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이 마지막 인사라면
나의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데, 봄이 왔다 한다.
그 날. 죄인에게 낙인이 찍히듯 나에겐 그 겨울의 낙인이 찍혀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네가 읽지 못 할 편지를 적어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울음이 있었나.
너를 덜 사랑한 나의 탓인가, 너 하나 보듬지 못 한 신의 탓인가.
누구도 탓하지 말라 했다.
너는 마지막까지도 너 아닌 다른 이들을 생각했다.
그리 인정하기 싫었음에도 겨울의 눈 대신 봄의 비가 내려온다.
네가 떠나간 겨울과, 네가 좋아했던 계절인 봄. 나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헤맨다.
맨 살에 너의 빈자리가 닿아서
나는
시리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따뜻하게 웃는 너를 보는 것이
나에겐 오래된 행운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참 쉽다
늙은 교장선생이 학생들에게
라디오 디제이가 청취자들에게
그리고 네가 내게 사랑한다 했다
사랑,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무거운 이 단어는
행복으로 이끌기에 충분함에도
절망의 구에 밀어버리고 만다
아아. 벚꽃 잎이 뚝뚝 흘러 내린다
마음에 네가 물방울처럼 맺힌다
그의 계절
온 세상이 피어나는 계절
모두가 사랑하는 이 봄에
나는 외로이 그를 추억한다
봄이 슬프다 했던 그 사람
애처로운 눈을 가진 그 사람
내 마음에 자라던 벚나무를
몽땅 지게 했던 그 사람
사랑이라 했던가 이별이라 했던가
봄이 슬프다 했던 그는
눈처럼 머얼리 사라졌다
봄비가 출출 내린다
나의 그가 흐른다
나의 이별이 사르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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