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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

 

개나리가 피었고 봄이 왔다. 불과 한 달 전에 내리는 비는 지구온난화를 대변했지만 이제부터 내리는 비는 봄의 전령처럼 느껴진다. 나는 병실 자투리 공간에 누워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루에 많으면 두 번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쉼 없이 내뱉었다. 우두머리의 주변을 치어처럼 맴도는 이들은 나풀거리는 흰색 가운 위로 우스꽝스러운 명찰을 달고 있었다. 또한 우두머리가 내뱉는 말들을 따라 적느라 침상 위에 누워있는 이들과 눈 맞출 시간이 없어 보였다. 우두머리는 한동안 기괴한 말들을 내뱉고 무엇을 결정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딴에는 조금 쉬운 말로 나에게 설명하려 했으나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단어뿐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거나, 경과를 지켜보자거나, 아주 가끔씩 호전되었다는 말들. 내 곁에 있는 고모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잘 부탁드린다거나,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대체 무엇을 부탁해야 하는지, 무엇이 감사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보기 좋게 방치된 생명 앞에서 나 또한 퀭한 눈으로 생명을 방치하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재수를 결정한 나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던 생명. 불과 1년 만에 나의 성공과 실패를 돌보기에 그는 무엇인가와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지난겨울에는 그의 마지막 봄이 이미 끝난 것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왔으나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과 거리가 먼 내가 입장과 마지막의 마지막에 서있는 그의 입장은 우두머리와 치어의 입장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멀었다. 하루에 세 번 식사가 나오지만 그는 수액 하나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 그가 미뤄둔 식사는 날 연명시켰는데 나에게도 모래를 씹는 듯 불쾌한 식감으로 구성된 식단으로 미뤄보아 그가 왜 수액 하나로 삶을 연명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매번 다가오는 내가 배운 적 없던 일들은 내가 배웠던 그 어떤 것들보다 버거웠다.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이다. 근거 없는 말 하나로 그는 삶을 지탱해왔다. 그 연장선상의 삶이 겨울에 시작해서 겨울에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희망은 온갖 그릇된 감정을 담아둔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친 그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지친 하루 종일 제대로 잠들지 못한다. 침대 아래 바퀴 달린 간이침대에서 뒤척인다. 머리맡의 소형 냉장고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라디오를 듣는다. 기상예보는 내일 봄비가 내릴 것이라 말한다. 내일의 포비아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해진 마지막이 가까운 그의 옆에서 마지막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평온히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그의 포비아라는 생각을 한다. 그를 뜯어먹는 치어가 된다. 봄비가 내린다는데 그의 마지막 봄이 오는 것이 무감각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를 갉아먹고 있었고 그는 평온히 잠들어있다. 병신같이 수렴하고 그것을 인정한다. 봄이 먼저 와 있었다.

 


아틀란티스

 

 

말은 한 없이 무거웠다

고개를 치켜들고 소리 칠 때면

말들은 내 발등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종이로 접은 하늘에 매달려 있는 이들은

손 쉽게 말을 떨궈내는 버릇이 있었다

숭숭, 구멍난 하늘은 이주 은밀하게 낙화하고 있었다

모든 꽃들에는 꽃말이 있었지만, 낙화는 언제나 의미가 없었다

죽어가는 탯줄, 무거운 말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고

자라난 말들을 밟고 종이 하늘에 오른 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재 도약'을 쉼 없이 웅얼거렸다

'우리의 말들은 결국 떨어질 뿐이에요. 이 천지와 같이.'

추락하는 하늘에 올라선 자들은 침묵을 배웠으나

그들이 오른 하늘에는 땅이 솟기 때문에 하늘이 낮아진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나이롱

 

마약이다. 병든 자들에게 처방된 약으로 점점 병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버짐같은 수염이 손가락 끝마디를 간질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쉬는 숨을 두려워했다. '병신' 조악한 나무 젓가락으로 손바닥을 찔렀다.

손바닥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긁으며 잠드는 날이면 인설이 되어 솟구치는 꿈을 보았다.

신발에서 돋아난 내 발. 신발은 삼천원짜리 세탁소에 맡겨 두었다.

어떻게 내 발을 찾아야하지? 습관적인 물음은 아르마딜로가 모두 삼켰다.

하나의 방에 허락된 벽은 네개가 아니야. 셀 수 없어야만 하므로

논리적인 물음은 벙찐 얼굴이 쾌락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지

난 둔부에 사정 할 수 없는 사람

매정한 친밀감들, 내게 하나이고 너에게 한가지인 것

명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금지된 처방전을 받았다

손톱만 한 은행나무 싹

금지된 것은 내가아니야

싹은 목 언저리에착상했다.

목관절이 대관절 다 사라진게 틀림 없다. 근원이 치료 당한거야.



헌 책,방


나는 너에게 모작 되었다 

수 없이 치대던 거리를 지나고

버스 안에서 종이 냄새를 맡는다

새 책을 읽기에는 헌 책방의 헌 의자가 어울린다


고혹을 말하는 종결 어미에는 내 손글씨가 적혀있다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일탈을 꿈꾼다

하지 않은 것들은 이미 한 일이다


거북의 머리가 등껍질 안에서 꼬리를 만난다

한정된 안정감을 그 밖에서만 적었다

꼬리를 지난 일 처럼 읽었다

헤엄은 육각형의 몫이다 


새 책을 헌 책장에서 헌 책장으로

헌 책으로 옮겼다

오랜시간 앉아있던 의자가 흔들린다

헌 종이 냄새가 난다


해바라기


벽 너머에 뭐가 있을까? 라던 표정이 싱그러웠다. 등을 내주었고 너머엔 결국 내가 있었다. 매진 되어버린 모래알, 손을 지불하려니 배가 아팠다. 송장으로 변한 송진 호박은 비틀거렸다. 닿지 않았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광적으로 두들기던 통기타에선 더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담벼락을 타고 오르려했다. 해가 바닥에서 자라났다. 종종걸음으로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속박된 목소리에게는 공명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기만이었던 것을 인정할게. 뱉지도 않은 말만 순식간에 담을 넘었다. 돌아오는 목소리는 방향치인게 틀림없다. 담 너머가 궁금하진 않았다. 애초부터 담을 넘었다. 시초의 달소리는 경쾌했다. 어디로 뛰어도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땅보다 하늘이 가까웠다.


 

  • profile
    korean 2016.02.28 23:12
    열심히 정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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