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밥
식당 다니시던 울엄마
이른 새벽 석유곤로에
날마다 해 주시던 따순밥
그 따순밥 차질세라
스뎅 밥통에 고이 담아
단칸방 아랫목에
이불덮어 놓아 두셨지
울엄마 따순밥 덕분에
못난아들
없어도 남부럽지 않게 컷네
이제는 칠순넘어
절룩이는 무릎으로
아파트 청소일 다니시는 울엄마
마흔넘은 못난아들
또 따순밥 해 주시네
변한거 없는 세상에
변치않은 울엄마 따순밥
따순밥 한 수저에 하늘보고
따순밥 두 수저에 늙은 울엄마 얼굴
따순밥 세 수저에 목이 메어
늙은 울엄마 물뜨러 가셨네
변한거 없는 세상에
변치않은 울엄마 따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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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나
책상 앞
거울 속에서
낡은 나를 본다
이제는
지난 세월 사연만큼 멀어진
열정의 기억
사람손길 멀어진
서고 구석 먼지담은 책처럼
존재로만 가치를 구걸하는
가련한 하루하루
오늘도 무사히
늙어가길 바라는
거울속
낡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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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지기
그 사람 내곁에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내 하루를 나눌 수 있는
그 사람만 있다면
난 행복합니다
소박한 저녁상을 물리고
티백을 녹여 차를 나누며
낡은 탁자 사이로
부여잡은 두 손 어루만져
일상의 고단함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을
내 한톨 갖지 않더라도
오늘도 난
바랄 것 하나없이 행복한
만석지기랍니다
밤새워 기다리던 너
하지만 수신된 건
너의 무심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절대 오지 않는다
욕심내 원한만큼
비웃고 사라질 뿐
때론 무심히
놓을 수 있다면
움켜쥐련 그 손을
거둘수 있다면
돌아서는 흰 목덜미에
사늘한 미소를
보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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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씩만
버리기로 했습니다
낡디 낡은
그 색바란 와이셔츠
읽지 않는
그 누런 서류 뭉치
네 귀퉁이 떨어져 나간
그 칠벗은 교자상
하나씩 버리면
하나씩 채워질까
하나씩 채우면
하나씩 잊혀질까
최지훈
010 - 8886 -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