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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12:37

<어머니>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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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태초에 태양이 가장 먼저 비추었기에, 그 눈부심에 대지는 사막이 되었다.

황량한 돌 틈에서, 모래 알갱이에서, 어스름한 대추야자 나무 아래에서

사막을 닮은 사람들이 오직 그들의 안식을 위해 불을 피울 때

땅은 순수했고 그 어느 누구의 깃발과 이념도 흔들리지 않았으리라.












 

어머니

 

밝아오는 문명의 해는 당신의 미소 끝에서부터 발을 내렸고

나는 그 경이로운 햇발에 마침내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첫 단어를 혀 끝에 담았을 때

뜨거운 연탄처럼 퍼져 나가던 이름모를 환희,

그 가운데 당신은 관념처럼 서 있었습니다.

 

첫 발자국이 닿던 곳-

올챙이가 보글보글 몰린 무심천의 돌다리 위

새마을 깃발이 나부끼던 초라한 마천루들 아래

시골길 사이로 소담히 핀 개암꽃길 사이에서

등 뒤로 숨겼던 당신의 고된 손과

그리웠던 이의 텅 빈 손을 잡고

나는 주저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터진 솔기를 공그른 당신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으레 물기를 머금었던 어린 딸의 눈망울을

그 가슴에 모두 담고 발걸음을 떼었을 당신,

 

철없는 딸의 어깨를 수더분히 안았을 때

당신의 눈고랑에 맺히던 그 수많은 한(),

그리고 혀 끝에 서리서리 쌓이던 묵은 말들을 삼키고

그저 딸의 어깨를 감싸 안았을 당신은

나에게는 진정 눈부신 영웅이었습니다.











 

밀양역에서

 

철길 옆의 흰 회반죽을 칠한 간이역 안에서

피와 곡성과 환호로 젖은 시대를 떠나보냈을 때

고향 물싸리가 핀 자리에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으랴.

 

오랜 향수에 함박 젖은 어린아이는

건방지게도 녹슨 철길에 모로 앉아 있다.

 

저 길 어드메에 밀양이 있단다,

아이는 코올타르처럼 새까만 발로 밤을 걷는다.

아이의 발자국 자국마다 철로가 흥건히 젖었다.

 

너머로는 논밭밖에 보이지 않는 철조망을 만지며

이게 삼팔선인가 부다, 천진하게 종알거리던 아이는

어느덧 여름의 철로 위에서 꼬부랑하니 등이 굽었다.

외돌토리처럼 불청객처럼 늙은이는

철길 옆에 들어앉아 다만 기나긴 세월을 지나보냈다.

 

바람이 분다.

남실남실 가슴 위에서 바람이 분다.

가슴 위로 불었던 바람은 어느새 철도 위를 달리고

철도에서 쏟아져 내리는 인영들을 지나고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은 민둥산의 둥지까지 멀리멀리 휘돌아

늙은이에게로 돌아왔다.

 

아직 저물지 않은 햇빛 아래

늙은이는 가만히 아이의 손을 잡는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는 발걸음을 뗀다.

 










우리의 여름을 잃어버린 적이 언제였던가

 

그런 때가 있다, 문득

스스로에게 고개를 숙여 보면

서늘하던 늙은 짐승의 심장에

뜨거운 물이 흐르고 있는 때가 있다.

 

어릴 적, 몽상으로 가득 찬 몸에서는

항구로 잡혀 온 철 지난 물짐승처럼

늘상 물비린내가 났었기에

썰다 남은 생선 대가리처럼 비린 몸을

이끌고 이끌고

잘못 들어온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아가미를 벌름댔던가.

 

거미줄 같은 도로와 골목길,

약서랍 같은 교실과 사무실 속에서

우리는  들짐승 가죽을 덮어쓴 채로

긴긴 겨울에 감싸여 안겨져 있다.

 

그러다 어느젠가 가슴 속으로 삼켰던 물 한 잔이

박동 소리에 맞추어 쿵쿵 흔들릴 때

짐승 거죽을 들씌운 비늘 아래

아직 찬란한 시절을 기억하고 있던 우리의 심장이여.

 

햇발 아래 매끄럽게 유영하던 우리들과

그 찬연한 여름날의 추억-.

나는 가슴 속으로 삼킨 물 안에서 말한다,

우리의 여름을 잃어버린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우리 등 뒤의 숨

 

솔부엉이 울음소리가 시퍼런 새순 같이 돋던 밤

나이 든 행랑어멈이 화로의 재를 털어 나가면

우리는 옹골지게 솜이불 속에 들어앉아

상이군인처럼 한껏 숨을 죽이고

햇빛이 시든 때의 세상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 우리는 배냇물도 마르기 전의 탯덩이였다.

 

반들반들한 붉은 완장을 찬 공산당 군인과

채 입술에 닿지도 않았던 미제 코-,

검둥이와 양공주 흉내를 내던 우리는 거침없이 키들거리다가도

임진강 살얼음이 파삭이는 소리에는 말을 멈추어야 했다.

 

아랫목 이불 속에서 함부로 조잘거리던

풋내 나는 위험한 말들, 그 이면에

강변에 매복한 병사처럼 번득이던 두려움들과

무지(無知)를 전제로 쏟아지던 서늘한 생각들.

 

이 도린곁을 외오돌던 누군가의

살얼음 같은 발자국 소리, 서늘한 칼날로 목에 와 닿는 것 같아

우리는 가만히 숨을 참고

손 땟국물에 이불 가새가 젖을 때까지 기다린다.

 

비뚜름한 문아귀 사이로 어슨듯 기어오던 바람에

고개를 내밀고 마침내 내뱉은,

서로의 등 뒤에 감춘 이윽하던 숨이여.

 

붉고 흰 이념들이 나이테처럼 쌓인 임진강의 살얼음 위에는

그예 헛된 메아리만 파드득 날개짓할 뿐이었다.












이름 : 오은서

HP : 010-4303-3446

pechika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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