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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외할머니의 기일이 돌아오면 외가 친지들은 모여서 추도식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직까지도 막내 이모는 눈물을 흘리신다. 아니 통곡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만큼 처절하게 우신다.

외할머니는 옛날 시대의 어른들이 다 그렇듯 아들을 낳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셨더랬다.

7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둘째로 태어났던 아들은 10살이 되던 해 전쟁통에 하늘 나라로 떠났고 가까스로 얻었던 막내는 50을 넘기지 못하시고 교통사고로 떠나시고 말았다.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할머니는 삼촌이 돌아가셨을 무렵 치매를 앓고 계셨고 따로 할머니께 그 슬픈 소식을 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 당시 할머니는 알고 계셨다고 한다.

그리고 삼촌이 그렇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는 일이 되었다.

다만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삼촌이 데려가셨나 하는 말들을 수근 수근델 뿐이었다.

이미 아흔을 앞 두셨고 정상적이지 않은 몸과 마음의 상태였기에 남은 딸들은 할머니의 거취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더랬다.

원래는 혼자였던 막내 삼촌과 살아오고 계셨지만 이제는 딸들만 남았기에 딸들이 협의해서 할머니의 거취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엄마와 이모들 각자 되는대로 돈을 모아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실까 하였지만 가장 가난하게 살던 막내 이모가 본인에게 그 돈을 주면 모시겠다고 나서그렇게 하기로 협의를 했었다.

집은 엄마가 세를 주던 집이 있어 그집을 비워 할머니를 모신 다음 나머지 이모들은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이 없는 사람은 없는 형편대로 모아 막내 이모에게 월급처럼 주어 할머니를 모시기 시작 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운듯 했으나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조금씩 분열하기 시작했다.

형편이 너무 안되는 이모는 용돈을 몇 달 거르기도 했고 막내 이모는 할머니의 거취를 위해 비워준 집에 본인의 가족들이 모두 들여와 살면서 모든 공과금을 엄마가 물게 되어 엄마는 엄마대로 불만이 쌓여 갔다.

그래도 직접 옆에서 모시는 막내 이모가 가장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모들은 한 번씩 할머니를 찾아올 때면 왜 이렇게 야위었냐거나 멍이 들었으면 왜 멍이 들었냐며 막내 이모가 폭력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잘하라는 훈수를 두기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막내 이모는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런 수모를 당한다고 울기도 하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했다.

나는 그때 까지도 막내 이모가 정말 돈 때문에 할머니를 모신다고만 생각했다.

외할머니는 가끔씩 한 번도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초롱 초롱한 정신이 돌아 오기도 하셨는데 내가 할머니께 들른 그날도 할머니는 매우 상량해 보이셨다.

할머니는 베란다에서 바깥을 구경하시면서 이모와 대화를 하고 계셨다.

"해숙아~ 내가 빨리 가야 헌디 니 고생만 시켜 어짜냐."

"미안허다.해준 것도 없이 짐만되고 내가 얼른 죽어부러야 되는디.정신돌아왔을때 혀라도 깨물어야된디....."

이모는 원망하듯 할머니의 어깨를 흔들며 말씀 하셨다.

"왜 그런말을 혀싸!엄니가 자꾸 그런말 하믄 내 속은 을마나 썩어분디.."

"글고 나 고생아니여. 엄마 돌보면서 돈 받는거여.엄마 오래 사셔야 나 돈 버는 건께 나한테 못해준게 미안허믄 더 오래사셔. 똥을 싸건 나를 때리거 오줌을 발대로 갈겨도 나는 좋은께."

"글고 엄마가 그런말 안혀도 엄마 딸 자식들 이미 속 썩을때로 썩어 있응께 앞으로 죽는 단말 하지말고 왜 엄마는 엄마 생각만해..."

한참을 엉엉 목놓아 우는 이모를 바라보시다 들릴 듯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내가 나 좋차고 그러것냐?"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는 외삼촌이 돌아가신지 1년이 되어 추도식을 한 다음날 세상을 떠나셨다.

그 장례식에서 누구도 목놓아 울진 않았다.

워낙 연세가 있으셨고 치매도 앓으셨기에 많은 이들은 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막내이모는 발인을 하고 장지에서까지 그리고 돌아와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막내 이모는 할머니께 못해준것만 생각난다고 하셨다.

왜 그때 할머니를 더 상냥하게 대하지 못했을까 죄송하기만 하다고 하셨다.

모두들 네가 젤 고생했고 네가 젤 잘했다고 토닥이고 다독여도 이모는 눈물이 그쳐지지 않았는데 꽤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할머니 기일이 되면 그러하시다.

여전히 온전히 그 마음을 헤아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때 할머니께 돈 벌어야 되니 오래 살아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내가 어떤 수모를 당하고 고생을 해도 좋으니 오래만 사시라고 했던 속뜻이 있었다는 것은 알겠다.

  • profile
    korean 2020.09.01 18:44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시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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