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림 윤경원
차가운 도시 노동자 얼굴에
따스한 한줌의 주광색 불빛을 비춘다.
아 찬란한 순간이여!
보람들은 그을리게 쌓여간다.
조석 365 윤경원
게들이 그랬다
파도가 가고나면 참으로 고요하여라,
파도가 가고나면 정말로 고요하여라.
달이 그랬다
바보들.
가정 윤경원
조선 반도에 곧게 솟은 벼이삭들이
서슬픈 낫에 숭겅숭겅 설려나갈 때
나는 하나의 돌멩이가 되어.
너의 그 포근한 집에서 방금 지어내
함박눈처럼 쌓아올린 백미밥 속에서
나는 하나의 돌맹이가 되어.
그런 나를 입에 넣고 우물이는 순간
새파란 오한이 머리털까지 끼치는
나는 하나의 돌맹이가 되어.
승차거부 윤경원
일년 삼백육십오일 북적대는 밝은 밤의 서울 거리에서
얼뜨기가 새카만 택시 한대를 불러세우자.
"미래 갑니까?"
창문을 올리더니 부리나케 달아나는
새카만 한국운수 택시 한대.
이름: 윤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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