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덩어리
해지는 저녁 되니
내 몸이 쩔어 있다
바다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하얀 소금이 내 몸에 잔뜩 묻어있다
삶은 거대한 바다다
살아가는 일은
바다위에 떠 있는 일이다
떠있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나는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들어감에 따라
점점 소금 한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내 몸은 바다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또 한 세상을 산다
생명은 땅을 탓하지 않는다
보도블록 좁은 땅 사이에도
생명은 움튼다
한줌 좁은 땅을 부여잡고
몸을 숙여서
무심히 뿌리를 내린다
들판에 너른 땅에 뿌리내린
다른 이들 비교하지 않고
악착스럽게
뿌리한줄 더 내린다
산다는 건
종교처럼 엄숙하지만
농담처럼 가볍다는 걸 알려 주려고
좁은 보도블록 사이 잡초는
우주처럼 넓게 뿌리 내린다
아버지
술 마시고 문득 생각나
늙은 아버지께 전화 한다
맨 정신엔 어색해서 전화 한통 못하는데
술 마시고 전화해도 똑같이 어색하다
생뚱맞게 그 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해버린다
아버지는 그 말이 목에 걸리셨는지
며칠씩이나 별 일 없냐고 전화 하신다
별 일 없다고 말하는 나는
그냥 이유 없이 슬프다
오리털 잠바
차가운 겨울거리에는
검정색 하얀색 오리들이 손을 주머니에 꽂고
웃으면서 돌아다닌다
집 밖으로 나온 오리들은 물이 없는 곳도 잘도 돌아다닌다
꽥꽥 소리 대신에 향기로운 비속어로 서로 이야기하고
연못에 가서 지친 몸을 담그는 대신에
술집에 가서 괜히 마른 털을 적신다
이제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살찐 오리들은
더 이상 푸른 하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오리들은 누구의 털이 더 빛나고 많은 지를
연신 다투어 대며
연못대신 보도블록 위를 바쁘게 지나간다
바다에서
삶에 지쳐
땅 끝으로 가니
거기에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하얗게 웃으며
끊임없이 나를 위로 해 주었고
오며 가며
짠내 나는 혀로 내 상처를 핥아 주었다
나는 바다가 내어준 하얀 속살을 밟으며
끝없이 걸어갔고
바다는 내 지난 발자국들을 지우며
계속 나를 따라 왔다
그렇게 땅이 끝나는 곳에서
바다는 새로 시작되고 있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