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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어야지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애연가들 사이에서 대대적으로 금연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애연가들에게 새해 금연결심이야 늘 있던 연례행사였겠지만 금년만큼은 껑충 뛰어버린 담배가격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독하게 금연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 역시 그동안 담배와의 질긴 인연, 혹은 악연의 끈을 놓으려 수차례 노력했었지만 강산이 뒤바뀌는 동안 나의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녀석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의 굳은 결심을 몰라주었다는 이유로 아끼던 애마(愛馬)를 단칼에 베어버린 김유신 장군의 혼이 빙의 되지 않는 이상, 우유부단하고 연약한 심성을 지닌 나의 몸과 마음은 하얗고 잘빠진 몸매의 애첩(愛妾)이 내는 달콤한 연기의 유혹을 견뎌낼 용기와 강단이 전혀 없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용기를 내어 화랑도의 기상으로 이 요망한 담배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금연이라는 인생의 업적을 달성해보고자 한다.  

 

 나는 늘 담배를 조강지처(糟糠之妻)에 비유하곤 했었다. 주변에 금연을 결심하는 동료들을 향해 조강지처도 버릴 지독한 인간이라며 일갈을 날린 적도 있으며, ‘담배 끊는 놈들과는 친구도 하지마라는 부친의 농담 섞인 말씀을 지지하며 실천했다. 담배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군 시절을 지나 타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담배와 나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다시 말해 담배는 대학시절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예쁜 선배누나이자 군 시절 젊음을 함께 사르며 피고 진 무궁화 꽃과 같은 전우였으며, 외로운 타국생활 중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 피우고 싶은 지란지교(芝蘭之交)’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고 외로울 때 마다 늘 묵묵히 내 곁을 지켜준 존재였으니 감히 조강지처라 할 만 하지 않은가?

하지만, 더 이상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지켜주지 않으려는 듯 세상은 우리의 교감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데이트 비용은 두 배 가까이 비싸지고 그도 모자라 식당과 술집은 물론이고 PC방과 카페, 나아가 확실한 만남의 장소였던 당구장까지 죄다 우리의 만남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나의 마음은 십년 전과 그대로지만 나의 몸은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 헉헉 거렸으며 허물없이 기침과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 서야 그동안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준 이 조강지처가 실은 내 건강과 돈을 갉아먹는 희대의 악처(惡妻)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콩깍지를 씌우고 억지로 부정하며 모른 척 했을 뿐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한참의 고민 끝에,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었다. 그 친구는 내 어깰 두드리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기왕 이별하는 거 차갑게 먼저 돌아서고 다시는 눈길도 주지 말란다. 기억에서 말끔히 지우고 잊는 게 최선이란다. 그래, 우린 분명 잘못된 만남이었다.

 

 헤어진 후 한 달이 지났다. 처음부터 무작정 끊으려했다간 실패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전자담배를 선물로 받았다. , 담배를 끊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더욱 좋아서 난리들이다. 그리고 이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특히 전자담배는 알면 알수록 여러모로 신기했다. 비록 연초담배 만큼의 맛(?)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연초담배를 잊는데 도움이 됐다. 마치 이제 갓 만남을 시작하는 연인처럼 아직은 조심스럽고 궁금한 게 많은 사이지만 오래도록 함께할 생각은 없다. 조강지처 같은 연초담배건 새 애인 같은 전자담배건 다 떠나보내고 이제 진짜 아내를 맞이해 담배연기 없이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살고 싶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옛사랑이 떠오르듯 연초담배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찾아가 매달리는 자존심 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금연 꼭 성공할거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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