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17
어제:
55
전체:
244,594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20174점
  • 2위. 靑雲
    18945점
  • 3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4위. 뻘건눈의토끼
    16224점
  • 5위. 농촌시인
    11971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키다리
    9310점
  • 8위. 오드리
    8414점
  • 9위. 마사루
    8306점
  • 10위. 송옥
    7620점
  • 11위. 은유시인
    7521점
  • 12위. 산들
    7490점
  • 13위. 백합향
    5126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이쁜이
    2237점
  • 17위. 돌고래
    1856점
  • 18위. 풋사과
    184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74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번 역은 냉정*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 The doors are on your right / 熱情駅でございます。**

승강장과 열차 사이가 좁으니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먹기만 하면 폐병도 완쾌된다는 가루약 파는 소녀

애인의 석방을 간절히 외치는 신형 밀리터리복의 소년

실랑이 벌이는 소리만 웅성거린다, 그건

부부 싸움이었을까

손에 칼을 쥐지 않고도 물줄기를 가르는 건 또 뭐지

 

냉정에 도달했다 냉정해야 한다

 

소년이 피켓을 발도(拔刀)한다,

소녀의 가방에서 약봉지가 갈리어

모래톱에 삽질하는 손샅으로,

불사의 약이 강둑을 헤엄쳐 내린다

기괴한 모습으로 주둥이 벌리는 승객들,

구강 구조가 엉망이니까

치과에서 교정을 좀 받는 게 좋겠어

 

냉정해야 한다 열정해선 안 된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 목함지뢰가 폭발한다,

저리는 정강이에 응축되는 시선

부끄러움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빙된 개찰구를 향해 질주한다

 

이미 사용한 카드입니다

 

갈비뼈를 좌우로 가격하는 자동문,

낮은 포복의 저자세를 만든다

좁은 틈 사이 간신히 기어갈 때도,

역무원은 뜬 눈으로 렘수면에 빠져 있다

과즙이 터진 복숭아와

박살 난 갈비의 통증

굴복한 채로 졸도할 뿐이다

 

이번 역만은 냉정,

냉정입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역, 냉정(冷井)이라는 우물이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짐

    ** 이번 역은 열정입니다.




알츠하이머

 

 

 

고마- 기일이 언젠지 가물한데

생일은 오죽 잘도 기억하겠노

 

전부 망각하기 위해 태어난기가

오늘이 무신 날인데 이래 호들갑이고

 

촛불 백 개를 불면 남은 숨결 고마

몽땅 달아나 버릴 거 아이가?

 

유체이탈하고 단 공기를 마신다

육신의 자유여행은 짜릿했다고-

, 와이리 슬픈 얼굴 하고 있노

인상 피라 내 아직 안 죽었다

 

꽃남방 다림질은 잘 해뒀나

주름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태평양 해표 위 저공비행하고

단숨에 바닐라 섬에 도착하면

고마- 내 후회하고 있다 않나

 

나의 염기서열 빼닮은 청년이여

한국어로 말해도 알아 듣겠노

니 어무이 잘 계시나 - , 맞나

 

고마, 태어난 날 언젠지 까마득해도

죽어야 할 때 또렷한 건 또 뭐고

 

모조리 잊지 않기 위해 태어난기가

내일은 또 무신 날인데 이래 호들갑이고




우리 망명자들*

 

 

 

우린 밤을 지새우면 되고 싶은 꿈을 떠들었다 술 한 방울 없이 랑그를 안주로 삼으며 대화를 계속했고 비문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방음에 신경 써서 밖이 더웠는지 안이 추웠는지 기억은 안 난다 낙관적인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잠이 들었고 너는 창문을 열고 고공비행했다 십팔 계단 고층빌딩 낙하에 취기가 싹 내달았을 것이다

 

날이 밝자 나는 너의 사체를 찾았다 정원에 누워 있을 거란 생각으로 내려봤지만 너는 이미 망령하고 없었다 어제 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 브라질행 편도 티켓을 손에 든 너는 리우데자네이루로 갔을 것이다 셀라론 계단을 허겁지게 오르는 도중 예수상의 장엄함에 턱이 빠졌을지 모르고 너의 걸음이 닿은 히피마켓엔 적절한 기념품이 없었을 것이다

 

나도 확실히 장래희망을 얘기한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난다 이그노벨상 수상이라 말했었나 어쩌면 구급 공무원이라 언급한 것 같은데 확실한 사실은 너는 자살했고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거다 미약한 가능성으로 너의 죽음을 애원했을지도 모른다 어젯밤 글라스에 알약을 탔을 수도 있고 희박한 확률은 늘 존재하니까 나는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기억이 났다 이따금 평가절하되는 아류의 과학자도 자신조차 구급하지 못하는 퍼블릭 펄슨도 아니었다 나는 모럴리스트가 될 거라고 명확히 말했다 절도와 폭행 전과가 있는 내가 무슨 도덕주의자냐고 너는 물었는데 사실 그건 멍청한 주정이었다 엑스뀌제-므와. 뿌베-부 므 디흐 우 즈 쒸?  ** 불어불문학과 출신인 너의 발음은 구렸고 나는 농담 없이 기왕이면 너네 집에서 죽으라고 했다

 

총성이 난무하는 할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너는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고 몸을 누울 것이다 반나절의 시차를 살갗으로 느끼며 나는 쾌활하게 너의 죽음을 찬미하고 너도 괴이하게 나의 생존을 기도한다 감정은 딱 열두 시간 후 서로에게 전이되니까 우리 망명자들에겐 아직 꿈에 잠길 사치는 충분하다


한나 아렌트의 수필 <We refugees>

본문 발췌 : 우리 중에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한참 한 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집에 돌아가 가스 밸브를 틀거나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낙관주의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도 우리가 선언한 쾌활함이라는 것이 금세 죽음을 받아들이고 말 것 같은 위기와 표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중략) 망명자는 싸우는 대신에, 또는 어떻게 하면 저항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대신에 친구와 친척의 죽음을 바라는 데에 익숙해져 버렸다.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은 이제 어깨의 짐을 전부 내려놓았구나 하고 쾌활하게 생각해보곤 한다.

   ** Excusez-moi. Pouvez-vous me dire où je suis? (실례합니다. 여기가 어디예요?)




구체적 인간 메뉴얼

 

 

 

이 시대의 벰파이어는 전부 죽었습니다

 

간장에 절인 한국식 쫑마늘과

과하게 숙성되어 구더기가 절반인 종갓집 김치

앞뒤 글자를 구했어도 영원히 풀 수 없는 십자말풀이의 마지막 단어

중요 부위가 터진 팬티를 바느질하던 중,

살짝 핥아 맛본 검붉은 피의 끈적임까지

 

전부 다 장작에 집어넣고 화형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나약한 표면장력이 모노톤의 구슬을 떨굽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과

충치를 방치하여 썩어 문드러진 어금니 그리고

타인의 피를 주식으로 삼아 몸을 키우는 숙주 같은 인간들

전부 사망한 지 오랩니다 여전히 관 속에서 숙면 중이겠죠

 

캘리포니아 노동요를 목청껏 부르겠습니다

 

그걸 모닝콜로 삼고서 매일

또는 내일의 아침을 맞겠습니다

일어날 듯하다가 금세 다시 잠에 빠지는 시간

블라인드를 치고서 잠 같은 죽음을 맞고 싶습니다

 

핸들을 꺾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괜찮을까요

 

이 시대에 선혈 따위는 없습니다

온통 삼원색으로 얼룩진 공수표뿐입니다

빛이 모조리 퇴색한 러시아 무성영화와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사는 인간들

보드카 주둥이에 성냥불을 붙이는

우악스러운 중국인과의 만찬 역시

 

그런 건 전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오월의 카다피

 

 

 

너는 칫솔에 치약을 바르며 카다피를 언급했다

 

나는 찌개에 불을 지피며 군사정부를 발언한다

 

네가 말한 리비아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

 

공감하지 못한 채 삭힌 홍어 몸통을 동강 내고

 

너도 선홍빛 잇몸 닦으며 내 말을 양치했다

 

우리는 망월동을 걸으며 자유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기적거리던 보폭이 전남대 사거리에 닿았을 때

 

너는 녹음이 우거진 항구,

나는 봄날의 창공을 보았다

 

각자 달력은 오월과 시월에 멈춰 서 있었고

 

시계는 항복한 양팔처럼 1110분을 가리켰다

 

시침은 같았지만 약간씩 어긋난 분침, 무력했다

 

네가 건물 외벽의 녹슨 총알 자국을 물었을 때

 

나 역시 비로소 대서양 건너편의 아우성을 떠올린다

 

너는 삭힌 홍어의 시큼함에 코를 틀어막고

 

나는 솔이 벌어진 오래된 칫솔을 교체한다

 

오월인지 시월인지 모를 하루가 스쳐 갈 때

 

벌건 물고기의 알싸함과 낡은 칫솔의 눅눅함

 

우리가 남긴 자욱들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 profile
    korean 2020.05.03 16:26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시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2 file korean 2014.07.16 4272
1780 34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조개>외 2 김솜 2020.03.13 45
1779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숲 외 4편 1 여름 2020.03.09 31
1778 제3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 [옆집 아저씨] 2 허수아비 2020.03.08 44
1777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꽃말 외 4편 1 애정결핍 2020.03.05 36
1776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_나팔꽃 외 4편 1 Bunny1916 2020.02.29 42
1775 제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안식 외 4편) 1 기뮤리 2020.02.17 59
» 3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_이번 역은 냉정 외 4편 1 박문 2020.02.13 74
1773 ▬▬▬▬▬ <창작콘테스트> 제33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34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20.02.11 88
1772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해를 바라보는 꽃처럼 외 4편) 1 kpow핼 2020.02.10 45
1771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마스크 외 4편 1 백합향 2020.02.10 23
1770 1778.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01. 떠뜻한 외 4편 1 백마탄왕자 2020.02.10 15
1769 한국인 제33차 창작 콘테스트 (해질 녘 외4편) 1 꿈심이 2020.02.10 16
1768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육체와 이불의 상관관계 외 4편 1 에뷔테른 2020.02.10 21
1767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보여지는 나 외 4편 1 나나뽀 2020.02.10 19
1766 제33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구름나라 소풍 외 4편 1 라파엘라 2020.02.10 14
1765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죽부인 외 4편 1 이삐삐님 2020.02.10 17
1764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당신의 하루는 어땠습니까 외 4편 1 seeun 2020.02.10 21
1763 제 33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샤프심 외 4편 1 poem현 2020.02.09 14
1762 제33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 닭장(닭葬) 외 4편 1 판다 2020.02.09 17
1761 제33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가로등 외 2편_박빛나 1 qlcsk 2020.02.09 11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92 Next
/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