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도 신의 뜻이니 받아들이세요
미세먼지 때문에 다들 걱정이 많죠. 한바탕 비라도 쏟아지면 조금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한쪽 손에 잡고 있으면서
당장 출근하는 날에도 여전히 미세먼지 농도가 끔찍한 수치를 기록할지 모르니 진작에 미세먼지 마스크 같은 걸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황사주의보 때문에 반찬 가게가 영업을 정지한 덕분에 오랜만에 순대국에 공기밥을 말아먹으면서요.
항상 저녁때 쯤엔 소란스럽고 붐볐던 곳이었는데 황금 연휴의 끝이라 그런지 손님이 저밖에 없더군요. 전 경제학 전공자도
아니고 별로 이런 분야에는 밝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데 외식업계에 몸 담고 계시는 아주머니도 저랑 별반 다르지
않으신지 미세먼지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혀를 차시더랍니다. 그동안 잠잠하다 때늦은 황사철을 맞아 대기 오염 수치가
훌쩍 뛰니까 다들 불안해서 그런 거겠죠.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이고 인접한 일본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듯해요.
덧붙여 중국은 예전부터도 이미 비슷하나 다른 문제를 떠안고 있었는데 이번엔 별 다른 말 없을까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행복회로를 가동시켜서 또 해괴망측한 운동까지 하고 있다고 하죠.
대기오염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일은 없을 겁니다. 요즘에야 뒤숭숭한 얘기가 많고 갑자기 일기예보에 빨간색 글씨로다가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쫄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주변이 녹원지로 둘려싸인 물 맑고 공기 좋은
척하는 시골에 사는 것도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 좋음 표시를 보기가 굉장히 드물었죠. 이렇게 한번 홍역 같은 거 치뤘으니
내년에는 괜찮아지고 말썽의 주범인 중국도 반성했을 거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하기가 어렵네요. 대륙이 혼자서 품고 있던
독극물이 바람 타고 널리 널리 동쪽으로 퍼졌으니 내륙 사람들이 조금은 숨통이 트여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밖에는 안
나와요. 까짓거 우리가 좀 병들면 되죠, 뭐.. 슬슬 개인 방독면을 지참하고 다녀야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성을
띄기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대기만 엉망진창이겠습니까. 그동안 우리들이 바다에 방류한 오염물이 얼마나 되는데 괜스레
긁어부스럼 만들기 싫어 잠자코 다물고 있을 뿐이지 공기못지 않게 수질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라구요. 그리고 점차적으로
오염은 심해져만 갈 겁니다. 고칠 수가 없고 대비할 수도 없죠. 방독면을 하루종일 쓰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모든 게 신의 의지일 겁니다. 전염병이 창궐해도 멋대로 백신을 만들고 짐승들을 병들게 하면 방역하고 더이상 전쟁을 하
지도 않으니 썩어넘쳐나는 인구수를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서 어딘가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신께서 담배
전략을 사용한 겁니다. 알게 모르게 천천히 병들게 만드는 거죠. 초광역 초도트 데미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방사능이
범벅된 해산물을 섭취하고 보이지도 않는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겁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정신까지 간섭해서 멍청하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최근 약 안 쓰고 애를 키우겠다는 해괴한 소리를 하는 단체나 미세먼지 심각하다던데 하늘은 그저
푸르기만 한데 개소리하냐면서 룰루랄라 소중한 사람 손잡고 바깥을 뛰쳐나간 혈기왕성한 친구들을 보면 그리 느낍니다.
우리들이 자초한 일이지만 이게 불편하니 존재하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신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꼴도 퍽 우습죠.
혼자 심각해져서 한창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저렴하고 디자인 괜찮은 미세먼지 마스크 없는지 찾아보다가 문득 그런 제가
우습게 보이더군요. 어차피 오래 살 생각도 없으면서 오래 살려 발버둥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고.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깍두기도 여러분이 거리에 서서 사먹는 떡볶이도 최소 흙먼지 어쩌면 지금 한창 말많은 중금속이 잔뜩 내려앉은 것인데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있죠. 수도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면서 언제 청소했는지도 모르는 정수기물이나 받아마시고 있죠.
세상은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하게 사람들이 살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손으로.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오염도가 더뎌질망정 줄어들진 않을 겁니다.
오늘은 매우 나쁨을 기록한 수치가 언젠가는 똑같은 수치임에도 적당함으로 표시될 날이 찾아올 겁니다. 이웃 나라에서
그러는 걸 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더군요. 사람들은 이정도면 방진 마스크 쓰고 놀이공원 다니기엔 적당하군
생각할 겁니다. 재력가분들은 그나마 덜 더러운 물을 사서 마시고 공기 청정기를 통해 그나마 덜 더러운 공기를 쐴 거고
돈이 없으신 분들은 미세먼지도 못막는 하얀 면마스크를 쓰고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더러운 정수를 마시며 살게 되겠죠.
제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 의견을 드디어 말하자면 받아들이셔야 해요.
완전히 정화 작업을 거쳤는지 안 거쳤는지도 의심되긴 하지만, 어쨌든 비싼 값에 팔리는 생수 한 박스를 매주마다 사서
마실 돈이 없으면 정수 안 되는 정수기로 물을 마시고 노후된 배수관을 타고 사실상 녹물과 다름없는 수도물로 설거지
또는 샤워하시고 정확히 눈으로 보이지는 않으니 천만 다행인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사는 생활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게 못하겠으면 달리 가지고 계신 좋은 계획을 품고 정계에 진출해 정책으로 만드세요. 아니면 그러한 공약을 펼치는
정치인을 지지하시던가.
어쩌겠습니까. 미세먼지도 환경 오염도 모두 신의 뜻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그나마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면 온 국민이
아무런 위화감 없이 갈색 커다란 대야 안에 장구벌레 알 둥둥 떠다니는 녹색 물 속에 풍덩 들어가서 그 물로 씻고 밥도
지어서 먹는 날이 찾아오기 전에 수명이 다할지도 모른다는 거네요.
신정빈
ravlitz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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