 컸는지 아직도 깁스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소녀는 정신을 잃어서, 지나가던 이웃들의 신고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빠는 항상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소녀는 아빠의 걱정을 이해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녀는 베란다 문을 옆으로 밀어내었다. 집안과는 비교되는 찬 공기가 옷 속을 파고들었다. 소녀는 옷깃을 붙들고는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유리창은 밤새 겨울을 맞이해 알싸하게 차가웠다. 창에 짚은 손을 떼니 손끝을 두른 띠가 부옇게 번지고 있었다. 베란다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하얀 색이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세상의 지붕과 땅을 두툼하게 덮어주고 있었다. 포근해 보였다. 소녀는 빨리 눈을 밟고 싶어서 신이 났다. 눈꽃의 볼때기가 다닥다닥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었다.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소녀는 차에서 내렸다. 깁스를 한 뒤로는 버스대신 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등교했다. 아빠는 미소 지으며 차 안에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눈이 뽀드득 뽀드득, 생긴 거와 다른 소리를 내었다. 뭉실뭉실할 것 같았는데……. 겨울의 찬바람이 훤칠하게 불어 닥치자, 소녀는 빨리 학교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목발을 집고 빨리 간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오히려 그러는 바람에 소녀는 넘어질 뻔했다. 어쨌든 소녀는 끝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녀의 친구가 매서운 바람을 피해 건물 안에서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정우리. 오늘따라 못생겨 보인다?”
    친구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붙였다. 기다리느라 추운지 코끝이 빨갰다. 하긴 오늘은 좀 추운 날씨였다.
    “그럼 다른 날은 매번 이뻐 보였다는 거?”
    “뭐래, 걍 엘리베이터나 타셈.”
    친구는 미리 잡아놓은 엘리베이터를 열었다. 학교 엘리베이터는 다리가 다친 사람이 아니면 이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교실이 맨 꼭대기 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는 건 꽤 기쁜 일이었다. 엘리베이터가 기계음 소리를 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맞다. 담임 쌤이 너 찾으시던데”
    “진짜? 무슨 일이시지?”
    소녀는 친구에 말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은 어느 교실보다도 따뜻했다. 교육의 열기인지 히터가 빵빵한 건지, 어쨌든 몹시 따뜻한 건 변함없었다. 추운 밖에 있다가 들어오니 덥게 느껴졌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녀는 담임선생님 자리로 가서 선생님께 밝게 인사 드렸다. 선생님은 작업하던 문서에서 눈을 떼어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래 우리 왔니― 진로 희망 적는 거 아직 안 냈기에 불렀어.”
    “어 진로희망…….”
    소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 선생님이 내라고 하기 전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긴 했지만, 아직도 명확히 ‘어떤 직업’이라고는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 아직도 진로는 못 정했어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돕는 일 하고 싶어요. 저도 기쁠 것 같거든요. 쌤! 일단은 미정으로 해주세요!”
    그래도 예전의 막막함은 가셨다. 대강은 뭘 하고 싶은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소녀는 소년을 만나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약간은 깨달았다. 도움을 주었을 때 기뻐하던 소년의 모습을 보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다시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갔다.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윤 선생이 의자를 정 선생에게 바짝 붙였다.

    “정 선생님, 학기 초에 비해 우리 분위기가 완전 바뀐 것 같지 않아요? 수업도 진짜 열심히 듣고.”
    “그러게, 조용하던 애였는데. 학교에 적응 잘 못하는 것 같아서 학기 초에 엄청 걱정했거든. 다리가 다쳐서 그런 건가? 아무튼 그 후로 애가 웃음이 많아졌어.”
    그녀의 담임선생님도 기쁘게 말했다. 그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우리야, 질문해도 돼?”
    소녀가 가방을 풀고 있을 때, 앞자리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 요즘 들어 부쩍 다른 친구들의 질문이 잦아졌다. 아무튼 소녀는 도움 주는 걸 좋아했으므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거 어떻게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어.”
    친구가 수학책 한쪽 문제를 손으로 가리켰다. 소녀는 문제를 읽어보곤, 친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녀가 며칠 전에 풀어본 문제로, 생각만 다르게 하면 정말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이거는 이렇게 바꿀 수 있지?”
    “응응”
    “그러면 이걸 좀 간단하게 정리하면……. 여기서 공식 대입해서 풀면 금방 나와.”
    “아! 이해했어! 고마워~”
    친구는 답답함이 해소되어, 기쁜 표정으로 소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친구는 자리에 앉자마자 또 다른 수학문제를 쓱싹거리고 있었다. 소녀는 친구를 보며 미소를 짓곤, 가방에 든 짐들을 꺼냈다. 화요일 시간표의 교과서를, 서랍 안에 넣으려고 전날 넣어둔 교과서를 꺼내는데 갑자기 무언가 떨어졌다. 이게 뭐지?
    “야 눈 온다!”
    “헐 지금 오는 애들 눈 다 맞고 온다. 킥킥”
    뒤에서 애들이 창문에 달라붙어 왁자지껄하게 떠든다. 소녀는 허리를 숙여 의자 밑으로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예쁘게 접혀 있는 파란색 쪽지였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 너는 어떤 별의 주인이니? ―

    “우리야! 눈 와!”
    시끌벅적한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가 소리쳤다. 아이들이 눈을 보겠다고 연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북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시원하게 소녀를 덮었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눈구름이 하얗게 세상을 덮고, 눈이 보송보송 내렸다. 엉켜 붙은 결정들이 하나의 눈이 되어 세상으로 강림하고 있었다. 겨울 냄새가 난다.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에게로 다가갔다. 대낮의 하늘에 새하얗고 눈부신 하얀 별이 짙게 쏟아지고 있었다.
  • profile
    korean 2015.03.03 20:26
    아래 댓글난에 첨부했습니다.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7.01.25 14:52
    감동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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