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이 순수한 겨울이 지나고

낭만적인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굳어 있는 마음이 풀리는

느슨한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을 보았던

그리운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봄이 오기를

내가 꿈꾸는 세상이 있는

희망찬 봄이 오기를 

아침

매일 아침 어제 있었던 야근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만 며칠 같은 몇 분이 걸린다.

하도 오래돼 탄 솔잎처럼 어두워진 고무호스를 가지고 와

물을 틀어 돌처럼 굳은 나의 얼굴과 머리를 진정시킨다.

 

마치 아기 새처럼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으로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오늘마저도 지각했다는 사실에

남아있지도 않던 희망은 아예 사라졌다.

 

어제 망친 프로젝트처럼 구겨진 셔츠를 입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같은 이런 아침은 언제쯤 끝날까

 

다시는 오지 않기를, 얼른 끝나기를 바랐던 아침은 

또 기대도 못 하게 하는 아침을 만든다. 

전염

 

이렇게 커질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이런 거는 신경도 안 쓴다는 사람,

나만이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 무서운 사람은

나만 걸리는 건 억울하다고 전염시키는 사람. 

그림

 

어릴 때는 아무거나 그려도 정말로 행복했던 나,

지금은 어느 것이든 누가 시키는 것만 최대한 잘 그리려고 애쓰는 나이다.

 

한탄하고 싶지만 한탄하지 못하겠다.

 

어릴 적의 순수한 마음은 사라지고

이제 나는 잘 보이려고, 성공하려고만 산다.

 

틀에 갇히려고 노력하는 나는

정말로 옳게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

어릴 때의 나는 정답을 알고 있을까.

고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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